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7화 목욕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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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녘까지 격렬하면서 무절제한 위로를 행한 루시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끈적거림으로 인해 불쾌감을 유발하는 피부에 굳이 의류를 걸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알몸으로 방을 나서서 소란을 유발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적당한 옷을 대충 걸치고,
자신의 체액으로 흠뻑 젖은 외출복과 잠옷, 그리고 속옷을 바구니의 최하단 부에 밀어넣고,
여벌의 옷을 최상단에 배치한 루시는 방을 나섰다.
“후아아암…”
만약 루시의 아버지인 상단주가 지금의 그녀를 봤다면, 시집도 안간 처녀가,
조신함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해서, 혼사길이 막고 싶어서 작정을 했냐고 길길이 날뛰면서 설교를 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그 점을 위안거리로 생각하면서 루시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목욕탕이라는 목적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혹여 누군가와 부딪힌다는 불상사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그녀는, 손등으로 두 눈을 비벼 시야를 또렷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경유지인 세탁부에 도착한 그녀는, 문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냈다.
“좋은 아침이야 죠니.”
“아씨, 오늘도 바르시구만유.”
“항상 말하지만, 조금 빨리 깼을 뿐이야.”
“그게 그거 아닌감유.”
“죠니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빨래감 좀 받아줘.”
“오늘도 밤 새도록 한건감유, 적당히 안 하면 뼈 삭을거구만유.”
죠니라고 불린 여자는 루시가 들고 온 바구니의 최하단부에 배치 된 빨래감을 아무렇지도 안은 얼굴로 꺼내 대야에 휙 던져 넣고는 물과 세제를 부어 넣었다.
“죠니도 알잖아, 갑자기 끓어 오르는 느낌을 말이야.”
“그렇쥬.”
루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걸터 앉아 변명을 계속해서 늘어 놓았다.
“참았다가는 밤을 샐 것 같았다구.”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보는 것은 어떤가유?”
“누구, 한스한테?, 그러기에는 좀 많이 늦었어.”
“아유, 왜 그리 답답하게 구는감유?”
아까부터 옆에 앉아, 도움은 커녕 이야기만 늘어 놓아도그다지 상관 않던 죠니였지만,
갓난 아기 때부터 같이 지내온, 흔히 불알 친구라고 말하는, 자신의 상급자이자 많이 배운 사람인 루시가 소심하게 굴자 욱하는 심정이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게 됐기에 그녀는 빨래감을 큰 소리가 나도록 내려쳤다.
“알 거 다 아는 똑똑한 분이 왜 지보다 못난 짓을 하는건가유?”
“죠니도 알잖아, 내가 이 가문에서 어떤 위치인지, 잊어버린거야?”
“잊을리가 없지유, 다른 누구도 아닌 아씨와 관련 된 일이니, 머리 나쁜 쇤네라고 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구만유.”
“기억하면서 왜 그런 말을 한거야 죠니!”
“아씨가 천년 만년 사는 사람처럼 구니까 답답해서 그래유, 아주 그냥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나서 미칠 것 같은디, 아실랑가 모르것구만유.”
루시는 더 이상의 반박을 그만두고, 오랜 지기인 죠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분함과 억울함을 억제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분명, 쳐맞는 이야기가 아닌, 이치, 아니 상황에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씨는 깊은 숲에서 살거나, 들판을 돌아 다니는 귀 큰놈들이 아닌, 인간임에 틀림 없지유?, 그렇쥬?”
루시가 탐탁치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죠니는, 마른 침을 삼키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담, 살아 있을 때, 기운이 넘치는 때, 행복을 잡으려고 움직여야 하는게 틀린 말이냐 이거구만유.”
“죠니,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 하지만 말야, 아버지도 그렇고 우리 가문도 신경 쓰이고…”
“아씨, 나으 눈 좀 보랑께.”
죠니는 루시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직시하고,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듣고 기억하슈,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을 이길 수는 없당께유.”
그 한마디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는지, 아직까지는 혼란한 기색이 남아 있었지만 루시의 눈동자에 힘이 돌아온 것을 죠니는 놓치지 않았다.
“그럼, 좀 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갈 수 있겠쥬?”
“무, 뭔 소리를 태연히 하는거야 죠니!”
루시의 반응을 본 죠니가 콧방귀를 가볍게 끼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듯이 등을 돌리고 다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뭘 그리 놀라는지, 지는 잘 모르겠구만유.”
“다, 당연하기는, 당연한데, 순서라는게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한거라구.”
죠니는 다시금 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 없이 루시를 바라봤다.
