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20화 (120/151)

〈 120화 〉 120화 잠시간의 이별과 소녀와 미녀 ­3­

* * *

한스는 또 다시 자신의 생각을 일어낸 것처럼 반응하는 미나스를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봤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미나스의 눈동자,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서 그녀 또한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한스는 감지했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었어?”

“남들과 체질이 조금 다른 줄 알았었지.”

“켁!, 콜록콜록.”

“괜찮아 데이나?”

‘토닥토닥’

사래가 들려서 한참을 콜록거리던 데이나는 미나스가 부드럽게 등을 두들기면서 쓸어내리자 곧 사래가 잦아들었다, 데이나는 손바닥을 들어보이면서 자신의 상태가 괜찮아졌다는 것을 표현했다.

“콜록, 이제 괜찮아 미나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너는 그 어떤 필멸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별나.”

한스는 칭찬인지 욕설인지 모를 말을 듣고 잠자코 있다가 목이 마르고 입안이 텁텁해지는 느낌에 자신의 몫으로 제공된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꿀꺽, 흠,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것이 고작, 너희들이 내 몸에 심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봉인된 것이라면, 대체 좋은 소식은 뭐지?”

“네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봉인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는거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한스는 잔 안에 들어있는 따끈한 차를 눈썹을 찌푸리면서 연신 들이켰다, 그런 한스의 귀에 목을 축인 미나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로 좋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시간만 더 있었다면 네 자력으로 다 풀어냈을거야.”

“대충은 이해했으니 되도록 빨리 돌아가게 해줬으면 좋겠군.”

“음..., 뭐 좋아, 슬슬 시작하려고 했으니까.”

‘또각또각’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에 있던 과자를 하나 집어 입안에 밀어넣은 미나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한스에게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와, 여기서 봉인 해제를 할거니까.”

“음.”

한스가 가까이 다가오자 미나스는 빠르게 무언가를 중얼거렷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서 손을 휘둘러 복잡한 문양이 나타나 일정 간격으로 점멸하도록 했다.

“이제는 뭘 하면 되지?”

“옷을 벗어야해.”

“전부 말인가?”

“그래 전부 벗어야 돼,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으면 시키는대로 해.”

“으음...”

한스는 옷을 모두 벗어 알몸을 드러내야 한다는 말이 영 미덥지 못하고 수상쩍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한스는 군말 않고 몸에 걸치고 있던 의복을 하나 둘씩 벗기 시작했다.

‘스륵, 스르륵’

‘펄럭’

“아...”

한스가 몸에 걸치고 있던 흙과 먼지로 더럽혀졌고 손상을 입어 넝마 조각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의를 벗어서 드러난, 단련으로 인해서 발달된 상반신의 근육들을 보고 다과를 즐기며 느긋하게 있던 데이나가 탄성을 질렀다.

“...”

한스의 신체를 보고 놀란 것은 데이나뿐만이 아니었다, 지척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미나스는 목소리를 내지만 않았을 뿐이지 데이나와 마찬가지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지 그녀는 눈꺼풀을 단 한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턱’

‘출렁’

“으흐읏~~~!!!!”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라가 된 한스, 속옷에서 튀어나오면서 흔들리는 것이 의성어를 저절로 떠올리게 할 정도로 거대하고 탐스러운 한스의 양물, 상체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근육으로 채워진 하반신을 목격하자 데이나는 곁눈질을 하면서 계속해서 한스를 훔쳐봤다.

“이제 슬슬 시작할게.”

바로 코앞에서 한스의 몸을 직관하고 있던 미나스 또한 데이나와 마찬가지로 볼과 귓불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잇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나스는 당당하게 한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은근슬쩍 손을 뻗어 근육을 누르고 쓰다듬기도 했다.

“준비는 끝났나?”

한스의 나신을 홀린 것처럼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미나스는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으, 응?, 뭐라고?”

“준비가 끝났는지 물었다.”

“아~, 응 물론이야,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어.”

‘스윽’

“뭐지?”

한스는 당장에라도 시작않고 자신에게 두 손을 내미는 미나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효율적으로 봉인을 해제하려면 피부와 피부가 맞닿아야만 해,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면 뭐...”

“...알겠다.”

한스는 미나스의 설명을 듣고는 아무 말 않고, 내밀어진 그녀의 두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자신의 손과 비교한다면 조금 작고 부드러운 미나스의 손이 정말로 있는지조차 애매한 봉인이라는 것을 해제할 수 있을까 하고 한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럼 시작할게.”

“음, 기다리고 있었다, 목이 빠져라 말이지.”

“봉인에 적응된 몸에서 그것을 제거하는 행위니까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몸을 움직이면 죽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설명이 길어지려고 하자 한스는 그녀의 말을 끊고 각오로 다져진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대충 알아들었으니 빨리 시작하지, 돌아가서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정말 까탈스러운 성격이야, 이런 말 안 들어봤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한번도 못 봤다만...”

