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9화 창고의 골렘과 관련 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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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소이자 물류 창고를 겸하는, 야적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조그만 건물 앞에 다다른 한스는 마차에 적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작업자들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인간이 아닌,
굳이 말하자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갑옷과 같은 몸을 지닌 인공물,
골렘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한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거운 상자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드는 모습을 보고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하 대단한걸, 그런데 벌써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둔건가, 녀석 어지간히 좀이 쑤셨나보군.”
강철의 거구가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상황에, 자신이 무엇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인지 잊어버린 한스에게, 머리가 살짝 벗겨진 강한 인상의 사내가 다가왔다.
“어서오시오 총괄님.”
“좋은 아침입니다 리암.”
고개를 꾸벅여 인사하는 한스의 모습에, 사내의 날이 선 것 같은 표정이 약간이나마 누그러 들었다.
“특별 사항은 없습니까?”
마차에 차곡차곡 쌓이는 박스와 물류들을 보고 한스는 상단의 총괄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의 입장으로 혹시나 하여 물어보았다.
“보이는 대로, 큰 문제도, 작은 문제도, 아주 심각한 문제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소이다.”
리암의 보고와, 현재의 상황에 대단히 만족한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역시 리암이군요, 제가 나오지 않더라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실력, 흠 잡을데 없습니다, 그야말로 훌륭하다는 말 이외에 어울리는 단어가 없습니다.”
“뭔 놈의 농을 그리 진지하게 하는게요?”
적재되는 물품과 서류에 기록된 물품을 비교하여 확인하던 리암은 퉁명스럽게 대답한 후 동그랗게 뜬 눈으로 한스를 보며 말했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 했듯이, 너무 나를 믿지 말구려,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은 총괄님처럼 감독하는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당장이라도 농땡이치고 구석에 숨어서 술이나 마시고 있을 테니, 주의 하시오.”
“후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턱하고 믿을 정도로 우리가 하루, 이틀 손을 잡고 일을 해온 것이 아니잖습니까, 너무 짖궂으십니다.”
한스의 말에 리암은 곧 눈웃음을 띄웠다, 그리고 별 다른 말없이 리암은 서류에 다시 눈길을 비추고 작업을 재개했다.
“리암, 당신의 성실함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으니,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많이 변했구려, 총괄님.”
“나이를 먹어서 그런걸까요?”
“총괄님이 나이를 먹었다고 하면, 나는 대체 뭐요?, 불사자라도 된다는 말이오?”
자신이 한 말이 퍽이나 우스웠는지 리암은 끅끅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한스도 이 느긋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정말 최근에는 맛보기 힘든 지극히 느긋한 공기임에 틀림없었다.
“헌데…”
상단 내에서 말을 거침 없이 하기로라면 내로라 할 정도로 유명한 리암이 뜸을 들이는 것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한스는 그가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 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 거래에 주인님이 동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정말이오?”
“정말입니다, 중앙에서 군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여간 거슬려야 말이죠, 주인님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계시지만 적잖이 당황하고 계십니다.”
“역시…”
한 순간 어두워지는 리암의 표정을 재빠르게 포착한 한스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뜬 소문이든, 헛소문이든 모아서 우리 상단이 살아남고, 나아가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 않아도 됩니다.”
“잘 풀렸으면 좋겠구려.”
“저도 적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으니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알겠소, 그럼 확인 좀 하고 오겠소.”
평상시대로, 약간 사나워 보이는 무표정을 유지 중인 리암은, 미처 한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마차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무 상자의 겉면에 표기 된 문자와 정보를 바탕으로 누락 된 품목의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한 그는 서류 뭉치를 허리춤에 메고 다니던 길다란 통에 보관하고 한스에게 소리쳤다.
“슬슬 출발하십시다.”
“그럽시다, 마침 시간이군요, 저쪽에 있는 사람이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하면 더 좋구요.”
“그럼 항상 하던대로 세번째에 오시구려.”
“알겠습니다.”
한스는 리암의 말에 흔쾌히 대답한 후, 건물의 구석 어귀에 있는 사무실로 사용 중인 장소로 가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곧 선두에서 세번째에 위치한 마차로 달려간 그는 마부석에 단숨에 올라탔다, 그러자 곧 행렬을 이루고 있는 마차들이 앞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임마!”
“헛!”
한스는 꾸벅꾸벅 졸다가 번쩍 눈을 떴다, 주위를 흐릿한 눈으로 둘러보자, 낯설…지 않은,
단골 상단이 주재 중인 도시로 향하는 익숙한 길의 풍경이, 그의 안구에 비춰졌다,
그리고 입 주위에 축축한 기운을 느낀 한스는 소매를 움직여 슥슥 닦아냈다, 그런 그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주무셨소, 총괄님.”
“미안합니다 리암, 당신에게 업무를 너무…”
“괜찮소, 그보다 좀 어떻소?”
“상쾌합니다, 그보다 당신도 피곤 할텐데…”
한스의 말에 리암은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그리고 그는 한스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괘념치 마시오, 총괄님의 업무량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소, 그러니 편히 있으시구려.”
