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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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고급스러운 유럽디자인의 카페 안. 넓은 크기와 수많은 테이블. 내부에 디자인된 실내장식들이 이곳이 얼마나 인기가 많을지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돈 냄새가 나는 카페였다.
그런데도 커피를 만드느라 분주할 바리스타도, 음료를 앞에 두고 떠들기 바쁠 손님들도 카페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카페 안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건지, 그녀 혼자 카페 안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건지 모를 정도로.
커피 향을 음미하는지 시선을 내리깐 모습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긴 속눈썹에서 느껴지는 여성의 아름다움.
밝게 빛나는 흑요석의 눈과 자연스레 시선을 끄는 아름다움, 흑요석과 같은 짙은 검은색의 머리에 순수를 표현한 듯한 눈빛은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앞에 놓인 딸기 스무디를 집어 들었다.
스무디의 시원함과 딸기의 상큼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자, 눈앞의 미인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예쁜 미소를 지었다.
"안녕. 한성진."
신아린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들리는구나. 내가 말할 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 신기했다.
"응, 안녕."
나를 관찰하듯 흥미로운 눈빛으로 내 얼굴을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바라보는 모습에 보통이라면 이런 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모쏠다운 설렘을 느꼈을 텐데. 의외로 덤덤했다.
나를 관찰하던 신아린은 테이블 위로 턱을 괴고, 흑요석의 눈을 빛내며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신아린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어?"
"아마도? 일단, 원래 나는 남자였으니까. 적응할 게 많았지."
"그래도 나보다는 잘 사는 것 같던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너는 계속 내 안에 있었어?"
"응,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어. 내가 사랑을 하게 될 줄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그 감정까지 전해졌어."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얼굴과 묘하게 어울려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읽었는지 조금 새초롬한 표정을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돼서 다행이야. 하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솔직히 말해서 지켜보는 처지에선 너무 답답했어."
"답답?"
"응. 백진희에게 끌려다니는 거, 김성현에게 당하기만 했던 거."
그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서 스무디만 마셨다. 자기 몸을 차지한 내가 백진희와 김성현에게 당하는걸 보는 게 얼마나 답답했을까.
"내가 몇 번이나 너에게 경고도 보내고, [이해]시켜줬잖아."
"그거…. 너였구나."
"그래, 마석도 흡수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
"어쩔 수 없잖아…."
내 말에 신아린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 모습에 내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종종 김성현이 내 미간을 꾹꾹 눌러주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덕분에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어?"
솔직히, 난 이게 지금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석을 흡수한 탓에 신재호가 걸어놓은 금제(??)가 잠깐 풀려, 너를 금제 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었어."
"금제…? 그것보다 신재호라면…."
신아린의 아버지이자 차성의 회장일 텐데. 자기 딸에게 금제를 걸어놨다고?
"맞아. 내 아빠. 시간이 없으니 긴 설명은 못 해. 곧 금제가 다시 걸릴 거니까. 대충하고 싶은 말 떠들 테니 알아서 이해해."
그렇게 말하며 매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신아린의 모습에 조금 불안감이 들었다. 왠지 엄마에게 혼나기 직전의 느낌이랄까.
"마석은 더는 사용하지 마. 신재호와 백진희가 설계한 거미줄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꼴이니까. 흡수한 마석을 이용하면 네 머릿속의 금제와 기아스를 [파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전부 돌아올 거야. 금제가 기억을 봉인하는건 아니지만, 네가 빙의 했을때 기억들이 모조리 금제속으로 빨려들어가, 금제와 함께 봉인되버렸거든. 기억을 되찾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뭘 해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던 신아린은 카페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지 걱정하듯 주변을 둘러봤다.
"이해했어. 그런데 기아스는 왜?"
이것 때문에 그나마 김성현이 나를 죽이지 않고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진희의 말처럼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으니까.
"기아스도 백진희가 만든 함정이야."
"...뭐?"
"잘 들어, 나는 네가 잠들었을 때 너의 기억을 볼 수 있었어. 영또플에 관한 기억을 몇 번이나 읽으며 [이해]했어. 내 생각으로 백진희는 단순한 회귀자가 아니야. 그 힘, 숨겨진 설정 같은 것들을 꺼내 들고 세계의 설정을 바꾸는 것. 그건 아마 □□□□□□"
진실의 끈을 묶고 거짓말을 할 때처럼 신아린의 입만 붕어처럼 뻐끔거리며 뒷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이해 못할 거야,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금제에 남은 기억 같은 거니까. 걱정하지 마, 기억을 되찾는다 해도 내가 다시 몸을 차지하거나 정신에 남아 있지는 않을 거야."
