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43화 기사와 시장 3
* * *
‘우두두두둑’
“끄아아아아아악!”
"허억, 허억, 감히, 어디서 남의 여자한테 멋대로 손을 데려고 하는 거지?"
“끄으으으, 이, 이 노오오옴!”
"그 냄새나는 입 좀 다물어라!"
‘퍼억! 쿵!’
한스의 분노의 철권에 복부를 가격당한 시장이 또 다시 추수철의 짚단처럼 공중을 훨훨 난 뒤에 맨바닥에 처박혔다. 아직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맨바닥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난 한스가 여전히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시야를 복구시키기 위해서 좌우로 고개를 몇 번 가로저었다.
"괜찮나?”
"으, 응..., 근데 자기는 괜찮아?”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떻게 자기는 내가 있는 곳에...”
"그건...”
"크아아아아아아아앗!, 버러지 같은 평민놈들, 한놈도 살려보내지 않겠다!"
디어진이라고 불린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면서 사납게 포효하자 그 기세에 눌린 구경꾼들은 하나, 둘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단 한사람도 남지 않고 도망치자 디어진이 속 시원한 표정을 지으면서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어 가볍게 몇 번 휘두르면서 말했다.
"도망 안쳤으면 한놈씩 애걸복걸할 때까지 다져주려고 했는데 아쉽군, 뭐 어쩔 수 없지,
구경하던 놈들은 나중에 찾기로 하고 일단은 너희 두 연놈들부터 고깃조각으로 만들어주지, 크흐흐흐흐, 컥!"
디어진은 흉갑이 원형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우그러들어, 적잖이 흉부에 고통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의 끝을 두 사람에게 향한 후 천천히 걸어왔다.
"멍청이들은 이걸 꺼내지 않으면 쉽게 선을 넘기지, 안 그렇나? 크흐흐, 큭!”
‘수웅, 쐐액’
‘촥, 촤악’
검의 사정거리까지 고통을 인내하면서 접근한 디어진은, 검의 첨단부가 교묘하게 급소 부위를 스쳐 지나가게 하면서 피부에 생채기를 냈다, 생살이 검에 의해 찢어져서 타는 것 같은 고통이 연속해서 느껴져도 한스는 침착하게 검의 궤도를 바라보면서 태풍이 와도 가지만 흔들리고 그 치는 거목처럼 굳게 서있었다.
“하하하핫, 죽음의 공포 앞에 등을 떠밀리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 어디 아까처럼 겁도 없이 또 덤벼 보거라 응?, 하하하하핫!"
‘쐐액, 쾍’
‘촤악, 축’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한스의 피부에는 검이 전후로 왔다갔다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상처가 더 많아졌다, 통증을 느낌에도 한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이동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아무런 반항도 보이지 않는 한스에게서 흥미를 잃은 디어진은 찌르기를 멈추고 분노라는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약간이라도 움직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밌고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터인데, 아쉽군,
걱정은 말거라 둘 다 귀족 모욕죄를 적용해서 한꺼번에 목을 날려줄 테니, 만나지 못할 걱정은 마라!”
디어진의 눈에서 방금 전과는 달리 날카로운 예기와 만년설에 버금갈 정도의 차가운 살기가 흘 러 나왔다, 한스의 목을 날리기 의해서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디어진을 보고 밀리안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자기, 나는 괜찮으니까 얼른 도망쳐, 이러다가..."
“크흐흣, 도망치려면 얼른 가거라, 세상 끝까지 네놈을 쫓아가서 살려달라고 빌도록 만든 후에 목을 날려주마!”
그 어떤 방법을 떠올린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도저히 들지 않았던 밀리안느는 몸을 떨면서 이 절망적인 상황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녀와 반대로 한스는 냉정을 넘어서 침착, 아니 어찌보면 죽음을 초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기사와 그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봤다.
"와라.”
"크흐흐흐, 당돌해서 좋군, 죽기 전의 마지막 소원, 내 친히 들어주도록 하지, 저승에 가거든 이 디어진님이 보냈다고 말하거라!"
‘부우웅, 쐐애액’
곧 자신을 향해서 휘둘러지는 것을, 단 한조각의 감정조차 보이지 않는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한스는, 그것이 일정한 지점에 이르자, 디어진의 손을 향해서 자신의 손을 뻗어서 멈추게 했다, 파괴적인 힘이 담겨있던 검과 자신의 손이 쉽사리 잡히자 기사 디어진은 눈을 껌벅거리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놈, 또 다시 사술을 쓴 것이냐, 사악하기 짝이 없구나!”
“이런 사실을 모르나, 충분히 단련된 근육은 마법과 같은 일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는다는 것을...”
"무슨 헛소리를...!"
