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육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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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동의 한적한 카페. 작은 규모의 개인 카페라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일반 손님이 오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오늘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선남선녀 커플이 손님으로 찾아왔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손님을 응대하고 주문한 음료를 만들어 직접 테이블로 갖다두면서 남자의 외모를 다시 한번 확인하니. 연예인이거나 모델이 틀림 없어 보였다.
그 빛나는 외모에 몰래 사진을 찍어서 커뮤니티에 올려볼까 했지만, 작은 카페이고 다른 손님이 없는 상태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누가 봐도 사장인 자신이 범인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젓고 설거지를 하고 있자.
문에 달아놓은 종소리가 울려 뒤를 돌아보니, 일본 아이돌같이 생긴 미녀 한 명이 카페 안을 둘러보다 선남선녀의 테이블에 앉았다가 무어라 말을 듣고 음료를 주문하러 왔다.
개인 카페라 1인 1주문이 기본이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먼저 규칙을 지켜주는 손님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계산이 끝나고 커피를 제조하고 있을 때. 또다시 처음 보는 손님 두 명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키에 갈색 눈이 매력적인 예쁜 꼬마와 보호자로 보이는 짙은 보라색 머리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미녀.
오늘 가게 주변에 무슨 행사라도 하는 건가 생각해보며, 반가운 인사로 손님을 응대하자. 갈색 눈의 소녀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고는 카페 안을 둘러보다 선남선녀와 일행인지 다가가 무어라 대화를 하다 주문을 하러 오는 모습에 무슨 사이일까 조금 궁금함이 들었다.
하지만 손님에게 과한 관심은 매출에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할 일은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제조하는 것뿐.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테이블로 가져가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관심이 가는 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주인님이 오나홀처럼 대해줘서 만족스러운데?"
"그, 그런…. 성현 씨는 여자를 오나홀로 보는 건가요?"
"아, 아니 뭔 소리야. 그런 적 없어."
"맞, 맞아요. 성현이가 기절할 정도로 거칠게 다루긴 하지만 사랑해주는걸요…."
이해하지 말자. 못 들은 거다. 필사적으로 속으로 다짐하며 음료를 내려놓자. 잠시 대화가 끊겼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에 냉큼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 카운터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망상에 불이 붙었다.
"다들 피임은 해줬으면 해. 성현이 아이는 내가 처음으로 가졌으면 좋겠거든."
도대체 무슨 관계인 거야!!!
카운터 뒤에 모습을 감추고 귀를 기울여봤지만 어째서인지 그 뒤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고마워, 레이나."
"뭘 방음 마법 정도야. 다른 암컷들과 다르게 나는 숨 쉬듯 할 수 있는 거니까. 언제든지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출렁거리는 가슴으로 내 오른팔을 붙잡고 몸을 밀착한 레이나의 행동에 나를 바라보던 여자들의 시선이 매서워지는 걸 느끼고 모른 척 청포도 에이드를 들이켰다.
"조금 떨어지는 게 어때?"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아린이가 서늘한 목소리로 레이나에게 경고했다. 슬쩍 팔을 빼내려 해도 노브라의 음란한 몸을 가진 레이나는 오히려 자기 가슴골에 내 팔을 집어넣고 도발하듯 아린이를 보며 말했다.
"왜? 주인님이랑은 이보다도 더 한 것도 했는데."
"주인님? 성현이라고 제대로 불러."
"미안한데 나는 주인님의 성적 노예라서 말이야~"
뜨겁다. 나를 사이에 두고 불타는 듯한 시선을 주고받는 두 여인의 모습에 중간에 끼인 나는 어쩌지를 못하고 정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토우코 누나는 내가 자신 말고 다른 여자들과도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충격을 받았는지 커피잔만 쥔 채 멍한 모습이었다.
나에게 배신감을 느낀 걸까. 조금 신경이 쓰여 나를 사이에 두고 말싸움을 하는 두 여인을 무시하고 토우코 누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그, 토우코 누나…."
"..에, 에? 아. 네, 성현씨…."
"미안해요.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데…. 누나를 속이려던 건 아니에요."
내 말 같지 않은 변명에 토우코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 3명이랑 사귀는 건가요?"
"사귀는 건 아린이 한 명만…."
레이나와는 매일 훈련하며 전투 섹스를 하는 사이고, 한서아는 2일에 한 번씩 후장섹스 할 때만 만나니까 사귄다기보다는 섹파의 개념에 가깝지 않을까.
"그, 그럼 이 두 분은…?"
"아, 나는 오나홀이야."
"저, 저는 짝사랑 하는…."
레이나와 한서아의 대답에 사색이 된 토우코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에, 에…. 그럼 와타시는…?"
"…좋은 선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옆구리를 때린 아린이가 도끼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할 말이 없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자 아린이가 입을 열었다.
"나도 성현이의 독점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성현이가 이미 다른 여자들과 관계가 있고 내 욕심 때문에 성현이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여자들을 내치고 싶은 마음은 없어. 성현이만 괜찮다면 연인으로 옆에 있어도 돼."
그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 놀란 눈으로 아린이를 바라봤다. 나도 아린이가 이런 말을 꺼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란 눈으로 아린이를 바라보자 부끄러운지 홍조를 띠며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성현이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일 거니까."
아린이의 그 말에 주변 여자들의 시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내게는 좋은 상황인 게 맞는데 왜 이리 식은땀이 나는 기분일까.
"흐응,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금 성현이와 내 상황이 여자 문제로 다툴 만큼 편안한 상황이 아니니까. 도움이 필요해. 이건 그 대가라고 생각해도 좋고."
레이나의 질문에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내는 아린이의 모습에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의 행복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 준 아린이의 마음씨에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늘 밤 4P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토우코 선배는 아카데미 출입이 안 되니까….
