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10화 수인과 점심 식사와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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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죽겠구만.”
“수고 많으셨소 총괄님.”
두 시간 동안 잠시간의 휴식도 없이 행해진, 욕지거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뺑뺑이에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한스는 진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리암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비효율적인 작업에 치를 떠는 감정과 한껏 고생한 한스에게 동정하는 기분이 물감처럼 섞인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단 급한 불은 모조리 껐으니 식사라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난 아직 허기가 덜 지니, 총괄님 대신에 이 자리를 맡고자 하오.”
“아니, 이 상단에서 할 일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나머지는 물자를 구매하는 일만 남은 셈인데, 저를 어디까지 곤란하게 할 생각인 겁니까 리암?”
“좀 갔다 와야 하잖소?”
“도대체 어디를 말입니까?”
“오, 으흠…”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리암은 잠시동안 입을 다물고, 대화를 통해서 알아낸 것, 그리고 물어야 할 것을 정리한 후, 다시금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 아무런 말도 못 들은게요?”
“뭐…, 일단 그렇습니다.”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한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리암은 문자 그대로,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출발 전에 루시를 통해서 건내 받은 것을 한스에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마리우스가 한스에게 꼭 전달하라고 한 듯했다.
“받으시오.”
“이게 대체 뭡니까?”
“주인님께서 한스 총괄에게 꼭 전달하라고 하셨소.”
“이런 것을 대체…”
마치 작은 동물을 건내 받는 것 마냥, 조심스러운 손길로 리암에게서 가죽 주머니와 상단의 문양이 선명하게 찍힌,
밀납으로 봉인 된 편지를 받아들었다, 종이의 질이 평상시에 쓰이는 물건과는 확연히 달랐기에, 한스는 이것이,
자신이 아닌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누군가에게 보낸느 편지라는 것을 눈치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는 한스의 귀에 리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은 시장의 중심부로 들어가면 보이는 주점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직진하다가, 두 갈래 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한 폐가가 보일 때까지 직진하면 사람이 마중나와 있을거라고 하는구려.”
“리암, 대체 그 주문 같은 지시를 이행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소만, 주인님의 지시이니 손해는 없으리라고 생각하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니를 해결하고 향하겠습니다, 혹여 시간 제한이라도 있습니까?”
“그리 해도 특별히 문제는 없지 않겠나싶소, 주인님께서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건강과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라고 말씀 하셨잖소, 분명 괜찮을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끼니부터 마치고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시오, 나는 그 새에 매입이라도 하고 있겠소.”
한스는 리암에게 자신이 할 몫도 남겨달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려서 이 요상한 상단의 부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 어떤 연계도, 법칙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는 이 상단, 처음에는 설마 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짐작이 아주 정확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밝혀낸 것 이외에도 분명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한스였지만,
이 방면은 어지간히 공을 들여서 위장한 거인지 무엇을 감췄는지 그 편린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이상의 추측, 혹은 추론은 도움이 안된다고 그는 판단하고 계속 걸었다.
“아, 총괄님, 혹여 늦게 된다면 역마차로 복귀하시구려.”
“늦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스는 지금으로써는 어찌할 방도조차 없는 생각들을 한 구석에 잘 정리해두고, 항상 들리던 식당을 향해 계속해서 걸었다.
그저 시끌시끌한 정도가 아니라 왁자지껄하다고 밖에 맞는 단어가 없는 시장을 가로질러, 인파를 헤치고 한스는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항상 들르던 단골 식당으로 한창 향하던 중이었다.
‘전보다 더 시끄러워졌군, 유랑악단이라도 온건가?’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대로의 한 켠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벽을 만들어서 그 안의 무언가를 한창 구경하고 있었다,
중심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소규모 유랑극단의 비정기 공연이라고 한스는 판단했다,
그리고 신경을 끊고 그냥 지나치려고 하던 그의 귀에 거슬리는 무언가가 들려왔다.