“후우, 평상시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유달리 상냥하군요, 뭐 당신의 배려에 응석 부려, 그리하겠습니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무뚝뚝하고 고집이 센 사내와 기운을 소모하여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다고 해서,
지금의 결정이 번복돼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한스는 굳이 고집을 부리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급여와 혜택이 보장 되는 자신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업무를 처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탓에 의무감이라는 녀석도 바깥을 향해서 슬며시 고개를 들이밀려고 했다,
그것은 마치 넘치지 말라고 덮어둔 뚜껑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고 하는 끓는 물과 같은 느낌처럼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너무 배려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성인이니까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만, 생각이 들었다면 미안하오 총괄님.”
고집을 그다지 부리지 않는 이 청년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봐, 리암은 ‘단지…’라고 운을 떼다가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아마 자신의 의도가 정확히,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했기에 그랬으리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닫혔던,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굳게 닫힌 성문과 같은 입이 열렸다.
“혼자서 전부를 짊어지려고 하는 위험천만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도 행동도 하지 마시구려,
우리들도 총괄님 만큼은 아니지만 분담 가능하니 말이오, 그러니 우리로 하여금 총괄님의 관짝을 짊어지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오, 좀 아시겠소?”
“조심하겠습니다 리암.”
한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연장자가 한 귀한 말을 뼈에 새겨두고 잊지 않기로 했다,
확실히 주인인 마리우스와 그의 가족 이외에 피고용인이라고는 자신 밖에 없었던 예전과 현재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났다,
전처럼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그 필요성을 확실히 깨닫고, 마음에 새겨두는 경우는 없었다,
달라진 상단과 같이 자신도 옛날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한스는 인식했다.
‘희한한 느낌이군’
한 순간 그 옛날에 느꼈던, 아니 최근이라고 해야할까, 잊고 있었던, 낯설지 않은 기분이 잠깐 들었다가,
이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품과 같이 자취를 감췄다, 그 덧 없음에 한스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연속해서 찾아오는 다른 기분,
심장 언저리가 훈훈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오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묘한 느낌, 그것이 싫지 않은 그는 이 느낌을 좀더 만끽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에 봤소?”
“뜬금 없이 뭘 말인가요?”
“거, 본거 아니었소?, 오늘 아침에 상차하던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던 것 말이오.”
“아, 시작품 말씀이시군요.”
“별로 놀라지 않는구려, 총괄님은 다 알고있었던게요?”
“하하, 제가 계획을 짜고 시작했으니까요.”
한스의 대답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리암은 자뭇 놀란 기색을 보이며 한동안 입을 벌리고 한스를 바라봤다.
“어찌 알았냐고 하는 문제는 차처하고, 주인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소? 승락한게요?”
“처음에는 미심쩍어 했지만,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야기를 하니 알아줬습니다.”
“그, 그랬던게요?”
한스와 괜히 한, 두해를 지낸 사이가 아녔던 리암은, 이 청년이 어떻게,
어떤 방법을 써서 상단의 주인을 구워 삶았는지, 그 광경을 직접 관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 앞에서 본 것처럼 훤히 보였다,
리암은, 주인으로써, 남자로써,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마리우스에게 애도를 보냈다.
“네, 이런 좋은 유산을 썩혀두고 굳이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뭐, 그건 그렇다마는… 그럼 다음으로 어찌 알고 시작을 한게요,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하오.”
리암의 물음에 한스는 그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마냥,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소년과 같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유적이나 던전에서 나온 물품을 매입하는 고물상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서 샀습니다.”
“그 치는 총괄님에게 판 물건의 가치를 알고 그런 것이오?”
“어…, 그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자세히 좀 설명해주시구려.”
“다른 사람이 찾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사람들이 간단히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악성 재고를 떠안고 가고 싶은 상인은 아니더라구요.”
리암은 이런 귀한 물건을 팔고 다닐 정신머리 라면 분명, 그 가치를 알 것이라고 예상 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오판이었다.
“되게 묘한 날 이었습니다.”
한스가 기억을 더듬기 위해, 지금의 위치에서 선명하게 보이지만, 저 먼 곳에 위치한 눈 덮인 산을 바라보고, 묘하다고 말한 그 날로 서서히 빠져들고, 녹아들어갔다.
“매입, 여행 물자의 보급 등, 우리 상단에서 물건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뤄,
눈 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오전 중에 그 업무의 태반이 처리 됐습니다,
그리고 오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가한 희한한 날이었습니다.”
“아, 그 날이구려, 나도 기억하고 있소이다, 거의 1년도 더 전의 묘했던 날을 말이오.”
“네, 그 날, 이 별난 행상을 만났지요.”
한스는 뒷자리에 있던 가죽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냈다, 마른 목에 물을 좀 축이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출처는 잘 모르겠지만, 마법이 번성했던 시기의 책자가 자신의 손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그러니까 학자든, 귀족님이든 그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아서 골치가 아프다고 호소를 하는겁니다.”
“그래서 딱한 처지의 사람에게 선의를 베푼다는 심정으로 구매를 한, 착한 총괄님에게 횡재가 왔다 소리겠구려?”