신아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카페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아린을 발견하고는 달려와 양팔을 붙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아린에게서 그들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내 힘 자체를 못 느끼는 건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신아린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김성현을 통제해서는 안 돼. 기아스는 목줄이야! 그리고, 조민성은 네 파트너가 □□□□□"
카페 밖으로 끌려 나가기 전 문틀을 붙잡고 내게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해주려던 신아린은 손톱이 부러질 때까지 버티며 소리치다. 결국, 양복을 입은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카페 문이 닫히고 조용한 적막만이 남은 상태에서. 남은 딸기 스무디를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이 금제(??) 속 이라면. 벗어날 방법은 이미 신아린이 말해주었으니까.
의념(??)을 집중한다. 내가 조절하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박동하는 심장처럼, 자연스레 내 오른손에 묵직한 검의 무게가 느껴진다. 검 위로 `권능`을 덧씌우자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져 형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금제 속의 공간이어서 검 주변의 공간이 [파훼] 되고 있었다.
신아린을 끌고 갔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와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내 행동을 이해했는지 다급히 내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검을 바닥에 내리꽂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
***
꿈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리니,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어서 그런지 목덜미가 뻐근했다. 몸을 일으켜 몸 상태를 점검하니, 뻐근한 목덜미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온몸이 썩은 것처럼 검게 물들어갔었는데, 지금은 평소와 같은 대리석 같은 흰 피부였다.
침대 위로 몸을 내던져 편안한 자세를 취한 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기억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바라던 신아린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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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을 했으니, 준비됐겠구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 내가 초경을 했다는 것을 임유모가 김비서에게 전달했고, 곧장 나는 `공장`이라는 곳으로 끌려왔다.
"아버지….""겁먹지 말렴. 넌 내 소중한 딸이니까."
연신 불안해하며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자, 나체의 어린아이들이 김비서의 뒤를 따라 불안한 눈빛으로 따라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빨간 머리의 소녀도 눈에 들어왔다. 빨간 머리, 빨간 눈. 그리고 소름 돋는 미소까지.
눈앞에 보이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머릿속이 헝클어진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이제 너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알려주겠다. 아린아, 너는 마인이다."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담긴 만족스러운 눈빛이 무척이나 두렵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아니, 너는 일반적인 마인과 달라. 마왕의 딸이자 최초의 혼혈 마인이다.""...엄마가 마왕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이라 혹시 지금 아버지가 나를 놀라게 하려는 건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그래, 네 엄마는 마왕이었고 너를 낳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멍청하게도."
슬픔보다는 아쉬움의 깃든 표정에 누군가 심장을 쥐어 짜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너는 마인이지만, 마왕이 될 수 있는 핏줄을 타고났다. 너는 왕이 될 운명이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다."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가 뒤로 손짓하자 김비서가 아주 어려 보이는 아이 한 명을 억지로 내 앞으로 끌고 왔다.
"먹어라. 네가 강해지려면, 네가 왕이 되려면. 사람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아버지의 그 말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4살정도 돼 보이는 남자애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 나도 눈물을 흘리자. 내 뺨을 때리며 아버지가 소리쳤다.
"겨우 이딴 일에 울지마! 너는 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이 차성이 너를 도와 제국을 만들 것이다. 너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평범하게 살다가 내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싫어요."
내 대답에 화가 난 듯 아버지는 남자애의 머리를 붙잡고 내 입에 목덜미를 갖다 댔다.
"먹어라! 조각내어 강제로 입 안에 쑤셔 넣기 전에."
입을 다물고 몸을 비틀며 저항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남자애의 머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으아아악!"
머리통을 수박처럼 힘으로 으깨려는 듯, 아이의 얼굴에 핏줄이 솟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려 눈앞의 끔찍한 장면을 외면하자. 누군가 입을 열었다.
"재호, 죽여봤자 쓸모없어."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녀의 말에 아버지는 머리를 터트리려는 것을 멈추고는 소녀에게 몸을 돌려 물었다.
"휴, 에르엘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있어. 마인만의 방법.""그럼, 부탁하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내게 다가온 에르엘이라 불린 소녀는 두려운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냥 생존 본능을 일깨워주면 돼."