“새꺄, 그 더러운 앞 발 놓고 안 꺼지냐?”
“안된다, 돈 달라!”
“씨발 전에 줬는데 뭘 또 달라고 씨부리냐 엉?”
“돈 부족, 이번일 다음, 준다 약속.”
“다 챙겨줬는데 생떼도 작작해야지 엉?”
대충 듣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내용을 우연찮게 듣게 된 한스는,
그 자신도 또한 주변에서 인간 벽을 이루고 있는 구경꾼들과 마찬가지로 소동의 중심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서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자 한스의 두 눈에, 맨 땅에 흙투성이인 채로 쓰러져 있는 수인과, 반대로 흙 하나 묻지 않고 멀쩡히 두 다리로 서있는,
저속해 보이는 인간과 그런 놈의 추종자로 보이는, 같은 수준을 보이는, 동 레벨의 진상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우연찮게 들은 이야기와, 지금 눈 앞에서 이미 벌어져 있는 상황을 조합하면 어떤 경위인지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털 뭉치 새꺄, 두 다리로 성히 돌아가고 싶음 작작하는게 좋지, 크흐흐.”
“멀쩡한 몸으로 돈을 받고 싶다면 말야, 크크하하하하하하!”
“계약 이행, 돈, 약속.”
“하아…, 이 씨발 새끼가 꼴 받게하네.”
“허이구, 짐승 새끼가 우리 대장님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겼네?, 크크크.
주위에 있던 놈의 동료들은 지금의 상황이 어지간한 축제와도 같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보다는 조금 더 거리를 벌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수인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부탁, 돈 양도, 그 후 귀가.”
“이 씹새끼가 지금 인간님한테 염장 지르고, 보상 받기를 원하냐 엉?”
공격적으로 말한 남자는 주머니에서 금속으로 구성 된 물건을 꺼내 양손에 장착하고, 몸을 움직였다.
“돈, 계약, 돈, 이행.”
“사람 꼴 받게 하도 돈을 확실히 받아가시겠다, 어림도 없다 이 새꺄!”
“가족, 돈, 필요…, 컥!”
한량의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연타 공격에, 결국 수인은 버티지 못하고 맨 바닥에 쓰러졌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수인을 두들겨 팬 놈은 곧 격한 숨을 몰아 쉬면서 말했다.
“하아…, 하아…, 죽고 싶지 않거든 가라, 후우…”
“으으…, 대가, 필요…”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내뱉은 수인의 한마디가, 가라앉으려고 하던 한량의 혈기를 다시금 머리 끝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처러다가 비명횡사 하는거 아닌가?”
“그렇게 걱정이면 자네가 나서보는 것은 어떤가?”
“이 사람이 지금 정신줄을 놨나, 내가 병신이 되면 처, 자식은 자네가 돌봐줄 셈인가?”
“옘병하는 소리는 하덜랑 말고, 생각도 없으면 야부리 털지 말라는 소리지, 클클.”
“뭣이?, 자네 지금 말 다했나?”
“사실 아직 덜했는데, 들어줄텐가?”
“이 친구가…”
주위에서 구경꾼으로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수인을 바라보기만 할 뿐,
직접 나서서 이 상황을 종결 시키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다 싶더니,
한스는 이제서야 이 기시감의 원인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 자신이 마리우스와 만나던 날의 일이 지금의 상황과 상당히 흡사했던 것이다,
그 때 당시에 자신이 거둬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잠시하고, 한스는 지금 자신이 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됐다.
“이봐 밀치지 말라구.”
“실례 좀 하겠습니다.”
“아, 뭐, 그러시오.”
갑자기 자신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한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마디 쏘아붙이려고 하던 남자는 곧,
한스의 장대한 기골을 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곧 소동의 근원지에, 한 발만 더 내밀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한스는 도달했다.
“흐으으…, 돈…”
“하아…, 하아…, 아무래도 진짜, 하아… 죽고 싶나보군, 후우…, 그리 해주지.”
