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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03화 (103/151)

〈 103화 〉 103화 납치 사건의 발발 ­2­

* * *

“끼히히히히히히힝!”

한스는 자신의 앞에서 우뚝 멈춰선 후, 앞다리를 들고서는 마치 전투에 나서는 사람처럼 포효를 하는 녀석을 보고 한스는 만족한 얼굴을 했다.

‘탓’

“흣!, 이번에는 네가 힘을 좀 써줘야겠다.”

‘툭툭’

“푸르르릉!”

이제는 예전의 모습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다부진 체격의 녀석이 맡겨만 두라고 말하는 듯이 울었다, 한스는 곧 바로 고삐와 박차를 조작하여 상단을 향해 달리도록 했다.

‘휘이이이익’

바람을 맹렬히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못해도 30분은 걸릴 거리를 10분도 안되게 주파한 녀석의 속도와 스태미나에 한스는 대단히 만족했다.

“으으윽!”

“크하아악!”

‘화르르르륵’

상단의 부지 안으로 들어서자 상처를 입고 바닥을 뒹구는 상단의 인원들과, 불이 붙어 타들어가고 있는 상품들을 보고, 한스는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는 꽤나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적당한 곳에서 쉬고 있어라.”

“푸릉!”

‘다각다각’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정된 현 상황에,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 말을 매어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한스는, 영특한 녀석에게 다시 부를 때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해두고는 주위를 살피면서 걸음을 옮겼다.

“정신차려!”

“으으으으윽!”

“제기랄...”

주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자 한스는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대로 지나치기에는 자신과 안면이라도 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러져있었다, 정말 급한 상황이었지만 한스는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몸을 손가락이 파고들 정도로 눌러 고통을 경감 시키고 회복이 용이하도록 했다.

“으윽..., 한스..., 왔나?”

“아!, 마리우스님!, 괜찮습니까?”

“크윽!, 죽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말게.”

“일단 응급처치를 하겠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으으... 그러지.”

‘꾸우욱’

“커허어어억!”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한스의 손가락이 가져오는 엄청난 고통에, 마리우스는 참지 못하고 고통으로 물든 목소리를 냈다.

“흐우우..., 기분은이상하지만 한결 낫군.”

“다행입니다.”

한스는 사지가 멀쩡한 상단원이 챙겨온 깔끔한 붕대와 부목을 사용하여 마리우스의 뼈를 단단히 고정했다, 한순간 마리우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인해서 일그러졌지만 뼈가 덜렁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에 그의 얼굴은 맨 처음과 비교하면 편해졌다.

“마리우스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자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갑자기 몰려오더니 루시를 포함한 애들을 잡아가더군, 윽...”

자신의 소중한 딸들이 잡혀가는 모습을 무력함을 맛보며 지켜보던 마리우스는 그 상황이 머릿 속에서 다시 한번, 처음부터 재생되자 분통이 치솟아 몸에 힘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다친 부위에서 강렬한 통증이 밀려오는 탓에 마리우스는 벽에 힘이 빠진 몸을 기댔다.

“에드왈드가 있었는데도 아가씨들이 잡혀갔다는 말씀입니까?”

“아, 아니..., 에드왈드는 자리를 비웠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마리우스님!‘

한스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에드왈드는 자신과의 계약을 맺으면서 분명히 상단의 안전을 지키기로 이야기를 했었다, 약속을 어길만큼 가벼운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한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약을 했었는데...,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한스의 귀에 마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너무 책망하지 말게..., 큭!”

“상단의 주인인 마리우스님께서 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것이..., 내가 부탁을 했어도 말인가..., 으으으윽!”

“마리우스님 괜찮으십니까?”

한스가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고 허둥거리면서 자신에게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마리우스는 손바닥을 보이면서 괜찮다는 의사를 보이고는 고통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약 1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자 고통이 경감됐고 마리우스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 루시에 관한 것을 말이야.”

“물론입니다 마리우스님, 한 가족으로써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렇다면 루시가 변변찮은 놈에게 시집을 가야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군..., 흐으...”

“그렇습니다...”

가르시아의 약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스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 같은 어디서 온지 모르는 고아보다는 번듯한 상단의 후계자를 약혼 상대로 고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납득 시켰다, 설령 그것이 변변찮은 길거리의 한량과도 같은 남자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한스에게 마리우스가 착잡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놈이 우리 상단을 삼키고, 나아가서는 왕국을 전복 시키려는 사교도와 결탁했다는 사실도 아는가?”

