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61화 (61/151)

〈 61화 〉 61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목욕

* * *

한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크는 자세를 잡고, 매섭고 빠른 주먹을 연타로 날렸다,

아마 자신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적당히 공격하는 것이라고 직감한 한스는 고개를 까딱여서 어렵지 않게 공격을 흘렸다,

그러던 중 근처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고블린을 곁눈질로 흘긋 봤다, 낌 새로 보아하니 아마 고블린은 참전 안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크게 어려울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 한스는 공세가 추춤한 오크에게 시선을 보냈다.

"취익, 사스가다!”

“흐음…”

"그분들이 눈여겨볼 정도의 강자, 취이, 진짜로 간다!“

오크가 스텝을 밟으면서 접근한다 싶더니, 순식간에 주먹이 눈앞으로 날아왔다.

‘쐐애액’

“큭!”

금방 전까지만 해도 가벼웠던 분위기가 마치 거짓말이라는 듯이 묵직하면서 궤도를 읽을 시간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른 주먹이 자신의 안면을 향해서 날아들자,

한스는 겨우 쳐내고는 상반신을 움직여 회피 운동에 들어갔다.

"췩, 취직!“

‘쒸이익, 후웅’

“흣!”

‘과연 오크군.’

단련의 일환으로써 격투기, 발을 제외한, 순수하게 상반신의 두 팔만을 사용하여 전투를 하는 방식, 흔히 복싱이라고 부르는 격투기를 습득했던 한스는,

인간끼리의 전투에서는 자신을 이정도로 몰아붙이는 상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정체된 채로 시간만이 계속 흘렀건 만...,

이제서야 자신과 엇비슷한 상대가 자신을 찾아오게 되자, 한스는 몸에서 불이 붙은 것 같이 뜨거운 피가 돌면서 전신을 덥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훌륭하다.”

“취익, 너야말로.“

오라클맨이었던 오크는 당황스러웠다, 워밍업으로써 주먹을 날린 것은 어디까지나 가늠을 하기 위해서였다지만...,

진심으로 나선 자시의 공격을 쳐내고는 곧 바로 회피를 할 줄이야..., 아직도 부족 내에서 만족하고 있었다면 이정도로 강한 인간을 만나지 못하고 자만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추방에 가까운 이 여행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오크는 다시금 주먹을 연속으로 뻗었다.

"췩, 취직, 췩!"

‘부웅, 부웅, 쐐액’

“쳇!!”

한스는 입에서 절로 혀 차는 소리를 내도록 만드는 이 상황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확실히 경험부족이었다,

궤도는 익숙해지니 보이고 어디를 다음에 노릴지도 충분히 예상됐는데, 중요한 것은 공세로 전환하는 데에 대한 경험이 한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동급에 가까운 오크를 상대하다보니 서서히 매워지고 있었다.

‘탁’

“췩!”

이 때까지 수세 일변도였던 한스가 갑자기 자신의 주먹을 쳐내고는 주먹을 뻗는 것을 보고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찰나의 순간,

등줄기를 엄습하는 오싹한 기운에 오크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고 고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자신이 포착도 못할 속도로 지나가는 한스의 주먹,

공방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일취월장, 아니 압도적인 속도로 개선되어가는 한스의 실력, 인간의 시점에서 본다면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자신은 괴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이 인간은 자신 같은 존재는 발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이 다른 괴물임에 틀림없었다.

“취이, 취익, 후욱, 췩!”

‘부웅 부웅, 쐐액’

“헛!”

한스가 자신의 공격에 점차 익숙해지자 오크는 자신의 공격이 빗나가는 것을, 헛손질의 비율이 늘어난 것을 확실히 체감했다,

승부욕이 솟아오른 오크는 두 손만으로 공격 방식을 제한하던 것을, 해금하고는 주먹을 뻗으면서 뒤로 빠졌던 다리로 한스의 복부를 노렸다.

“컥!”

‘치이이익’

“취이, 췩!”

이종족 특유의 인간과는 다른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으로 파괴적인 발차기에 적중당한 한스는 공중을 붕 떠서 몇 미터 날아가다가,

두 다리를 지면에 박아 넣고 나서야 겨우 자세를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 그가 고 개를 들어 앞을 보자 오크가 공격을 하기 위해서 지척까지 이미 접근했었다.

