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7화 (17/151)

〈 17화 〉 17화 노예창고

* * *

한스는 밑으로 향하는 기나긴 계단을 내려와, 마리우스와 인연이 있는, 상단주인 사내의 뒤를 따라서, 어찌보면 거대한 지하 묘지로 보이는 지하 창고에 도착했다.

“읏!”

“허허, 자네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취했었다네, 신경 쓰지 말게.”

사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 후,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를 따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쉽사리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단번에 인상이 찌그러질 정도로 독하디 독한, 거름 냄새보다 더욱 지독한 오물 냄새와 함께,

거대한 장소를 가득 채운, 진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독한 내음을 줄이려고, 환기구를 뚫고, 최신식이라고 말하는 설비까지 설치를 했는데, 좀처럼 줄어들지가 않네, 다음에 더 증설하기로 하고 일단 받으시게.”

“대체 이것이 뭡니까?”

“그걸로 입과 코를 막으면 한결 나을걸세.”

한스는 거구의 사내가 시늉을 하는 대로, 입과 코를 막는, 조금 별난 형태의 복면을 착용했다, 그러자 냄새가 약간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면서 한결 편해졌다.

“어떤가?”

“훨 낫습니다.”

“그럼, 계속 해서 앞으로 가세나.”

한스는 등불과 기둥마다 꽂혀있는 횃불의 미약한 불빛이 주변을 어슴푸레하게 밝히는 지하를, 마치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사내의 뒤를, 약간 긴장한 기색을 비추면서 따라갔다, 빼곡하게 배치 된 철창 위로 덮다가 만 듯한 덮개 사이로,

아마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 되는 형태가 보였다, 그 모두가, 철창에 기대어 앉아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이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래서 한스는 앞만 보고 걸으려고 했다.

“응?”

당황한 한스의 목소리를 들은 사내가 황급히 몸을 돌려 다가왔다.

“허, 악성 재고가 문제로군, 여봐라!”

“네입, 주인님!”

“이 가치 없는 것을 당장 눈 앞에서 치워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치운다는 단어가 들리자, 한스의 옷가지를 힘 없이 붙잡고 있던 양손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않은 가녀린 양팔을 보고 한스는,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리우스가 자신을 부하로써 거둬들였던 그 날,

자신에게 마리우스의 구원의 손길이 내밀어지지 않았더라면, 과연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있었을까 하고, 가정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행동거취를 결정한 그가 움직였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문제라도 있는겐가?”

“이 아이는 제가 맡겠습니다.”

“어쩔깝쇼, 주인님.”

“으흐음…”

거구의 사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희미한 빛 아래에 서있는 한스를 바라봤다, 과연 이 사내가 진심으로 한 소리일까,

아니면 다른 속셈을 품고 하는 소리일까 하고 속마음을 간파하기 위해서 한스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눈빛을 보고 사내는 깨달았다.

“자네의 생각이 확고하다면 어쩔 수가 없지, 마리우스님이 총애하는 자네이니 특별히 예외로 치부하겠네, 여봐라!”

“예입 주인님, 처분 할깝쇼?”

“이 남자에게, 우리 상단의 물건이 하품(下?)뿐이라고 인식 돼지 않도록 잘 조치해서 보내도록 해라!”

거구의 사내가 내리는 별난 지시에, 그의 부하인 남자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 후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자, 그럼 계속 가도록 하세, 자네에게 인도될 예정인 상품들은 더 안쪽으로 가야 한다네.”

한스는 부하인 남자의 어깨에 짐짝처럼 짊어져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아이를 못내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뒤늦게 사내를 따라 이동했다.”

“걱정 말게나, 내 이름을 걸고, 저 노예를 멀쩡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서 자네에게 인도하겠네.”

한스는 착잡함에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철창 안에 갇힌 생물이 인간이 아닌, 동물, 그리고 괴물도 있는지,

보통 사람이라면 까무러칠 울음 소리를 들으며 그는 창고의 최심부로 접근했다, 머지 않은 곳에 걸린 횃불과 문이 한스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려는 차에 사내가 입을 열었다.

“이 곳이지, 이 안에 마리우스님에게 약조한 진귀한 상품들이 모여있네.”

“그러고 보니 이것을 귀공에게 전하라고 들었었습니다.”

“그게 뭔가, 괘나 중요해 보이네만…”

한스는 리암에게서 건내 받았던 편지를 품에서 꺼내, 사내에게 건냈다.

“마리우스님께서 귀공에게 전하면 알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한스의 손에 들린, 마리우스 상단의 상징인 문양이 찍힌 편지 봉투를 본 사내가, 왼쪽 눈을 치켜 올리면서 말했다.

“오호, 마리우스님께서 말인가?, 굳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말 몇 마디를 사람을 통해서 보냈으면 더 빨랐을텐데 허허…”

사내는 한스에게서 받은 편지의 봉인을, 품에서 꺼낸 칼날로 제거했다, 그 후 편지를 읽기 위해 자신의 아랫사람에게 명령하여 광원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자뭇 진지했던 사내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으로 가득 차게 됐다.

“다 읽었네, 마리우스님께서 자네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 수 있었네.”

그렇게 말한 사내는 자신이 읽었던 편지를 한스에게 내밀었다, 한스는 자신이 봐도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망설이다가 받아들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아십니까?”