한량은 푸들푸들 떨리는 손을 움직여, 허리춤에서 적당한 길이를 가진, 얼룩과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날붙이를 한쪽손에 쥐고 꺼내들었다,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주위가 흉흉해지는 물건을 휘둘러 수인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할 때, 적당한 시기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면서 좀이 쑤시던 한스가 드디어 몸을 움직였다.
“허어…, 이건 또 어디서 굴러온 개뼉다구냐, 이 짐승 새끼랑 같이 뒤지고 싶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까.”
“그럼 왜 왔냐?, 이 새끼 애비라도 되냐?”
“네 행동거지가 날 불쾌하게 만들어서, 도무지 가만히 못 있겠더군.”
“허 참, 어디에 짱 박혀 있던 정의의 기사님이 이번에는 늦지 않고 딱 맞춰서 오셨구만,
그래서 기사님은 나처럼 열심히 사는 소시민을 혼내주고, 불결한 수인을 보호할 생각이시겠지, 안 그러냐, 엉!”
한량은 수인에게 휘두르려고 했던 칼을 한스에게 향했다, 여차하면 전력을 다해서 베고 또 벨 생각이었다.
“멋지게 등장은 잘했다, 하지만 이 도시의 큰손인 겨안나 스털님한테 개기고 성히 돌아갈 수 있을 성 싶냐!”
“글쎄, 큰손인지 아닌지,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봐야 알겠지, 시간 아깝게 하지 말고 빨리 시작하라고.”
“이 씹새끼가!”
놈은, 한량은 한스의 비아냥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손에 든 날붙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놈이 휘두를 칼은 깔끔한 궤적을 미처 다 그리지 못하고 멈췄다,
자신의 손에 들린 칼이 의도치도 않게 멈춰있자, 의아한 얼굴로 날붙이가 들린 손을 봤다, 그러자 자신의 손이, 한스의 한 팔에 의해서,
팔꿈치가 잡혀 더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 보였다.
“씨팔, 무슨 좃 같은 마도구를 썼냐, 응?”
“하, 너 같은 부류에게 마도구를 쓸 만큼 내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
“개소리는 자면서나 하고, 빨리 놓는게 좋을거다, 그럼 관대하게 팔 한짝으로 끝내주지.”
“하하, 그러신가, 지금 그 말이 어울리는 입장에 놓인 것은 네가 아니지, 뭐 상상은 자유니까 존중하지.”
한스는 그 이상 아무 말을 않고, 단지 평상시와는 다른 매서운 눈빛으로, 당장에라도 분화할 듯이 울그락불그락 하는 화산을 연상 시키는 놈의 얼굴을 그저 바라봤다,
이런 놈들이 지금에 와서는 보기도 힘든 아인종 보다 더 위험한, 지극히 괴물에 가까운 부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연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오른 한스가 입을 열었다.
“이봐, 잘난 친구.”
“친한 척 하지마라 병신아, 누가 너 같은 놈 친구냐 엉?, 이 팔만 풀리면 한 순간에 동강을 내줄테니 계속 그대로 있어라, 썅!”
“그래, 친구는 아니지, 하지만 말야 네 팔이 하나 뿐이냐고 묻고 싶군, 굳이 없는 힘을 짜내기 보다는, 머리를 조금만 쓰면 니 앞에 있는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 할 수 있겠지, 안 그래?”
“하, 뭘 말하나 했더니, 이미 내가 깨닫고 있던 것을 말하는군, 좋다, 굳이 그런 수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네 놈의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설마 이 정도로 간단한 계략에 하는 심정이었지만, 한량이 너무나도 쉽게 걸려드는 것을 보고, 한스는 바닥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배웠다,
그리고 놈이 다른 손으로 잡기 위해서 놓아, 자유 낙하 중인 날붙이를 한스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붙잡았다.
“하, 뭐냐 썅놈아, 그 보검은 너 같은 놈이 건들 수 있는게 아니라, 오직 이 몸만이 잡을 수 있는 이 몸 전용이라고!”
