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동화 속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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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자격 시험을 대신할 유급 시험을 치루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했다.
어제 얘기했던 대로 성현이는 가디언즈 입단 환영 회식 때문에 나중에 연락 한다는 메시지만 남기고는 연락이 끊겼다.
공략중인 인턴 여선배랑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낼테니. 오늘은 아쉽지만 성현이 없이 간만에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뭐, 혼자의 시간이라 해도 예전처럼 휴대폰을 하거나 자위로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도서관 이용시간이 끝날 때까지 공부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성현이 없이 도서관에 혼자 앉있어서 그런가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미 자격 시험이 끝난 1학년들은 훈련을 하거나 아카데미에서의 추억을 쌓는 중이었기에. 도서관에 남은 사람들은 몇몇 선배들밖에 없어서 조금 한산한 느낌이었다.
공부했던 것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도서관을 빠져나와 기숙사로 피곤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의 불빛과 약한 달빛을 느끼며 고요한 밤길을 걷자.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생각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평온한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성현이에게 내가 감춰놓았던 비밀과 거짓을 풀어놓은 날부터.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나도 모르게 성현이를 밀어내던 것들이 전부 사라졌다.
'온전하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정도로, 이제는 온전한 감정으로 성현이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배신당할까. 이 감정을 잃지는 않을까. 그런 두려움은 이제 내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불안과 혼란을 성현이는 매일 같이 사랑이라는 따스한 감정으로 버터를 녹이듯 부드럽고 달콤한 향으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녹여버렸다.
그러기에 이제는 매일 같이 성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내 일상의 대부분은 성현이의 흔적을 벗겨낼 수 없을 정도로 성현이는 내게 깊히 녹아들었다. 내 삶에 엉겨붙어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라는 존재의 완성을 만들어준 건 성현이었으니까.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생각하며.
매일 같이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
서로의 빛에 이끌려 이제는 그 빛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옛 추억과 함께 길을 걷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발걸음을 멈춰 섰다.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야밤을 울리는 벌레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늦은 밤이지만, 초월 아카데미는 새벽까지 훈련과 공부를 하는 열성적인 영웅 지망생이 많기로 유명했고.
도서관과 훈련장 이용 시간의 종료가 겹치기도 했기때문에 지금 시간대에 기숙사로 향하는 길은 한적한 곳이 아니었다.
기숙사와 본관을 향해 나있는 길을 따라 밤바람을 맞으며 가벼운 걷기를 하는 학생들도 수가 쫌 되었지만.
걷기 좋은 선선한 밤날씨에도 주위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다.
내일이 무슨 날인가. 떠올려 봤지만, 공휴일도 아니었고 학교에서 특별한 행사를 하지도 않았다.
의아해하며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다. 뒷 목을 바늘로 긁는 소름 돋는 감각이 전해주는 [생존 본능]에 곧장 뒤로 도망치려 하자.
그와 동시에 내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마법으로 만들어진 잿빛 색의 사슬이 내 팔다리를 묶으려 했다.
착용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마법을 막아주는 요정왕의 팔찌 덕분에 몸에 닿자마자 사슬은 사라져버렸다.
무언가 나를 속박하려 했다는 사실에 황급히 의념을 집중해 마인화를 사용했다. 꾸준히 마인화를 하는 것을 연습한 성과일까. 순식간에 오른 손에 묵직한 검의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검을 앞으로 내밀어 다가올 공격에 대비했다.
평소라면 마인화 훈련을 하기 위해 검을 갖고 다녔을 텐데. 하필이면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기로 결정해. 설마 무슨 일이 생길까 귀찮은 마음에 검을 방에다가 두고 왔다.
그 멍청한 선택에 후회가 들었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
검을 만들어내면 마인화의 지속시간이 무척이나 줄어든다. 지금 검을 만들어낸 상태에서 마인화를 유지할 수 있는 건 5분정도.
하지만, 5분이면 충분했다.
내게는 [초고속]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이 있으니.
숨을 한 번 내쉬는 것과 동시에 [초고속]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폭발하듯 초월 아카데미의 본관으로 내달렸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게 가장 좋았으니까.
본관으로 향한다면 야간에도 아카데미를 지키고 있는 상비 영웅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공간을 찢으며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다.
은발의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은빛의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자. 지금 나를 공격하는 것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칠격.
마인사냥 집단이 나를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나는 주저 없이 검을 휘둘렀다.
칠격의 1번이자 신살법을 익힌 암살자. 일리아의 은빛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함과 동시에 곧장 목을 향해 일섬(一?)을 내질렀지만.
[초고속]의 능력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일리아는 내 일섬의 속도를 따라잡아 보라색의 단검을 휘둘러 내 공격을 가볍게 맞받아쳤다.
