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78화 (78/151)

〈 78화 〉 78화 인신매매 납치단 ­3­

* * *

‘푸확! 촤아아악, 퍼엉!’

먼지가 사라지고 드러난 모습은 그야말로 현세에 지옥이 강림한 듯하였다, 소녀는 그 광경을, 인성 형성에 좋지 않은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천벌이 왔다고,

드디어 신벌의 대행자가 왔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간절한 바람에 신께서 대답하셨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희망을 품었다.

“후우우우우우우...”

‘쉬이이이이익’

마치 진공 청소기에 공기가 빨려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자들은 한스의 몸 주위에서 일렁거리는 무언가를 목격했다,

때때로 일렁거리면서 한스의 주위를 맹렬한 기세로 맴도는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 그리고 한스가 걸음을 내딛을수록 밑으로 움푹 파고들어가는 바닥,

인간으로써 알아온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 남자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저벅저벅’

“이 씹새끼가!, 꼴랑 마법하나 배웠다고 강해졌다고 생각하나 본데, 시전하기 전에 머리 후려치면 땡이다 이 새꺄!”

“저 새끼도 인간이다 쳐!”

“씨발놈아 뒈져라!”

어깨 위에 있던 것이 형태도 남기지 못하고, 벽과 바닥에 그것이 한 때 존재했다는 증거를 흔적으로 남긴 것을 보고도 그 자리에 있던 패거리들은 겁을 내기는커녕,

한스에게 용감히 덤벼들었다, 근거라고 한다면 한스는 혼자이고 자신들은 다수이기 때문이리라, 거기다가 한스가 한 일이 마법의 일종이라고 판단하고,

마법은 시간이 걸리기에 접근전이 유리하다는 판단은, 조직적으로 납치를 업으로 삼는 놈들 치고는 상당히 똑똑한 판단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한스가 아니었다면 성공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우둑’

“그아아아아아앗!”

‘빠각’

“아오오오오오오옥!”

‘푸욱’

“컥, 커억, 수, 숨이.... 끅, 끄으으으윽!”

한스는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 순서대로, 무기를 쥔 손과 자신의 주먹을 부딪히게 하여 손이 형태를 이루지 못하도록 우그러트렸다,

그 다음으로 다가온 남자에게는 다리가 기괴하게 변한 것이 보이도록 확실히 골절을 시켰다, 마지막으로는 열 손가락으로 흉부를 찔러 구멍을 내줘, 단 한사람도 편히 하직할 수 없도록 했다.

“이, 이게 꿈이냐 생시냐...”

“이, 이럴 때가 아니다, 빨리 그 분들 모셔와!”

소녀를 향해서 다가가던 고블린 같이 생긴 남자가, 공포로 인해서 몸을 떨고만 있던 자에게 누군가를 불러오라고 하자, 총기를 상실한 눈에 빛이 돌아오고 다리에서는 힘이 솟아나게 됐다,

그리고 안쪽을 향해서 한명이 도망쳤다, 다른 사람을 불러오기 위해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스는 신경쓰지 않고 일단 눈 앞에 있는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쓰레기들을 처리하고자 했다.

“흐으으으으으, 하, 한번만 봐줘!, 이제 손 뗄거니까!, 집에 가면 어머니와 처자식이 있다고!”

“자비를 베풀어주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으갸아아아아아아!”

자비를 구걸하던 남자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괴성을 외치면서 달려들자, 변덕이 든 한스는 그자의 목에 손날치기를 하여 목을 부러뜨려 즉사시켰다.

“쳇..., 왠일로 운수 좋다 싶더니... 이렇게 되는거냐고, 야, 징징거리지 말고 거들어!”

“우우... 왜 나만... 으으으으...”

남아있는 아군이라고 해도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것을 판단한 고블린 같이 생긴 남자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하나 더 빼들고는 허공에 거칠게 휘둘러 몸을 풀었다.

“후우..., 그래 죗값을 치러주지.”

“...”

“네 놈을 죽이고 말이다!”

‘부우웅!’

자신의 목을 향해서 휘둘러지는 단검을, 한스는 목을 까닥거리는 것으로 완벽히 궤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곧 바로 흉부를 향해서 휘둘러지는 일격은 그 자의 팔을 막음으로써 사전에 차단을 해버렸다, 죽기 살기로 공격을 함에도 불구하고 단 일격도 적중시키지 못하자, 놈은 크게 당황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와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크나큰 착오일까라고 생각하면서 남자는 계속해서 팔을 휘둘렀다.

