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75화 마시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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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생명력을 불태우고 있는 말의 앞에 쪼그려 앉은 한스는 말을 하기에 앞서, 녀석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달리지 못해 정신이 약해졌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은, 눈동자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이 쇄약해진 녀석의 눈동자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게 만들고 있었다.
“하나 물어보지.”
“푸르륵.”
동의를 구하는 한스의 말에 녀석은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듯이 가볍게 투레질을 했다,
한스는 녀석의 그 행동이 인간으로 치자면 (그러시든가?, 맨날 해주는거 아니니까 얼른 물어보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은 말의 모습을 보고 한스는 입을 열었다.
"매우 아플 수도 있다, 어쩌면 더 나빠질 수도 있지, 괜찮겠나?"
“...”
한스는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말의 눈동자에서 강력한 의지를 감지했다, 그 눈빛은 어차피 누워있건 치료를 하다가 잘못 되더라도 크게 차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녀석의 굳건한 의지를 보고 한스 또한 결심을 했다, 자신은 없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녀석을 치료하기로 말이다.
“그럼 시작 하지, 아플 거다.”
“푸륵.”
말이 (얼마든지 해봐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울자, 한스는 여덟 손가락을 쭉 뻗은 채로 녀석 의 전신의 근육에 손가락을 찔러넣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마치 두부에 파고드는 것처럼 말의 신체에 박혔다가 빠져나오자 구멍이 훤히 드러났고, 그 구멍에서 썩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새카만 피가 흘러나왔다.
“끼히힝!”
“형, 형씨”
마굿간의 주인이 당황하여 한스를 불렀지만 한스는 고도로 집중한 상태로 계속해서 녀석의 근육과 장기가 있는 부위를 찌르고 또 찔렀다,
시간이 흐르자 새카만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하지만 피가 빠져 나왔음에도 말의 안색은 시술을 하기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같이 보였다.
“피가 이렇게나 흐르는 데... , 괜찮은거요?'
"푸히히히히힝!“
한스가 주인의 물음에 대답해주기 전에 피시술자인 녀석이 힘찬 울음소리로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고 말하는 듯 했다.
”여기가 마지막이다.”
“푸륵!”
‘털썩’
한스가 말의 두부를 여덟개의 손가락으로 찌르자, 녀석은 흰자위만 보이게 하고는 털썩 쓰러졌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주인은 대경실색하여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가 입을 열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녀석이 슬며시 일어났다.
“푸르르륵!”
체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갈기와 털에 윤기가 흘렀고, 아까와 같은 후들거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광경,
명마였던 눈앞의 말을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쓰고, 사기도 당했었다, 이제는 만사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풀려버릴 줄이야, 허탈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마굿간 주인의 심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주인장.”
“...”
“주인장”
"아, 아아..., 불렀소 형씨?”
‘끄덕’
마굿간의 주인은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다가, 한스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떠올리고는 드디어,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팔려가는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사내는 왠지 모르게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10드굴이면 되겠소, 사가는 입장인 형씨에게 신세를 졌으니 좀 깎았소.”
“음.”
한스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춤에 걸어뒀던 가방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마굿간 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면서 입을 떡하니 벌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스가 들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통째로 건낸 것이었다.
"아, 아니 나는 10드굴이라고 말했었는데, 뭘 이리 많이 주는 거요?"
"녀석이 배부르게 듬뿍 먹고, 그 동안 못 먹었던 영양 가득한 것도 먹이라고 줬는데, 너무 많은가?”
“조금..., 아, 아니오 아주 적절하오!, 잠시 기다리시오!, 이 녀석을 배불리 먹이고 형씨를 따라가도록 할테니..."
“음.”
"그 동안 밖에 있는 녀석하고 달리는 것은 어떻소?"
"그러도록 하지."
한스는 장막 밖으로 나서자, 주인의 ‘다행이다, 너도 드디어 달릴 수가 있게 됐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 녀석아!’ 하고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지만,
엿듣는 취미는 없었기에 한스는 밖에서 자신이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녀석을 마사 밖으로 나오게 하여 위에 풀쩍 올라탔다.
“푸르르릉!”
“마음대로 달려봐라!“
"키히히히힝!"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특한 말이라서 그런지, 붉은 털을 지닌 말은, 안장도 고삐도 채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마사 밖으로 달려나갔다,
한스는 마음껏 달려나가는 말을 아무런 제지도 조정도 하지 않고, 그 위에서 여유롭게 팔짱을 낀 채로 녀석이 어디로든 달리도록 했다.
