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82화 인신매매 납치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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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아직 세상물정 모르고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라는 점도 있지만, 한 순간 자신에게 보인 얼굴, 그렇다,
두 여인을 통해서 자신이 지나왔던 날들, 지금이 아닌 다른 삶에서 보았던, 원치 않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 떠나던 여인, 자신이 붙잡기를 원하던 여인,
구원을 원하던 여인의 얼굴이, 아직은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한 순간 보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자신의 괴로웠던, 지금은 다른 삶은 미래와 오버랩 됐다.
“크으으으으으으읏!”
“흐흐, 도망가지 말고 가만히... 응?”
사내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한스를 향해 뒤돌아봤다, 그러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마치 소드 마스터가 마나를 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체의 주위에 일렁이는 기운이 보였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러라고? 말도 안돼, 저 놈은 검사가 아냐!, 어째서 저런 것이 보이는거지?’
일렁이던 오러는 점점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곧 한스의 주변에 번개가 나타나 튀기기 시작했다, 격하게 요동치는 감정, 구하지 못했다는 회한,
아이들을 구할 수 없다는 무력함, 아이들을 구해 줄 힘이 없다면 그 다음은 자신의 여인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한스의 눈앞에 피 칠갑을 한 사랑하는 여인들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환상이 보였다,
환상은 곧 눈이 봄기운에 녹아사라지는 것처럼 모습을 감췄고, 한스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죄 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 자신만 만족하는 인간도 아닌 네놈을, 하늘을 대신해 단죄해주마!”
“크하하하하하하하핫!, 소드 마스터도 아닌 놈이 고작 오러를 둘렀다고 해서 기고만장 해졌구나, 오냐! 와라! 내 오늘 너를 고기 덩어리로 만들어주마!”
‘터벅터벅터벅’
‘쿵쿵쿵’
두 남자는 서부의 총잡이들이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일정 거리에 들어서자 갑옷을 입고 방패와 메이스를 든 거구의 사내가 한스에게 일말의 자비도 보이지 않도록 흉폭하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퍼억!’
“어줍잖은 놈이 구세주 흉내나 내더니 꼴 좋구나! 크하하하하하하!”
‘꾸우욱!’
“응?”
사내는 자신의 메이스에서 느껴지는 힘, 그리고 여전히 굳건히 땅을 딛고 서있는 한스의 다리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하고 지켜봤다,
곧 한스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 사내는 얼굴의 핏기가 모조리 증발 해버린 것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뭐, 뭐, 뭐냐? 넌 대체 뭘 하는 놈이길래 메이스를 맨손으로 받아내는거냐!”
“그렇게 묻는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 너의 공격은 너무 약하기 짝이 없군.”
“뭐, 뭐라고?!”
한스의 입에서 나온 느닷없는 도발에, 사내는 핏기가 빠졌던 얼굴에 다시 혈기가 돌아오게, 아니 과하게 되돌려서, 혈색이 울그락푸그락하게 변화하는 것을 보이면서 메이스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렇게 자신 있던 완력이 통하지 않아서 아쉽겠군.”
“계속 지껄여봐라!”
‘쾅!’
방패를 통해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 그것으로 하여금 한스의 몸이 찐감자처럼 으개졌을 것을 기대한 사내는 방패를 슬며시 자신의 몸으로 잡아 당겨 확인하려고 했다.
“응?”
또 다시 느껴지는 이질적인 힘, 반발력, 그것으로 인해서 사내는 자신의 공격이 한스에게 전혀 전달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등줄기에 비처럼 쏟아지는 차가운 땀, 텁텁해져가는 입안, 자신이 상대하는 한스가 진정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내는 마음속 한켠에 쳐박아 뒀던 공포라는 감정이, 긴 시간을 지나서 자신을 다시금 잠식하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크으,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사내는 자신 또한 한순간의 실수로 이 뒷골목을 전전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지만, 불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행운이었다,
빡빡한 규율을 지키기 위해 마음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고, 자신이 내키는대로 행동하면서 돈도 이것저것 신경 쓸 때보다 훨씬 잘 벌수가 있었다, 또한 실력도,
그 시절과 비교하면, 아니 비교가 안될 정도로 향상 됐다고 믿었고 실제로 증명 됐다, 그런데 그것이 눈 앞에 갑자기 튀어나온 개뼉다구 같은 놈에 의해서 모조리 부정 당하게 되자, 침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말이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나?”
“그래, 너 같은 괴물이 현실에 있다는 것이 진실일 리가 없다!, 네 놈은 환상!, 나를 괴롭게 하는 환상이다!, 너를 죽이고 내가 강해졌다는 것을 증명하고야 말겠다!”
“어리석군.”
