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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76화 (76/151)

〈 76화 〉 76화 인신매매 납치단 ­1­

* * *

“무슨 소리기는 무슨 소리겠어? 방해될 놈이 생겼다는 소리지.”

“방해 요소 말입니까?”

“그래.”

비싼 옷을 몸에 걸친 사내는 얼굴이 부어오르고 멍이든 흔적이 생생한 사내의 의견을 조금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새꺄, 갑자기 튀어나와서 개소리를 지껄인다 싶더니만 방해하는 놈이 있다고?, 그럼 내 부하가 제대로 못 봤다 이 소리냐 앙!”

“그, 그런 소리는 아니다만...”

“아니긴 뭐가 아냐 새꺄!”

“잠깐 기다려보세요 산적 양반.”

“쳇, 뭐가 좋다가 이런 녀석을 감싸는거야?”

“뭐, 잠깐만 기다려보시죠.”

귀족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사내는 엉망진창인 얼굴의 사내에게 물었다.

“당신을 이 꼬라지로,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십시오.”

귀족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사내가 눈에서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얼굴이 엉망인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약간이라도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몸을 뒤로 향하게 하면서, 있었던 일을 정리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음, 그런거군요?, 한마디로 당신이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소리군요.”

“뭐가 긁어 부스럼이라는거냐!, 여자를 손에 넣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시덥잖은 일로 취급하고있어!”

“후후...”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컷이군요, 계획에 그다지 도움은 안되지만, 그의 자금은 참으로 쓸모가 있죠, 여기서는 조금 이 형편 없는 시장의 편을 드는 것이 좋겠군요.“

사내는 시장의 얼굴을 보면서 다가가 조금 진정하라는 뜻으로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말했다.

“자자~ 진정하시고, 하나씩 정리해봅시다.”

“으음..., 그래.”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어... 상단의 총괄이라고 했는데 이름은 모르겠군.”

“좋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하나도 좋지 않았다, 전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에 물주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기에 사내는 적당히 시장의 기분을 맞춰줬다.

“그자가 어느 정도로 위협적입니까?”

“아니! 미친 놈이라니까!, 내가 귀족인데 폭행을 저지르지를 않나, 내 호위 기사를 두들겨 패서 부상을 입히지를 않나 아주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니까!”

“흠..., 호위기사를 두들겨 팼다는 말입니까?”

“아, 그, 그래.”

“흠흠...”

사내는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동시에 시장이 건드린, 마치 벌집과 같은 존재의 미지의 사내가, 자신들의 계획에 있어서 앞으로 크나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것은 그냥 두면 지장은커녕 계획이 전복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내는 거구의 사내에게 말했다.

“산적양반.”

“뭡니까 어르신.”

“시장이 말한 남자가 누구인지 알겠습니까?”

“하... 내가 사내놈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어, 밑에 있는 놈들에게 물어보면 적당히 알려주겠지.”

“그럼 서둘러주십시오, 왠지 좋지 않군요.”

귀족으로 보이는 사내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주위에 있던 사내들 또한 마른 침을 삼키면서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른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하죠...”

사내는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가벼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회의를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따각따각’

한스는 두여인들이 가리킨 대로 마시장에 가서 얻게 된(공짜는 아니지만) 자신의 말(붉은 털을 가진 말)에 타고, 고삐를 느슨하게 늘어뜨려,

뒤에서는 오늘부로 팔팔하게 된, 어제까지는 아팠던 녀석이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거나, 넋을 놓고 볼 정도로,

한스가 소유하게 된 말들은 이질적이고 독특했다, 그렇게 천천히, 느긋하게 가고 있자니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괄님!, 한스 총괄님!”

한스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봤다, 그러자 길가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사내가 자신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로 가자.”

“푸륵.”

아직 마음껏 달리지는 못했지만 한스의 소유가 된 말들은 느긋하게 그가 이끄는 페이스를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상단에서 나왔습니까?”

“물론입니다, 한스 총괄님.”

“오늘까지는 휴가라서 가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겁니까?”

“음, 있다고 해야하나 없다고 해야하나...”

한스는 의아한 눈빛을 보이면서 일단 그의 근처에 앉았다, 녀석들이 심심해 할까봐 아까 받은 꾸러미에서 당근을 꺼내 군것질하라고 하나씩 물려주고는 사내에게 집중했다.

“저를 찾을 정도로 큰 일이 터진겁니까?”

“아... 큰 일이라고 하기에는 음...”

사내가 자꾸 뜸을 들이기에 한스는 불편해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 사람들, 친우,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대할 때처럼 하대를 할 뻔 했다,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 쌓여온 습관 덕분인지, 곧장 행동으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한스가 불만에 가득차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뜸을 들이고 우물쭈물하던 사내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어제 총괄님께서 아가씨들을 제압할 정도로 강한 검사를 포박하셨잖습니까?”

“아, 그랬었지요.”

한스는 느긋함을 유지한 채로 대답하면서, 속으로는 설마 에드왈드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자가 설마 탈출을 해서 가르시아를 비롯한 마리우스의 딸들에게 해코지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자를 오늘 오전까지 심문했습니다만, 무슨 고집인지 총괄님이 아니면 대답 안겠다고 해서 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인이자 가족인 마리우스 일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마 참을 수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스는 사내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온 겁니까, 잘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단으로 향하면 되는겁니까?”

“아닙니다, 그 자가 고집을 부려서 총괄님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해서 여기에 데리고 왔습니다.”

“음, 그렇습니까.”

사내의 뒤에서 일행이 아닌 척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던 에드왈드가, 손목에 묶인 매듭을 찬 채로 스윽 돌아서는 한스의 옆에 앉았다,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에드왈드를 보면서 한스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한스공.”

