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74화 마시장 1
* * *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이옵니까?"
"음...“
오늘까지는 상단주가 자신에게 쉬라고 한 휴가 기간이었다, 출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켜줄리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할 일이...
‘마시장이라고 했던가...’
한스는 꿈에서 봤던 여인들의 말을 떠올리고는 미심쩍기는 했지만, 가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뒹굴 거리는 것은 취향이 아니니까 말이지.’
"잠깐 둘러보러 갈 생각이다.“
"상단에 말이옵니까?“
“시장에 말이지.”
마릴린은 투명하면서 깊은 눈동자로 한스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사옵니다, 마차를 준비시키겠사옵니다.“
"한스 님, 가는 거야?"
"시장에 가는 거다만?“
“괜찮아, 나도 갈 곳 있어."
"그렇다면 내려주고 바로 니키타가 볼 일을 보러 가면 되겠군.”
“알았어!”
한스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따라오려고 하는 네미아에게 저택에서 좀 쉬고 있어라고 말하여 겨우 겨우 떼내고는 니키타가 모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한스님, 상단 진짜 안가?"
”오늘은 시장을 둘러보기만 할 예정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니키타?"
"없어, 나가면 어떻게 올 거야?"
"어떻게든 할 방법은 많으니 걱정마라."
”알았어.”
한스는 니키타의 약간 거친 실력으로 일정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차의 객실 내 서 요 며칠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 커다란 변이점이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곧 바로 그것보다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는데 별 일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 앉아 있었다, 그러자 서서히 마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멈춰 섰다.
"다왔어 한스님!.”
“벌써?”
창밖을 내다본 한스의 눈에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행상, 노점상의 모습,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의 모습이 비춰졌다, 자신이 그 정도로 오랫동안 생각을 했었나하고 생각하던 그는 문을 열고 내렸다.
"한스님 저녁에 봐.”
"알겠다, 아무쪼록 조심해라."
"알았어.”
‘촤악, 끼히힝’
니키타가 고삐를 휘두르자 마차에 매어져 있던 말이 약간 흥분한 울음소리를 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인파로 사라진 마차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게 되자 한스는 몸을 돌려서 마시장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음.”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과연 소문대로 좋은 말이 많아.’
상단 내에서 생활했기에 개인용 말을 한사코 사양했었다, 그렇기에 이 때까지 말에 대한 걱정도 없이 지냈다, 저택에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갈 사람도 많이 없지만 필요성이 없었기에 마차의 구매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말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하고 생각하는 한스의 귀에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는 바람잡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군마, 군마가 유명한 위길레스트 지역의 튼튼한 군마입니다!"
“전설로 남은 날랜 말의 자손!, 그 말의 직계 후손입니다!"
군마, 명마, 지구력이 대단한 말, 갖가지 말이 나와있는 이곳, 정말 많지만 한스의 눈길을 끄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 두 여인이 자신에게 헛소리를 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 한스는 휘적거리면서 마시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눈에 그럴싸한 말은 보이지 않았다.
‘턱’
"형씨 잠깐 시간 있소?”
"그 쪽은 어떤 말을 팔고 있지?”
"흐흐흐, 몸이 깨나 달아오르셨구먼, 아주 좋소.”
“본론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면 나는 더 둘러볼 생각인데."
"엇차차, 그러면 곤란하니 바로 이야기 하겠소.”
한스는 수상쩍은 사내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서 다시 몸을 돌렸다, 사내는 한스가 남아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 것에 가슴을 쓸 어 내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형씨, 좀 특이한 말을 찾고 있소?"
"나는…”
"에헤..., 괜한 소리 안해도 알고 있소, 내가 이 바닥에서 구른 짬이 몇년인데, 형씨 같이 별난 사람을 한두번 봤겠소?, 이제는 척하면 척이라니까,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보쇼, 후회는 안할게요.”
한스는 상단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내의 말이 진실이지, 혹은 거짓인지에 대 한 진위여부를 가렸다, 자신 있는 자세, 번뜩이는 눈빛,
가지런한 호흡, 6할 보다 조금 높은 확률로 사내의 말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스는 고개를 까딱여서 사내에게 이야기를 해보라는 의사를 보였다.
"후후, 보는 눈이 있는 형씨구만, 후회 안할게요.”
사내는 한스에게 손짓을 하여 따라오라고 했다, 약간 수상쩍은 느낌이었지만, 이곳을 더 둘러본다고 해서 자신에게 맞는 말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 한스는, 군말 없이 사내의 뒤를 따랐다.
"우리가 지금 뒷골목에서 장사하고 있다고 해서 더러운 일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오, 한때는 우리도 저 밖에 있는 치들처럼 당당하게 장사를 했다, 이 말이오, 물론 지금은 이런 곳에 있지만..., 말에 대해서 우리보다 잘 아는 장사꾼은 없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소”
"그래서 어떤 말이 있다는 거지?"
계속 입을 닫고 있다가는 사내가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듯이 넋두리를 끝도 없이 늘어놓겠다는 생각에 말을 해봤다, 물론 이 사내가 아주 자신 있게 말을 할 정도로 대단한 말이,
어느 정도인지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입을 열었다, 자신이 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 사내, 한스는 이자가 진정한 장사치라고 판단했다.
"전설에 대해서 알고 있소 형씨?“
“어느 전설을 지칭하는지 감조차 안 잡히니 뭐라 말할 수가 없군.”
“아차차, 실례했소."
사내는 걸음을 옮기다가 말고, 잠시 멈춰 서서 한스에게 고개를 꾸벅여서 사과를 했다. 다시 걸음을 옮기던 그는 길 한가운데에 있는 구정물로 가득 찬 웅덩이를 조심하라고 말하고 계속 이동하면서 말을 이었다.
