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4화 대장간의 사내 2
* * *
“이야아아앗!”
"너는 여전하군."
"이 좃같은 새끼, 한동안 안 오더니만 오늘은 무슨 용무로, 낯짝으로 어슬렁 거리면서 기어왔냐!”
땅딸막한 사내의 발차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회피한 한스는 왼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사내가 말도 안되는 반사신경으로 마치 원숭이처럼 한스의 팔에 매달렸다.
"용무가 있고, 살 물건이 있으니까 왔겠지."
"아가리 쳐싸물어라 씹새꺄!"
‘부웅!’
"손이 매서운 것은 그대로군!"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스트레이트를 간단히 피한 한스는 사내의 몸을 두 손으로 잡아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타악!’
맨 바닥에 던져진 사내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서 착지한 후 한스에게 소리쳤다.
"등신아, 애들 소꿉놀이 하냐, 제대로 해라 쪼다 새끼야!"
"진심으로 하면 아프다고 툴툴댈거잖냐."
사내는 한스에게 연속으로 공격을 날렸지만, 모두 쳐내져서 단 하나도 한스의 몸에 닿지 않았다,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니키타는 자신이 한스를 도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갈팡질팡 했다.
‘후웅, 후욱,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집요하게 날아드는 사내의 주먹을 계속해서 피하고 쳐내던 한스는, 갑자기 뒤로 펄쩍 뛰어서 거리를 만들고는 진지한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원한다면 진심을 다하지."
“켁, 짜다 짜, 이제 와서 그러냐, 뭐, 좋다, 결판을 내자!"
"준비 됐으면 와라."
"후회 하지마라 임마, 으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아아아아앗!”
다시 돌진 해오는 사내를 한스는 눈 하나도 깜짝 않고 지켜봤다,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의 흉부에 주먹이 뻗어지자 이때까지 피하거나, 쳐내는 등 반복 행동을 취하던 한스는 사내의 팔을 덥썩 잡았다.
‘꾸우욱’
"이이익, 힘 겨루기라도 하자는 거냐!"
"무얼, 이럴 속셈이지."
한스는 사내를 공중에 내던진 후, 뒤따라서 펄쩍 뛰었다, 그리고 허우적대는 사내의 겨드랑이에 양발을 얹고, 두 다리를 양손으로 잡은 한스는 사내가 버둥거리지 못 하도록 꽉 잡고는 추락하는 힘을 이용하여 지면에 내리찍었다.
‘콰앙!’
"내 전적에 1승이 또 추가 되는 군."
뭉게뭉게 피어오른 자욱한 흙 먼지 사이로 한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작부터 도무지 상황을 쫓아가지 못하던 니키타가 한스의 곁으로 부리나케 달려와서 물었다.
"한스님, 나 하나도 모르겠어, 설명 좀 해줘, 왜 싸운거야?"
"이 싸움은 드워프 식이지, 오래된 친구를 맞이할..."
"으아아아아아아!”
‘투쾅!
바닥에 인공 석조물처럼 한동안 박혀 있던 땅딸막한 사내가 괴성을 지르면서 뛰쳐나와 살벌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한스를 발견하고는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험악한 얼굴로 환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하, 망할 새끼, 훨씬 더 잘하게 됐구만! "
"너야말로 잘하더군, 곤라트."
한스의 말에 곤라트라고 불린 사내는 콧방귀를 끼고는 그 발언에 반박하고자 입을 열었다.
"잘 하기는 병신아, 전보다 훨씬 나아졌지, 네 놈 눈깔은 옹이 눈깔이냐, 제대로 보는 게 하나도 없냐.”
"후후, 그래 그래."
"진즉에 그랬으면 얼마나 좋냐 임마.”
곤라트가 어깨를 으쓱 하면서 이두박근이 도드라지도록 자세를 잡다가 멍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니키타의 존재를 그제서야 눈치 채고는 온몸을 들썩이면서 아주 성대하게 놀랬다.
"어험, 허, 그래서 무슨 용무로 왔다고?“
뒤늦게 분위기를 잡으려고 헛기침을 하는 곤라트를 보며 한스는 그가 이런 맛이 있기에 안면을 트고 지냈다고 지난 날의 기억을 한순간 상기했다.
"네가 만든 물건을 사려고 왔지.”
"나의 쩌는 기억력으로는 네 녀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이미 없다고 기억 되는데 뭘 사려는 거냐.”
“내것 말고...“
"네거 아니면 왜 왔냐 병신아, 뭐 돈만 적절하게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팔아주지, 크하하하하하핫!"
