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92화 군대의 장교
* * *
“국왕폐하가 파견한 군대의 장교님은 언제쯤이면 평민에게 처벌을 내릴 생각이지?”
“에이이이! 시끄럽다!, 언제라도 네놈의 목은 분리시킬 수 있으니 잠자코 기다려라!”
한스를 눈앞에 둔 장교는 발끈하여 큰소리를 쳤지만,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에 마른침을 삼키고 입맛만 다셨다.
‘제길..., 평민 주제에 기백이 소드 마스터와 다를 바가 없다니...’
한스가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장교는 몇 백번이고 목을 날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서있을 뿐인 그에게서,
장교는 도저히 빈틈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도 창피이고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해도 창피일 터였다, 칼을 뽑아낸 이상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기에 장교는 움직였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타다닥’
‘슈우욱, 쒸이익’
한스는 자신을 향해서 내질러진 검을 몸을 살짝 틀거나 사지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 완벽히 피해냈다.
“핫!?”
군인으로 살아온지 25년이 넘은 장교는, 이미 군내에서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돼 진급 최우선 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었다,
단지 오러나 마나 소드를 사용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검격을 모조리 피해내다니..., 이 믿을 수 없는 상황, 받아들이기 어려운 광경에 장교는 눈을 껌뻑거리면서 환상을 본 것이라고 믿고 싶어질 정도였다.
‘슉, 슈슉’
“이이익!”
‘슈슉, 쐐액’
계속해서 찌르고 베어냈지만, 장교의 검은 단 한번도 한스의 몸에 닿지 못했다, 스치지도 못하자 장교의 전의는 점점 떨어져갔고, 고갈되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했다.
‘부웅, 붕’
“하아..., 크으으...”
“큰소리 친 것 만큼은 안되는군...”
“감히..., 국왕폐하의 군대를 맡은 지휘관인 이 몸을...!”“어디어디..., 증명 해보시지.”
‘스윽’
한스가 무방비하게 팔을 들어올리자, 훈련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매우 빠르게 소모된 체력 덕분에 그것이 함정인지 생각도 못한 장교는 한스의 팔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새빨간 피를 흘리면서 비명을 지를 한스의 모습을 상상한 그는 입꼬리를 밀어올리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꽈악’
“응?, 이, 이게...”
“훈련이 부족한 것 같군?”
“이, 무슨... 말도 안돼!”
장교가 휘두른 검을 잡아낸 한스는, 어린아이의 팔을 비트는 것 보다 더 쉽게 그의 검을 빼앗았다, 자신의 무기를 빼앗김에도 반항조차 하지 못한 장교는 무력함을 느끼면서 허둥거렸다.
“이, 이게..., 이럴 리가...”
“검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즉결 처분을 할지 궁금해지는군, 알려주겠나?”
‘빠드득’
“크으으윽...”
장교를 이를 갈면서 분하다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드러냈다, 지면에 장교의 검을 던져 꽂아버린 한스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한손을 뒤로 돌리고 있던 장교가 갑자기 움직였다.
“죽어라아아아아아앗!”
‘쉬익’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단검을 한순간에 포착한 한스는, 목을 향해서 휘둘러지는 단검을 손가락 두 개로 막아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는지 장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휘둘렀다.
‘깡, 까강’
단백질로 이루어진 피부와 철로 구성된 단검이 맞부딪혀서 도저히 날법하지 않은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급소를 향해서 맹렬하게 휘둘러지지만,
검로가 단순한, 한마디로 아이들을 학대하던 악당들보다 못한 검의 실력에 한스는 곧 지루함을 느껴버리고는 왼팔을 바깥으로 휘둘러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게 했다.
‘카가각’
“으으윽!”
장교는 자신의 몸이 방어를 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방비한 상태로 드러난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방어에 대한 생각을 한 순간에, 한스의 주먹은 그의 복부에 꽂혀있었다.
‘퍼억’
“커허억!”
무슨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장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바람 새는 것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소리만이 나왔다. 한스는 앞으로 무너지려고 하는 장교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잊어버려라, 깔끔하게 말이지.”
‘꾸우욱’
‘꾸드드득’
“커어어어억!”
한스의 손가락이 장교의 이마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들어갔을 때에 손가락을 뽑아내자 그의 이마에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한스의 손에도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았었다.
“어어어억...”
‘털썩’
장교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한스는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밀리안느에게 말하였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관심이 없었던 한스는 길바닥에 장교를 내버려두고 밀리안느와 함께 창관 안으로 들어갔다.
‘달칵’
“흐으음...”
방안을 맴도는 밀리안느의 향취, 그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면서 한스는 그녀가 권하지 않았음에도 쇼파에 앉아 주인인 마냥 거드럼을 피우면서 사무실의 주인인 그녀에게 말했다.
“이걸로 깔끔히 끝났군.”
“과연 그럴까요?”
“그 장교가 복수라도 한다는 소린가?”
“그 자 말고도 저를 노리는 사람은 있으니까요.”