“자신의 물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잘 해줬어야지, 안 그래?”
“그딴 씹 같은 소리는 느그 애미 젖이나 빨면서 해라, 누가 수인 따위한테 신경 써주냐, 그런 짓 했다가는 호구 취급 당하기 딱 좋다는 걸 모르냐, 등신아.”
“새로 하나 배웠군, 고마우니 돌려주지.”
“그래 그래, 진작에 그랬으면 좋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느…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치 상태가 이어지기에 마음을 놓고 있던 한량은, 한스가 휘두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소유였던 칼에 왼팔이 덜렁덜렁거릴 정도로 베였다,
날붙이의 관리가 엉망인 탓에 상처는 유난히 심각해 보였다, 충격과 고통으로 인해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는 놈에게,
한스는 일찍이 원하던 대로 돌려줬다, 물론 그것이 놈이 원하던 대로가 아닌 다른 형태로, 그 누구도 감히 쉽게 연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소유주에게 돌아갔다,
바로 넓적다리에 꽂아서 돌려줬기 때문이다.
“칼을 돌려줬으니, 이제는 돈을 지급 할 수 있겠지?”
“쌰, 썅놈아, 너 같으면 주, 주겠냐?”
“음, 그건 그렇군.”
한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허벅지에 꽂힌 칼을 더욱 깊숙히 밀어넣었다, 그러자 한량의 자지러질 것 같은 비명이 더욱 커졌다.
“아직도 주고 싶지 않겠지?”
“흐으…, 흐으으으…, 주, 줄테니까, 더 이상은…, 으으으.”
“그럼 돈 주머니 놔두고 가면 돼, 알겠나?”
“야, 야, 돈 내놔.”
“진짜로?”
“그럼 가짜겠냐 썅년아, 빨리!”
거듭되는 재촉에 마지 못한 한량의 추종자들이 돈 주머니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한스는 날붙이의 손잡이를 놓았다,
고통이 비교적 약해지자 한량은 맨 바닥에 털썩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고, 그런 놈을 추종자들이 부축해서 데려갔다.
“개새꺄, 너는 반드시 씹어 먹어준다, 반드시!”
한량은 추종자들에게 부축을 받아 뒤뚱거리며 걸으면서도, 한스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사자인 한스는 놈에 대해서 별 감정이 없었는지 시큰둥한 얼굴로 맨 땅에 떨어진 돈 주머니를 주워, 벙찐 얼굴로 있는 수인에게 다가갔다.
“받으시죠.”
“왜, 양도?”
“응당 받아야 할 몫을 대신 받았을 뿐입니다, 자.”
수인은 한스와 돈 주머니를 몇 번 번갈아서 보다가, 조심스럽게 돈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스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뒤 쏜 살 같이 도망쳤다.
“기분이 묘하군.”
이제는 자신이, 그 옛날 자신을 거둬줬던 마리우스처럼 움직일 때라고 판단하여, 흉내를 내봤지만 어째서일까 완벽히 무언가를 매듭 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고양감, 그리고 상쾌함, 마음이 이렇게 후련하기에 마리우스가 자신을 도우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한스는 속으로 생각하며 일단 경비가 오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한스는 이번에야 말로, 진정으로, 정말로 식당에 도착했다, 참으로 별난 일들로 인해 끼니를 떼우는 일이 엄청 뒤로 밀렸다고 투덜대며 그는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대충 보아하니, 자신을 기피하거나, 찾는 것 같은 사람은 없었기에 한스는 일단 외곽의 한가한 곳에 자리를 한가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아, 이제서야 식사를 할 수 있겠구만.”
상단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라면 이미 한참 전에 식사를 끝냈을 시간대이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이런저런 일에 끌려다니게 돼서, 지금, 한스의 위장은 극도의 공복으로 인해서 쪼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을 본체에게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서 지속되는 허기로 인해서 신경도 상당히 곤두서는 것을 그 자신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 이상의 공복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식당에 들를 수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크래커와 육포를 다 먹지 말고 조금은 남겨둬야 했다고 후회를 하고 있는 한스에게 여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은요?”