"하아…”
답답하기 짝이 없어서 한숨을 내쉰 한스는 이야기를 진전 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니키타에게 손짓을 해서 자신의 옆으로 오게 한 뒤에 그녀의 양 어깨에 두 손을 조심스럽게 얹은 후 말했다.
"내 호위다, 맨몸으로 다니게 할 수는 없잖냐."
"흐으음... , 호위라고?"
곤라트는 한참을 니키타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보다가 한스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는 집어 치우라는 의미가 담긴 시선을 보내면서 말했다.
“인간 여자가?, 호위라고?, 하하하하핫!"
"웃겼나?”
한참을 박장대소하던 곤라트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 다시금 씰룩거리려고 하는 얼굴 근육을 진정 시킨 후 말했다.
"아, 네녀석이 광대 소질이 있을 줄은 꿈 에도 몰랐군, 크흠, 내가 인간들 하고 섞여 산지 20년이 넘었는데, 인간 여자가 할 수 있는 직업은 적지, 그 안에는 호위도 포함돼 있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있던 니키타가 돌연 곤라트 에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인간이 아냐!”
"뭣이라?"
곤라트는 니키타가 한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니키타가 미친 것일까, 혹은 망상벽이 심각한 여자일까 하면서 별의 별 가능성을 상정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좀처럼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묵직한 둔기로 후려친 것만 같은 정신적 충격의 수렁에서 곤라트는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으으흠... ,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정신을 못 차리겠군."
"곤라트 너도 나이를 먹었군..”
“썅, 누가 늙었다는거냐 븅신아!"
한스가 의도적으로 도발을 한 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던 곤라트는, 그제서야 니키타의 머리 위에 있는 짐승의 귀를 발견했다.
"수인에 혼혈이라, 으음..."
"나도 위대한 일족의 일원이야, 인간이 아냐!"
"음, 그래서?"
“응?”
한스는 또 다시 곤라트의 고질병인 앞, 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를 하는 심각한 버릇이 도졌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또 다 잘라먹고 이야기 하는군."
"아차차, 나도 모르게..."
곤라트는 한동안 니키타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리고 말을 빠른 속도로 쏟아냈다, 그 모습에 니키타는 꺼림칙한 감각을 받고 전신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한스의 뒤로 숨었다.
"흐음, 그렇군...”
“이제 좀 정리됐나?"
"그래 그래, 방어구, 그리고 저 수인 아가씨의 손에 착 달라붙는 듯이 깔쌈한 무기가 필요 하겠군?”
"훌륭하다 곤라트,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크흐흐흐흐, 내가 이 일을 시작하고 짬을 얼마나 먹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곤라트는 한스의 칭찬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니키타에게 접근하여 ‘잠시 실례’라고 잘 들리지도 않는 개미 같은 목소리로 말한 후, 미처 당사자가 허락하기도 전에 로브를 들춰서 그 안을 봤다.
"우으으으으읏!”
“푸헙!”
로브의 안에 펼쳐진 순수한 살결의 연회, 유부남인 곤라트는 욕정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보다는 이런 말도 안되는 광경을 코 앞에서 목격하게 된 탓에, 정신이 드높은 차원으로 하마터면 승천 해버리는 줄 알았다, 잠시 후 그는 부들거리면서 일어나 한스에게 말했다.
"이 미친 인간 새끼야."
"왜 부르지, 땅딸보 곤라트?"
"누가 땅딸보 라는 거냐 이 머저리 새꺄, 참 그보다 이 아가씨는 왜 아무 것도 안 입고 있는 거냐?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냐?”
"어제부터지."
"하아, 통탄스럽구나 친우여, 결국에는 너도 퇴폐적 문화에 물들었구만.”
한스가 일체의 반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오해의 골짜기는 더욱 깊어졌다, 이대로는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이미지가 정착될 것 같다는 생각이든 니키타가 곤라트에게 말했다.
"어제부터 한스님의 소유가 되서 아직 없을 뿐이야!"
"잠깐, 소유라고?"
"그런데, 그게 왜?”
"하아..."
곤라트는 한스를 마치 혐오스러운 생명체를 바라보는 듯 한 시선으로 보면서 물었다,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요절을 내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듯이 으르렁거리면서 말이다.
"노예... 라고?”
"그래."
"그런 그렇다 치고, 설마 떡도 쳤냐?"
곤라트의 거침 없는 화법 덕분에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 니키타는 얼굴이 홍당무를 연상 시킬 정도로 새빨갛게 변했다.
"그렇지.”
“맙소사 이 새꺄! 떡은 한 여자하고만 쳐야 한다고!, 그러니까 너희 인간들은 문 제야, 아무하고나 떡을 쳐대니..., 도덕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족속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