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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1화 (11/151)

〈 11화 〉 11화 식사와 밀리안느 ­1­

* * *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다니까, 정말 별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금방 들어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가, 이 바닥은 그렇게 돌아가.”

“상단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 상단도 그리 다르지 않아.”

“그렇습니까, 얼추 비슷하게 운영 된다고 인식 했었습니다만.”

“그건 자기가 있는 마리 상단이 조금 별날 뿐이야, 어디든 사람이 있는 이상 얼추 비슷하게 흘러가거든.”

“흥미롭습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니까요.”

한스는 2층으로 올라와, 나름 신경쓴 흔적이 보이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세련미가 넘치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열린 문을 통해서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을 둘러보니 조촐하게 갖춰진 가구들이 배치돼 있는, 2인이 식사를 하기에 부담이 없는 곳으로 확인이 됐다.

“당연하지, 자기처럼 한 곳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도 드물지만, 10년 정도 존속하는 곳도 굉장히 드문 편인걸?,

그리고 어릴 때부터 다른 곳은 모르고 거기서 커왔는데 아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역시 밀리안느님 입니다, 덕분에 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했을 뿐이야 자기, 그리 호들갑 떨 필요는 없어.”

“아는 것 뿐만이 아니라 활용까지 가능하니, 박학다식이라는 칭호가 가히 밀리안느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저 많이 들었을 뿐이야,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야.”

밀리안느는 한스가 할 말에서 옛 기억, 떠올리기만 해도 언짢아지는 과거를 떠올린 것인지,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품에서 파이프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잘 익은 사과같이 새빨간 입술로 연기를 빨아들이고, 이내 내뿜었다.

“후우…, 그리고 나 같은 여자한테 그런 말은 과분해.”

이성, 나아가서 타인에게 둔감하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던 간에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 한스였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밀리안느에게, 기분이 전환 될만한 말이건, 행동이건 해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지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그녀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한스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입은 이미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밀리안느님,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고아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써 대해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제가 안되는 몇 안되는 참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당신입니다.

“무, 무슨 소리를 뜬금 없이 하는거야 자기!”

“그리고 말입니다, 이대까지 경험한 바로는, 밀리안느님 이상으로 지적이고 박식하면서 행동력이 있는,

그러니까 남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능력을 가진 여자는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스의 돌발적으로 이뤄진 불의의 습격이 어지간히 치명적이었는지, 밀리안느는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를 테이블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다시 줍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동요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을 불러온 당사자인 한스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파급을 불러오는지 전혀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앉아있었다.

“아, 아니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한스 총괄님, 도통 이해가 안가서 그러는데 자세하게 설명 좀 해주겠어요?”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이것이, 그녀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라고 판단한 한스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일단 테이블에 떨어진, 세월의 풍파를 받은 흔적이 여과 없이 보이는 파이프를 주워 그녀에게 건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의 손이 살짝 닿자 밀리안느는 혐오스러운 것이 손에 접촉한 것처럼 어깨를 움찔거렸다.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나한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아무한테나 그러면 안돼, 알겠지?”

“물론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저는 우둔한 남자가 아닙니다 밀리안느님,

그리고 당신이라면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방금과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잖습니까.”

“그럴리가…, 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일개 인간에 불과하니까, 그런 일은 못해, 자기의 말이 틀렸다는 일례를 말하자면…”

밀리안느가 마침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찰나, 두 차례 노크와 함께 닫혀 있던 객실의 문이 열리고, 식당 소속의 여종업원 두 명이,

음식 쟁반이 실린 왜건을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식탁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쟁반을 들어 식탁으로 운반했다,

이 일련의 동작을 물 흐르듯이, 눈 깜짝할 새에 처리한 두 사람 중, 약간 연상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말했다.

“오래 기다리렸습니다, 주문하신 스튜 곱빼기, 갓 구운 빵 두덩이, 크래커 한 접시, 고기 두덩이, 마지막으로 약한 포도주 한 병입니다만, 이외에 별도로 필요한 것이 있을런지요?”

“혹시 밀리안느님, 아직 식사 안…”

“아니, 난 됐어.”

“없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별도의 주문이 필요할 때에는 객실 내에 비치된 마법을 종을 울려주시면, 저희 종업원이 올 것입니다, 그럼 즐거운 식사 되세요.”

여종업원 두 사람이 객실에서 빠져나가자, 더 이상 허기를 억누르지 못하게 된 한스는 갓 구운 빵 한덩이에서 반절을 뜯어내서 스튜와 함께 섭취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반덩이의 빵이 입 안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스의 식욕은 여전했고, 사악하고 무자비한 손길을,

아무런 죄가 없는 따끈한 음식들에게 뻗은 한스는 참담한 학살극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음식을 정신 없이 흡입했다,

그러던 중 돌연 손을 멈춘 한스는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앉아있던 밀리안느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까 종업원들이 들어오기 전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대체 뭐였습니까?”