“음...”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근단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기억 하려는 노력조차 않는 한스는 한참을 생각해도 도대체 누가,
자신의 여자인 밀리안느를 노리려고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기에 한스는 그녀에게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마침 때 맞춰서 밀리안느도 입을 열었다.
“기사를 데려온 시장이 있었잖아요.”
“음, 그런 놈들도 있었지.”
이미 기억 속에서 그런 추잡하고 꼬질꼬질한 남자들에 관한 정보를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지워버리려고 했었던 한스는, 밀리안느가 먼저 말해준 덕분에 조금이나마 남은 기억의 파편을 바탕으로 그 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아주, 안하무인인 놈들이었지.”
“그리고 아주 위협적인 사람들이죠, 이 지역에 있다면 거스를 수가 없어요.”
“마리우스님이 이 도시에 상당히 기여를 했는데도 말인가?”
“자신의 체면이나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요.”
밀리안느는 거기까지 말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밀리안느였지만,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그런 의지도 무용지물이었다, 언제 또 다시 자신 혹은 한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무서워졌다.
‘쿠구국’
‘터벅터벅’
‘와락’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겨줄테니, 안심하도록.”
‘끄덕’
밀리안느는 한스의 품안에서 그의 체온을 느끼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곧 자신의 어깨를 타고 내려가려는 손을 느끼고는 몸을 맡길까 하다가, 그를 부른 용무를 떠올렸다.
“자, 잠깐.”
“왜 그러지?”
“이럴 때가 아니에요.”
“그럼 무슨..., 아!”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밀리안느에게 끈적이는 스킨십을 하려고 했던 한스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천천히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밀리안느가 스킨십을 멈추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표현인지 탄성을 냈지만 한스는 헛기침을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무엇이 내 앞으로 도착한거지?”
“별도의 봉인처리가 돼서 저는 몰라요.”
한스는 밀리안느가 내미는 자그마한 상자에 새겨진 문양, 지정한 사람이 아니면 열 수 없는 봉인을 보고는, 이런 성가신 일을 해서 자신에게 물건을 전달할 사람은 단 한사람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후라반님이군.’
한스는 상자의 홈이 파져있는 부분에 검지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따끔한 느낌과 함께 상자 전체의 봉인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경쾌한 딸깍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안을 들여다 본 한스는 목걸이 같은 것이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잘그락’
“이건 뭐지?”
“마법적 도구인 것 같은데... 음..., 아!”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것인지 밀리안느는 한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목걸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몇 분 정도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그녀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는 말했다.
“언어 관련 아닌가 싶어요.”
“감별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나?”
“설마요, 예전에 왔던 손님이 거의 같은 능력의 장신구를 자랑한 적이 있어서요.”
“같은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좀 미묘하게 다른데...”
“흠...”
이런 귀한 물건을 받을 정도의 일은 한 적이 없던 한스는, 떨떠름할 뿐이었다, 멍하니 목걸이를 바라보던 한스는 상자를 들여다보던 밀리안느가 한 말에 시선을 그녀에게 향했다.
“뭐지?”
“편지가 있네요.”
한스는 그녀에게서 편지를 건내 받아 단숨에 속독했다, 편지 안의 내용은, 마후라반 답게 이런저런 내용이 있었지만 자신을 대신해서 거슬리는 것들을 처리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와 함께, 약간의 물건을 저택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고마워 할 일은 아니다만...”
“뭔가요?”
“마후라반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군.”
“다른 사람도 아닌 마후라반님이 그렇게 말하면 뭔가 있을거에요.”
밀리안느는 책상으로 향하여 한 장의 종이를 가져와서 한스에게 건냈다.
“여기에 기록 된 내용이 또 다른 이유예요.”
“음, 주의 하도록 하지.”
토벌을 위해서 출발한 국왕의 군대가, 예상 외로 빨리 도착한 탓인지 상단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마리우스 상단에 대한 술책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내용을 한스는 확실히 기억해뒀다.
‘화르륵’
“조심하도록 하지.”
“조용해지면 같이 시간 좀 보내지.”
“그래요, 조용해지면 말이예요.”
‘끼익’
한스는 밀리안느와 진한 스킨십을 나누고 싶었지만, 이런 뒤숭숭한 시기에 굳이 빈틈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창관을 나왔다.
‘다각다각’
대로를 순탄하게 가로지르는 한스가 탄 마차, 마부석에 앉아있는 니키타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한스님 빨랐어.”
“밀리안느에게 갔는데 빨리 나왔다는 소리인가?”
“맞아.”
“매일 그럴 수는 없지.”
“한스님이라면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건지 모르겠군...’
갑자기 서서히 줄어드는 인파, 바깥에서 묘한 느낌이 들기에 한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특별한 이상 징후를 감지 못하고 불안함을 감지한 그에게 니키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스님, 왔어.”
“뭐가 말이지?”
“기습.”
밀리안느가 자신에게 말한 대로 시장이 보낸 패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스는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기에 말이다,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인파는 적어졌고, 곧 아무도 대로에 다니지 않게 됐다, 날카롭게 찔러들어오는 살기, 니키타가 말한 대로 습격을 하려고 온 듯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