‘두두두두두두두!’
"푸륵, 푸륵, 푸히히히힝!“
전력을 다해서 달리는 터라, 말의 입에서는 거친 숨이 연속해서 내뱉어졌다, 하지만 퍼질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 반증인지, 입에서는 거품하나 일지않았다,
마사는 마시장의 변두리, 좋게 말해서 변두리지 사람이 거의 없는 장소라서 바로 들판, 도로, 그리고 근처에 있는 수풀과 언덕을 향해서 맹렬한 기세로 질주하여도 그 누구하나 뭐라 할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스의 통제라고는 일체 없고 그저 종횡무진, 어디까지나 달려나갈 기운으로 마구 달리다가 직성이 풀렸는지 한스의 지시가 없음에도 마사로 향했다.
‘다각다각’
“푸르릉!”
"아, 왔구려 형씨, 한참을 안오길래 낙마라도 한 건가하고 생각하고 있었소."
“달리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듯해서 마음껏 달리게 해줬더니 시간이 많이 흘렀더군.”
"음, 그렇소..., 응?"
마굿간의 주인은 말도 안되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자신이 고삐와 안장을 채워뒀다고 기억하고 있던 녀석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 않던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랬던 것일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던 마굿간의 주인은 이내 원하던 기억을 떠올릴 수가있었다.
‘맙소사, 애초에 안 채웠었다니..., 내가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사내는 자신을 자책하다가 곧 생각을 바꾸고는 한스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구도 고삐도 없이 어떻게 말을 탔다는 거지?’
마굿간의 주인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말에서 풀쩍 뛰어내리고는 한참을 신나게 달려서 몸에서 뜨거운 땀을 배출 중인 붉은 말을 쓰다듬고 있는 한스에게 물었다.
"형씨, 내 실수로 고비도 안장도 채우지 않은 채로 달리게 한 것은 미안하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물어봐도 되겠소?"
“얼마든지.”
"도대체 아무것도 안 채워진 이 녀석을 어떻게 탔던거요?"
“녀석이 내 생각을 알아차린 것처럼 달려주더군, 후후.”
“그, 그게 정말이요?"
‘끄덕’
마굿간의 주인은 한스의 말을 듣고, 인간사에서 기승으로 가장 유명한, 전설로 남은 인물 둘을 떠올렸다, 그 중에 하나는 아까 한스와 이야기를 나눴었던 근육법사,
흉포한 말을 자신의 수족처럼 다렸기에 전설로 남았다, 남은 한사람은 암울했던 인류사에 광명을 비춰줬다고 전해지는 신의 대리자, 구세주!,
머나먼 옛날이기에 자료는 거의 없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는 구세주에 대한 이야기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그는 그 어떤 말을 타더라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있었고, 고삐와 안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능히 달릴 수가 있다는 것을 사내는 떠올렸다.
‘설마..., 는 아니겠지.’
“어쨌건 내 실수이니 두 마리 모두에게 고삐와 안장을 채워주겠소."
"음, 그런데 녀석은 어떻지?"
"말도 마시오, 형씨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먹이를 줬는데 장난이 아니었소!”
한스가 눈썹을 들썩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행동을 취하자 사내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하며 완전히 회복된 말이 있는 곳으로 한스를 이끌었다.
“보시오, 일어나자마자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었소, 다른 말이라면 족히 30분은 걸려야 다 먹을 만큼의 양을 줬는데 모조리 10분 안에 해치웠소, 형씨가 오기 전에도..., 어엇?!”
"음?”
원래 녀석이 있어야 할 마사로 들어선 한스와 마굿간 주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말이기에 대량의 사료를 섭취하는 것은 있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고작 30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체격이 변했다고 한다면 그 누가 믿을 수나 있을까?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도통 모르겠소, 내 나이만큼 짬을 먹고 많은 말을 봐왔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오."
“음, 나도 이런 것은 처음보는군.”
두 사람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눈을 하고는 눈앞에서 여유롭게 자신에게 배급된 사료를 거의 다 섭취한 녀석을 멍하니 바라봤다,
감히 가당키나 한건가, 죽어가는 근육을 살린 것도 믿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이것은 한술 더 떴었다, 어떻게 체격이 두 배나 가까이 커진 것으로 모자라서 근육이 순식간에 복구 되다니…
"푸히히히힝!”