“조금은 다릅니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시구려.”
“생면부지의 사람을 딱하게 여겨, 제가 책자를 구입 해봤자, 쓸모가 없거나,
쓸 방도가 없을 경우에는 돈을 땅 바닥에 버린 꼴이 되잖습니까, 그런 상황은 지양하고 싶었기에 꼼꼼하게 확인을 했습니다.”
“그럼, 그 책자를 보고 이것은 물건이다라고 판단 했겠구려.”
“절반은 맞습니다.”
리암은 이 짧은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뒷이야기가 얽혀 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한스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을 기다렸다.
“잊혀진 글자라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읽지를 못하면 땅에 굴러다니는 낙엽만도 못한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서책 안에 있던 그림만으로 가치를 판단한게요?”
한스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르 ㄹ끄덕이자 리암은 한 손으로 이마를 소리가 나도록 탁 쳤다,
물건 혹은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 그 행위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리암은 신경 쓰이던 점을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렇담, 수소문한 독해사는 어떻게 됐소?, 궁금해서 현기증이 나니 빨리 이야기 해주시구려.”
“2개월, 아니 3개월 정도겠군요,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북부에 있는 학자, 아니 마법사라고 하겠군요, 그 사람이 연락을 먼저 해와서 해독을 해주겠으니 책자를 보내달라고 했었습니다.”
“아니, 그 치는 뭘 믿고 생판 남인,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귀한 물건을 보내니 마니 하는지 모르겠구려, 그런데 보냈소?”
“물론입니다.”
“아니,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해도 괜찮은게요?”
“완전히 믿은게 아니라 조건부로 믿은겁니다.”
한스는 자신의 뒷자리, 즉 짐칸인, 마부석에서 한 없이 가까운 자리에 놓여 있는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전부터 들고 다니던데, 그렇게 특별한 물건이오?”
“북녘에 있는 학자가 말하길, 이 주머니 안에 물건을 넣으면 변질되는 사고로부터 해방 된다고 했었습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에, 입밖으로 꺼낼 단어조차 잊어버린 리암은, 눈빛으로 한스에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저도 받아왔을 때는 리암처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 쓰다 보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습니다.”
“허허, 마법이란 것들은 동화에서나 나오는 허황된 것이라고 알고 있었거늘…”
“이야기를 다시 원래대로 돌리자면, 그렇게 해서 해독한 책으로 마일이 기초를 익힐 수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이 장황한 이야기가 왠지 끝을 맞이한 것 같지 않다는 직감이 든 리암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한스에게 말했다.
“왠지, 이야기가 아직 반도 진행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 내 착각인게요?”
“훌륭합니다 리암, 이제는 착하면 척이군요.”
‘맙소사.’
리암은 도대체 이 청년에게 어떠한 인과의 바람이 불어닥쳐 이러한 호재들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일 녀석이 기초를 익힌다고 해서 지금 운용 중인 시작품? 과 같은 물건을 당장에, 하루 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닐터인데, 도대체가…”
“리암의 말대로 지금 운용 중인 것은 순수하게 마일이 제작한 것이 아닌 일전에 상단에 왔었던 행상이 입수한 물건을 개량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대충 아귀가 맞는 것 같구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실재하고 있으니, 자신이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한들, 사실이고 현실이라는 것이 변할 일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리암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환상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었다.
“좀 드시겠습니까?”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상등급 소고기 육포, 그리고 그와 같이 권해진 오늘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크래커를 집어 든 리암은,
한스에게 고개를 꾸벅여 감사를 표하고, 입 안에 털어넣어 음미했다, 입 안에 퍼지는 숯불의 향과 함께 느껴지는 짭짤한 소금기,
그리고 담백하다 못해 무미건조 하다고 여길 정도의 크래커에서 풍겨져 나오는 구수한 향, 두가지 음식이 서로를 호응하는 것처럼 공명하며 입 안에서 버무려졌다.
“허허허허허허.”
“그럴싸한 맛이지 않습니까?”
“그럴싸한 수준이 아니라,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 누구나가 환장할 수준의 음식임에 분명하구려.”
“만족하셔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솜씨가 있는 요리사가 운영하는 가게를 대체 언제 발견한게요?”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지니, 짧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우연찮게, 요전에 귀한 인연을 만났을 뿐입니다.”
“허허허, 그렇구려.”
“지금은 이렇게 별 일 없다는 듯이 이야기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로…, 아, 어느새 다왔군요, 나머지는 술 자리에서 풀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구려.”
리암은 옆 자리에서 수문장에게 제출할 서류 등을 준비하는 한스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했다,
원래, 우리 같은 자그마한 상단에 있을만한 인재가 아니라는 것을 중간 관리직인 그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스에게서 근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그가 이 상단에 몸을 담고 있을 날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을, 그는 겨우 억눌렀다.
“좀처럼 보기 힘든 맛난 술을 준비할 테니, 재밌는 이야기에 뼈와 살을 더 붙여주시구려.”
한스는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사뿐히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리암에게 고개를 돌려 알겠다는 시늉을 하고는 마차 행렬의 최첨단에서 책임자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문지기들을 향해서 약간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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