"근육법사에 대한 전설을 아시오?"
"마법보다는 근육을 활용한 육탄전을 전문으로 한 전설 속의 마법사를 말하나?”
"바로 그렇소, 그렇다면 그 마법사님께서 타고 다녔다고 하는 대단한 말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소?"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근육법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을 적대하여 마물의 후예가 아닐까 하고 일컬어질 정도로 흉포한 말이지 않나?”
"오오, 그만큼 상세히 알고 있다니, 형씨도 근육법사님의 신봉자인거요?"
"후후.”
한스는 이번에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소매를 걷어 근육으로 인해 울룩불룩한 자신의 팔뚝을 사내에게 보였다.
"오오오오오오!, 동지구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스에게 자신의 선명한 복근을 보이면서 상큼하다기 보다는 근육에서 흐르는 땀내와 프로틴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미소를 한스에게 보냈다.
"과연...,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했군, 형씨가 시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형씨 말고 다른 손님은 눈에도 안찬다 싶더니..., 이런 이유였구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지."
“크흐흐흐흐흐”
“후후후”
길 한가운데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괴상한 자세를 잡고 있는 두 사내를 보고 행인들이 해괴망측한 것을 목격한 듯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지나감에도, 당사자인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교환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허허, 이럴 때가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됐소 형씨."
“나도 뜨거워져서 잊어버렸으니 피장파장이지, 신경 쓰지 말도록.”
사내는 다시금 한스를 안내하기 시작했고, 한스는 계속해서 그의 뒤를 따랐다, 약 10분 정도 더 걷자, 이제는 마시장의 한 구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벗어난 곳에 아마 사내의 소유이리라고 추측되는 마굿간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좀 많이 누추하지만 오시구려.”
“음.”
사내가 누추하다고 말한 것 치고는, 건물은 그리 더럽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의 풍파가 직격한 것치고는 아주 깔끔했다, 낡은 외관이지만 말끔했고, 말 주위의 환경도 어지간한 마굿간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과연, 큰소리 칠만하군.’
말에 대한 사랑, 지식이 충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한 것들, 그것을 실제로 목격하게 되자 한스는 이 사내가 보여줄 말들이 기대됐다.
“이쪽이오, 이쪽으로 오시오 형씨."
‘저벅저벅’
한스는 앞서 간 사내가 소리를 내어 말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내가 그토록, 입이 닳도록 자신의 마굿간에 있는 말이 대단하다고 말할 근거, 이유가 있었다.
“푸르릉!”
“이 말인가?"
”그렇소, 이 말이라면 어떻소?"
“이 정도의 말이라면 나도 불만, 아니 만족할 수 있겠어.”
"하하하, 보시오 내가 말했었잖소, 특별하다고.“
한스는 낯선 이방인이 자신이 등장하자, 붉은 털을 가진, 근육법사가 아꼈다고 전해지는 흉포한 말의 후손이 흥분한 것처럼 보이자, 말없이 눈을 바라봤다,
마치 바다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눈동자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라봤다.
“푸릉.”
“아, 아니, 이게... , 허 참, 꿈만 같구만."
그렇게나 흉포했던 말이 얌전하게 구는 꼴을, 자신이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내는, 오늘 처음 만난 한스가 자존심 강한 말을 순하게, 그것도 교감을 하듯이 눈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순종하게 만들자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 말은 훌륭하군."
"무, 물론이오, 내가 말했잖소 특별하고 귀하고 대단한말 이라고.“
"후후, 그렇지, 믿고 있었지."
"그럼, 이 말에 대한 대금으로..., 이보시오 형씨 대체 어디를 가는거요?, 그쪽에는 말이 없소!”
한스는 느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호흡,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고 싶다는 욕 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운, 마치 새벽의 네미아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한시적으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언제고 간에 덧없이 사라질 생명, 몰랐더라면 상관없지만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한스는 마굿간의 주인이 부르는 소리도 무시하고 장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섰다.
"히이이잉..., 푸르릉.”
“음.”
두 여인이 가리킨 말이 어느쪽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 또한 그 둘이 지정한 말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한스는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 쇄약한 말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한스는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주인이 그의 뒤를 따라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아이고오, 결국에는 봐버렸구려 형씨."
“이 말은 대체 뭐지?”
“에휴, 보면 모르겠소?“
마굿간 주인은 바닥에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말에게 다가가서 가엽다는 손길로 쓰다듬고 다시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말했다.
"근육이 죽고 있소, 불쌍한 것... , 너른 데로 달리지도 못하고..."
마굿간 주인이 물기어린 목소리로 부드럽게 쓰다듬자 분위기를 읽은 말이 억지로 고개를 일으키고 주인을 위로라도 하는 마냥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 모습은 마치 불치병에 걸린 자식과 그 수발을 드는 아버지, 부자 관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말도 팔건가?”
"아니, 이 녀석은 팔지 않을 거요, 달리지도 못하는데 가면 마음고생만 하지, 그럴바에야 차라리 마지막까지 내가 보살피는 것이 낫소.“
사내가 콧물을 훌쩍이고 있자, 말이 그의 걱정을 털어내려는 것 마냥,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주인은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고개를 숙였다.
"내가 해결한다면 팔 건가?"
"어떻게 형씨가 해결할 수 있겠소?, 수의사들도 두 손 두 발을 들었는데 말이오!”
“어떻게라는 말은 필요 없지, 한번 맡겨 볼건가?”
한스의 결의로 가득 찬 눈을 보고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팔겠소, 이 녀석이 달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주시오!“
“음.”
한스는 주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는 말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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