“그래 그래, 대충 어떤지 알겠으니까 슬슬 집중해.”

불평을 털어놓던 미나스가 한껏 진지한 얼굴을 하면서 입을 다물자 한스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과 그녀와 이어진 양손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윽...?!”

“이제 시작이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한스는 그녀의 말에 뭐라고 대꾸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고 봉인 해제 작업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몸으로 흘러 들어오는 낯설지 않은 따스한 기운, 이질적인 기운이 전신 구석구석으로 향하여 문어의 빨판처럼 달라붙자 발생하는 열기에 한스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크으...”

“생각 외로 순조..., 응?”

마치 길을 가다가 예상외의 사건 혹은 인물 또는 인간종에게 적대적인 괴물과 조우한 사람이 낼법한 소리를 미나스가 내자, 한스는 가슴 속에서 서서히 불안감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을 감지했다.

“데..., 데이나...”

“왜 그래 미나스?,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미나스의 이마에서부터 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라, 그것이 곧 얼굴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목격한 데이나는 그녀가 힘겨워하며 자신을 부르는 것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나스의 알몸의 한스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생긴거 맞지?”

데이나의 물음에 미나스는 몸을 미세하게 떨 정도로 힘들어하면서도 고개를 격하게 끄덕여 긍정했다.

“우...리가 손을 데리라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는지 함정을 준비 해놨어...”

“알겠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내가 거들어줄게.”

“최대한..., 빨리 부탁..., 할게...”

미나스는 한스의 손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오는, 보기만 해도 위험한 종류라고 말하는 것 같은 보라색 기운이 자신의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흐으으으응..., 아직이야 데이나?, 아아아아아악...!”

“조, 조금만 기다려줘, 어떤 상태인지 봤으니까 시작할거야.”

데이나는 미나스가 간신히 버텨내는 동안, 확인한 함정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가 있었다.

‘우리들한테 통하는 독이라니...’

독에 대해서는 면역인 자신들에게 이런 수를 써서까지 방해를 할 정도로 그 자의 집념이 엄청나다는 것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일단 미나스를 돕기 위해서 데이나는 그녀가 보이도록 방향을 맞추고 한스의 뒤에 서서 손을 뻗었다.

“크으으...!”

“데, 데이나?”

“아무래도 속전속결로 끝내지 않으면 우리라고 해도 위험할 것 같아.”

“여, 역시 그런건가..., 알겠어 그럼 나를..., 윽!, 도와줘.”

“으읏!, 집중할게.”

데이나는 미나스를 침범 중인 것과 마찬가지인 독이 자신의 몸에도 침범 해오는 것을 감지했다, 그녀는 일렁이는 백색의 기운을 미나스가 먼저 봉인을 풀고 있던 곳으로 향해 작업을 거들었다, 시작하기가 무섭게 몰려오는 격통에 데이나는 몸을 움츠리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흐으으으윽!”

“아으으으!”

데이나는 발작적으로 들려오는 미나스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파트너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크흑!”

‘부들부들’

‘주르륵’

‘똑, 또옥’

고통에 몸을 떠는 미나스,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릴 정도로 힘듦에도 불구하고 비명소리 하나 내지 않는 한스의 모습을 보고 데이나는 각오를 다졌다.

‘미나스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야해!’

데이나는 한스의 등을 통해서 들어가 봉인을 해제하던 순백색의 기운을 더 많이 밀어 넣었다, 대량의 기운으로 인해 봉인의 해제 속도는 훨씬 가속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데이나와 미나스를 침범하는 보라색의 독이 더욱 빠른 속도로 체내에 침공했다.

“크아아아악...!”

고통으로 얼룩진 신음소리를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는지 피를 토해내면서 비명을 지르는 한스, 그 때 격한 고통으로 인해서 수척해진 미나스가 데이나에게 외쳤다.

“이제 끝이야, 밀어붙여 데이나!”

“알았어, 으윽!”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두 여인이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방대한 기운을 한스의 몸에 밀어넣자, 주위는 점차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한스는 상상도 못할 고통으로 인해서 주위의 상황도, 자신의 상황도 인지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때였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때까지는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었던 강력하고 원대한 기운이 갑자기 솟아오르는 것을 한스는 느꼈다, 그 끝을 모르고 솟아나는 힘에 의해서 데이나와 미나스는 튕겨져나가 벽에 부딪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몸이 거대한 불꽃에 삼켜진 것만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솟구치는 충만감을 느끼면서 한스는 강력한 기운을 통제하지 않고 마음대로 날뛰게 했다.

‘슈우우우우우우욱’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스의 몸 밖으로 표출되던 기운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섞여들고 얌전해졌다, 서서히 회복되는 시야를 통해서 한스는 여전히 몸을 잠식 중인 타는 것 같은 열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