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
* * *
격통이 온몸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는 듯한 통증도 느껴졌다.
눈물과 피로 범벅된 얼굴로 성현이를 올려다보자. 광기로 얼룩진 눈빛과 시선을 마주했다. 성현이는 쓰러져 있던 내 멱살을 잡아 침대 위로 억지로 끌어올렸다.
"흐극, 흐읏…아, 아…."
그 배려 없는 손길에 으스러져 뒤틀린 발목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한서아는 내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서는 내 머리를 붙잡고 저항하지 못하게 속박했다.
투드득
성현이는 거친 손길로 내 옷을 찢어 나체로 만들고서는 내 몸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얼굴을 가까이해 관찰했다.
피부에 닿는 성현이의 거친 숨결은. 평소였다면 흥분되고 기대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두렵고 불쾌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걸릴까 봐 흔적은 안 남겼나 봐?"
내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성현이는 조롱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흑…그런게…아니라고…흐윽, 흑…."
"내가 말했지, 조민성에 관한 생각은 그만두라고…. 그런데 조민성이랑 호텔을 가?"
"그…. 그게…아악, 악!!…끄으윽…끄윽…."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던 성현이는 주먹으로 내 배를 내리쳤다. 내장이 뒤틀리는듯한 통증에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한서아와 성현이가 내 몸을 속박하고 있어서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토막 난 숨을 내뱉으며 고통의 신음을 흘려대자. 성현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보더니 내 질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애액이 없어 뻑뻑한 질내로 손가락이 억지로 파고들어 왔다.
연약한 살이 손가락에 쓸려 아릿한 통증이 조금 느껴졌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이 아니었다면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을지 모르지만. 이미 통증은 내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라 신경이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았다.
"조민성이랑 어디까지 했어."
성현이의 얼굴에는 분노조차 사라졌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감정이 죽은 사람처럼 나를 보며 단지 서늘한 목소리로 물어볼 뿐이었다.
"아윽, 아윽…흐으윽…."
"말해."
"흐윽, 흐으윽…아파, 아파아…."
정신을 지탱하는 무언가가 부러진 듯 나는 커다란 충격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사랑하는 성현이가 나를 때렸다는 것이. 내게는 더는 기댈 곳 없는 벼랑 끝으로 몰린 듯한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한서아. 서랍에 포션있을거야. 가져와."
성현이의 명령에 한서아는 붙잡고 있던 내 머리를 내팽개치고. 서랍에서 포션을 꺼내 조심스럽게 성현이에게 건넸다.
"치료해줄 거야? 더 혼내야 하지 않을까?"
고통 속에서도 한서아의 얄미운 말은 선명하게 내 귀로 들어왔다.
성현이는 아무 말 없이 포션을 내 몸에 부은 뒤, 내 입안에다가 억지로 포션을 들이부었다.
마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포션이었다. 마석의 함류랑이 높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포션의 특성상 한 병에 몇억에 거래되는 고급 포션은 마인인 나에게는 엘릭서나 다름없었다.
부러졌던 뼈와 으스러졌던 발목이 다시 복구되며 격통이 사라지자. 나는 조금씩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조민성이랑 뭐 했는지 말해."
"아, 아무것도 안했…끄으으윽…흐윽, 흑…!!"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원래대로 돌아온 하얀 배에 다시 주먹을 내리쳤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지르자. 한서아가 내 팔을 머리 위로 붙잡아 저항하지 못하게 막았다.
"흐학, 흐아악…숨, 숨을 못 쉬겠…후으, 후으윽…."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아린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아랫배에서 격통이 느껴져,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래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도 들었다.
새하얗게 변한 시야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내 눈에 들어온 건, 이성을 잃고 광기에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나를 내려보는 성현이의 모습이었다.
"내가 널 걱정하는 동안. 너는 조민성이랑 단둘이 호텔에서 있었잖아. 왜 거짓말을 해…. 왜 자꾸 나를 속이는 거야…."
"제발, 제발 성현아…. 진정하고 대화를…흐윽, 흑….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잖아."
나는 성현이에게 애원했다. 이토록 무너진 성현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내게는 너무나도 마음 아픈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한테 원한 건 사랑 하나였어 아린아."
"사랑해. 당연히 너를 사랑한다고!!!"
