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79화 (79/151)

〈 79화 〉 79화 인신매매 납치단 ­4­

* * *

검사는 자신의 검위에 피어오른 푸른빛, 오러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이것이라면 제 아무리 몸이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종잇장처럼 베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한스를 봤다.

“응?”

‘쉬우우우우욱’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한스의 주위에 무언가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눈을 가늘게 만들어 한스의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자 투명하면서 붉은 색을 띄는, 아마 오러와 비슷한 것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강하게 일렁이면서 맴도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전신에 오러라고?, 하! 말도 안 되지!’

검사는 자신의 눈이 일어난 착시라고 판단했다, 전신에 오러를 피어 올리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검을 쓰지 않고 오러를 사용한다?, 이것은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후후, 웃기지도 않는군.’

고작 격투가 따위에게 자신이 쫄아서 흠칫거리다니, 오러가 나온 이상 자신이 승리하리라고 검사는 확신했다.

“죽을 준비는 끝났나?, 방광은 비워뒀고?, 어머니를 찾을 준비도 됐나?”

“긴말은 필요 없다, 자신이 있으면 와라!”

‘까딱까딱’

한스가 손을 움직이면서 어서 오라는 몸짓을 하자, 검사는 쏘아지는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자신만이 움직이고 주위의 사물이 멈춰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시야, 그 안에서 검사는 한스의 흉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잘난 듯이 지껄이는 것도 이걸로 끝이다!’

‘쐐애애액!’

한스의 흉부, 특히 심장을 향해서 정확히, 그리고 매서운 기세로 날아가는 검,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한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승리라는 것을 확신한 검사가 얼굴에 음습한 미소를 띄워 기뻐하기 시작했다.

‘깡!’

“?!”

어째서일까, 오러가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늦었던 것일까 하고 검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이 기억하는 익숙한 상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신의 공격은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당황하여 추가타를 날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검사에게 한스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뻐어억!’

“컥!”

광대뼈를 타격하는 마치, 양손 망치와 같이 묵직한 타격, 천지가 뒤집어지고 시야가 안개라도 낀 것처럼 혼미해졌다, 검사는 곧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뱅뱅 돌고 있을 뿐이고,

타격으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가 흐릿하게 됐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생각이 끝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검사의 몸이 벽에 쳐박혔다.

‘콰앙!’

“컥, 우으으으으윽...”

“음.”

한스는 자신이 만들어낸 상황에 약간 놀랐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잠시였다,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될짓을 하도록 방관하기 위한 분노가 경이라는 감정을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눅눅하고 끈적하면서 곰팡내가 나는 지하의 공기가 한스의 폐를 들락날락하기를 수회, 벽에 쳐박혀서 죽었나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던 검사가 곡소리를 내면서 벽을 빠져나왔다.

‘후두두두둑’

“과연..., 큰소리 칠만한 실력은 있군.”

“너는..., 그 실력으로 용케도 이 날, 이 때까지 살아있었군.”

“큭! 크으으으으윽!”

자신이 해온 것을 깡그리 부정당한 검사는 살기를 강하게 뿜어내면서 한스에게 날아들었다, 검의 사정거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목표에 자신의 검을 강하고, 최대한 빠르게 휘둘렀다.

‘캉!, 카아앙!, 깡!’

“이익!, 크으으으윽!, 무시하지 마라!”

노도같은 기세로 검을 한스에게 휘두르는 가운데, 검사는 발악적으로 자신이 이뤄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한스에게 시커멓고 끈적거리는 감정의 덩어리를, 말로써 토해냈다.

‘까각, 캉!’

“무시 당하고 싶지 않거든, 너부터 잘해야 했겠지.”

‘우득!’

“컥!”

‘우당탕탕!’

한스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비아냥을 듣고 검사는 무엇이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인지도 못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먼지, 나뭇조각 등이 자신의 의복과 머리칼에 달라붙어 외관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모른 채, 검사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단 일격도 적중시키지 못한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면서 가빠진 숨을 연신 내뱉었다.

“하아..., 하아...”

“끝인가?”

“하아아....”

‘끝일 리가 없지, 아직 내 오의를 보여주지 않았다!’