“큭!”

‘빠악, 퍼버벅’

안면을 방어하기 위해서 들어올린 한스의 두 팔로 날아드는 맹렬한 기세의 권격,

흉부에 적중한 공격은 단 하나도 없지만 오크의 공격은 막고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고,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유수처럼 끝없이 흘러들어왔다.

"끄으윽!"

‘취직, 취익!’

‘퍼어억’

복부에 들어온 강력한 일격에 한스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앞이 흐려졌다, 하지만 쓰러진다면 두 팔을 고통에 굴해 내린다면,

그 때는 이정도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한스는 침착하게, 노도와 같은 공격을 묵묵히 받아냈다,

마치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자 오크의 공격도 서서히 둔해졌다, 한참 공격 중일때는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경험이 적은 자신이라도 충분이 가능하다고 한스는 판단했다.

“크흐으, 훅!"

‘뻐억’

“켁!!”

오크의 공격을 모조리 쳐내고 흘려내어 틈을 만들어낸 한스는, 놈의 얼굴에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한스의 묵직한 주먹을 맞고 오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크게 숨을 들이켜 정신을 차린 한스는 턱에 블로를 날려서 마무리를 지었다.

‘퍼억, 우당탕탕’

"취이이이...“

“키에에에엑!, 강하다!”

"하아, 하아, 후우우...”

‘털썩’

격한 공방으로 인해서 심력과 체력 모두를 고갈 직전까지 소모한 한스가 맨땅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자, 고블린이 천천히 다가왔다,

한스는 설마 고블린이 복수를 위해서 덤벼드는 것인 가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기우로 끝났다.

‘불쑥’

“뭐지?”

“키에, 받아라 강한 인간."

"정말 받아도 되는건가?"

고블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잠시동안 망설인 후에야 한스는 동상을 받아들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길래,

이런 일까지 해서 자신에게 건내주는 것일까 하고 궁금증이 생겨난 그가 고개를 들어 물어보려고 했다.

"왜 나한테...”

고개를 들어보자 주위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꿈이라도 꾼 것일까 하고 한스는 생각했지만, 자신의 몸에 남은 타박상,

그리고 지면에 남은 흔적들, 모두가 생생하게 남았는데, 말끔하게 사라졌었다.

“거참...”

‘탁탁탁’

몸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다가 예상 외로 거세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본 한스는 최대한 빨리 저택으로 복귀하여 몸을 씻고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전시하게 들었다.

­­­­­­­­­­­­­­­­­­­­­­­­­­­­­­­­­­­­­­­­­­­­­­­­­­­­­­­­­­­­­­­­­­­­

건조대에 널려서 햇살에 뽀송뽀송하게 말려지고 있는 세탁물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하여 한스는 저택으로 향했다,

이대로 들어서면 메이드들이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홀딱 벗고, 나체인 상태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물론 자신의 신체에 한스는 꽤나 자신이 있었지만 메이드들이 불편해할지도 모르니 자중하기로 했다.

‘저벅저벅’

“누구..., 앗!”

세탁물을 하나하나 널고 있던 메이드 하나가 발소리를 듣고는 빼꼼 내다보자, 흙먼지로 엉망이 된 한스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종종거리며 왔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아..., 너는...“

”저는 견습 메이드 리아라고 해요, 옷이 많이 더러워졌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좀 별난 손님을 만났다고 해야하나...”

“별난 손님요?“

리아는 전혀 이해가 안갔는지, 아직 앳된 기운이 남은 얼굴을 기울이면서 주인을 바라봤다, 한 스는 그 모습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아차..."

흙먼지가 가득 한 손으로 리아를 만지는 것에 거부감이 든 한스는 손을 거두고 말했다.

"일단 좀 씻어야겠고, 마릴린은 어디에 있지?”

“메이드장님은 오늘 니키타님이 데려온 다른 분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어요."

"그런가..., 바쁘겠군.”

마후라반이 책임을 지고 회복시킨 노예들의 용태라던지 어디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까 마주쳤었던 이종족과의 푸닥거리 이후부터 정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피곤했기에, 한스는 리아에게 온수를 준비해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온수를 준비해 줄 수 있겠나?, 아무래도 빨리 씻고 좀 쉬어야겠어."