도대체 왜 내 마음을 의심하는 것일까. 나는 정말로 성현이를 사랑하게 됐고, 성현이와 함께 있는 게 행복했다. 그런데도 성현이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공략도 97%."
"뭐…?"
"네 공략도가 가장 높았던 건 97%였어. 100%가 아니라 97%."
성현이의 말에 왜 내 사랑을 의심하는지 깨달았다. 공략도가 100%가 아니라는 것에서 내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정말로 성현이를 사랑했고 나보다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 목숨을 베팅하면서까지 조민성의 도움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건 그냥 공략도일 뿐이야…. 나는 너를 정말로"
"난 네 모든 걸 원해 신아린."
소유욕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성현이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입술이 맞닿고, 키스를 거부하는 내 혀를 빨아내듯 격렬한 키스가 오갔다. 억지로 내 혀를 끄집어내 빨아내던 성현이는 키스를 끝내자 그대로 얼굴을 내려 유두를 씹어댔다.
"아윽, 아읏…. 아파, 아파 성현아…."
애무가 아니었다. 자기 암컷임을 표시하려는 수컷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가슴에 이빨 자국을 남기는 행위에 어디에도 애정이란 없었다.
거칠게 가슴을 움켜쥐고 아파하는 나를 보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으르렁거리며 내게 재차 물었다.
"조민성이랑 뭐 했어."
"흐, 흐윽…. 정,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어…흐으윽…."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성현이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한서아가 잡고 있던 팔 하나를 뺏어 다시 손목을 부러트리려는지. 뒤로 꺾으려는 자세를 취하며 내게 소리쳤다.
"말해! 뭐 했어!!"
"백진희한테 속아서 함정에 빠졌어. 정말이야 조민성은 그냥 나를 구해준"
우드드득
발작하듯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내 몸 위에 올라타 체중으로 누르고 있는 성현이와 내 팔을 붙잡고 있는 한서아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흐극, 흐그으윽…제, 제발…. 성, 성현아 정신 차려…."
어떻게든 성현이를 제정신으로 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내 어떤 말에도 신뢰가 없는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내 말에 더욱 화가 난 것 같았다.
"조민성 같은 미친놈을 믿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성은이도 아레아도! 너까지! 다 위험하게 만드는 미친놈인데!!!"
"아악!…제, 제발…난 우리를 위해…으극, 으그극…."
주먹으로 배를 내려칠 때마다 아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충격에 하혈하는 것일까. 푸르다 못해 검게 변한 배를 성현이는 아무렇지 않게 또 내리쳤다.
"흐하, 아, 으으으으…."
격통에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육체도 정신도 더는 무리였다. 내 팔을 붙잡고 있던 한서아가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잘못했다고 빌어 병신아. 더 맞고 싶은 거야?"
맞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맞기 싫다는 이유로 오해를 사실로 인정해버릴 수는 없었다. 거짓말하지 않기로 서로에게 약속했으니까.
내가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참으려 하자. 화가 났는지 한서아가 내 뺨을 세게 내리쳤다.
"사실대로 말하라고 미친년아!"
입술이 터지고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얼얼하고 아릿한 통증 속에서 우습게도 나는. 한서아에게 맞는 나를 보고 성현이가 화를 내줬으면 하는 기대를 품었다.
성현이는 다른 여자들보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했으니까. 같이 있더라도 나를 먼저 챙겨줬으니까. 저번처럼 나에게 함부로 구는 한서아에게 화를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성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더욱 체중을 실어 내 허벅지를 눌렀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슬퍼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성현이가 몸을 일으켜 허벅지를 벌렸다. 그리고는 마치 달래주듯 부드러운 손길로 클리를 만지는 손길이 무섭게만 느껴져 나는 더 크게 울며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벌려."
명령 어린 목소리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리를 벌리자. 질 안으로 다시 손가락이 들어왔다. 거칠게 안을 휘젓는 손가락에 통증을 느끼고 아파했지만.
평소라면 내 반응에 걱정하며 달래줬을 성현이는 오히려 더욱 손가락을 질 안으로 집어넣고 고통스럽게 휘저었다.
"아윽, 아읏…. 아파, 아파…제, 제발 성현아…이러지마…흐윽, 흑…."
열기와 광기가 넘실거리는 눈빛으로 성현이는 나를 보며 물었다.
"날 사랑해?"
