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122화 드디어 귀환, 하지만... 2
* * *
“하아..., 대체 뭘 찾으라는건지 누가 아는가?”
“남자를 찾으라는데 뭔소린지 나도 도통 모르겠네.”
“도시도 아니고 숲에서 찾아라고? 제정신이 아니군...”
한스는 무기를 들고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사내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던 사내들은 기왕 이야기 주머니를 털어놓기 시작한 김에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
“돈 준다고 해서 왔더니만 터무니 없는 일거리였어, 제기랄.”
“씨팔, 돈을 주면 뭘하냐, 갖고 있는 생돈으로 다 처리하는데.”
“하 참..., 이딴 식으로 일을 시키는 놈들은 처음이네.”
“이딴 식으로 일을 시키는 놈들은 좀 안뒤지려나 몰라."
"크흐흐흐, 그러게 말야 거 뭐냐 죽음의 신이라고 하던가?"
"맞다 맞아, 그 놈들한테 천벌이 내렸으면 좋겠구만!"
사내들은 그러고도 조금 더 투덜거리다가 자리를 떠나갔다, 발자국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수풀에 숨어있던 한스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음…, 죽음의 신인가…"
한스는 마리우스의 여식을 구할 때의 일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 때 상대했던 이상한 녀석들이 죽음의 신이 어쩌구 했던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아마 그 놈들이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자신이 알게 된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에 급하게 결론을 내지 않으려고 생각한 한스는, 일단 그렇게 마무리 짓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이제 정오인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해는 이제 중천에 떠오른 참이었다, 만약 해가 저물 때라면 이런저런 것들로 불편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 한스는 아까 확인한 것들을 토대로 방향을 잡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응?"
아까 수풀에 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앞에서 두런두런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감지한 한스는 풀쩍 뛰어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정신을 집중하자 몇 십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앞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남자는 찾았나?"
"남자는 개뿔, 박음직한 계집애도 안보이더라!"
"씨발, 없는 것을 찾아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런데 놈들이 뭐하는 새끼들인가 좀 아나?"
"지나가면서 듣기로는 어디의 교단처럼 보이던데…"
"어느 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딴 짓거리 시키는 것을 보니 멀쩡한 곳은 아님에 틀림 없다!"
"음 맞아 맞아, 돈으로 사람을 낚는 것으로 모자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하라는 놈들이 멀쩡할리가 없지!"
[크하하하하하하!]
한스는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내들을 우회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타닥'
슬슬 도로 혹은 조그만 촌락이라도 나올 때가 됐다고 판단한 한스는 나무에서 내려와 기척을 죽이고 이동했다.
"음!"
길에 진을 치고 있는 무장집단, 한스가 이곳으로 향하리라는 것을 알고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른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부류가 있을 것이라고 유추한 한스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숨어서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조용히 하고 정신을 집중하자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한스의 귀에 들려왔다.
“아직도 못 찾았나?”
“제길, 닦달 좀 그만하라구, 숲이 뭐 집앞의 마당하고 똑같은 줄 아나본데, 여긴 말야!”
“잘난 듯이 떠들지 않아도 알고 있다, 다만 기한이 기한이라서 그럴 뿐이지, 3주다, 3주 동안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성과가 없으니 당연하다고 생각않나?”
“하하하..., 아이구 그러셨어요~, 그런데 이걸 어쩌냐?, 우리는 수색 전문가가 아니라 용병이야 씨팔!, 싸우는 사람들한테 이딴 개짓거리를 맡겨두고서 큰 소리를 치냐!”
“음...”
“남자라고 했나?, 누구 하나 조져서라도 데리고 오면 직성이 풀리겠나?”
발끈한 사내가 자신의 불만거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자 자극을 했던 쪽은 묵묵히 들었다.
“조금 흥분했었다, 사과하지.”
“후우..., 우리도 놀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말이야.”
“아무렴 알고 있지, 하지만 이제 때가 왔다고 해서 빨리 찾아야 된다고 하시더군...”
“우리는 그쪽 사정은 모르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구.”
“음..., 일단 돌아가지.”
‘저벅저벅’
‘스르륵’
“거, 돌아가면 그쪽 대장한테 이야기 좀 해달라구, 노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 그러지.”