"알겠습니다 주인님, 어?”

“다녀오셨사옵니까, 주인님.”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릴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스는 흠칫 놀라서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한스의 눈에,

추수감사제를 대비하여 특별히 준비한 호박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한쌍의 유방과 둔부를 가진,

보고만 있어도 음심이 솟아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의 소유자인 마릴린이 거기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마릴린이었나, 깜짝 놀랐다."

“놀라게 하여 송구스럽사옵니다, 샤워하실 예정이시옵니까?"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릴린은 리아에게 손짓을 하여 온수를 준비하도록 지시를 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 온 신입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사옵니까?"

“일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인가?”

한스의 물음에 마릴린은 좀처럼 말을 하지 못 하고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안하면 알 수가 없어 마릴린. “

"후, 알겠사옵니다, 마후라반님께서 확언을한 대로 업무를 할 수는 있을 정도의 건강상태 이옵니다."

마릴린은 일단 말을 끊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현관까지 거의 다다른 한스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릴린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건강 상태가 업무를 하다가 다시 악화될 정도로 좋지가 않사옵니다, 아무래도 니키타양이 회수를 하지 않았다면 더 위험한 상태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옵니다."

"당분간 기초적인 업무에 대한 교육을 제외하고는 건강을 최우선하도록...”

“명심하겠사옵니다."

“그 이외의 문제는?“

“없사옵니다."

한스는 자연스럽게 욕탕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마릴린이 따라서 들어왔지만 첫날만큼 긴장하지 않았다,

흙먼지로 더러워진 옷을 훌렁훌렁 벗은 한스는 순식간에 욕탕 안으로 들어섰다.

“흠…”

약간의 정리를 한 후에, 옷을 벗은 마릴린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시간이 약간 남아있기에 한스는 적당한 수도전 앞에 앉아서 물을 끼얹었다,

뜨끈한 온수가 몸에 스며들자 아까 있었던 일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누.”

“음, 마침 필요했는데 고맙군...”

"도와주는거 당연한거야, 히힛!”

"그렇지, 음...?"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없었다고 인식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은 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든 한스는,

비누칠을 하기 위해서 숙였던 고개를 들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한스님, 무슨 문제 있어?"

"아니..., 목욕탕에서 너를 보니 생소해서.... "

”실례야 한스님, 나도 씻어, 더러운 여자 아냐!"

듣기에 따라서는 그녀를 불결한 여자라고 매도를 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말을 했다는 것을 인지한 한스는 니키타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안하다 니키타, 용서해다오."

"한스님, 약속 지키면 용서해줄게."

"약속?”

확실히, 그녀와 무언가를 약속했다는 기억은 있었지만 무엇을 약속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얼버무리기도 애매하고, 어물쩡 넘어간다면 그녀가 화를 낼 것이 분명했기에 한스는 말했다.

“일단 몸을 씻고 나서 약속을 지키도록 하지."

"한스님 여기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약속이라면 여기서라도 문제없지 않겠나?"

"으, 응, 그, 그래, 맞아, 한스님 명석해!“

니키타의 얼굴과 목이 아까보다 살짝 더 붉어진 것 같았지만, 목욕탕 안이 따뜻한 편이니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하고,

결론 지은 한스는 수분으로 충분히 적셔진 머리칼과 안면에 비누 거품을 묻혀서 문지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후우!”

몸에 스며들 정도로 따뜻한 온수가 신체를 타고 흐르자 한스는 입에서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온수로써 긴장을 이완시키니 정말 좋다는 말 이외에는 어울리는 말은 없었다.

"그럼 어디..."

이제 슬슬 몸을 씻으려고 하자 잠깐동안 욕탕 안에 들어가 있던 니키타가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한스의 곁으로 뛰어왔다.

"한스님, 한스님, 내가 해줘?"

“니키타, 욕탕에서는 뛰면 위험하다.“

‘딱’

니키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려서 주의를 주자 그녀는 당장에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하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한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너무 심한 처우가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손에 들고있던 스펀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고, 자.“

“우우..., 알았어 한스님, 어?"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