“그건 네놈이다아아아아아아아앗!”
힘으로 자신의 손에 잡힌 메이스와 방패를 되찾아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적인 거구의 사내,
이대로 힘 겨루기를 해도 좋지만 한스는 재밌는 것을 떠올리고는 곧장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적당한 힘으로 꾸욱 쥐고 있는 방패와 메이스를 놓았다.
“으아아아아악!”
‘쿠당탕탕!’
사내는 갑작스러운 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곧 사태를 이해한 사내가 마치 사과처럼 새빨간 얼굴을 하고 맨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면서 저돌적으로 한스에게 달려와 메이스를 휘둘렀다, 한스는 그것을 물끄러미, 자신이 원하는 궤도에 이르기까지 내버려뒀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핫!, 요행은 이걸로 끝이다.”
‘콰드득!’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사내는 그 소리가 한스의 손 혹은 팔의 뼈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라고 굳게 믿고, 입꼬리를 밀어올려 음습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그 미소가 경악으로 변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별히 주문했던 단단함과 신뢰성을 자랑했던 메이스가 사탕처럼 부서져 바닥으로 쏟아져내리는 것이었다.
‘투두두둑’
“이, 이건 말도 안돼!”
“아니지, 너 같은 해충이 여전히 살아서 숨을 쉰다는 사실이 더 말도 안돼지.”
“뚫린 입이라고 멋대로 지껄여도 되는 줄 알았냐!”
‘콰앙! 콰가가가각!’
방패에서 나는 쇳소리, 파고들어가는 느낌, 사내는 이번이야 말로 한스의 건방진 주둥이를 확실히 뭉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연 느껴지는 비릿한 피 냄새와 격통,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인지하지 못하고 격통의 근원지를 향해서 시선을 돌린 사내는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아!”
“왜 그러지?, 네 녀석이 아이들에게 했던 짓은 이것보다 더 했을텐데?”
“우아아아아아악!, 괴물, 괴물이다아아아아아!”
사내는 한스의 주먹에 의해 방패와 함께 팔뚝이 꿰뚫린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 도망치려고 했다, 한스는 사내가 도망을 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콰드드드드득’
“네놈은 지금!, 도망을 칠 것이 아니라, 모든 죄를 이실직고 하고 참회해야 했다.”
사내는 다시 일어난 말도 안되는 일, 자신의 튼튼한 갑옷을 아까까지만 해도 뚫지 못하던 한스가, 마치 순두부를 헤집는 것처럼 헤집고는 복부를 타격하자 뭐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금붕어처럼 뻐끔거렸지만, 바람 새는 소리만 나올 뿐 아무런 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허어어어억!”
“모든 것들에 후회하며 죽어라!, 하앗!”
한스는 사내의 복부에 꽂혔던 손을 뽑아낸 후, 손에 흥건히 묻어있는 피를 털어냈다, 전신을 떨면서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쓰러지려고 하는 사내의 턱을 가격하여 공중에 띄운 한스는 마치 수백개로 분열 한 것 같은 자신의 주먹을, 놈의 복부와 흉부에 꽂아넣었다.
‘우득우득우득 와지지지직’
“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닷!”
우그러들었지만 형태를 유지하던 흉부의 갑옷은 곧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고, 구겨지고 찢어진 갑옷의 틈새로 사내의 피가 주륵주륵 흘러나왔다,
이제는 다져진 고기에 가까운 사내의 몸을 쉼 없이 타격하던 한스는 놈이 천정에 박혀있도록 한 후 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힘을 모았다.
“하아아아아아!”
‘쉬이이이이익’
전신에서 다시 아지랑이와 스파크가 피어올랐다, 두 다리에 모든 힘을 집약시킨 한스는 풀쩍 뛰어올라서 이제는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사내의 흉부에 날아차기를 꽂아넣었다, 그로 인해 균열이 생겼던 천정에 구멍을 만들고 사내와 한스는 윗층으로 날아갔다.
‘우당탕’
“끄으으으윽, 케흑!”
이제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흉부와 달리 원형을 유지 중인 사내의 입에서는 고통으로 가득찬 신음소리가 나오더니, 찐득한 핏물이 곧 흘러나왔다, 그리고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게 했던 사내는 허무하게 절명하고 말았다.
“후.”
연민이라고는 단 한조각도 느껴지지 않았던 한스는 사내가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인해서 약간의 불쾌함이 해소된 것인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이곳에 있는 문제는 대충 처리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한스의 귀에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이 치솟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하는 새끼냐!, 뭘 하러 이곳으로 왔냐!”
“그러는 너는 누구지?”
“하, 이 새끼, 경비도 아니었군, 크헤헤, 운이 좋아.”