“나도 자네와 마찬가지로 도통 영문을 알 수가 없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자네에게 내려지는 포상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지.”

한스가 두 눈으로 확인한 편지의 내용은, 원하는 만큼의 상품 제공, 그리고 일전에 후보지로써 거론 했던 장소에 집을 제공하라고 기재 되어있었다.

“자네에게도, 이 상단의 주인인 나에게도 은인인, 마리우스님게서 이렇게 말씀하셧으니, 두 말 없이 따를 생각이지, 따라오시게 한스 총괄.”

“알겠습니다”

겉으로는 침착과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스였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한스는 지극히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자신이,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 마리우스에게서 보상을, 포상을 받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혼란해 하건 말건 간에, 목적지는 서서히 가까워졌다.

“열쇠.”

“예입!”

사내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의 부하 몇 명 중, 허리에 열쇠 꾸러미를 차고 있던 자가, 거구의 사내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앞으로 재빠르게 뛰어나가 철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물과 같은 움직임으로 몇 중으로 이뤄진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다 됐습니다.”

“음, 그래, 수고했다, 가세나!”

허리를 꾸벅여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부하를 뒤로한 채 앞으로 향하는 사내의 뒤를 따라서, 한스는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문 하나 차이로 바뀐 공기와 분위기가 그를 맞이했다, 상당히 많은 철창으로 이뤄진 복도 앞에 멈춰선 사내가 한스에게 말했다.

“이 안에, 우리 상단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들이 있네, 한번 천천히 둘러보게.”

한스는 거구의 사내의 제안대로 천천히 걸으며 둘러봤다, 그가 자랑한 대로 수 많은 이종족들이 철창, 감옥 같은 철창 안에 있었다.

“…”

‘안 쪽에서 안 쪽으로, 가장 깊은 안 쪽에서 약해진 것들을 찾게나.’

갑자기 점쟁이 노인의 말이 떠오른 한스는, 그 자가 진정한 점쟁이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지만, 지금이 바로,

그 노인이 말한 상황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쳤다, 분명 시험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스는 판단했다.

“호오…, 그것들을 찾는건가…”

한스는 거구의 사내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분명, 가장 안 쪽에 노인이 말한 것에 해당하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으흠, 역시 이것들을 원하는게로군, 한스 총괄, 역시 대단한 안목이네.”

“으으…, 또 왔나 인간놈들…”

철창 안, 감옥에는 과연 노인이 말한대로 쇄약해진 존재가 셋이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매우 희귀한 이종족이 셋이나 한 감옥 안에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이종족들을 한스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관찰했다.

“신경 쓰이는 소리군, 또라니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시치미를 떼기는, 오늘도 욕 보이면서 갖고 놀기 위해서 왔잖느냐!”

“으흠…, 시치미 이전에 정말로 모르는데…”

“헛소리마라 인간놈!, 몇 번이나 내가 아닌, 이 아이들을 건들려고 했고, 그 시도가 실패하자, 나를 무참하게 욕 보이지 않았었느냐!”

“음…,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네, 이 상단의 주인으로써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지, 여봐라!”

“네입!”

거구의 사내가 눈치를 주자 뒤에 서있던 다른 부하들보다, 명백하게 화려한 옷차림을 한 자가, 마치 활에서 쏘아내진 화살처럼 후다닥 뛰어,

순식간에 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사내가 수인에게 말했다.

“내 이름으로 명을 내렸으니 앞으로는 없을 것이지.”

“흥, 인간의 말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 기대하겠어.”

“오늘부터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

“그게 무슨 소리냐?”

“한스 총괄.”

한스가 철창 앞으로 나서자 순간 암컷 수인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면서 상태가 급변했다, 수인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앗…, 아아…”

“이 상품이 오고나서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거늘, 정말 흥미롭군…”

“대체 무엇이 말입니까?”

“잘보게.”

약간 어두컴컴한 철창 안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 두 눈에 힘을 준 한스는 그리 오래지 않아, 어둠 속에 있던 암컷 수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짐승의 귀와 꼬리를 제외하면, 인간과 그리 다를 바가 없는 외모, 크지는 않지만 충분히 단련 됨으로 인해서, 적절한 모양과 탄력을 가졌으리라고 예상 되는 유방과 둔부,

여자로써 한계까지 지방을 줄임으로 인해서 탄생한 탄탄한 복부, 그리고 국부에서 흘러나온 액체로 인해서 촉촉히 젖은 튼실한 허벅지,

그리고 쉴 새 없이 애액을 뿜어내어 의상이 착하고 달라붙어 그 모양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하는, 지극히 암컷다운 음부.

“수인들은, 강한 2세를 남기기 위해서, 자신보다 우월함을 지닌 이성을 눈 앞에 두면, 그 순간부터 발정기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나도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네.”

“읏…, 크…, 큭!”

수인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국부와 유방을 가리지도 못하는, 실로 천조각이라고 부름이 타당한 의복 같지도 않은 옷에 의해 드러난,

한쌍의 가슴과 음부를 팔로 가리려고 했다, 하지만 팔보다 큰 유방과, 계속해서 쏟아지는 애액으로 인해 촉촉히 젖은 국부가 얇은 팔로 가려질리가 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