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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2화 (2/151)

〈 2화 〉 2화 상단 내의 공중 목욕탕에서 ­ 1

* * *

“후…”

약 20킬로미터에 달하는 가벼운 아침 구보를 끝마친 한스는 상단주가 젊은 시절 타국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과 돈, 인력을 소비하여 들여왔다고 근방에 소문이 자자한 공중 목욕탕이 있는 방향으로 가기 전 여벌의 옷을 챙기면서 가벼운 몸풀기 운동을 했다,

그리고 그는 훈련을 마친 후에 찾아오는 나른함을 만끽하며 걸음을 옮겼다.

“앗!”

“어,…어?”

평소와 같은 시간에 씻으러 왔을 뿐이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없어야 할 공중 목욕탕에 선객이 있는 것에 한스는 약간 놀랐다,

하지만 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먼저 온 사람의 정체가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등줄기에 번개가 내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그리고 곧 양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절여지자, 이 상황이 꿈이고, 환상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모든 것은 명명백백한, 변명조차 할 여지가 없는 현실이었다.

“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자신의 입에서 나온 뚱딴지 같은 말에, 목욕 수건으로 앞을 가린 채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소녀가 호쾌하게 웃었다.

“한스, 어제도 봤잖아요, 하핫, 그런 농담을 하다니, 당신을 다시 봤어요 아하핫.”

“그게 그러니까…”

“됐어요, 여태껏 몰랐던 일면을 본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아, 정말 오늘은 근사한 날이 될 것 같네요.”

소녀가 비누와 산들바람의 냄새가 섞인 것 같은 체취를 뿌리며,

한스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여 피부가 스칠 듯 말 듯 한 상황을 만들며 지나갔다,

이 행동은 그녀가 특수한 상황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한 것이지만, 그녀가 바라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 이 근방에 있는 그 어떤 사내보다도 사나이다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군요?,

어쩔 수 없죠 이런 때는 내가 당신 대신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되겠죠, 안그래요?"

천이 피부를 스치는 소리가 나고, 그녀가 다시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한스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시선을 향해버렸다, 그러자…

“가만히 있어요, 한스!”

소녀가 나체로 다가와, 한스의 손을 그녀 자신의 흉부에 갖다 대었다,

풋사과와도 같은 상큼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몸에는 그녀의 연령대에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몸매를 보였다,

그녀의 등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칼 뒤에 수줍은 시골 처녀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 크기가 능히 잘 익은 호박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고, 모양은 서양배와 같은 형태였지만,

그녀의 전신처럼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마치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를 풍기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변화한 형태로 보였다,

그리고 눈을 떼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마성의 가슴 밑으로 내려오면 개미허리처럼 얇고 탄탄한 허리와 잘 관리 된 배꼽이 보였다,

더욱 더 내려와 적당한 아니 보기 좋을 정도의 살집과 건강미를 가진 엉덩이가 그리는 완만한 곡선을 지나치면,

언덕의 중심에 있는 우거진 수풀(소녀의 머리칼 색과 완벽하게 일치했다.)에 가려진 협곡이 한스를 반겼다, 그리고 한스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후후, 당신이 어쩌면 여체에 관심이 없는 남자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은 역시 기우였나봐요, 후후후.”

한스의 하반신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약간 상기 됐지만 티 한점 없이 맑고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공중 목욕탕을 빠져 나갔다,

한편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그는 잠시동안 일어났던 일을 인식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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