무뚝뚝한 자가 돌아가자 상대를 하던 용병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하, 씨팔, 이딴 일거리 맡지 말고 상단에 들어가는 거였는데...”
‘펄럭’
“아, 대장 돌아갔슴까?”
“보면 모르겠냐, 이쪽 신경을 마누라처럼 벅벅 긁고 만족했는지 돌아가셨다.”
“수고 많으셨슴다.”
“그래, 후룩...”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멀어졌다는 것을 확신한 남자는 부하가 건내준 차를 조용히 마셨다, 그런 그에게 부하가 말했다.
“근데 대체 뭘 찾아야 하길래 이 난리를 한달동안 하고 있는검까?”
“무슨 남자를 찾아라는군.”
“뭐 배교자라도 된답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찾아라는데 어쩌냐, 돈은 받아버렸는데.”
“아..., 안 받았으면 좋았지 안씀까?”
“말도 마라, 안 받았으면 이번달로 파산이야 씨발.”
“하아..., 그것 참...”
착잡한 현실을 다시금 재확인한 두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자 한스는 조용히 야영지를 바라봤다.
‘슬슬 움직여도 되겠어...’
자신이 이동을 하는데에 신경을 쓰는 사이 시간이 상당히 흘렀었다, 야영지 근처에 도착해서는 해가 저물기 전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한스는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는 틈을 타서 그림자에 섞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음..., 다행이군.”
들키지 않고 야영지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한스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주택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런...”
야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일반 주택들이 모인 조그마한 촌락에 도착한 한스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서 보기에는 그럴싸했던 집들이 가까이 와서 보니 한, 두해 정도는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라면 다행이었다, 수분과 먹을 것을 간절히 바라던 그의 눈에 당장의 욕구를 해소할만한 것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하아..., 어쩔 수 없군...”
한스는 대충 주위를 둘러봐 그나마 멀쩡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그 집안은 사람이 생활한 흔적이 보였다, 무슨 조화일까, 자신이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 그는 자신의 뺨을 아플 정도로 잡아당겨 봤다.
“음..., 진짜군.”
폐가에서는 구하기 힘든 맑은 물과 공복만을 해결할 정도의 바싹 마른 흑빵 밖에 없었지만 한스는 불평을 하지 않고 감사히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음... 맛은 없군.”
보존을 위해서 바싹 말린 빵이 맛이 있어야 얼마나 있겠는가 하겠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아 상상 이상으로 맛이 없었다, 한스는 물과 함께 천천히 빵을 섭취했다.
“한결 낫군.”
솔직히 공복은 여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기에 한스는 맑아진 정신으로 혹시나 폐가 안으로 들어올 용병들을 경계하면서 차폐물의 뒤로 몸을 숨겼다.
“하으으으으음..., 잠깐 눈이라도 붙이는 편이 좋겠군.”
일전에 두 번 정도 상행을 가다가 조난을 당해 본 경험이 있던 한스는 체력을 온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웅크리고 수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 한스는 깊이 잠들었는지 일정한 주기로 숨을 내쉬었다.
“아빠!”
“읏...!”
한스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번뜩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주위에는 없을 뿐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인기척이 나면서 사람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용병인가...?’
혹시나 동료와 함께일 것을 걱정한 한스가 귀를 기울이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기척을 감지했지만 한사람의 인기척만이 느껴졌다.
‘스으윽’
체중을 분산시켜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이지 않도록 한 한스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어둑어둑한 폐가의 안을 램프의 희미한 빛이 밝히는 것을 보고 대체 누구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차폐물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런 썅..., 용병놈들이 온건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빵과 물만 줄었는데...”
한스가 오기 전부터 폐가를 사용하고 있던 자는 식량이 줄어든 것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이 여기에 숨어 있는 것을 눈치 챘을까 하고 생각하던 한스는 곧 안심하게 됐다, 투덜거림이 끝나자 남은 식량을 천천히 먹어치우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후우..., 젠장..., 망할 놈들 때문에 아사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떠야겠어.”
‘끼이익’
남자가 이동하는 소리가 나자 한스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뒤로 향했다, 그 또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판단됐기에 길동무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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