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진엔딩
* * *
“아니, 얘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한봄이 잠깐 시선을 판 사이에 시우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강당 안에 들어온 건 봤는데. 앉아서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시우의 얼굴은 없었다.
“에휴.”
한봄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너무 짜증을 낸 건가 싶어 후회가 찾아왔다.
배정된 자리로 돌아가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를 않았다.
‘어쭈, 이게 전화도 안 받아?’
한집에서 살면서 자신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멍청한 생각을 고쳐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한봄이 음흉한 미소를 지을 때. 옆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번에 수석입학생이 누군지 알아?
알지 당연히. 플라틴 후계자라며? 이름이…. 조아라였나?
근데 그거 알아? 조아라 걔 플라틴에서 지원받아서 그리 성장한 거래.
그 말에 슬쩍 한봄의 몸이 대화를 나누는 두 여학생에게 기울었다.
진짜?
진짜라니까! 플라틴의 푸른 마나의 영웅처럼 붉은 마나를 일깨운 건 플라틴에서 지원해줘서래!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뭐야, 그럼 스스로 노력한 게 아니라 플라틴 덕분이었어?’
한봄이의 마음속에서 설익은 질투가 튀어나왔다.
자신도 플라틴의 후계자였다면, 붉은 마나를 휘두르고 다녔을 텐데….
왜 아무런 능력 없는 ‘김한봄’이라는 여자의 몸에 빙의한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수석 입학생 연설을 맡은 조아라 학생은 단상으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잘난 얼굴이나 볼까 슬쩍 고개를 올려 단상을 바라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한번 전하겠습니다. 수석 입학생 연설을 맡은 조아라 학생은 지금 바로 단상으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단상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고, 강당 안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당황한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아, 시우처럼 도망이라도 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인간미는 있네… 풋.”
설익은 질투가 지루한 입학식을 도망쳤다는 이유로 마음속에서 사라졌고, 호감으로 변했다.
한봄이는 그만큼 조금 단순했다.
***
흙먼지의 냄새가 가득한 창고에서 나는 처음 보는 여자와 첫 키스를 했다.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매트리스에 앉아 있는 내게 허리를 숙여 턱을 붙잡고는 입술을 맞췄다.
그 비현실적인 상황에 놀라.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경직되었다. 몰캉한 입술의 감촉이 느낄 새도 없이, 이름 모를 미소녀는 능숙하게 굳어 있는 혀를 얽히며 풀어내었다.
말랑거리며, 끈적끈적한 혀가 얽히며 굳어 있던 몸이 처음으로 느낀 쾌감에 적응하여 멈추지 않고 본능적으로 서로의 혀를 긁어내듯 키스를 나눴다.
턱을 잡고 있던 서늘한 손이 목덜미를 끌어당겼고, 본능적으로 내게 몸을 기대는 미소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처음으로 느낀 쾌감에 무언가 발끝부터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첫 키스의 황홀감과 아름다운 미소녀의 외모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혀를 얽히며 뜨거운 숨결을 섞었다.
창고 안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키스에 열중하던 나는 살짝 내 가슴을 밀치며, 입술을 떼는 이름 모를 미소녀의 행동에. 안절부절못하며 처음으로 알게 된 쾌감에 안달이 나버렸다.
나를 바라보는 새하얀 백안의 눈동자에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담겨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녀가 나와 같은 애랑 키스하고 기뻐한다고?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싶어 슬쩍 손을 들어 볼을 꼬집어보자. 볼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풋.”
내 행동에 피식 웃음을 짓는 미소녀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껴, 민망함에 볼을 긁어대자. 내게 얼굴을 가까이해 작게 속삭였다.
“꿈이 아니야.”
그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전력으로 달리기를 해도 이 정도로 뛰지는 못하지 않을까?
귓가에 누가 드럼이라도 갖다 놓은 것처럼 쿵 쿵 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눈앞의 소녀에게 들리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소녀의 희고 긴 손이 내 와이셔츠의 단추를 툭 툭 느리게 풀어갔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자. 소녀는 눈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다시 입술을 가까이했다.
또다시 찾아온 쾌감에 안달 났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바지가 터질 듯 본능적으로 자지가 부풀어 올랐다.
소녀는 터질 듯 솟아오른 내 바지춤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혀를 얽혀왔다.
끈적끈적한 타액을 주고받으며, 말랑한 감촉의 혀를 섞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감은 채 혀를 얽히며 쾌감을 느끼고 있을 때, 바지춤을 쓰다듬던 손이 지퍼를 내렸다.
놀라 눈을 뜨자, 호선을 그린 눈이 나를 응시하며 그대로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단단해진 물건을 꺼내었다.
서늘한 손가락이 닿은 자지에 옅은 쾌감이 느껴져, 혀를 얽히며 신음을 흘려대자. 부드럽게 기둥을 감싸 쥔 소녀는 위아래로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쾌감.
신이 만들어낸 예술품 같은 외모를 가진 미소녀와 키스하며, 자위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처음으로 느낀 쾌감을 이해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찾아오는 첫 쾌감이 주는 행복은 척추를 타고 기분 좋은 소름을 느끼게 했다.