“스튜 곱빼기, 빵 두덩이에 크래커 한 접시.”
“그걸로 끝인가요?”
“아, 추가로 약한 포도주 한 병 부탁드립니다.”
“그걸로, 끝이겠군요, 정말 매번 생각하는거지만, 이걸 어떻게 다 먹는건가요?”
“배가 고프니, 그냥 되더군요, 하하하핫.”
“뭐, 일단 조금 기다리세요.”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한스의 답변이 그리 명쾌한 해답이 되지 않았기에, 여종업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스가 있던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양손으로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주문하신 스튜 곱빼기, 크래커 한 접시하고 포도주 한 병이예요.”
“음, 빵은 어떻게 됐습니까?”
“미리 구워놓은 것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나가서, 좀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흠, 그렇습니까.”
“그럼 저는 이만…”
몸을 돌려서,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혹시나 쌓였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떠나려고 하던 여종업원을, 한스는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여 다시금 붙잡아 돌아보게 했다.
“그렇다면, 추가로…”
“어머, 이게 누구야, 마리 상단의 한스 총괄님이잖아!”
“누구십…”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금방 그 목소리의 주인을 금새 떠올리지 못한 한스는 고개를 슬며시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러자 진한 블루 블랙의, 쭉 뻗은 머리칼을 소유했고, 가르시아와 동급의, 아니 그 이상이라고 판단되는 흉부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커다란 둔부를 감추기 위해서 의복을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천을 너머서 느껴지는,
압도적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적절한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중인 둔부, 그저 근처에 서있는 것 만으로도 남자를 수컷으로,
달콤한 꿀을 찾아 헤매이는 일벌로 만드는 마성의 매력, 그리고 외출복임에 분명하지만, 극단적으로 얇은 의복,
아니 의복임에 분명한 것인가 하고 생각이 들 정도의 차림새를 하고, 그 위에 두께가 있는 모피 코트를 어깨에 걸친 여인이 한스의 뒤에 서있었다.
“아, 밀리안느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야 총괄님, 으이구…”
밀리안느라고 불린 여인은 한스의 뺨을 적당히 잡아 당기며 얄밉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가 앉은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았다.
“이런 시간에 당신이 식당에 들릴 만한 이유를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어, 왠지,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감춰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음, 어떤 점에서 밀리안느님의 흥미를 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에 들리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으유, 정말 둔한 것인지, 짖궂은 것인지 갈피를 못 잡겠단 말이야.”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밀리안느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어째서 ‘이런 시간’이 되도록 식사를 못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거야.”
“음, 그 이야기를 하자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할 듯 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우리 총괄님께 할당 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마.”
“그럼…”
“저…, 도대체 주문은 언제쯤 할 건가요, 한. 스. 선. 생. 님.”
대화에 빠져들어, 한스 자신의 주문을 기다린다고, 업무가 쌓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전속 시종과 같이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준 그녀의 존재를,
지금에 이르러서야 눈치 챈 그는 연거푸 고개를 꾸벅였다.
“고기 두덩이, 잘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외는요?”
“업…”
“아니, 있어요, 사용 가능한 호실 있나요?”
“지금은 전부 깔끔하게 비어 있는데, 쓸건가요?”
“물론이죠.”
“방 사용료는 음식에 포함돼 청구 되구요,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은 호실로 옮겨 드릴 테니 적절한 호실에서 기다려주세요.”
“잘 들었나요 한스? 그럼 가죠.”
“알겠습니다, 밀리안느님.”
한스는 여태껏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2층에 있는 호실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녀가 한스에게 팔짱을 꼈고,
그녀 자신의 폭력적인 흉부를 그에게 밀어붙이는 덕택에 점점 이성이 흐릿해지고 아찔해지는 한스였지만,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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