“이익, 크윽, 이이이익!”

‘부웅, 쐐액, 부우우웅’

한스는 공격을 하지 않고, 사내가 휘두르는 공격을 흘려내고 궤도를 막아버리는 등, 단 하나도 자신의 몸에 닿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계속 해서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단검을 휘둘러도 유효타가 하나도 나지 않자, 남자는 서서히 마음속 한 구석에서 공포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하아...”

‘휙, 붕, 휘릭’

단 한번도 공격이 적중하지 않고, 마치 허공에 휘적거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가 1분 넘게 이어지자, 놈의 단검은 예리한 궤도를 그리지 못하고 느릿느릿하고 무뎌졌다,

공방 중에 약간의 휴식을 통하여 장기전을 대비하고 스태미나를 안배해야 했지만, 일방적인 공격만이 반복 된 것이 결국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된 것이었다.

“어흑..., 하아... 끄으..., 뭐, 뭐냐...”

“...”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뭐길래 갑자기 사업장에 쳐들어와서 난리인거냐!”

한스는 남자의 물음에 대답을 하는 대신에 콧김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접근 시키고, 놈의 멱살을 잡아 행동을 봉한 뒤에 흉흉한 살기가 흐르는 눈으로 고블린 같이 생긴 남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네놈들의 천벌이다.”

“끄으으으으으!, 개소리 마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휘리릭’

한스는 눈 앞에 서있는 남자가 던진 나이프를 아주 가볍게 쳐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녀석의 미간에 엄지를 갖다대어 꾸욱 눌렀다.

‘푸욱, 꾸드득’

“으으..., 억!, 어억! 끄으으으으으...”

자신의 두개골을 마치 순두부를 가르는 것처럼 가볍게 파고드는 한스의 손가락을 보고 남자는 뭐라고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할지도 생각나지 않았고, 입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남은 시간 실컷 후회해라.”

한스는 녀석에게 싸늘한 한마디 조차 과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는 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여 말을 마친 후 엄지를 뽑아내어 천천히, 남은 한명을 향해서 움직였다.

‘주르륵, 털썩.’

약 3초의 시간이 지나자 녀석의 인영이 허물어지는 기척을 감지한 한스는, 구석에 웅크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을 한 남자의 앞에 섰다, 한스가 나타나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숙여서 목숨 구걸을 했다.

“제발! 제발! 살려만 줘!, 이제부터 이런 일에는 손을 씻고 살테니까 제발!”

“자비는 신들에게 찾아라.”

‘푸욱!’

한스는 오른손의 손가락 네 개를 남자의 가슴에 박아넣었다가 뽑아냈다, 곧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남자의 눈빛이 흐려졌다,

거기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잠을 자듯이 눈을 감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을 확인한 한스는 구석에서 자신을 희열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던 소녀에게 향했다.

“아... 그... 고...”

“고생 많았다.”

‘와락’

한스는 아무 말 않고 소녀의 몸을 껴안았다, 예고도 없이 자신의 몸에 닿는, 건장한 사내의 단단한 촉감에 소녀는 놀랐지만 이내 안심하고 안겨들면서 훌쩍였다, 훌쩍임은 곧 울음이 됐고, 소녀는 몇 분간 소리내어 크게 울었다.

“다됐나?”

“흑..., 우우..., 네.”

“너희들을 구해서 데려가려고 왔다만... 음...”

한스는 아까 한 놈이 사라진 너머를 잠시 바라보고는 소녀에게 다시 말했다.

“지금은 어렵겠다, 내가 올 때까지 안전하게 기다리게 해주마.”

한스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마치 낙엽을 쓸어담는 것처럼 여러명 끌어안은 후 철문이 있는 곳의 근처에 내려놓고 몸을 움직였다.

“여기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게 할거다, 흡!”

한스는 자신의 힘에 의해서 인신매매 집단의 일당 두명을 깔아뭉개 죽인 문짝을 들어올리고는 원래 설치된 방식과 최대한 흡사하게 하여 바닥에 박아넣었다, 다른 문짝에는 열기 어렵도록 바닥을 부쉈다.

‘우드드득’

바닥이 움푹 파이고 반대쪽 철문이 열리기 어렵게 되는 것을 확인한 한스는, 몸을 돌려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귀에 소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돌아오시는거죠?”

“음.”