“그, 그런 소리는 처음 듣습니다 마리우스님.”

평상시라면 감정 표현이 옅은 한스였지만, 지금은 얼굴에 놀랐다는 표정을 생생하게 드러낼 정도였다.

“루시가 싫다고 해도 일단은 좋지 않을까 싶어서 가만히 있었네, 그런데 어느 날 마후라반군이 이런 말을 하더군?”

마리우스의 눈은 머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이라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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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님, 가르시아양의 약혼 상대에 대해서 알아보셨습니까?”

“그건 왜 묻는건가 마후라반군?”

“저와 마리우스님의 사이지 않습니까, 마리우스님의 따님이라면 저에게 있어서 조카나 마찬가지!,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으음..., 신경 써줘서 고맙네, 그래서 결과는 어땠는가?”

“묘합니다.”

“응?”

한 때는 위법에 가까운 노예상단을 꾸려나가던 마후라반이었지만, 마리우스를 만나고 나서부터 사람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상단에 노예로 들어왔던 여자와 마음이 맞아 가정을 꾸리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노예를 취급하면서 이런 저런 정보도 같이 취급하던 마후라반은, 조카딸인 가르시아가 시집을 가게 될 상단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정보가 없다시피 했다, 어디에 가도 그 상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마치 마법을 쓴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느낌입니다.”

“정말인가?”

“물론입니다, 마리우스님께 제 경력을 걸고 맹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으으음...”

마리우스는 어떤 상황인지 대략 알 수가 있었다, 상단을 가지고 사기 결혼을 한 후에, 자신의 재산과 상단에 관한 권한을 모조리 빼앗아가겠다는 책략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려는 것인지 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괜찮으신지요?, 마리우스님,”

“으음..., 아, 아..., 괜찮네.”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자네가 아니었으면 귀한 딸을 버러지한테 보낼 뻔 했다네, 미연에 방지한 것으로 얼마나 고마운지...!”

“마리우스님께서 베풀어 준 은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십년 감수했다는 표정을 짓던 마리우스는 목이 타들어가자,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찻잔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마후라반도 마찬가지였지만 몇 번 울대를 움직이더니 잔 안에 든 것을 모조리 들이마셔버린 그는, 찻주전자를 기울여서 다시 잔을 채웠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예정이십니까?”

“어떻게 하기는..., 놈들에게 받은 것을 배로 갚아줘야겠지.”

은인인 마리우스의 눈에서 보인 날카로운 기운을 보고 마후라반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하하하핫!, 역시 마리우스님이십니다, 그러실 것이라고 예상하고 제가 말씀을 드렸지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알아낸 것을 빠른 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마후라반군.”

자신에게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하는 마리우스에게, 마후라반은 손바닥을 내밀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마리우스님,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쯤에는 뒷골목 어딘가에서 노예들한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르는 몸입니다, 이정도야 당연합니다.”

“그래도 고맙네.”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겠습니다.”

“그렇지..., 그리고 우리 가여운 딸 루시의 제대로 된 남편감도 찾아줘야 하고 말이지.”

“있잖습니까.”

“어디에 말인가?”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요.”

마리우스는 그 때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대충 축약하여 한스에게 이야기한 후, 과거에 머물던 의식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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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무력함과 분노, 역량을 넘어선 상황을 어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원통함으로 인해서 무뚝뚝한 마리우스는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부탁이네 한스 총괄, 딸아이들을 구해주게, 그 아이들은 내 모든 것일세.”

“마리우스님의 부탁이 없더라도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안심하십시오.”

“고맙네..., 끝나고 나면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던 한스는 몇 걸음 옮기다가 자신을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리우스에게 말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자네는...”

“저는 마리우스님에게 거둬져서 이름이 주어지고 굶지않고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일단 푹 쉬십시오, 제가 아가씨들을 반드시 구해오겠습니다!”

‘타다닥’

“이, 이보게...!”

자신이 부르는 소리에도 뒤돌아 보는 일 없이 달려가는 한스의 뒷모습에, 마리우스는 장성한 그에 대한 뿌듯함과, 이런 일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계속해서 하염없이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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