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42화 기사와 시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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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해서 분골쇄신 한다는 분께서 왜 계약서를 뺏거나 내용을 수정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시민들이 대출금을 반환하면 크나큰 문제가 생기나요?'
"글쎄..., 나는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감조차 잡을 수가 없군, 괜찮다면 설명해주지 않겠나?"
사이먼 시장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뒤에 서있던 기사 디어진에게 시선을 향하자, 디어진은 시장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편린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곧 집
요하게 신호를 보내는 시장의 행동을 보고 그제서야 눈치를 챈 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큰소리를 쳤다.
"높으신 분들을 상대한다고 네 년이 귀족이라도 된 줄 알았나!, 시장님의 고귀하면서 큰 뜻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을 보아하니, 네 년도 결국에는 빚쟁이 삼류 작부인게다!”
“…”
"대체 뭐냐, 그 반항적인 눈빛은, 작부인 네게 기사인 이 몸이 틀린 말이라도 했다고 말하고 싶은게냐!"
"옳죠, 네, 모든 것이 틀림 없는 말이죠, 아무렴요."
“에이, 쯧!”
그토록 도도하고 고고한 태도를 고수하던 밀리안느의 입에서 기사인 자신의 말이 옳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반항적인 기운이 남아있었기에 그것이 탐탁치 못했던
디어진은 혀를 차며 심기가 불편을 그대로 드러냈다, 불쾌함을 해소키 위해 입을 열려고 하던 디어진을 시장이 다독거린 후 말을이었다.
"그래, 어찌됐건, 자네가 돈을 빌렸고, 상환할 시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고 하기에 내가 직접, 다른 사람이 집행함으로 인해서 불공평하다는 이야기가 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직접 왔네, 알겠나?"
“그러시군요, 그 원대한 뜻을 제가 미처 몰라봤네요."
"이제라도 알았으니 상관 없다네, 그보다 이번 달에 상환은 조금이라도 가능한가?"
"어차피 지정한 금액이 아니면 20일 내에 또 다시 금액을 상환해야하니 어려울 것 같네요, 시장님."
"그렇다면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요구하는 금액을 상환한다면 문제없이 시원하게 해결된다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가 있으니 꼭 그렇게 해주게나.”
밀리안느는 가짜웃음, 미소를 얼굴에서 흔적조차 없도록 지워버리고는 시장을 마치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폐기물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정말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운 위선자시군요 시장님."
“뭐, 뭐라고 했나 지금!"
밀리안느의 인정사정없는 독설에 사이먼 시장은 인자함을 빙자한 얼굴에 균열을 만들어 내면서 크게 당황했다, 대처할 바를 생각해내지도 못하고 허둥대는 시장에게 밀리안느가 계속 말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싼 이율을 앞세워서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빌리게 한 것을 제가 모를 줄 알았나요?"
"자기 자신만 아는 이야기를 하지 말고 좀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게나.”
"흐응, 계속 시치미를 뗄 생각이신가요?, 그럼 계속해서 말할게요, 상환 시기에 여유를 두면서 압박을 하지 않다가도 지금처럼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상환을 요구하고, 그것으로 모자라서 단
번에 갚도록 요구하면 대체 어떤 방식으로 상환하라고 시민들을 그렇게 핍박을 하고 악독하게 구시나요?”
"흐... 흐음?, 과연 시민들에게 공명정대하고 자비롭다고 소문난 내가 그런 악독한 짓을 해서 시민들을 핍박하다고 말하는건가, 호오..., 과, 과연.”
“시장님의 악행이 명백한 이 상황에서도 발뺌을 할 생각이신가요, 시장님 당신이란 사람은 드높은 곳에 계시는 위대하신 분들께 보이는 행동으로써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도 안드나요, 창피한줄
아세... 아악!”
밀리안느의 독설을 잠자코 듣고 있던 사이먼 시장은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그녀의 얼굴에,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빠르고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한 밀리안느는 바닥에 쓰러져 흙투성이가 된 채로 뒹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인자함이라는 것은 집어던지고, 자신의 본 성인 탐욕과 주체할 수 없는 폭력에 대한 갈망이 넘실거리는 얼굴로 밀리안느
에게 다가가서 마치 괴물의 다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두툼한 다리로 그녀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짓밟았다.
“아아아아악!”
"천한, 길거리에서 뒹구는 잡것들과 다를 바가 없는 창년이, 사람 대우를 해주니까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보구나, 여기에 있는 것들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 대가리를 들게 해주니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오늘 친히 너를 병신으로 만들어서 육단지로 살게 해주마!”
‘우득 우득’
“아으으으윽!".
언제 부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압력이 가해지는 그녀의 두개골은 삐걱이는 소리를 연신 내뱉었고, 시장은 그런 밀리안느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계속해서 압박했다, 곧 밀리안느의 얼굴 이 형
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직전인 때였다.
‘퍼억!’
