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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44화 (44/151)

〈 44화 〉 44화 창관의 포주

* * *

두 사람이 태연한 얼굴로 적나라한 이야기를 대낮의 도로 한복판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자,

그 정도의 대담함을 겸비하지 못했던 밀리안느는 저도 모르게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귀, 수치심을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한스님, 안 숨겨도 돼, 나 통커.”

"후우... , 일단 돌아가서 이야기 하지."

“이 잡놈 새끼들이, 돌아가도록 가만히 놔둘 것 같더냐!"

니키타와 한스의 이야기 덕분에 존재가 완전히 잊혀졌었던 디어진이 아까보다 더 많은 수의 투척검을 왼손으로 잡아, 당장이라도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이 니키타의 눈에 띄었다.

"한스님, 저기 있는 인간 뭐야?"

"적..., 이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적당하겠군."

“흐응~, 오른손은 한스님이 한 거?"

“그렇지.”

“마무리 지을게."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니키타는 소드 브레이커를 왼손에 들고 건들거리면서 디어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한스를 봤을 때와는 달리 기량의 차를 확실히 체감 시키는, 니키타의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을 보고 디어진은 선수필승이라고 생각한 후 투척검을 던졌다, 아니 던지려고 했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이게 기사?,한스님보다 느려, 한스님보다 훨씬 약해.”

“크으으으으으으으윽!”

찰나의 순간에 왼쪽에 휴대한 검집에서 레이피어를 뽑아낸 니키타에게, 디어지은 왼손에 들고있던 투척검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꿰뚫리고는 한 박자, 아니 두 박자 늦게 밀려오는 고통을 맛보며 흙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끙끙거렸다.

“한스님, 이거 어떻게 하면 돼?”

"맡기지."

"알았어."

“더러운 수인이, 헉, 허억, 인간님에게, 허억, 몸을 바쳐서, 편하, 허억, 허억, 컥!"

디어진의 도발이 심히 거슬렸던 니키타는 일단 자신의 양손에 들려있던 무기를 모두 집에 넣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가 더욱 강하게 흘러나오게 된 니키타를 지켜보면서 디어진은 안그래도 출혈 때문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더욱 파랗게 만들었다.

"그럼, 인간님의 물건으로 재밌게 해줄게.”

"자, 잠깐, 이 몸..., 아니 내가 잘못...!, 크아아아아아아악!"

‘쑤욱, 최악, 써걱’

니키타는 한스를 대할 때와 다른, 지극히 무뚝뚝한 얼굴, 생명체의 얼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 얼굴로,

디어진의 왼손을 제외한, 팔과 다리를, 단 한조각의 손속도 내비치지 않고, 베고 찌르고 저미는 것을 몇 번 반복했다,

그러자 더 이상은 나올 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던 디어진의 몸에서 또 다시 피가 줄줄줄 흘러나왔다.

"컥, 커헉, 하아, 후우, 사, 살려만 주십쇼, 내가, 아니... , 제가..., 흐으으으으!”

죽음을 직감하고 애걸복걸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디어진에게 니키타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뒤 한동안 무표정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표정을 바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 돼, 우후후후후훗!"

"으어, 아, 앙대, 앙대다구우!, 크아아아아아악!"

‘퍼억, 쿵!’

체격 차이가 나는 니키타에게 멱살을 잡혀서 허공에 들어올려진 디어진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인간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힘이 발휘되는 손 아귀에서 디어진은 도무지 빠져나올 수 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니키타는 힘을 집중시킨 주먹을 복부에 꽂아넣어, 근처에 있는 건물의 벽에 날아가서 꽂히게 만들었다.

"갖고가, 인간님!"

‘슉, 슈슉, 슈욱, 슉’

“으으으, 아, 안돼!, 끄아아아아아아악!"

‘콱, 꽈직, 우득’

왼손을 제외한 팔과 다리에 투척검이 자신이 던질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날아와서 꽂히자,

디어진은 너무 소리를 지른 나머지 피를 토할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가 애처롭게 소리를 질러도 그 누구도 디어진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건물의 벽에 박혀서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된 디어진을 내버려두고 세사람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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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다각, 다그닥’

한스가 타고 온 마차 덕분에 수월하게 자신이 몸을 의탁하고, 일을 하고 있던 창관 앞에 도착할 수가 있던 밀리안느는,

자신이 시장에게 항의를 하기 위해서 나섰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어수선함과 을씨년스러움에 왠지모를 불안과 함께 설마하는 생각이 든 그녀는,

마차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객실의 문을 벌컥 열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폭풍이라도 지나간건가...”

