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7화 전설로 전해지는 영웅들과의 합동 작전 2
* * *
‘두두두두두’
“와아아아아아아아!”
“불신자에게 죽음을!”
천지를 진동 시키면서 달려오는 사교도들을 보고 두려움 없이 서있는 이종족들을 바라보면서 한스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는거지?, 윽!”
“취익, 위대한 분의 계획에 필요한 인간!, 가라!, 췩!”
“그게 무슨...”
“키이익!, 길을 뚤어준다는 소리다! 킥!”
오라클맨과 골든 보이는 말을 끝내자 마자 사교도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한스와 달리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두 이종족은, 순식간에 최심부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냈다, 자신과 하얀악마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려웠던 일을 인간과는 다른 종족들이 해내자 한스는 허탈함을 느꼈다.
‘이럴 때가 아니지.’
한스는 떨리는 두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 일어섰다, 조용히 자신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얀악마의 위에 올라타 이종족들을 따라갔다.
‘다각다각’
“푸르륵!”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턱에 하얀악마는 약간 벅찬 듯한 기색을 비췄다, 다행스럽게도 이종족들에게 시선이 돌려진 탓에 둘을 공격하러 오는 사교도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간 사교도들의 시선이 여기저기에 즐비한 것을 바라보며 앞으로 달리기를 얼마간, 한참 앞으로 달려나간 오라클맨과 골든 보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한스는 발견했다.
“그분들이 점찍은 인간!, 취익, 가서 할 일을 해라!, 췩!”
“키킥!, 운동이 된다 킥!”
자신들의 몸풀기 운동에 방해된다는 뜻으로 알아들은 한스는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안으로 돌입했다, 한스가 중심부로 들어가던 것을 곁눈질로 지켜보던 이종족들은 단 둘로써 천에 가까운 사교도들을 막아섰다.
“취이이이이익!, 부족 최고의 전사에게 덤벼라아아아!, 췩!”
“키이이이이익!, 바람만큼 빨리 죽여준다아아아아!, 킥!”
이종족의 숫자는 단 둘에 불과했지만, 기세는 천에 달하는 사교도들을 능히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더 이상의 원군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던 사교도들이었지만 감히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를 못했다.
‘다각다각다각’
“푸히이잉!”
‘뻐어억’
“끄어어어억!”
하얀악마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나와있던 사교도를 짓밟고 지나가면서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비켜라!’라고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사이한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감지한 한스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으련만...’
‘쾅, 콰앙’
지면이 푹 파일 정도로 육중한 무언가가 굉음을 내면서 떨어지자 하얀악마는 자동적으로 회피를 한 후 흙먼지가 가라앉아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휘이이이이’
약하게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가 모두 흩어져버리자 한스는 위압감을 뿜어내는 것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이교도놈!, 감히 위대하신 분을 가르침을 따르는 무구한 자들을 학살 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 성지를 흙발로 들어와서 더럽히다니!, 교단의 기사인 나 기니어스가 친히 신을 위한 공물로 바쳐주마!”
“제길...”
갈 길이 급한데 엉뚱한 놈이 튀어나와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자, 짜증이 치밀어오른 한스는 절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얀 악마의 위에서 지면에 내려선 한스는 수천의 사교도들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몸에서 힘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아까와 달리 안에서부터 원기가 치솟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상태가 좋다면 할 수 있다!’
한스는 불과 몇 십걸음 떨어지지 않은 급조 건물을 막아선, 자신을 기사라고 칭한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일전에 자신이 풍비박산을 냈던 인신매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던 중갑옷의 거한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면 어렵지 않겠군.’
“이교도놈! 살아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마라!”
‘쿵쿵쿵쿵’
두터운 판금 갑옷을 전신에 걸친 기사가 위용을 뽐내면서 육중한 몸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서 쇄도해오자 한스는 기사의 사각으로 황급히 피했다.