검사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호흡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최선인데 어찌 말을 할 수가 있으랴, 검사는 호흡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감지하고는 자세를 잡았다,

자신이 준비해온 최속이자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일격이라면 괴물과 다를 바 없는 한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전신의 근육을 서서히 긴장시켰다.

‘우웅, 우웅, 우우웅!’

자신의 몸속에서 빠르게 돌기 시작하는 혈류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점멸 속도와 공명하는 소리가 빨라지는 오러를 보면서 검사는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몸에 부담이 심한 이 기술을 쓰지 않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쓴 이상 확실히 죽일 수 있다고, 자신보다 더 빨리 소드 마스터에 오를 실력자를 이 기술로 두 번이나 해치웠다,

확실하다, 이제야말로 자신의 승리라고 판단하면서 검사는 긴장으로 인해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팔을 움직였다.

‘쐑!, 펑!’

검사의 검이 휘둘러지고 약 1초 후에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소드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감히 대처 못할 최속의 기술,

눈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날아드는 검날이 한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여전히 요지부동인 한스를 보고 검사는 희열을 느끼고 썩은 미소를 만면에 띄웠다.

‘텁!’

이제 한스의 목에 검이 닿으려고 할 때, 가속 됐던 세계가 느려지고 검이 움직이지 않게 됐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눈동자를 굴리던 검사는,

어느새 움직인 한스의 팔이 자신의 팔을,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힘을 동원하여 휘두르는 팔을 잡은 것으로 모자라 고정해둔 것처럼 꽉 잡은 한스의 괴력에,

검사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팔을 움직이려고 하고, 아직 자유로운 왼팔을 움직여서 한스에게 뻗었다.

‘부웅!’

“핫!”

검술 실력에 비하면 격투 실력은 솔직히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어중간한 사람들 보다는 낫다고 자부하는 검사였기에,

자신의 한팔을 전력을 다해서 막아내는 지금이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왼팔을 휘둘러 한스의 턱을 노렸다.

‘펑!’

“어?”

검을 최속으로 휘두를 때와 마찬가지로 터지는 소리가 났다, 검사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검은 여기에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소리가 났을까하고 생각하면서 눈을 움직였다.

‘후두두둑’

“아..., 아아...”

그리고 검사는 발견했다, 자신의 왼팔이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다는 것을, 이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 것에 검사의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고장난 오르골처럼 같은 소리만 반복했다, 전의를 완벽히 상실한 검사를 차갑게 식은 눈으로, 마치 재활용조차 안되는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이 바라보던 한스는, 왼팔에 힘을 줬다.

‘우드드드드득!’

“우...?,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악!”

검을 쥔 자신의 오른팔에서 전해지는 격통에 겨우 정신을 차린 검사가 고통으로 인해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야로 한스를 바라보고 있자,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푸욱!’

“억!, 어어어어어?”

검사가 시선을 밑으로 내려보자 한스의 두툼한 네개의 손가락이 자신의 가슴에 박혀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흉근이 없는 것도 아닌 자신의 가슴을 마치 스펀지처럼 뚫고 박혀 있는 손가락을 보고 검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러운 영혼을, 하늘에 있는 커다란 국자로 퍼올려 정화시켜주마.”

‘푸우욱!’

뽑혀나갔다 싶더니 다시금 자신의 흉부에 박혀드는 세 손가락, 그것을 보고 검사는, 마치 밤하늘에 떠있는 국자모양의 별자리, 북두칠성을 떠올렸다.

“크으..., 진작에 정신을 차려야 했을건데...”

“앞으로 영원히 죗값을 치루게 될거다.”

‘쑤욱, 촤아아아아아악!’

사내의 새빨갛고 뜨끈한 피가 구멍이 뚫린 흉부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오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서서히 허물어져가는 검사를 보고 한스는 일말의 연민도 품지 않은 채로 앞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검사가 자신을 막던 방에서 얼마정도 이동하자, 곰팡내가 진하게 느껴지는 공기에 섞여 날카로운 살기가 흐르는 것을 한스는 감지했다,

아마 이 앞에 검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방해하려고 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한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느 새 코앞으로 다가온 문짝을 활짝 열어젖혔다.

“푸후후후후후, 어서와라, 애송이 검사는 결국 너를 쓰러뜨리지 못했나 보군, 하지만 이 몸은 다르다, 그 애송이처럼 어설픈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지, 봐라!”