"흐극, 흑…사, 사랑해…. 정말로…."
난 아직도 성현이를 사랑하고 있다. 당장 마인화를 한다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통제력을 잃어 성현이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마인화를 억제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렇게 말하며 검게 변한 내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 미친 짓을 끝날 수 있다는 희망에 황급히 대답했다.
"응…. 알잖아 내가 널 얼마나 사, 사랑하는 지…으그그극!!! 흐그긋!!! 그, 그만!!! 그마아안!!!!"
배를 쓰다듬던 손이 자궁이 있는 곳에서 멈추더니 강한 힘으로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안을 헤집던 손가락이 억지로 내게 쾌감을 주려 질벽을 긁어댔다.
"거짓말."
성현이의 입에서 얼어버릴 듯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뻑뻑한 질내를 휘젓던 손가락을 빼내고는 한서아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그때까지 내 머리를 붙잡고 성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뒷목을 꼬집고 있던 한서아는 몸을 일으켜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알몸이 된 한서아의 몸에서 은색의 피어싱을 보고 나는 고통도 잠시 잊은 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내 얼굴 사이로 다리를 둔 채 클리에 링처럼 달린 피어싱을 보이며, 한서아가 보짓살을 양옆으로 벌리자. 질구에서 질척한 애액이 흘러나와 내 얼굴로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양발로 내 얼굴을 고정한 상태여서 애액을 얼굴에 맞고 있을 때. 한서아의 질구에서 살짝 검은색의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검은색의 무언가는 갑작스럽게 뾱 하는 소리와 함께 질척한 점도의 애액과 함께 내 얼굴로 떨어졌다.
"하흐, 하으응…주인님…뺐어요…."
"가져와."
성현이가 손을 내밀자. 내 얼굴에 떨어진 애액이 그득한 검정색의 딜도를 집어 성현이에게 건네주었다. 딜도를 얼마나 차고 있었는지. 질 안에서 사라진 딜도만큼 벌어진 한서아의 질구는 다물어질 생각이 없이 계속해서 애액을 쏟아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 아린아?"
질구에 무언가 닿았다. 축축하고 단단한 것이 한서아가 넣고 있던 딜도 같았다.
"알, 알아…그러니까 제발…이러면 안돼 성현아…이성을 찾…으윽, 으읏…넣, 넣지마 제발…흐그읏…."
내 애원이 들리지 않는지. 성현이는 질 안으로 딜도를 쑤셔 넣었다. 뻑뻑해 저항감 있던 손가락과 다르게 애액으로 범벅된 딜도는 조금의 저항만 있을 뿐 순식간에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하아, 하아…성, 성현아…흐, 흐윽…제발…제발…흐윽, 흑…."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질 안을 파고든 딜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딜도를 꾹하고 조인 질벽이 딜도를 놓지 않으려고 얽혀들어 얼마 못 가 질척질척한 애액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흐윽, 흐그윽…그만, 그마아안…하아, 하으윽…"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난 증명 할 수 있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배를 누르고 딜도를 아래쪽에서 들어올려 지스팟부분을 공략했다. 배에서 느껴지는 얼얼하다 못해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통증과 딜도가 지스팟을 거칠게 긁어내는 쾌감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하으, 하으으윽…하아응, 하아앙…."
통증과 쾌락이 뒤섞여 고통의 신음인지 쾌락의 신음인지 모를 것을 내뱉자. 심술이 난 건지 한서아가 내 옆에 앉더니 내 유두를 비틀어 당겨대기 시작했다.
"날 사랑해 아린아?"
"사, 사랑해…. 진, 진짜야…하으윽…하아, 하아앙…!!"
배를 눌러 지스팟을 들어 올리던 딜도를 붙잡은 성현이는 그대로 딜도를 안에서 돌려대기 시작했다. 얽혀든 질 주름이 밀려나자, 본능적으로 질벽이 꾸욱 꾸욱 조이며 딜도를 붙잡으려 해 더욱 쾌감이 심해졌다.
그 행동에 통증과 쾌감이 극대화되어 그대로 조수를 뿜어내며 절정에 도달하자. 성현이는 나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증명해봐."
그렇게 말하며 절정으로 경련하고 있는 보지에 다시 딜도를 쑤셔 박는 행동에 허리가 튕겨져 올라간 것을 한서아가 발로 배를 밟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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