“무슨 일입니까?”

“어제의 일은 대단히 실례가 많았소!”

에드왈드가 갑자기 고개를 꾸벅 숙여 머리를 박자 한스와 사내는 적잖이 당황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사죄를 하는 모습에서, 눈치를 보지 않는 행동에서, 두 사람은 그가 진심으로 사죄를 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들께 사죄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한스의 이야기에 에드왈드는 ‘그러고 보니 그렇구려, 한스공과의 이야기가 끝났다면 내 필히 그러리라!’라고 말하고는 한스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신의 여자인 밀리안느도, 마릴린도, 니키타도 아닌 사내에게서 이정도로 뜨거운 시선을 받으니 한스는 난감하다?,

아니 부담스럽고 꺼림칙했다, 대체 이 사내는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길래 이렇게 열정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한스의 귀에 에드왈드의 무겁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스공, 어떻게 하면 한스공처럼 강해질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소?”

“음...”

“갑자기 공의 앞에 나타나, 공의 소중한 처자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참으로 낯짝 두꺼운 놈이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다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 하지만!”

에드왈드는 절반 정도 일어나서 한스를 향해서 몸을 쭉 들이밀고, 얼굴을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들이밀었다, 핏발이 선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면서 에드왈드는 계속 말했다.

“부탁드리겠소, 제발 부탁이오!, 자신의 실력에 취해서 허송세월을 보내던 녀석을 도와주신다면 죽는 순간, 아니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공을 돕겠소, 그러니 부탁드리오 한스공!”

간절함이 엿보이는 강한 눈동자, 하지만 그 안에서 한스는 당장이라도 꺾일 것 같은 연약함을 목격했다,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에드왈드가 나쁜 부류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한스는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이정도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자존심이 강한 남자를 움직이게 만든 것일까하고 궁금증이 생겨난 한스는, 그에게 여전히 무뚝뚝하게 들리지만, 부드러움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에드왈드.”

“힘이오!, 나는 힘을 원하오, 한스공과 같은 압도적인 힘과 실력을 말이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어제, 그의 입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떠올린 한스는 아직 궁금한 것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물어보기로 했다.

“힘을 얻어서 무엇을 할 겁니까?”

“우리 가문에 피해를 입힌 원수들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단할 것이오!”

“음...”

한스는 그가 한순간 보인 격렬한 감정과,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눈빛에서, 그가 말한 원수들에 대한 집념과 분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원수들을 발견한다면 당장 떠날겁니까?”

“아..., 그것은 아니외다, 일단 한스공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 아니오, 복수가 먼저라고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멍청하고 자신만 아는 사람은 아니오.”

한스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시기, 마리우스 일가와 상단을 보호할 강력한 힘이 생긴다면 하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마침 그런 인재가 올 줄이야 생각은 못했다, 멍하니 있다가 이런 인재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한스는 고개를 끄덕여 에드왈드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앞으로의 일은 에드왈드가 하기 나름입니다.”

“물론이오!, 이 악물고 한스공을 따라갈 것이외다!”

“그럼 내일 아침에 제 저택의 연무장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소!”

이야기가 끝나자, 에드왈드를 데리고 왔던 사내는 그를 이끌고 한 구석에 있던 마차로 향했다, 그들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면서 한스는 에드왈드 정도의 사내에게 대체 어떤 훈련을 시켜야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말들에게 다가갔다.

“호오..., 훌륭한 말들입니다.”

“음?”

한스는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아, 이것 참 실례가 많았습니다, 말들이 워낙 훌륭해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습니다, 불쾌했다면 용서해주시길...”

“괜찮습니다.”

한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자, 후드를 뒤집어쓴 덥수룩한 수염의 사내는 흘끗 한스를 훑어보고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시에서 해결 못하는 아동납치와 각종 범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까...”

한스에게 뭔가를 기대했는지 사내는 한스에게서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대단히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시장이 최근 수상쩍은 행보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쯤하고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갑자기 다가온 사내는 목례를 꾸벅하고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습을 감췄다, 그가 한 말이 약간 신경쓰인 한스는 생각했다.

‘시장이라...’

‘풀쩍’

묶여 있던 말의 고삐를 풀어낸 한스는 제자리에서 풀쩍 뛰어서 말의 등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다시금 저택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밀리안느를 손에 넣으려고 했었지, 놓아준 포주의 일도 있고...’

낯선 사내의 말대로 최근 뒤숭숭하기는 했다, 어제 자신이 경험한 바로는 시장이 그 일을 조장하는 느낌도 들었다, 밀리안느를 건들기에 욱해서 귀족인 시장을 패버렸기에 목이 매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은 그런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 그 사내는 어째서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자신은 일개 상단의 총괄에 불과한데, 치안 유지를 위해서 일하는 경비들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일은, 자신이 안다고 해서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복잡한 생각을 하는 한스의 귀에, 쇠를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푸륵, 푸륵!”

“거기 뭐라도 있나?”

고삐를 잡아당겨도 올 생각을 않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한스는 그곳에 중요한 것이 있기에 저러는 것이리라고 판단하여, 녀석이 발굽으로 두들겨 대는,

어느 정도 구겨져 버린 쇠창살의 근처로 가서 그 너머에 있는 창을 통해서 반지하를 바라봤다.

“음...”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풍경이 비춰졌다,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 그리고 그 주위에 누더기를 입고, 쇠사슬이 채워진 아이들...,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지만 자신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떠나기 위해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음!”

험상궂은 사내들 중 하나가 훌쩍거리던 아이의 뺨을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긴 것이었다, 몸에서 열기가 치솟아오르고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스는 반지하로 통하는 철문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쪽으로 이동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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