한스는 소녀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계속해서 안으로 이동했다, 지하 공간의 면적을 보고 추정하기로는, 이 앞에 아까와 비슷한 인원수가 있거나,

혹은 적은 수의 강자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이동하는 한스의 감각이 살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다.

‘쐐애애애액’

“끼야아아아아아압!”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전투용 해머를 발견한 한스는 그것의 자루를 한손으로 가볍게 잡아냈다, 아까 쓰러져간 일당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를 못하는 녀석에게 한스는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뻐억!’

“꾸엑!”

전투용 해머를 휘두를 정도로 덩치를 가진 인신매매범은 돼지 잡는 소리를 내면서 벽에 박힌 채로 절명했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해머를 대충 바닥에 박아넣은 한스는 천천히 앞으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곧 나타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완전무장의 검사를 한스는 느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뭐하는 새끼냐?”

“네놈들에게 대답해 줄 의리따위는 없다.”

“후, 좋을 대로 해라, 마지막으로 하나 묻지, 뭐하러 왔나?”

“애들을 구하려고 왔다.”

“응?”

검사는 한스를 어이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곧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핫!, 조금은 기개가 있는 녀석인 줄 알고 기대했더만..., 이건 뭐 완전 등신새끼도 아니고 말이야, 크크크크큭!”

한스는 어느새 살기를 거둬버린 검사를 지나쳐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다음순간 자신의 목을 향해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예기에 몸을 움직여서 피했다.

“내가 웃었다고 해서 보내준다고 했었나?”

“방해하지 않는 녀석은 건들지 않는다, 비켜라.”

“크하하하하핫, 웃기는 놈이군.”

검사는 한스에게 몇 번 더 찌르기를 날렸다, 여전히 미묘한 차이로 빗나가는 자신의 검격을 보고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한 그는 뒤로 물러나 자세를 잡고 있었다.

“비켜줄 수는 없지, 대우가 별로지만 의뢰인이니까 말이야.”

“의뢰?”

“납치하는 일당을 보호해주면 돈을 짭짤하게 준다길래 의뢰를 받았지, 이래도 방해가 아닌가?”

“아이들이 뭘 잘못했지?”

“잘못은 없지, 단지 내가 돈을 버는데에 발판이 됐을 뿐이지.”

한스는 사내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 탐욕에 가득찬 눈빛, 화폐를 위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설령 그것이 자신의 일가족이라도 희생할 수 있다는 의지가 보이는 눈, 그것을 보고 한스는 검사 또한 인신매매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겨우 싸울 마음이 든건가, 크우후후후후후.”

사내는 검을 제대로 부여잡고 준비자세를 취했다, 언제라도 한스의 목, 흉부, 혹은 다리와 팔을 노릴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켰지만,

여느 상대와 달리 도무지가 보이지 않았다, 공격을 하면 자신이 당할 것만 같은 예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입술은 바짝 타들어갔고, 등에서는 식은 땀이 한 방울씩 흘러 옷을 흥건히 만들어가고 있었다.

‘틈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틈을 만들어야지!’

“하아앗!”

‘휙, 휘릭, 깡!’

“?!”

도무지 틈이 안보여 먼저 선제공격을 한 검사는, 한스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움직여 공격을 회피하고, 단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검을 막아낸 것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런 뒷골목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있지만, 한 때는 차기 오러 유저로써 이름을 떨쳤는데, 그런 자신의 검을 손가락 하나로 막아내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 않은 검사였다.

‘깡, 까앙, 콰각!’

“큭!, 이익!”

한스와 검사의 양상은, 금방 전에 나이프를 사용했던 못생긴 사내와 마찬가지였다, 고작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는 한스의 모습을 보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 검사는,

뒤로 펄쩍 뛰어 거리를 벌렸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검사는 한스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시했다.

“장난치는거냐?”

“그쪽을 상대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만...”

“큭,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전력을 보일 생각이 없다면 억지로 내게 해주지.”

검사는 오른손에 든 검에 의식을 집중시키고 몸 안의 기운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약 1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약간 어둑어둑한 실내를, 검사의 검에서 나온 푸른 빛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것까지는 안쓰려고 했건만..., 명을 재촉했어.”

“자신의 부와 알량한 자존심을 위해서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을 무시한 죄, 나야말로 그것이 네 명을 재촉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군.”

“크크크크크큭, 알량한 자존심? 큭, 좋다, 그렇게까지 네놈이 이야기한다면 전력으로 나서주지, 어깨 위에서 목이 떨어지고 나서야 후회나 하지마라, 나는 충분히 경고 했으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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