그드드드득!
검의 면을 긁으며 다가오는 단검을 황급히 피해내자.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내던져 내 왼팔을 꿰뚫었다.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공격을 맞받아 친걸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자. 일리아는 몸을 틀어 검을 피한 뒤, 한 걸음 내 앞으로 다가와 역수로 바꿔 쥔 단검을 휘둘렀다.
"크으으윽!!!"
예리한 일섬에 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머리카락 일부와 오른쪽 눈이 베였다. 오른 눈에서 느껴지는 타는듯한 고통에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단순한 영웅 지망생인 나와는 다르게. 마인을 사냥하고 죽이는 경험이 많은 암살자.
인간임에도 내 [초고속]을 뛰어넘는 속도를 보여주는 일리아의 모습에 나는 승산이 없을 깨달았다.
고통에 놓칠뻔한 검을 움켜쥐고, 권능의 힘을 담아 크게 검을 휘두르자. 일리아는 본능적으로 내 검에 담긴 `위력`을 느꼈는지. 단검으로 공격을 막지 않고 그대로, 몸을 뒤로 빼 내 공격을 피했다.
일리아와 거리가 멀어지자. 왼팔에 박힌 단검을 뽑아내고 피에 젖은 오른눈을 닦아내자. [초고속]의 능력덕에 포션이라도 부은 것처럼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호흡을 몰아쉬었다. 일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배경과 동화된 상태에서 내 빈틈을 노리고 있을 터.
어떻게하면 도망칠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며 보이지 않는 적을 경계하고 있을 때. 내 뒤에서 느껴지는 마력에 황급히 몸을 뒤틀어 검을 휘둘렀다.
공간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던 마법은 내 검에 [파훼] 되어, 거친 풍압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에 검을 휘둘러 먼지를 없애며 시야를 밝히자. 흙먼지 사이로 내게 공격을 가한 마법사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잿빛과 같은 머리카락 색과 깊은 심연을 닮은 검은 눈에 담긴 증오와 혐오감이 어린 시선에 나는 기억 속에 묻어 놓았던 이름이 떠올랐다.
`기한신`
분명, 성현이에게 머리가 터져 죽는 것을 내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의 죽음에 나를 속박하던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눈앞에 나타난 기한신은 머리도 멀쩡했고,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기한신의 시선에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기한신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에는 기한신에게 받았던 체벌의 고통에 두려움의 파편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 파편들이 기한신을 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마음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분노와 당혹, 혼란에 빠져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조급한 마음에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있을 때.
내 결심을 헤집어놓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아린."
내 이름을 부르는 기한신의 목소리에 나는 과거의 두려움이 떠올랐다.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증오하고. 괴롭히며 복종시키려 했던 괴물.
마음속에 솟아나는 두려움에 이를 깨물고 기한신에게 달려들었다.
기한신은 죽었다. 시체를 확인했고, 백진희가 뒤처리까지 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것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환상일뿐이다.
환상이라면 내 권능으로 파훼해버린다면 그뿐이었으니까.
권능을 담은 내 공격이 닿기도 전에 단검으로 공간을 찢으며 내 옆에 나타난 일리아가 그대로 내 몸을 베었다.
쏟아지는 내장을 손으로 부여잡고 기한신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피를 토해내자, 내장을 뒤틀어버리는 듯한 격통이 찾아왔다. 멍청하게 일리아의 존재를 잊어버리다니….
뒤늦게 후회가 찾아왔지만 후들거리는 손으로 놓칠뻔한 검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죽음의 공포가 격통과 함께 찾아와 몸을 짓눌렀다.
배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내장을 손으로 꾹 집어넣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머릿속을 좀 먹기 시작했다.
긴장으로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일리아는 또다시 배경과 동화되어 모습을 감췄고, 기한신만이 나를 한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직도 멍청하구나."
"...닥쳐."
기한신의 조롱하는 목소리에 억지로 분노를 끌어올렸다. 내 머릿속을 좀 먹던 공포와 두려움을 강렬한 분노로 집어삼키며 저항했다.
분노와 열기로 가득한 한숨을 토해냄과 동시에 검 끝에 의념을 집중했다. 들끓는 분노와 내장을 뒤트는 격통이 입 밖으로 솟구쳤다.
"죽어!!!"
내 안에 있던 모든 마력을 끌어냈다. 거대한 물결처럼 검 끝의 의념으로 쏟구쳐진 마력은 의념에 섞여 들어 하나를 이뤄냈다.
그것을 느끼며, 그대로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기한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닿지 않았지만, 검의 경로를 따라 검은 기운을 패도적으로 뿜어내며 의념이 형상화되며 참격이 기한신의 몸을 반으로 갈라 냈다.