먹이를 모조리 다 먹어치우고 고개를 들어 올린 녀석이, 자신을 치료 해준 한스와 계속 돌 봐준 마굿간 주인을 발견하고는 기쁘다는 듯이 잇몸을 보이면서 웃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이미 일어난 것을 없다고 할 수 없는 법이니...”
"음, 나도 주인장과 마찬가지지,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니 아까 말했던 대로 데려가지, 그래도 되겠나?”
"물론이오,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고삐 같은 것들을 채우겠소.”
마사에 있던 두 마리는 밖으로 나가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하여 살짝 푸륵 하고 울면서 사내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금방 필요한 모든 것들이 채워지도록 했다.
"슬슬 출발하도록 하지."
"이 녀석을 잘 부탁하오 형씨."
마굿간 주인은 새로운 주인을 따라서 떠나가는, 아들이 애지중지하면서 돌봤던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원섭섭함을 느꼈다,하지만 곧 멀쩡히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울적한 기분은 사내의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그마한 램프에서 뿜어져나오는 흐릿한 빛이 방안의 모든 광원인 어느 건물의 어느 방, 그리 넓지도 않은 공간에 다섯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테이블 위에 얹혀져 있는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준비는 끝났지, 남은 것은 그쪽이 화려하게 제대로 터뜨려준다면 우리가 봉기를 할 뿐이지.’
수정구 안의 가면을 쓴 인물이 음울한 목소리로 나름 유쾌하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좁은 실내에 있던 다섯 중의 한사람이 닫고 있던 입을 열어서 말했다.
“아직 그쪽에서 이야기 했던 지원이 안왔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좀 하지 그래, 최대한 자세하게 말이야 “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덩치가 상당한 사내가 으르렁거리듯이 말하자, 수정구 안에 모습을 비추는 가면을 쓴 자가 깜짝 놀랐다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어설픈 연기, 너스레를 떨고 상대가 불쾌하다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지원은 전에 이야기 했던 대로 될거라네, 언제 거짓말을 하기라도 했었나?, 왜 그리 신경질 적인지 모르겠군, 좀 진정을 하는게 어떤가?’
수정구 안에 있던 가면을 쓴 자가 신경을 벅벅 긁듯이 말하자, 참다못한 덩치 큰 자가 분을 참지 못 하고 테이블을 부술 기세로 내려치면서 소리쳤다.
“개소리 작작해라 새끼야!"
‘쾅!’
테이블이 내려친 충격으로 이해서 움푹 파였고, 분을 조금 풀어낸 사내가 여전히 거친 술 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결행이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네놈이 보낸다는 지원은 아직도 코빼기를 안보이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이냐, 혼자서 호위호식 하려고 우리를 팔아먹으려고 계획을 짜고 있는 거 아니냐 이 씹새꺄, 뭐라고 좀 지껄여봐라."
수정구에 모습을 보이던 자는, 현재 모임에서 인원적으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자가 화를 내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계획을 시작했을 때부터 안하무인으로 자신을 포함한 협력자들을 깔보는 태도에 지원을 하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지금 안팎으로 시끌시끌한 시기에, 애새끼들이 소풍 가듯이 움직이다가 신도들이 잡히기 라도 한다면 당신이 책이임 생각입니까, 산적 양반.”
수정구에 모습을 비춘 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옆에 앉아있던 고급스러운 복장을 걸친 자가 입을 열어서 말했다,
한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 하고 또 다시 발산할 뻔한 거구의 사내는 겨우 화를 누그러뜨렸다, 이 계획의 중심인 저 인간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 따위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르신, 그래도 이건 너무 합니다, 인원이 전에 이야기 했던 것보다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이대로면 성공 못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빨리 못 움직인다는 것을 어쩝니까, 그렇게 답답하다면 당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가서 소동이라도 일으키면 어떻습니까, 그 고귀한 희생 덕에 신도들이 조금 더 빨리 도착할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
“하... , 됐습니다.”
“그래요, 일단 진정 하는 겁니다, 그 다음은 생각을 합시다."
이제서야 분위기가 조금 진정된 것 같다고 판단한, 수정구에 모습을 비친 자가 입을 열어서 말했다.
"신도들에게 최대한 빨리 움직이라고 이야기 할테니 조금 안심하고 있게나. “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일을 망치기 전에..."
"그...”
‘쾅!’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방문이 열리더니 몰골이 엉망인 채로 들어서는 한 사내가 그 안에 있던 자들의 시선을 보았다, 사내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을 앞당기자!"
"그게 대체 무슨 소리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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