"무, 무슨 일 있어?"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두려워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서아의 모습에 청포도 에이드를 단숨에 들이켜고 생각을 정리한 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 강요는 아니야. 도와주기 힘들거나 내게 실망했다면 안 해도 돼."
마지막 말은 토우코 누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일 뿐인데 목숨의 위험할 수 있는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은…. 아무리 나라 해도 쉽지 않았으니까.
"나는 주인님이 거절해도 도와줄 생각이었어."
"나, 나도 당연히 도와줄 거야."
레이나와 한서아의 말에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민하던 얼굴의 토우코 누나는 한참 뒤에야 식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씨를 사랑해요. 저, 아린씨 말처럼 독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말에 긴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공략도가 100%가 되어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억지로 강요하는 것보다 스스로 나서주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았으니까.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토우코 누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공장에 대한 증거를 찾기에는 저희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사실이다. 한서아와 신아린은 검을 사용하는 전위 포지션이고, 레이나는 마법사. 나는 탱커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나마 토우코가 활을 쏘는 후방지원이었기에 어느 정도 파티의 조합은 맞았지만.
우리를 지원해줄 여자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고 있자. 아린이가 토우코에게 물었다.
"혹시 토우코씨. 가디언즈나 영웅협회에 정보 관련된 재능을 가진 여자를 알고 있나요?"
"정보? 에, 에…아."
무언가 생각이 난 것 같은 토우코의 모습에 기대감을 품고 바라보자. 내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볼을 긁으며 토우코가 말했다.
"제가 아는 동생이 영웅협회에서 가디언즈를 돕고 있어요. 영웅등급은 D급이지만 컴퓨터를 잘 다뤄서 가디언즈의 비서처럼 활동하는 아이예요."
그 말에 나와 아린이는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 파티에 딱 필요한 암컷몬, 아니. 여자였으니까.
"혹시 지금 불러낼 수 있을까요?"
내 다급한 물음에 토우코는 곤란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워낙 활동하는 걸 싫어하는 애라서…."
"부탁드릴게요. 누나."
간절한 표정으로 토우코를 보며 말하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아린이의 서늘한 시선이 느껴져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식으로 여자 꼬셨구나."
"어? 아니, 이건…."
"아니야, 이해해."
눈은 전혀 웃지 않으면서 미소를 짓는 아린이의 무서운 모습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하자. 내가 자신을 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레이나는 아직도 가슴골에 끼워 넣은 팔을 파이즈리하듯 상체를 움직여 음란한 자극을 주었다.
"그런 짓 그만두세요. 성현이가 부담스러워하잖아요."
테이블에 던지듯 잔을 내려놓고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서아의 눈동자에 음영이 사라진 것을 보고 한숨을 쉬고 한서아를 막았다. 얘는 또 왜 이러는 걸까.
"아니, 나는 괜찮"
싸움을 멈추려 했으나, 레이나가 내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하. 이제는 별것도 아닌 게 까부네? 신아린은 주인님이 아껴서 그렇지. 너는 실질적으로 내 밑이야 한서아."
"누가 밑이라는 거죠?"
"매일 섹스 훈련으로 몸을 섞는 나랑. 성현이가 사준 딜도로 자기만족 하는 너랑. 계급이 같다고 생각해? 우습네. 내가 오나홀이라면 너는 고무장갑이야."
순식간에 한기가 치솟는 테이블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 토우코가 입술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에…그럼 와타시는?"
"일회용 텐가 에그정도?"
"호에에엣!"
한숨을 내쉬며 레이나의 품속에서 팔을 빼내고 약하게 딱밤을 때렸다. 팔을 부러트려도 흥분하는 주제 딱밤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뭘 너희들끼리 계급을 정해. 그런 거 하지 마."
"맞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성현이의 오른손인 나에 비하면. 어차피 다들 거기서 거기인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아린의 발언에 뜨거워진 테이블의 열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원한 음료를 하나 더 주문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 싸움 하는 여자들의 사이에 껴서 시원한 음료만 빨대로 빨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 토우코에게 물어봤다.
"잘 됐어요?"
"음, 어떻게든 둘러대서 다행히 초월역으로 나오겠다는 약속은 받았어요."
다행이다. 일단 어떻게든 일면식을 익혀 그 여자를 꼬셔야 했으니까. 빠르게 [이해력]을 돌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냈다.
"일단 그럼 목표는 그 여자, 이름이 뭐라 했죠?"
"유지아예요."
토우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결연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 안에 유지아를 따먹자."
내 발언에 순식간에 기 싸움으로 시끄럽던 테이블이 정적에 빠졌다. 귀신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서늘해진 분위기에 너무 축약해서 말했다는 생각에 급히 입을 열려 했지만. 이미, 날카로운 말들이 내게 쏟아졌다.
"역시 쓰레기."
서늘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아린이의 모습에 조금 억울했다. 너는 내가 왜 이러는지 알잖아….
"또 여자를 늘리는구나…."
눈동자에 음영이 사라져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위험할 정도로 음습해 보이는 한서아의 모습에 이러다 주머니에 커터칼이라도 꺼내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유지아는 뭐로 해야 하지. 방바닥? 참외?"
옆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레이나는 무시했다. 리치라서 그런지 왜 이리 계급을 중요시하는지 모르겠다.
"에…역시 한국은 대단하네요. 한남 스고이…."
"…내가 이상한 거에요. 그리고 줄여 말하지 마세요."
한국에 대한 이상한 선입견을 품게 된 토우코 누나에게 한숨을 쉬며 변명을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만 있는 공간에 남자가 한 명뿐이라면.
기 빨린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그 말에 극히 공감하며, 나를 매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인들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아무튼 유지아 따먹게 도와줘."
더는 설명하기 나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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