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60화 귀가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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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가볍게 타격하는 청아한 노크 소리를 듣고 출입문으로 이동한 한스는 슬쩍 문을 열어서 이 방의 주인인 가르시아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끼익’
“어머?“
”아!?”
한스는 여전히 소리가 나는 문에 윤활유를 조금 더 칠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의 얼굴을 봤다, 같은 얼굴,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하게 일치하는 두 사람, 인 간을 복제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한스는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마리우스의 소중한, 둘째, 셋째 부인에게서 나온 딸이라는 것을 말이다, 소문을,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두 사람에게 이 모습을 보인 것은 좋지 않지만,
이미 보인 것을 어찌하랴, 한스는 일단 능청을 떨기로 했다.
"두 분, 여기에는 무슨 용무이십니까?"
"어머니는 다르다지만, 자매인 언니를 보러 오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요?”
"맞아, 근데 오빠는 왜 여기에 있어?,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이거다, 시작부터 두 사람은 자신들의 페이스에 다른 사람을 휘말려들게 하려고 했다. 이미 보통 사람들,
상단에서 종사중인 사람들이라면 말려들었을 것이 불 보듯이 뻔했다, 하지만 하스는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동안 그녀들과 지내왔기에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능수능 란하게, 느긋한 태도로 그녀들의 물음에 대답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걱정 마십시오, 가르시아님이 피로하셔서 마사지를 했을 뿐입니다, 다른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흐응~, 정말이야 오빠?"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얼마든지 확인하시고..."
한스는 말을 잠깐 멈추고 문 밖으로 나와서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복도에 선 후, 가르시아의 방문을 닫았다.
“저는 이만하고 돌아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려구요?"
"오빠, 요새 우리 피하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은 완벽히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표정을 띄운 얼굴로 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 의심으로 가득 찬 얼굴,
목소리가 순차적으로 들려온 것이 아니지만 한스는 그리 어렵지 않게 그녀들이 한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원래 내일까지는 휴가인데, 그걸 잊어먹고 나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고의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창피한 일을 하기에 피하는 것이 뿐입니다,
두분이라면 이미 다 파악하신거 아닙니까?”
한스의 물음에 두 사람은 대답을 하는 대신에 볼을 발그레 물들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던 한스는 고개를 살짝 꾸벅여 인사를 하고는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읏!”
"잭!,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어..., 누, 누나들을 따라서 왔을 뿐이라구요."
"그렇습니까, 요즘 통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던 차였었습니다.”
"그, 그건...!, 한스씨가 상단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적어져서 못 보는 것뿐이니까요.”
"그래도 걱정되던 참이었습니다. "
"그런가요…”
여전히 퉁명한 태도를 고수하는 상단의 일원 잭, 자신처럼 고생하기 보다는 여유롭게 업무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는 한스의 눈에, 전보다 융기가 도드라져 보이는 잭의 흉부가 보였다.
"잭, 요새 흉근 단련을 열심히 하나보군요?“
“그게 무슨...“
소년 잭이 의아한 눈빛으로 밑을 내려보자 한스가 눈여겨봤던, 흉부의 융기가 보였다, 얼굴로 열기가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 그는, 흉부의 융기를 두 팔로 감추고 허둥거렸다.
“훌륭합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면 좋겠습니다."
한스는 잭에게 여느 때와 같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조언 아닌 조언을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잭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그 자리에 남아 멍하니 서있었다.
"곤란하군..."
어떻게 된 일이지, 진즉에 에드왈드의 기습으로 인한 피해를 절반 이상 복구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상단은 어수선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지만, 산적 토벌을 위해서 왕도를 출발한 군대가 소모할 물자들을 납품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통신도, 차량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남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일전에 머무르던 숙소로 향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을 하던 한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있는 청년,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보군?"
고개를 돌린 한스의 눈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약간 사나워 보이는 무표정을 고수 중인 리암의 모습이 비춰졌다.
“마차를 부르는 것도, 상단의 마차를 얻어 타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차입니다."
"흠..., 그런가?”
사내는 고민을 하는 척 수염을 잠시 동안 긁더니, 이내 재밌는 것을 떠올린 개구쟁이 마냥 짓궂은 웃음을 짓고는 한스에게 말했다.
"술 한잔에 마차를 얻어 탈 수 있다면, 어디, 승낙 할텐가?"
”물론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면 되겠습니까?“
리암은 한스의 물음에 적당한 대답을 찾기 위해 잠시 동안 깊게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드워프들의 술이 맛있다던데...“
"알겠습니다, 그걸로 갑시다.”
“좋네!, 얼른 타시고!"
"후후, 마침 그 술을 원하는 분이 있어서 조금 편하게 됐습니다."
"그 귀한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별종이 있었구려?“
리암의 입에서 별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낸 한스는 감정표현이라고 말하기에는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뭐, 그런 셈입니다."
"후후, 총괄을 따라다니면 아무래도 맛있는 것을 한번쯤은 먹을 수 있을 것 같구려, 앞으로도 계속 따를 테니 별미들을 잘 부탁하오.”
“알겠습니다. 후후.“
한스가 전과 달리 희미한 감정의 조각이라고 부를 정도로 옅은 감정표현을 하자, 리암은 헛깨비라도 본 것인가 하고 눈을 비볐다.
‘잘못봤나?’
고작 이 며칠 간 한스가 엄청나게 변한 듯하지만, 뭐라고 콕 집어내기에는 전과 크게 다른 부분이 많이 없어 뭐라고 하기 힘든 리암이었다.
"왕도에서 출병한 군대가 벌써 도착한겁니까?"
“믿을 수 없겠지만, 본 사람들이 반나절 거리에서 오고 있다고 했었소.”
