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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3화 (3/151)

〈 3화 〉 3화 상단 내의 공중 목욕탕에서 ­ 2

* * *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둔하게 우두커니 서있는 주인과 대조적으로 한스의 분신은 단단하고,

그리고 강직하게 우뚝 서있었다, 파이크 마냥 흉측한 길이를 자랑하는 그것은 강직함으로 바지를 뚫고 나오려고 했고,

그 상태를 뒤늦게 눈치 챈 그는 자신이 체감한 것을 그제서야 인지했다.

분기탱천한 분신을 압도적인 인내심으로 겨우 잠재운 한스는 차가운 공기를 맞아 식어버린 몸에 뜨거운 온수를 한동안 맞췄다,

조금 뒤 온수의 감촉을 즐길만큼 즐긴 한스는 비치 된 비누로 거품을 만들어 몸 구석구석에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다양하면 좋겠군.)

상단주가 다른 나라를 유랑할 때에 우연히 들렀던,

한 지방에서 경험을 하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해지는, 한스가 지금 사용하는 비누라는 물건이었다,

시작품은 보관이나 휴대가 어려웠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용이하게 보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지만 아직 인지도도 낮고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이 현 상황이었다.

“후우…”

땀과, 오물이 비누와 함께 따끈한 물에 씻겨 내려갔고,

한스는 욕탕 밖으로 이동하여 한 구석에 있던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한스는 산뜻함과 개운함을 느끼며 챙겨왔던 깔끔한 옷들로 갈아입었다.

“윽!”

경악, 그리고 질색이라는 감정이 한가지로 뭉뚱그려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한스는 어제의 당직 근무 차례였던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리며 공중 목욕탕의 입구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 서 있던 사람은 내성적인 소년 잭이었고,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하며 서 있었다.

“힘세고 강한 아침이잖나, 소년.”

“왜, 왜 한스씨가 여기에 있는거죠?”

“상단원이라면 누구든 사용 할 수 있는 장소이고, 나도 상단원이니 있을 수 있다만….”

“그래도, 왜 이런 시간에…”

“땀 냄새나는 몸으로 출근하여 주인님을 보좌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소년은 어떤가?”

한스의 말이 도리에 맞다고 생각한 것인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서 불만이라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져,

한스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옷을 벗었다, 같은 나이대의 남자애들과 비교하면 왜소한 어깨,

조금 걱정이 되는 신장, 묘하게 발달한 엉덩이, 부족함이 보이는 체력 등등 한스에게 있어서 소년은 약간 특별한 존재로 인식 돼 있었다.

“크흠…”

잭을 만날 때마다 묘하게 술렁이는 감정, 서서히 높아지는 심장 박동,

그 덕에 어렵게 느껴져 절로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소년의 몸에서 풍기는 달짝지근한 냄새가 한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럼 먼저 가지, 당직 근무 수고 많았다 잭.”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한스는 도망치듯이 공중 목욕탕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남겨진 소년은 여전히 불만이 남았는지 낮은 목소리로 꿍얼거렸다.

땀으로 흠벅 젖은 운동복을 청소와 세탁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에 맡긴 한스는,

자신의 방에 들려 누가 보더라도 트집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외투를 챙겨입고,

상단에 근무 중인 자들을 위하여 이른 시간부터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음~”

당직 근무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여 일하는 자들을 위하여,

새벽녘에도 꺼지지 않는 취사장의 가마를 통해서 잘 익은 빵과 고기의 내음이 식당 밖으로 풍겨나왔다,

식욕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와 향신료의 익은 향기가 적당한 운동으로 자극 받은 한스의 식욕을 돋구었다.

“아, 사무장 왔는가?”

식당의 입구를 통해서 한스가 건물의 내부에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안쪽에서 한 남자가 걸걸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리고 한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거침 없이 안쪽으로 이동했다.

“평상시대로 불러주십쇼, 그렇게 부르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필.”

“뭘 그리 점잔 빼는겐가, 이 상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자네의 행적에 불만을 품지도, 떠벌이고 다니지도 않을텐데 말일세.”

사내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한치의 오차 없는 손놀림으로 한스가 손에 든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닭 육수로 끓인 스프와, 구수한 내음으로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이게 만드는 빵 한덩이를 올려놓은 후 고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너무 과대평가 하면 곤란합니다,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고, 저는 그런 평가를 받기 과분한, 일개 평민일 뿐입니다.”

“음­, 그래 그래 잘 알겠네.”

사내는 너스레를 멈추고, 한스가 아까 들어왔을 때부터 눈여겨 보던 커다란 고기 덩어리 하나를 접시에 담아 쟁반에 얹었다.

“자네 생각은 잘 알겠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고 이야기하세나, 그래야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그게 참말인가?”

“아무렴 참말이고 말고, 내가 미쳤다고 거짓말이나 지껄이고 앉아 있겠는가?”

식당 한 켠에서 이른 아침의 작업을 위해 일찍 나온 작업원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자 한스는 그 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필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시끌시끌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겁니까?”

“아… 뭐, 산적 토벌 병력이 온다나 뭐라나.”

“지금 이런 때에 말입니까?”

“그래, 나도 이야기만 들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말야.”

“추수가 끝나기 전에 왔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저 높은 곳에 계시는 귀족님들의 원대한 생각을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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