가장 최근(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에 이곳을 들렀을 때만 하더라도 첫눈에 보고 창관이라고는 감히 연상하기 힘들 정도였고,

수도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깔끔함과 청결함을 유지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건강도 꼼꼼하게 챙기는 등,

이상적인 낙원이라고 붙여진 가게의 이름이 헛것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대단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그로 인해서 다른 곳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이용객이 납득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흐으음…”

지금에 이르러서는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황폐화 됐고, 그로 인해서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때와는 아득히 멀리 떨어지게 됐다,

그런데, 어째서, 단 몇 개월 만에 이런 꼴이 된 것인지 한스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이곳의 모습과 현재의 풍경을 비교하면서 둘러보던 그는, 밀리안느가 향했음직한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문 열어요!,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구요."

천천히, 본래의 색을 상당히 잃은 창관의 건물을 거닐던 한스와 니키타는 어느 방문 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문을 두들기고 있는 밀리안느를 찾을 수가 있었다.

"지금 문 열고 나오면 정상참작 해줄테니까 당장 나와요 야누스!"

"흥, 누가 그런 말을 믿을 정도로 바보인줄 아나본데, 나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단다,

너야말로 얌전히 있으면 시장 어르신께 말씀 드려서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게 해줄테니 잘 생각해보렴!”

‘저벅’

"아, 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그게…”

밀리안느는 한스에게 자신이 해결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한스가 인내심을 갖고 잠자코 기다리자,

그녀 자신이 지금까지 근무해온 이 창관에서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알려줬다, 간단히 요약 하자면,

이 창관의 창립자였던 사람 좋던 포주가 최근,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뒤로, 시장이 멋대로 앉힌 바지 포주가 오른쪽도 왼쪽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을 건드려 경영이 악화됐고,

한술 더 떠서 창관의 근무자들에게 대출을 강요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해결할 방책이 없는 채로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음..., 저자가 없으면 되는건가?”

“일단, 이 창관의 영업에 손대지 못하는 상태만 돼도 한숨 돌릴 방법이 있어 자기.”

“흠, 알겠다."

‘터벅터벅’

두뇌 명석한 한스가 알겠다고 대답을 하자 밀리안느는 다른 해결책이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 앞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하려는 거야 자기?"

"안 열어줘서 문제라면 문을 열면 될 뿐 이지…”

"자기, 여기에 열쇠는 없는걸?"

"압도적인 근력이 있다면 문제 없으니 보고 있도록...“

한스는 두터운 문 앞에 서서 두 팔의 근육을 긴장시켜 힘을 불어넣었다,

곧 긴장으로 인해 근육이 한계까지 부풀어 오르자 한스는 손바닥을 맞부딪히게 하여 박수 소리가 크게 나도록 했다,

그리고는 왼손 바닥으로는 위쪽의 경첩을, 오른 손 바닥으로는 아래쪽의 경첩을 부드럽게 타격했다.

‘뿌직, 삐걱’

“어머,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자기?"

‘우지지지지지지지, 와장창창창창창’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래니!”

말도 안 돼지만, 한스가 근육을 긴장시켜 부풀린 것에 비해서 가볍게 타격한 것만으로 문짝은 굉음을 내면서 방 안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방 안에 숨어있던 턱수역이 덥수룩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내가 목청이 터져라 여자처럼 비명을 질렀다.

"이걸로 해결됐나, 밀리안느?”

"어, 아, 응, 아주 쉽게 해결됐어, 정말 고마워 자기.”

세 사람이 문 밖(한 때는 문이 있었던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사내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은 것 마냥, 그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을 부릅 떴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흠...”

큰 목소리로 괴상한 기합 소리를 내지르는 것 치고는, 사내는 느릿느릿, 하지만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것을 어찌할까 고민을 하는 한스에게 니키타가 말했다.

"한스님, 내가 할게.”

“음,,”

사내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빠르기로, 태어나서 이제껏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민첩학으로,

세사람의 틈새를 빠져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니키타의 발길질에 채여 넘어짐으로 인해 야누스라고 불린 요상한 사내의 짧은 도주극은 그것으로 끝나게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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