“아, 아니, 별것 아녔어.”

“음, 그렇습니까.”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이렇게나 여자 마음을 간단히 들었다 놨다 하는데, 그 계집애한테도 이러는거 아닐까, 나만 이렇게 골머리 썩히는 거겠지?’

한스가 다시 고개를 숙여서 식사에 전념하려고 하던 때에, 전부터 꼭 물어보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사항을 떠올린 밀리안느는 입에서 파이프를 떼냈다,

그리고 재떨이에 다 탄 연초를 덜어낸 그녀는 한스에게 물었다.

“다른 딸들 하고는 요새 좀 어때?”

“마리우스님의 가족분들 말입니까?”

“당연히 그 사람들이지, 다른 사람에 관해서 물어봤자 자기가 속 시원하게 대답할리가 없잖아?”

“하하,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좀 바뀌었어?”

연기인지 진심인지, 한스는 알 수가 없었지만, 밀리안느가 마치 그 아이들처럼 눈을 빛내자 이런 모습 또한 참 좋다고 생각했다.

“루시님은 특별히…”

“그 계집애는 말고, 다른 애들 말야.”

“쌍둥이 말입니까?”

“음…, 그래 맞아, 걔들은 어때?”

한스는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빵 반덩이와 스튜 절반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그리고 와인을 잔에 반절 가까이 부어 마신 그는, 그제서야 좀 살겠다는 표정을 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음…, 그거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후우…,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제가 뭔가 잘못했다면 시정하겠으니, 말해주십쇼, 반드시 고쳐보겠습니다.”

“아니 뭐, 됐어, 그걸로 충분해.”

“그렇습니까.”

밀리안느는 이 둔감하고 성실하면서, 자주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이는 사내를 보고 있노라면, 아마 이 이상 물어도 원하는 답을 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후 그녀는 꼬았던 다리를 풀어 다른 방양으로 꼬아 까딱거리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자기가 말했던 것들 말야.”

“그 상단 말입니까?”

“그래.”

“정말로 벌써 끝났습니까?”

“그렇고 말고,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걸 봤어?”

“한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하지, 이 바닥은 신용이 전부니까, 허튼 짓거리 하다가 걸리면 모조리 잃고 시장 한복판에 나앉게 되니까…”

밀리안느는 그 말을 하면서 씁쓸한 얼굴을 하면서 포도주 병과 빈 잔으로 손을 뻗었다, 목이 타는 것도 이유중에 하나겠지만, 분명 신용과 관련된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자기, 조금만 마실게.”

“아, 그러십쇼, 내킨다면 전부 다 마셔도 괜찮습니다.”

한스는 밀리안느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재주도 좋게, 입 안에 있던 음식물을 단번에 삼키고 말했다,

그리고 몇 초 이내에 다시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한 한스를 보며 밀리안느는 포도주가 담긴 병을,

그 주둥이를 빈 잔이 있는 방향으로 기울여 절반 정도 채운 후, 다시 테이블 위에 놔뒀다,

그녀는 도수가 약한 편인 포도주로 바짝 마른 목을 축였다, 입 안에 퍼져나가는 풍미와 단 맛,

그리고 약한 알코올의 기운을 느낀 그녀는 입술을 요사스럽게 핥으며 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술이 아니라 물 같네?”

“일부러 그렇게 주문했습니다.”

“아직도 어려운거야?”

“그게 좀처럼 안 고쳐집니다.”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타고난 것을 마음대로 고치는 것을 정말 어려우니까.”

“그래도 명색이 남자인데 못 마신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밀리안느는 잔에 붓다가 손가락에 튄 포도주를 색이 있는 움직임으로, 혀를 뱀처럼 움직여 핥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스를 바라봤다.

“나는, 자기한테 그런 단점을 뒤덮을 만큼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여자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음, 그런 겁니까?”

한스가 미덥지 못한, 자신에 대한 미덥지 못한 감각이 흘러넘치는 상태로 묻자 밀리안느가 대답했다.

“그럼~, 술이야 못 마셔도 남자 구실만 잘하면 되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

“명심 해두겠습니다.”

한스는 일단 대답은 확실히 했지만, 어째서일까, 밀리안느가 보기에는 이해를 완벽한 정도로 한 것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 그저 과했기를 바라며 그녀는 식사에 다시금 몰입한 한스에게, 포도주를 채운 잔을 밀어줬다, 그리고 아까하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품에 있던 작은 가방을 꺼내 그 안에서 쪽지를 집어내고 한스에게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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