"정말 못 믿겠습니다, 혹여 마법이라도 쓴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한스가 감정이 적은, 교과서를 읽는 듯한 억양으로 말하는 것이 익숙한 리암이 말했다.
"왕도에 있는 군대는 옛 시절의 도구를 많이 가지고 있다던데 아마 그것을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요."
“5일을 예상했건만, 이것 참, 한방 먹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오,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소, 감히 실전된 마도구를 사용하리라고 말이요.“
아직 군대의 야영지까지는 거리가 많이 남았었지만, 리암은 마차의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더 가주고 싶은 마을은 굴뚝같지만, 여기가 한계요.”
“괜찮습니다, 내일 또 오후에 뵙죠, 리암.”
“괜히 휴가 기간에 얼굴 들이밀지 말고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은 어떻소?”
"좀이 쑤셔서...”
”하하하하하핫! 알겠소, 그래야 우리 총괄님이지.”
한스의 대답에 호탕하게 웃은 리암은 손을 슬렁슬렁 흔들며, 야영지로 서서히 마차를 몰아갔다, 어둑어둑 해지는 숲길로,
리암이 모는 마차가 모습을 감추자, 한스는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저택을 향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흠...”
마차에 몸을 싣고 있을 때에는 산짐승의 숨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까지,
혼자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급하게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한스는 이 숨소리의 주인들이 짐승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판단하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슬슬 나올 때가 됐을텐데..."
한스가 여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말을, 그를 뒤쫓던 무언가가 들었는지, 급하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한스에게 들렸다.
‘나가나, 키익!’
‘아직이다, 취이!’
공용어를 쓸 수 있는 것을 보아하니 산짐승이 아니라는 자신의 생각은 틀리지가 않았었다, 그럼 저 우직한 추적자들을 어떻게 끌어내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고 한스는 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들은 와라고 해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낚시를 하듯이 미끼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와버리고 말았다.
"연기는 잘못한다만..."
연극이라는 것은 가르시아와 쌍둥이들이 생떼를 쓰는 바람에 먼발치에서나마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취향이 아니었기에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리하여 정말로 완벽하게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고민을 해도 결국에는 다른 방편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크아아아아악!“
한스는 길을 잘 가다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극단의 관계자가 본 다면 아마,
(세살배기 아기가 연기를 하더라도 당신보다 잘 할 것이라는데에 내 전 재산을 걸겠소!) 라고 말할 정도로 형편없는, 교과서 읽기보다 더 한,
정말로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연기였다, 물론 그 점은 연기자인 하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해봤지만 한스는 과연 그들이 이런 허접한 미끼에 걸려들 것인지 반신반의했다.
‘사박사박, 푸스슥 푸스슥’
“허, 참...“
한스는 자신의 어이가 출타하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자신의 머릿속 에서는 성공 확률 이 굉장히 희박하다고 판단했던 것이 이렇게 간단하게 성공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상단의 일을 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그였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말도 안되는 것임에, 누구 나가 그렇다고 수긍할 것이었다.
"췩, 주, 죽었나?"
“키이, 기습이다!”
“....”
사람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단되는 두 존재가 자신을 둘러싸고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고 한스는,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이 이런 녀석들에게 쫓기게 된 것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키이, 적 없음!”
"냄새 안남 취이!“
아무래도 두 존재의,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 앞에서 이러한 하찮은 연기는 곧 간파되리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빨리 간파될지 상상도 못했다, 어찌됐건, 슬슬 자진납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한스는 서서히, 소리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보임, 안전! 키이익!"
"취익?, 무슨... , 취쥐익!“
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몇 번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확인을 하던 두 놈은 금방 전까지 그가 배를 깔고 누워있던 바닥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한스는 기가 찼다, 어떻게 눈앞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렇게 허둥거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놔두면 한참이고 이럴 것 같았기에, 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뭘 찾고 있는거지?“
“췩, 위대하신 분이 찾는 강한 인간!”
"키익, 전할 것 있음.“
"같이 찾으면 되나?"
"췩, 그러면 고맙..., 취익?"
"키익?, 이이이이인간!"
둘은 한스가 예상한 대로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조용히 자신들의 뒤에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서 몇 번 펄쩍 뛰면서 멀어졌다.
“취익!, 인간 멀쩡한거냐?”
“키익, 사망 확인!”
"흐음, 연기였었다."
"췩, 똑똑함."
"달인, 키엑!“
이런 한심한 연기에 놀랄 정도라니,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놈들을 상대하는 중인 한스는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래서 나한테 무슨 용무인지 알고 싶군, 오크와 고블린."
“취이이이익!, 어떻게 알았냐?"
“또또캄, 키이이익! "
“들은 것이 많으니..., 이제 용무를...”
좀처럼 진정할 줄 모르는 둘을 보고, 한스는 말을 해도 못 알아먹으니 무작정 기다렸다, 약 10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자 겨우 진정한 둘을 보고 한스가 다시 말했다.
"무슨 용무지?“
“취익!”
오크가 잠시 기다리라는 듯이 바람소리를 내고 꾸러미를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꺼내어 한스 에게 보였다.
“이거, 전하라 하셨다, 췩!”
매우 정교한, 두 여인이 겹쳐진, 아니 껴안고 있는 형상의 동상, 그것을 보자 한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취익, 시험 필요하다."
"키에, 확인용.“
그러자 동상이 진동을 하면서 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둘은 신경 쓰지 않고 눈앞에 서 있는 한스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힘겨루기겠군.”
“췩!”
“흠...”
동상이 탐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이 둘이, 길을 막고 있어서는 귀가를 할 수가 없으니 한스는 잠깐 어울리기로 했다, 거부한다고 해서 딱히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기에…
“시작하지.”
“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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