지방이 가득찬 신체의 사내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썩은 미소를 한스에게 보여주면서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구석에 조용히 인형처럼 앉아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한스에게 다가왔다.
“일 할 시간이다 좆집년들아!, 저 새끼를 철저히 부숴라!”
사내의 명령이 내려지자 여인들은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한스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스는 여자들의 상태가 자신이 밑에서 상대하고 왔던 적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가 있었다.
‘뭔가 이상하군...’
확실히 이상했다, 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그녀들의 얼굴에는, 눈에는, 다른 감정이 비춰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들은 자의로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한스는 생각했다.
“큭!”
‘쉬익, 쐐액!’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증거도 확신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왠지 막연하게 그런 느낌이 든 한스였다, 여자라서 자비를 베풀고 싶다기보다는,
그럼 느낌이 막연히 들었다, 이 여인들은 자신을 고용해준 사람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금의 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의지도, 순결도 잃어버리고 꼭두각시처럼 끝 없이 부려져야 한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알 수가 있던 한스는, 자신을 향해서 일체의 손속 없이 날아드는 병장기들을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회피했다.
“자세한 사실은 모르지만 구해주지.”
‘퍼억! 퍽, 퍼벅!’
한스는 회피 동작이 끝나자마자 여인들의 급소를 가볍게 가격하여 의식을 잃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위를 맡았던 여자들이 한스에 의해서 손쉽게 제압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 사내는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경악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제 다음은 네 놈 차례군.”
“자, 자, 잠깐, 거래하지 않겠나?, 나와 거래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노예하고 납품 예정인 것들도 주지!, 어, 어떤가?”
“노예?”
“흐흠, 역시 사내라서 그런가 노예에 민감하군, 그렇지!, 노예지, 귀족이었던 여자들, 그리고 따끈따끈한 쪼끄만 것들, 그것 모두를 주지, 어떤가, 어중이 떠중이들 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약속하지.”
“...”
한스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현기증이 났다, 이 얼마나 추악한가, 자신의 몸을 보신하기 위해서 남을 잡아오고 자유를 빼앗고,
순결을 빼앗는 것으로 모자라서, 매매를 한다니, 대체 이 짐승은 어디까지 죄를 범하고 싶은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한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을 구제해야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
‘터벅터벅’
“자, 잠깐!, 마음에 들지 않았나?, 그, 그렇다면 돈, 돈도 주지! 이미 죽어버린 놈들보다 더 줄테니 이야기를 좀 하지, 대화라면 우리는 분명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거네!”
한스의 눈 앞에 있던 짐승은 여전히 자신이 가진 것을 가지고 목숨을 구걸하려고 하지만, 한스는 대화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애초에 응할 생각도 없었다,
인간으로써의 모든 것을 버리고 타인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이득만을 추구하던 놈을 살려둘 이유 따위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그토록 소중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으면 안됐던 것이다!”
“큭!, 이 새끼가!”
지방 덩어리의 사내는 책상의 밑에 숨겨둔 무언가를 꺼내서 한스에게 향하게 했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까딱여서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발사 되도록 했다.
‘타앙!’
‘쉬이이익!’
한스는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동그란 쇠구슬을 바라봤다, 한 순간 느려진 시간 속에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짐승이 고작 이런 도구를 믿고 거들먹거리고,
사람들을 착취하고 부렸다고 생각하니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비행체에 엄지 손가락으로 붙잡아 힘을 축적시킨 검지를 부딪히게 했다,
발사 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맹렬한 기세로 짐승을 향해서 되돌아가는 그것을 한스는 멍하니 바라봤다.
‘푸우욱!’
“끄아아아아악!, 뭐, 뭐냐!, 뭐가 어떻게 된거야!”
“죗값을 치룰 시간이다.”
“개, 개소리는 자면서나 해라 이 병신아!”
‘딸깍, 탕!, 딸깍, 탕!’
‘퍼버억!’
“아으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착각이라고 믿으면서 발악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엄지 손톱만한 쇠구슬이 세 개나 박힌 상태가 되자, 놈은 발악할 의지도 잃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사, 사, 살려만다오, 뭐든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줄테니 제발 목숨만은...”
“네놈 앞에서 그렇게 목숨을 구걸했던 사람들에게 너는 어떻게 했지?”
“그, 그건...”
“답은 이미 나왔군.”
“아, 아니다!, 하, 한번만!, 단 한번만! 기회를 다오!”
“그건 나한테 할 것이 아니라, 네가 저지른 악행의 피해자들에게 해야 했던 것이다!”
‘푸우우우욱!’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짐승의 미간에 한스의 엄지 손가락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던 지방 덩어리의 사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아무런 행동도 못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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