쿠퍼액을 줄줄 흘리며, 원초적인 본능을 따라 혀를 얽히며 몸을 떨어대자. 소녀는 키스를 멈추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줄줄 흘려대는 쿠퍼액을 귀두 전체에 코팅하듯 쓰다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귀두에서 느끼는 강렬한 쾌감에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여 움찔움찔 몸을 떨어대자. 얕은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좋아 시우야?”
귓가에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차오른 사정감에 자지를 꿈틀대자, 소녀는 돌연 손을 멈추고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섹스할래?”
그리 말하며 꿇었던 무릎을 편 뒤. 자기 치마를 슬쩍 올려. 살짝 젖은 하얀 팬티를 보여주는 소녀의 모습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애원하는 눈으로 팬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갑자기 허리를 숙여 내 손을 잡아끌더니, 팬티 위로 올려놨다.
“직접 내려줄래?”
손바닥의 밑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애액으로 젖어 손바닥에 달라붙은 팬티의 감촉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는 치마를 들어 올려 팬티를 보여주었다.
떨리는 손으로 한쪽 끝을 잡고 조심스레 내리자, 균열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멀어지는 팬티와 투명한 실선을 만들어내는 게 눈에 들어와 자지가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털이 자라지 않은 매끈한 보지를 바라보고 있자,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져봐도 돼.”
그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검지를 살짝 균열에 갖다 대 꽉 다문 보지를 살짝 벌려보았다.
분홍색의 속살이 애액에 젖어 번들거렸다. 살짝 손을 갖다 대자 말랑거리면서 질척한 감촉이 느껴졌다.
“하읏…!”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음에 자신감을 얻어 살짝 튀어나온 분홍색의 클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자, 소녀의 새하얀 피부가 점점 분홍색으로 물들어가며.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줄줄 흐르는 게 보였다.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자, 소녀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할까?”
그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는 웃으면서 그대로 발기한 내 자지에 손을 갖다 대고는. 몸을 내려 애액으로 질척해진 자신의 보지에 갖다 대려 했다.
“잠, 잠깐!”
다급하게 내가 손을 뻗어 그 행동을 제지하자, 의아한 얼굴로 소녀가 나를 내려봤다.
“아직…네 이름도 듣지 못했어….”
내 말에 소녀는 몸을 움찔하더니.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백진희, 내 이름은 백진희야.”
“난, 난 김시우야.”
“알아, 난 널 예전부터 짝사랑했거든.”
백진희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눈을 굴렸다. 혹시 같은 중학교를 나온 걸까? 하지만 이 정도의 외모를 가진 미소녀를 기억 못할 리는 없다.
누구라도 한 번이라도 이 외모를 본다면 쉽사리 잊기 쉬운 외모가 아니었으니까.
“대화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은데?”
자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고개를 끄덕이자. 백진희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낮춰 자기 질구에 자지를 닿게 하려는 순간.
쾅!
창고의 문이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붉은 선으로 보이는 것들을 자신의 주위로 나선 시키는 한 여자애가 창고 안으로 들어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몽롱했던 기분에서 깨어나고,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져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백진희의 고개가 돌아갔다.
“뭐야, 넌?”
내게서 몸을 일으켜 새하얀 마력을 방출하는 백진희의 모습에 여자애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새 파트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소녀의 말에 눈물이 고였다.
****
인간에게 가장 큰 보상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어떤 이유에서도 거래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는 것이 마법사들에게는 진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수백 개의 유물을 동시에 다룰만한 힘을 위해 거래를 하였고, 영원히 안식을 느끼지 못하고 어둠 속에 빠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
시야는 살아 있지만, 보이는 건 어둠 뿐이라.
그 어떤 것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이 [공허의 지옥]이었다.
남은 건 영원토록 후회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미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고, 혼잣말도 귀에 들리지 않는 곳.
조민성으로 살아가면서 기억하던 것들을 떠올리며 그저 그렇게 지냈다.
콰드드득!
그런데 무언가 부숴졌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공허] 속에서 어째서 내가 무언가가 부숴졌음을 느낀 걸까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밝은 빛이 어둠을 뚫고 내게 닿았다.
수천, 체감상으로는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느끼지 못했던 빛과 온기에 이곳으로 오고 난 뒤, 나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들어 부서진 [공허]의 틈에서 한 인영을 보았다.
빛으로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차지한 단 한 사람을 몰라볼 리가 없으니까.
“찾았다.”
***
세계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힘을 [파훼]하기 전. 나를 찾아낸 아린이는 [공허]를 파훼하여 나를 그곳에서 꺼내주었다.
“어디에 숨든 찾아낼 거라고 했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가슴을 쭉 내미는 아린이의 모습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고맙다.”
내 대답에 아린이는 금세 슬픈 미소를 짓고는 내게 말했다.
“이미 죽어버린 너를 내 권능으로 부활 시킬 수는 없어….”
“괜찮아. 공허에 갇히는 것보다, 윤회하는 삶이 더 나으니까. 그 정도로도 충분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말한 건데. 아린이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넌 너무 착한 것 같아.”