‘쿵’
“흐으음..., 쭉정이인 줄 알았더니, 나름 실력이 있는 녀석이군, 신의 기사인 이 몸에게 쓰러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다!, 이교도여!”
한스는 근처에 있던 석재 건문에 방패가 박혀서 옴짝달싹 하지도 못하게 된 기사를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기사가 빠져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기다려봤지만,
시간이 흘러도 자신을 기니어스라고 밝힌 기사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낑낑 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혼자만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기사는 한스에게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교도여!,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혼자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다,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주지 않겠나?”
적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사의 행동에 정신이 흔들거린다는 느낌을 받은 한스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군.”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응당 행해야하는 일이 있는 것을 모르나?”
“모르겠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응당 행해야하는 일들에 포함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경감시키고 싶다면 도와다오!”
“무슨 염치로 그런 헛소리를 당당히 하는지 모르겠군...”
한스는 기사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을 스스로 만들어서 들어간 것을 보고 안심하였다, 이제 남은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급조해서 제작한 목조 건물로 향했다, 뒤에서 계속해서 기사 기니어스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한스는 신경쓰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사람이라면 도와다오 이교도여!,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푸힝!”
하얀악마가 아주 고소하다는 얼굴을 하고 울음소리를 내자, 자신 또한 같은 심정이었던 한스는 녀석의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어느 새 눈앞으로 다가온 부실한 문을 열어젖힌 한스는 스산하고 사이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섰다.
“당장 꺼져 더러운 영감탱이야!”
‘휘익’
“이이이잉! 말 버릇 하고는...!”
‘퍼억’
“끄어어어어어억!”
안으로 들어선 한스와 하얀악마의 귀에 여자의 고함소리와 함께 늙은 노인의 고통에 겨워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늦지 않은 듯 하군.”
“푸힝!”
하얀악마가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울음 소리를 내자 한스는 기척을 죽이고는 앞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따라서 하얀악마 또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이익, 끼익’
부실한 나무 바닥이 한스의 거구에서 나오는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발각 당한다는 최악의 선택지는 없었다, 왜냐하면 아마 가르시아로 추측되는 여자와 사교도의 인물이 계속해서 옥신각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 이 계집이이이이이!, 위대하신 분의 첫 번째 공물이 될 처녀라고 해서 봐주고 있었더니 기고만장이 하구나아아아아!”
“흥!, 누가 너네 신 따위 좋은 일 시켜줄 것 같아?”
“뚫린 입이라고 함부러 지껄이지 마라!, 쓰지 않으려고 했건만..., 어쩔 수 없지 죽지 않을 정도로...”
“이이이익!, 이야아아아압!”
‘부우웅’
“응? 어?!, 으아아아아아아악!”
‘푸욱’
가르시아가 던진 묵직한 무언가가 적중하자 사교도에 관련 된 노인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거친 숨을 연신 몰아 쉬었다.
“하아..., 하아..., 별 것 아닌 노친네가 괜히 시간을 끌어가지고는..., 아! 이럴 때가 아냐!”
삽시간에 조용해진 상황에 이상을 감지한 한스는 최대한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부서진 구조물로 몸을 가리면서 이동한 한스는 제단으로 추정되는 석조물 근처에 쓰러져서 헐떡이는 노인을 발견했다.
‘음..., 옷이... 사교도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양식이군.’
한스는 그 노인이 주저앉아서 힘없이 헐떡거리는 원인을 발견하고는 놀라워했다.
‘무거운 촛대를 배에 꽂아넣다니..., 가르시아 아가씨가 정말로 저런 일을 해냈까?’
한스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석조물의 근처에서 부스럭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한층 더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접근했다, 석조물의 모퉁이를 돌아서 접근하자 한스는 목표인 가르시아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가르시아 아가씨!”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실한 목조 건물의 가르시아의 새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가까이에서 그 고음을 들은 한스는 귀가 아플 정도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