기한신의 몸이 갈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강렬한 탈력감이 내 몸을 짓눌렀다. 검이 사라지고 마인화가 풀렸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마인화의 반동이 찾아와 몸이 작아지기 직전에 마인화를 풀었기에, 몸이 작아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턱
내 목을 그대로 베어버릴 듯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으며, 내 뒤에서 나타난 일리아가 내 어깨에 단검을 올렸다. 더 이상의 반항은 무의미했고, 몸을 짓누르는 탈력감에 고개를 떨군 채. 거칠게 숨을 내쉬며 다가올 죽음에 몸을 떨고 있을 때.
몸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던 기한신이 몸을 일으키더니, 절단면을 이어붙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 가장 강한 공격에도 기한신은 죽지 않은 것이다. 성현이에게 머리가 터졌을때처럼.
기한신은 죽지 않고 나를 자신이 떨어진 지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살아 남는 것이다.
그 사실에 나는 깊은 절망이 느껴졌다.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성현이와 못다 한 것들도 많다.
이대로 죽기는 너무 무서웠다. 소중한것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어깨에 놓인 단검의 서늘한 감촉에 피부에 닭살이 올라왔다.
잘려 나간 옷을 마법으로 고친 기한신이 비웃음을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죽는 게 두렵나?"
고저 없는 무미건조한 그 목소리에 두려움이 느껴졌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벌벌 떨며 치마를 움켜쥔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너희 차성이 죄 없는 사람들에게 한 짓은 모른 척 해놓고선?"
기한신의 발로 내 얼굴을 강하게 걷어찼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코뼈가 부서지며 얼얼한 통증과 함께 코피가 터져 나왔다.
"이 쓰레기가…."
"으, 으윽…흑…."
역겨운 것을 짓밟듯 미간을 좁히며 내 목을 발로 짓밟는 기한신의 행동에. 코에서 흐르는 피가 입안으로 들어와 피거품을 일으켰다.
내 목을 그대로 부러트리려는지 발에 힘을 주는 기한신을 일리아가 제지했다.
"그만. 고문은 돌아가서 해도 돼."
일리아의 말에 기한신은 나를 노려보며 내 목에서 발을 뗐다. 쉼 없이 코에서 피가 흘러나와 입 안에 가득 찬 피를 땅에 내뱉고 숨을 거칠게 내쉬자. 기한신은 내 머리칼을 뜯어내려는 듯 강하게 붙잡았다.
"오오누마! 끝났어!"
일리아의 말에 길옆의 가로수 뒤에 숨어 있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흠,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겠군."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피범벅이 된 나를 내려보던 오오누마는 고개를 저으며 기한신을 바라봤다.
"어허, 그래도 잠재적인 고객님을 이렇게 대해서는 쓰나."
"닥쳐라."
"에잉, 고얀 놈. 한참이나 어린놈이 벌써 부"
무어라 중얼거리던 오오누마가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나를 묘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군."
그 말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일리아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뭘?"
"글쎄, 차성의 후계자니. 보호용 마법이나 추적 마법이 걸려 있지 않을까?"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의견을 말하자. 일리아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상관없어. 칠격으로 끌고 가면 추적은 불가능해. 이동이나 하자."
칠격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고문을 당하다가 얼굴을 씹어 먹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도망칠 기회라는 것을 알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공포에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머리칼에 붙잡혀 고개를 떨구지도 못한 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자. 기한신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기한신의 그 얼굴이 터져나갔다.
뇌의 파편과 핏덩이들이 흩날리는 상황에서.
나는 멍청한 눈으로 푸르게 빛나는 선이 내 주변을 나선 하며 오오누마와 일리아를 공격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오오누마는 자신을 공격하는 푸른 선을 쳐내며, 도망치기 바빴고. 일리아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단검으로 쳐내고 있었다.
상황이 파악되기도 전에 내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푸른 선에 둘러싸인 조민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민성이 내 앞에 나타난것도 놀라웠는데, 표정 위로 드러난 '분노'라는 감정이 나는 더 놀라웠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오오누마가 무언가 손을 움직여 결계를 만들어 냈지만, 조민성이 손짓하자 주변을 나선하던 푸른 선들이 매서운 속도로 오오누마의 결계를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오오누마와 일리아를 압도하는 조민성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다.
조민성이 나를 구해주러 나타났다는...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 아니, 망상이라고 불러야 더 적당하지 않을까.
죽음의 공포때문에 머리가 멍청해진걸까. 아니면, 조민성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서 그런걸까.
나는 내 망상에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고 조민성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돌려 여느때처럼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파트너."
매력 있는 미소와 함께 나를 내려다보는 조민성의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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