“…내가?”
악인이지만 사람을 죽이고, 너를 아프게 만들고 남들을 속이던 내가?
“조민성으로는 되살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하나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내 의문이 해결되기도 전에 [파훼]가 담긴 검이 내 안의 무언가를 베어냈다.
“나중에 꼭 날 찾아와!”
그런 이상한 말을 끝으로, 내 영혼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의식을 차렸을 때는, 무척이나 편안한 기분과 따스함을 느끼며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못 차리다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편안하고 따뜻했던 곳에서 벗어나 온몸을 얼려버리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신아린!!!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내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응에에엥~!! 응엥~!!”
잠깐, 이거 비명이 아니라 아기 우는 소리인 것 같은데…?
회장님 탯줄 자르게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사모님, 무사히 출산하셨어요. 이제 마음 놓으시고 회장님 오시고 탯줄 자르면 아이 보여드릴게요. 다행히 산모님 상태가 괜찮아서 바로 모유 수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윤지야! 괜찮아!?
괜, 괜찮으니까 얼른 해. 아리 얼른 보고 싶어.”
어, 어!
“응에엥~! 응앵!!!”
무언가 갑자기 내 몸을 닦아내는 듯한 느낌과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몸 전체가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터져나오는 울음이 점점 잦아들고 무언가 달콤한 것이 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꿀꺽 마셔대자. 고통이 사라지자 점점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라야, 엄마랑 아빠 건강하게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그 따스한 목소리에 결국 의식을 잃었다.
신아린이 [파훼]한 것이 전생의 기억을 [망각]하는 것임을 몇 개월 동안 침대에 누워 새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깨달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죽기 직전에 유일하게 믿고 플라틴을 맡긴 친척이었던 조규식의 자식으로 딸로 태어났다.
전생과는 다르게 애정 넘치는 부모님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어 빠르게 마법을 배워냈다.
그러자, 또다시 일타바르가 내게 접근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마나구나. 특별히 요정왕과 계약할 기회를….]
“반가워 일타바르.”
[아닛!? 어떻게 인간이 내 진명을…?]
그 물음에 나는 마법을 보여줌으로써, 단번에 내 정체를 알게 해주었다.
여자가 돼서인지는 모르나, 푸른 마나가 아닌 붉은 마나였지만 붉은 선을 본 일타바르는 곧장 눈치를 챘다.
[설마 계약자!?]
“반가워, 스승님.”
그렇게 다시 요정왕과 계약을 한 후. 나는 힘을 길렀다.
그동안 아린이를 찾아가 여자로 환생한 거에 화풀이를 하긴 했지만, 내가 죽고 난 다음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거기서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생각보다 백진희가 너무 쉽게 죽은 것 같아서.
행복해 보이는 아린이의 모습에 괜히 신경 쓰일까 말하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계속 백진희에 대한 것을 조사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떠올렸다.
신아린를 낳은 엄마는 죽었다. 하지만 마왕으로 부활을 했다.
그렇다면 마왕의 힘을 흡수한 백진희도 부활할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백진희가 부활하는 것을 가정하고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
부모님은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훈련하는 나를 걱정했지만. 백진희가 돌아온다면 이 평화도 끝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백진희가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 매일 같이 생각하며 백진희의 [관점]에서 계획을 세워봤다.
그리고 내가 떠올린 것은 아린이와 성현이의 자식인 ‘김시우’였다.
아린이는 혼혈 마인. 마족의 능력과 신재호의 능력을 얻었다.
그렇다면 시우도 성현이와 아린이의 능력을 물려받지는 않았을까?
김성현처럼 동정이 각성의 조건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나는 한 가지 마법을 발명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마법으로 시우를 감시하며, 아린이와 성현이에게서 멀어지면 항상 뒤를 따라붙었다.
스토커처럼 보일지는 모르나. 어디까지나 세상을 위해서, 시우 본인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학식 날. 수석 입학으로 연설을 하기로 했었지만, 시우가 창고로 숨었다는 것을 알고 화장실에 숨어 마법으로 감시하다….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백발의 머리를 가진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소녀.
백진희.
결국 예상대로 백진희는 부활했고, 시우를 노리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창고로 향하는 동안 감시 마법을 통해 키스를 하며 멍청하게 자지를 세우는 시우의 모습을 보고 왜인지 모르게 화가 났다.
멍청하게 예쁘다고 속아 넘어간것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 화가 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창고의 문을 붉은 선으로 부숴내고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멍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우의 모습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10년이 넘는 동안 감시하면서 처음으로 직접 얼굴을 맞댄 건데.
다른 여자한테 자지를 세우고 있는 모습으로 만나는 거였으니까.
왜인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느꼈다.
“뭐야, 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불청객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새하얀 마력을 방출하는 백진희의 모습에 오래간만에 남의 계획을 부수는 재미가 느껴졌다.
“새 파트너.”
백진희의 행동으로 보아. 시우의 각성 조건은 김성현과 같은 ‘동정’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그 ‘동정’을 백진희에게 아주 철저하게 지켜줘야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시우와 시선을 마주하며 그리 다짐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