〈 123화 〉 123화 대탈출 1
* * *
‘저벅저벅’
멀리서 들려오는 걸음 소리와 몇 사람의 인기척에 남자는 화들짝 놀라 몸을 낮추면서 램프의 불을 끄려고 했다.
“이런...!”
하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였던 것일까 남자는 그만 손에 쥐고 있던 램프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는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자신이 이 폐가에 숨어있다는 것을 들킬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던 남자가 최선을 다해서 램프를 쥐려고 했다.
“끄헉!, 끄으으...!”
하지만 당황하여 허둥거리는 남자의 손에 램프는 도저히 잡히지 않았고 바닥을 향해서 점점 곤두박질쳐 갔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마법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어?...”
‘텁’
‘벌써 온것인가?!’
남자는 기척도 없이 다가온 용병의 존재에 적잖이 놀라 아무런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돌아가기 위해서 노력을 했건만 이대로 만사가 끝인가 하고 생각하는 남자의 귀에 굵직한 저음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쉿!, 죽이려고 온 것이 아니니 조용히 하도록...”
‘용병이 아닌건가?’
사내는 다시 한번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고 갑자기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남자의 요구에 응했다,
“조용히..., 몸을 숙이고 있으면 놈들도 지나갈 것이니 숨소리도 조심해야한다.”
남자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사내의 지시를 군말없이 따랐다, 아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보호하던 자들이 자신에게서 떠나고 나니 이상한 자들이 왔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때에 말이다.
‘아직 잡힐 수는 없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용병들은 폐가의 근처를 적당히 서성이다가 떠나갔다, 그러고도 약 2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두 사람은 쥐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제 충분하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군.”
“위급한 때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겠네.”
“아니, 물과 빵을 제공 받은 답례라고 생각하면 충분하지.”
“그럼 자네가...?”
남자는 잠시동안 어둠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체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껄껄 웃었다.
“괜찮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아닌가?”
‘끄덕’
무뚝뚝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남자는 손을 슬며시 내밀었다, 얼떨떨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말했다.
“나는 제이드라고 하지,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네.”
“한스..., 상단에서 일하고 있지.”
“흠, 한스군 물과 빵은 신경쓰지 말게.”
“음... 그러지.”
한스가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창가로 가, 밖을 살펴보고 있을 때 제이드가 말했다.
“자네도 용병들에게서 도망치는 중인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럼 함께 하는 것이 어떤가?, 자네 정도의 실력자가 함께한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더욱 올라간다고 판단하네만...”
한스는 밖을 살펴보는 상태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제이드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나?”
“북쪽 개척지지, 자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온겐가?”
“뭐, 그런 셈이지.”
‘상단에서 꼬박 3일을 말을 타고 달려야 하는 곳이군, 제길... 다음번에 톡톡히 갚아줘야겠군.’
한스는 미나스에게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제이드가 잠자리로 지정한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길은 내가 알고 있으니 걱정은 안해도 될걸세.”
“그럴 것 같더군.”
오랜 기간 몸에 새겨진 습관이라서 무뚝뚝한 말투로 제이드의 말에 맞장구 쳤지만 한스는 내심 놀랐었다, 한낮에 용병들의 눈을 피해서 안전하게 다니는 노인의 몸놀림, 보통 노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럼 조금 쉬고 새벽 시간대에 출발하도록 하지.”
“음, 훌륭한 생각일세.”
한스는 새벽 시간대, 특히 동이 뜨기 전의 시간이 가장 취약한 시간이라는 것을, 아직 상단의 규모가 작을 때, 마리우스와 목숨을 걸고 상행을 하던 시절에 목숨을 걸고 배웠던 사실이었기에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럼 4시간 뒤에 출발하지.”
“음...”
노인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몸을 뉘이자 한스는 자신이 아까 위치했던 자리로 가서 자세를 잡고 눈을 감았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정신과는 달리 많이 피곤했던 것인지 한스의 몸은 금방 수마에게 집어삼켜졌다.
“하하, 자네 대단하군.”
“음...”