붙잡힌 팔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팔에서 시작된 격통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속의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듯 통제할 수 없는 고통에 의자에서 쓰러져 바닥을 구르며 가슴을 긁어대자. 에르엘은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격통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깨어난 내 눈에 보인 건 부드러운 아이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은 채 황홀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아주 오래된 갈증이 해결된 듯한 만족감에 몸을 부르르 떨다. 목덜미에서 이빨을 빼내고 제정신이 들자.
내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사실과 아버지의 말대로 내가 마인이 맞았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낄 때.
에르엘이라 불린 소녀가 내 목덜미를 붙잡고 속삭이듯 말했다.
"축하해. 진짜 마인이 된걸."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손에 금제(??)가 걸렸다. 자해하지 말 것. 자살하지 말 것. 동정심을 갖지 말 것.
그 뒤로, 나는 주기적으로 사람을 잡아먹었다. 반항하면 나를 죽기 직전까지 고문해 억지로 사람을 잡아먹게 했다. 사람을 잡아먹을수록 나는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마인의 힘이 더욱 커짐을 느끼고 최대한 갈증을 참아내려 했다.
혹시, 갈증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을 잡아먹진 않을까.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멀리하고, 흔한 친구마저 사귀지 않았다.
사람을 죽일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죽였다. 외로움과 고통은 사람에게나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마인은 영웅이 될 수 없기에, 간절히 소망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초월 아카데미에 가고 싶다고. 영웅이 되고 싶다고.
그런 나에게 `마인`이 영웅이 무슨 말이냐며, 거절하던 아버지는 플라틴에서 연 파티에 참여했을 때. 그 마음을 바꿨다.
차성을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아버지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플라틴의 회장과 대화에서. 플라틴의 후계자 `조민성`이 곧 초월 아카데미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조민성이 끼어들어, 차성의 후계자는 초월 아카데미에 못 다닐 정도인가 보다라는 뜻이 담긴 비꼬는 말로 아버지의 속을 박박 긁어. 자기 딸도 초월 아카데미에 보낼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어 기쁜 나머지. 나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홀로 회장의 구석에 숨어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한 채, 파스타를 포크로 괴롭히고 있는 조민성에게 다가갔다. 나와 같은 동갑임에도 '푸른 마나 살인귀'라는 악칭과 같은 별명으로 불리는 불우한 이야기의 주인공.
"혼자 여기서 뭐 해?"
내 물음에 조민성은 포크를 휘저으며 답했다.
"구역질 나는 놈들 사이에서 밥 먹는 취향은 없거든."
플라틴과 차성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을 보며 조민성은 쓴 것을 먹은 사람처럼 입맛을 다셨다. 조심스레 옆자리에 앉아, 파스타 면을 괴롭히는 것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덕분에 초월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됐어. 고마워.""신재호가 세워놓은 계획이 있는 것 같아 부수고 싶었던 것뿐이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신 포크로 파스타를 둘둘 말고 있는 모습에 몇 년 만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내가 영웅이 되는 걸 끔찍이도 싫어할 테니, 성공했네.""그것도 성공이네. 이 빌어먹을 세상에 영웅은 없으니까. 차성의 후계자가 내 변덕에 세상을 구할 영웅이 돼버린 건가."
뭐가 웃긴 지 혼자 그렇게 말하며 킥킥거리더니. 파스타 면을 포크로 돌리며, 나선을 만들던 조민성은 파스타가 말린 포크와 접시를 내밀었다.
"너 먹어. 미친 아빠 밑에서 사느라 삐쩍 마른 것 같은데."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조민성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서, 내민 파스타 접시를 들어 파스타를 먹었다.
파스타를 먹는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조민성의 모습에 조금 부끄러움이 느껴져, 시선을 피하자. 조민성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정이라는 게 죽인다고 죽일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제 감정 없는 인형 행세는 그만두고, 네 아빠한테 좆같으면 좆같다고 말해. 내가 봤을 때 네 아빠는 너를 무척이나 비싼 물건 보듯 하거든. 그 물건에 흠집이라도 날까 안절부절못하는 게 눈에 보여. 그러니까 눈 딱 감고 한 번 들이 박아봐. 비싼 물건 손상될까 걱정할껄?"
멍한 눈으로 파스타가 든 접시를 든 채 조민성을 올려다보자, 조민성은 매력적인 미소를 짓더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웃는 거 예쁘더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며, 멀어지는 조민성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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