“흑!”

“우으으으...”

“사, 살려줘요오오오...”

‘짝!’

“으어어어어어엉!”

상쾌한 인상을 가진 사내는 자신의 주위에 있던 한 아이에게 따귀를 날렸다, 피가 주륵 흐를 정도로 심하게 터진 입술 사이로 진한 피가 새어나왔지만,

아이는 또 맞을까봐 울지도 못하고 어깨를 오들오들 떨면서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보고 한스는 약간 가라앉았던 분노와 살기가 다시금 솟구치면서 세차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우후후후후후,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그래 그 얼굴이지, 그 정도는 되야 내가 죽일 맛이 나겠지.”

“네놈도 이 곳에 있는 이유가 있나?”

“앞에 있던 애송이처럼 돈을 노리는 것도 있지, 하지만 말야.”

‘짝, 짜작!’

“나는 아이들을 패는 것이 정말 좋아서 말이야, 이곳에서 하는 일이 내 천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

사내는 다른 아이 두 명의 따귀를 따리고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렸다, 아이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려졌지만, 혹시나 또 맞을까봐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크으으으으으으!”

“화가 나나봐?, 어쩌지? 푸후후후후후후후.”

“죗값을 치루게 해주마.”한스의 살기어린 목소리가 들리자 사내는 끈적하게 웃고 나서 말했다.

“내가 너 같은 남자가 이번이 처음일 것 같아?, 너처럼 혈기왕성하게 덤비던 남자는 실컷 갖고 놀다가 보내줬지, 너도 그렇게 될거야, 이 애들은 그 뒤를 따를거고.”

“유언은 그걸로 끝인가?”

“후후, 그렇다고 한다면?”

‘타다다다닷!’

분기탱천한 한스는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사내에게 달려갔다, 한스의 예상못한 속도에 깜짝 놀란 사내지만,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한스의 주먹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붕, 부웅, 휘익!’

“훗, 우후훗, 그렇게 힘만 써서는 나를 절대로 때리지 못할거란다?”

한스는 분하지만 적인 사내의 말이 맞다고는 판단하고, 최속으로, 단거리로 주먹을 날렸다,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가 당장이라도 힘을 앞세워서 날뛰기를 원했지만, 한스는 이성으로써 제어하며 주먹을 날렸다.

‘탓, 타닷!, 쉬익!’

자신의 전신을 향해서 날아드는 한스의 주먹을 쳐내고 또 쳐낸 사내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날카롭고 무거워지는 한스의 주먹에 초조해졌다,

이대로는 자신에게 승산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한스의 주먹을 향해서 자신의 손을 얽었다.

“?!”

“후후, 놀랐어?, 내가 똑같이 힘으로 맞서주리라고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단다?”

뱀처럼 자신의 팔을 옭아매고 옴작달싹 하기 힘든 상태로 만드는 사내의 공격에 한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방법을 생각해내는 한스에게 사내는 복부에 부드러운 장법을 날려줬다.

“컥!”

‘우당탕!’

복부에 날아든 예상치 못한 공격에 한스는 바닥을 몇바퀴 뒹굴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호흡을 하는 것이 약간 힘들어질 정도의 타격,

연속으로 적중 당한다면 어떤 결과가 자신을 향해 다가올지, 눈에 선한 한스는 바닥을 짚고 일어서면서 사내를 노려봤다.

“후후후, 못 일어설 줄 알았더니 예상외야.”

“전력을 다하지.”

승산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자신이 무력하게 패배한다면, 죄 없는 아이들이 이 무자비한, 사람의 탈을 쓴 짐승들에게 유린당한다는 사실을 상기한 한스는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잔잔한 호수와 같이 진정시키고는 호흡을 내뱉었다.

‘타닥!’

“몇 번을 해도 소용 없어!”

“...”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 언제부터 자신이 이런 것들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유용하다면, 악마의 힘이라고 한들 기꺼이 사용하리라고 한스는 생각하면서 팔을 뻗었다.

“조금은 생각한 듯 하지만!”

‘휘익!, 탁!’

“어?”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스의 팔을 옭아매려고 한 사내는 한스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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