"그럼 헛소리인지 아니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기사 나으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스가 잡고 있던 디어진의 건틀릿이, 마치 인간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러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면서 변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형은 곧 건틀릿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으으, 으아아, 끄아아아아아아!"
디어진이 목청껏 비명을 질러도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순한 철조각이 아니, 잘 연마된 건틀릿은, 그리 오래지 않아 연철처럼 구겨졌고, 그 안에 있던 기사 디어진의 손 또한 건틀릿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끔찍하리만치 생생한 골절음과 함께 그의 몸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을 새빨간 피가 지면에 주르륵 흘렀다, 곧 그 피들은 흙과 섞여서 색채를 잃었다.
‘뚜드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디어진은 자신의 손이 종잇장처럼 우그러들면서, 수십개의 단검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과 불 타는 것 같은 격통을 동시에 느꼇다, 이제는 고철 조각이 된 건틀릿 사이로 흐르는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얼마 전까지는 여유만만 그 자체였던 디어진은, 현실과 아득히 동떨어진 것 같은 지금의 사태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끊기는 일 없이 계속해서 느껴지는 격통은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생생하게 디어진에게 말하는 듯 했다.
"이 싸구려 칼 한자루를 믿고 그렇게 설쳤나?"
"후우, 후우, 큭, 그 한자루가 네놈의 얄팍한 목따위는 언제든지 분리 시킬 수 있다는 것을..., 후욱, 모르나?, 크으윽!"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해보시지.”
한스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말한 후, 으스러진 기사 디어진의 손을 놓고, 그가 자랑하던 검을 한손으로 잡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던 디어진이 새파래지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무, 무슨 짓거리를 하려는, 큭, 거냐, 흐읍!"
“바로 이런 일이지."
‘텁, 부웅’
‘쩡, 와장창창’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난 정말 어처구니 없고 말도 안되는, 그렇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맨손으로 연마된 금속을 부수는 일따위 가능할 리가 없고, 디어진은 그 사실을 한치의 틀림도 없이 정확히 인지하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은 오른손이 으스러진 고통도 잊을 정도로 강력했고, 디어진은 입을 떡 하니 떨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도 안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후두두두두둑’
"후우..."
마치 가벼운 소일거리를 끝냈다는 듯이, 손을 털어서 손날치기로 인해서 묻은 가루 같은 것들을 털어낸 한스는, 멍한 눈 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밀리안느에게 돌아갔다.
"돌아가도록 하지, 밀리안느.”
"으, 응, 알았어 자기, 흣!”
아까부터 맨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밀리안느는 일어서기 위해서 다리에 힘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녀의 하반신은 주인이 마음 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 상황에 그녀는 난감함을 느끼고는 어떻게든 일어서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밀리안느의 사정을 파악한 한스가 우람한 두 팔로 그녀의 오금과 겨드랑이를 감싸서 들어올렸다, 갑자기 자신의 위치가 변화하여 당황한 얼굴을 하는 그에게 한스는 별도의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안심시켰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가자.”
“으,응”
건물의 그늘이나 노점에 몸을 숨기고서 사태를 관망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두 사람의 귀에 디어진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몸이!, 네놈들을 두다리 성히 도망치게 하리라고 생각했냐!”
기사 디어진은 큰소리로 외친 후 아직 건재한 왼팔로 투척검을 두사람에게 던졌다, 한 박자 늦게 투척검의 궤도가 자신들의 머리임을 파악한 한스는 품에 있는 밀리안느를 감싸기에도, 몸을 돌려 피하기에도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을 깨달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두 사람에게 투척검은 시시때때로 다가왔다.
“큭!”
"어, 자, 자기?
갑자기 자신을 감싸 안는 한스의 행동에 한순간 설랜 밀리안느였지만, 곧 한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하고는 당황했다, 그렇게 두사람에게 투척검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도착하여…
‘챙!, 깡!’
"크으으으, 또 다른 놈이 다된 밥에…!”
한스는 갑자기 들려온 쇳소리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나 역광으로 인해서 누구인지 판별할 수가 없었다, 서서히 시간이 흘러 눈이 적응을 했고 이곳 저곳을 뜯어보자 자신의 앞에서 투척검을 가로막은 실력자의 이름을 한스는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있었다.
“니키타.”
”한스님 늦어서 와봤어, 잘했어?"
“아주 잘했다.”
“헤헤헤, 응?, 흐음..."
니키타는 한스의 품 안에 안겨있던 밀리안느를 잠시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체취를 맡은 니키타는 결론을 입 밖에 냈다.
"한스님, 교미 아니라고 했는데, 암컷이야, 교미 아냐?"
"정보 상이다.”
"으으흥~, 교미한 냄새가 나?”
"오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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