한스의 옆에서 달리던 제이드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빠져나갈 구멍을 열심히 찾아도 자신의 힘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용병들의 포위망을, 한스라는 청년 덕분에 손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앞으로 3일 정도 더 고생을 하면 아마 이 근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넙스에 도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상하군...’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진 제이드와는 다르게 한스는 이유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자신이 숲을 어떻게든 빠져나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너무나 손쉽게 포위망을 빠져나왔었다, 아무래도 용병들이 자신과 제이드의 존재를 눈치 챈 것이 아닐까 하고 한스는 추측했다.
“이대로 간다면...”
“그렇지, 이대로 간다면 노숙과는 작별일세!”
제이드는 진심으로 기뻐했기에 한스는 적당히 호응을 해줬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앞에 있을 복병에 대한 생각으로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던 한스였다.
“오늘은 저기에서 쉬세나!”
“그러는 것이 좋겠군!”
자그마한 굴을 찾아낸 두 사람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추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한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나눠먹고 한스와 제이드는 눈을 감고 다시 이동을 대비했다.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촘촘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한스는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주위를 끊임없이 둘러봤다.
“하아..., 어제부터는 왠지 용병들이 보인다 싶더니...”
“역시 함정이었나.”
“일단 숨어서 지내면 어떻나?”
“우리에게 한 없이 불리하지.”
한스의 말을 듣고 제이드는 주머니 속을 뒤져봤다, 혼자였었다면 어떻게든 남을 식량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하루, 아니 몇 끼 분량도 되지 않았다, 확실히 한스의 말대로라면 숨어 있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도...”
“돌아간다고 해도 소용없지.”
“그런가...”
“왔던 길에도 이미 용병들이 쫙 깔려서 있을터...”
“하아아...”
다시 돌아가서 문명인으로써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던 제이드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 열심히 달려왔건만 이제 와서는 도망은커녕 목숨이 경각에 달했으니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했다, 한스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저들의 목적은 아마 나일터...’
한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제이드에게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소 제이드.”
“좋네, 자네라면 좋은 생각이 있을 것이 분명하겠지, 경청하지.”
“일단은 놈들의 포위망의 틈새로 최대한 전진하지.”
“그렇게 하다가는 잡히지 않겠나?”
한스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머지는 내가 해결할테니 노인장은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도록...”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 나보고 젊은이가 희생하는 동안 도망쳐서 치욕적으로 살아남아라는 소리인가?!”
‘끄덕’
한스가 두말 않고 긍정을 하자 제이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를 은혜도 모르는 인간으로 봤다면 크나큰 착오라네!, 내가 지금은 여기에 있지만 신의로 살아왔지, 절대로 그렇게는 하지 못하네!”
“둘이 동시에 살아남는 것은 무리다.”
“내가 그 정도 계산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가?, 거래라도 한다면...!”
한스는 고개를 가로젓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교도들을 아나?”
“...그렇다면 저놈들은...”
“죽음을 섬기는 교단이라고 하더군, 이쪽에 오기 전에 잠시 얽힌 일이 있어서 얼마나 집요한지는 잘 알고있지.”
“그렇다면 더욱 큰일이 아닌가!”
“노인장이 벗어난다면 괜찮다.”
“무슨...!”
‘퍽!’
“끄으으으으...”
한스의 주먹이 제이드의 복부에 꽂혔다, 불의의 기습에 대응하지 못한 그는 눈을 까뒤집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가 들키는 일이 없도록 주변의 마른 풀로 잘 위장시킨 한스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 흩어진 기척들이 아직은 자신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한스는 알 수가 있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겠군.”
한스는 나무 위로 풀쩍 뛰어올라 가지를 밟고 나무에서 나무로 빠르게 이동했다, 제이드를 숨겨둔 은신처에서 거리가 멀어지자 한스는 나무 밑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용병들의 한 중앙에 풀쩍 뛰어내렸다.
“...그래서 말야.”
‘타닥’
“으헉!”
“뭐, 뭐냐?”
갑자기 나타난 한스의 모습에 용병들은 잠시 당황하다가 곧 냉정을 되찾고는 한스의 이목구비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 새끼가 목표 아니냐?”
“맞는 것 같은데?”
“신호를 날려서 이쪽으로..., 컥!”
‘쿠웅’
용병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한스가 휘두른 주먹을 맞고 나무에 날아가 부딪혔다, 맨땅을 향해서 미끄러지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사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남은 두 용병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로 한스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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