“아니, 왜 나를 그런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는거야 죠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쥬, 지랑은 다르게 빠진게 하나도 없는 준비 된 사람인, 아씨가 그런 소리를 하니 그럴 수 밖에유.”
“죠니는 유부녀잖아, 나랑은 다르지.”
“지도 날 때부터 유부녀 아니었구만유, 바꿔 볼 생각 음쓰면 말을 말랑께유.”
“내가 먼저 말을 꺼낸게 아냐, 참, 슬슬 씻으러 가야겠어.”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씨라니까유, 가서 씻고 다시 들러달랑께유.”
이제는 완전히 세탁감에 정신을 집중하여 맹렬한 기세로 빨래를 하고 있는 조니의 뒷모습에 루시는 알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경유지인 세탁소에서 빠져나와, 최종 목적지인 공중 목욕탕으로 향했다.
“하아…”
루시는 샤워기의 헤드를 통해서 나오는 따끈한 물로 몸을 적셨다, 그리고나서 비누로 전신을 꼼꼼하게 씻었다,
불쾌함을 유발하는 끈적함과 나른함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따뜻한 물에 씻겨 나가자, 그녀는 몸이 노곤해질 정도의 온수로 채워진 탕에 어깨까지 잠기도록 전심을 푸욱 담궜다.
“전부 꿈이고, 허상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남들이 감히 상상 하지 어려울 정도의 압박을 받고 살아왔던 루시는 그것이 해소 될 때까지,
응어리로 남지 않을 때까지 자위를 했기에, 또 죠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자신이 마주 봐야하고,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이 자신에게 닥쳐온 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는 여전히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이 곳에서 머나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읏.”
나면서부터 주어진 지위로 인해서 한창 때의 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일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상단과 집안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 한 장녀 가르시아, 부단주라는 직책,
그것이 시간과 젊음을 희생해 온 그녀의 정체성이자 모든 것이었다,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여유라는 사치품을 가지자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삶, 생활은 그녀로 하여금,
이른 나이에 성에 눈을 뜨게 만들었고, 그러한 인과가 현재에 이르러 타인의 눈길이 닿기 어려운 장소에서,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때에, 그녀가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서 잠시라도 해방되기 위해, 흉부와 하반신에 자극을 가한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아.”
항상 냉철한 판단과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종종 수면시간을 줄여 가면서 까지,
새벽 늦게까지 위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루시의 몸은 욕구를 해소 할, 강한 자극을 원했고, 굶주려 있었다.
“흐으응.”
다시금 쌓인 긴장조차 서서히 풀려가는 뜨끈한 물로 가득 찬 탕 안에서, 루시는 다시금 위로 행위를 시작한다,
그리고 미약하게 남아있던 압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음, 조금 더…”
자극으로 인해 흥이 다시금,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고, 루시는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좀 더 본격적으로, 좀 더 자극적으로 진행해도 좋다는 나지막한 귓속말에 귀를 기울이고, 시행했다,
혼자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 될 지도 알 수 없고, 굳이 위험을 범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복부를 거쳐 비너스의 언덕이 있는 방향으로 곧 바로 손을 이동시켜, 빠른 쾌감을 얻으려고 했다.
“흐으읏!”
마치 잘 익은 열매를 연상 시키는, 꽃의 겉면을 자극하고, 또 천천히 자극했다,
머리 한 구석에서는 빨리 끝낼 수 있기를,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한편 그녀의 다른 마음은,
다시금 위태위태한 상황이 벌어지는, 짜릿함을 맛 보고자 하는 모순 된 생각이 존재했다, 이제와서 멈추는 것은 아무래도 요원해 보였다.
“하아, 으응!”
한참을 즐기던 그녀의 귀에 누군가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루시는 미처 마무리도 짓지 못하고,
탕 밖으로 나와, 샤워기에서 뿜어지는 온수로 몸을 헹궜다, 그리고 몸의 물기를 제거하고, 샤워 타올을 몸에 감은 그녀는 탈의실로 이동했다.
“아….”
루시는 신비함, 아니 기묘함을 느꼈다, 어제 늦은 저녁에도, 오늘 이른 아침에도 그를,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떳떳함과는 거리가 먼 행위를 할 때에만 그와 만나게 되는 것인지 도무지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다시금 복잡하게 되려는 조짐을 보였지만, 그녀는 삽시간에 생각을 비우고 의연한 태도를 취하여 장막 밖인 탈의실로 이동했다,
놀라서 조마조마한 것은 자신과 마찬가지인지, 한스에게서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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