시장은 둔중한 충격과 함께 세상이 몇 바퀴 회전하는 것을 봤다, 곧 빙글빙글 돌던 시야가 멈추자 흐릿한 시야로 거구의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왠놈이냐!”
디어진이라고 불린 기사는 시장이 날아간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방향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우면서 맹렬한 살기에 그만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굳어버려 제자리
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걷혀지는 흙먼지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그는 다시금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기사의 말이 우습게 들리나, 빨리 네 정체를 밝히도록 해라!”
‘터벅터벅’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걸어오는 사내의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백을 느끼고 몸을 흠칫거린 기사 디어진은 그것을 착각으로 치부하고 기선제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스텝을
밟아 이동하여 사내에게 거친 일격을 날렸다.
"으응?, 이 무슨..."
‘뻐억’
“커헉!”
디어진이 휘두른 주먹은 사내의 안면을 정확히 노렸었다, 하지만 목표를 타격하기 전, 궤도가 판이하게 바뀌었다,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은, 마치 이제는 보기 힘든 마법과도 같았다. 이 괴상한 현상을
디어진은 마법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숱한 전투를 치러오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기사가 됐지만 저런 해괴한 격투술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노오오오옴! 감히 백주 대낮에 사람이 이렇게 모여든 장소에서 위험한 사술을 쓰다니, 위 대한 분들의 분노가 무섭지도 않느냐, 내 친히 하늘을 대신해 천벌을 내려주마!”
‘후웅, 부웅’
갑주와 건틀릿을 장착한 기사 디어진의 묵직한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사내에게 쇄도했다,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날아드는 주먹들은 사내가 내미는 간단한 손짓에 의
해 그 궤도가 틀어지고 말았다.
"이놈이..., 컥!”
‘퍽퍽퍽 퍼억’
디어진의 몸에서 뻗어진 두 주먹이 모두 바깥으로 쳐내지자, 기회를 놓치지 않은 사내의 주먹이 마치 중해머처럼 기사 디어진의 흉부 갑주를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그러자 횟수가 거듭 될 수록 말도
안되지만 실제로, 디어진의 갑주는 원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구겨졌고, 그로인해 타격은 그의 몸으로 무자비하게 흘러들어갔다.
“크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디어진은 어마무시한 타격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고통으로,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렸다, 사이먼 시장과 기사 디어진 두 사람은 마치 물에 올라온 생선처럼 퍼덕거렸다,
사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둘을 무시하고는 밀리안느에게 다가갔다.
“아... , 자기?"
“밀리안느...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 게...”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가서 하지, 여기는 눈이... 큭!"
“한스!”
한스의 몸이 불의의 기습으로 인해서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한스가 쓰러지자 그 뒤에 서있던 디어진이 우그러든 흉부 갑주 부위를 부여잡고, 거친 숨을 계속해서 내뱉으면서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바
닥에 쓰러져 있는 한스를 노려봤다.
"평민 나부랭이가 감히 기사를 모욕하고 때려?, 네놈은 재판까지 갈 필요도 없다, 즉결처분을 내려주마! 그리고 너!”
“흐읏!”
"네 년은 절대로....!”
‘터억’
자신의 몸에 누군가의 손이 닿은 것을 느낀 디어진이 고개를 돌리자 시장이 몸을 파르르 떨면서 겨우 걸어와서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너는 시장님이 직접 판결하실거다."
“아... , 아아…”
흙바닥에 무참하게 쓰러진 한스의 모습을 보고 밀리안느는 그간 잊고 있었던, 악몽 같은 하루의, 끔찍하기 짝이 없어 영원히 잊은 채로 살고 싶었던 기억이 고개를 들이밀면서 현재의 상황과 겹쳐 보
이게 하자, 밀리안느는 진흙으로 옷이 더러워지건 말건 뒷걸음질 쳐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몸을 잠식하는 공포로 전신을 떨었다.
"흐흐, 밀리안느, 되도록이면 깔끔한 상태로 계약과 대출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게 나누고 싶으니 조용히 따라오게나, 나쁘게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야, 흐흐흐흐."
"으, 으으..., 아아아... , 안돼..., 아으..."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메단 그녀는 뒤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트라우마에 잠식된 그녀의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는 커녕, 제어에 따르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부흐흐흐흐흐흐흣, 걱정말게 자네의 동료들에 관한 것도 얼마든지 해결해주겠네, 그러기 전에…”
시장은 밀리안느의 옷을 잡더니 힘을 주고 벌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장의 힘을 버텨내지 못한 밀리안느의 의복 이 파공음을 내면서 서서히 찢어지기 시작했다.
"아아..., 흐읏, 싫어, 싫어어!”
밀리안느의 의복이 뜯어져 맨살이 드러나게 되고, 그 백옥 같은 피부를 만지기 위해 시장이 뻗은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손이 추잡하게 움직이면서 느릿느릿 밀리안느에게 다가갔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닿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장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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