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나쁜 놈
* * *
피곤함에도 억지로 눈을 뜨고 잠들어 있는 성현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중간에 의식을 잃고 그대로 잠들어버려 혹시, 안 좋은 냄새를 풍길까 두려워 성현이가 깨기 전에 씻고 싶었다.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에 굳었던 근육을 풀며 격렬한 섹스가 남긴 흔적들을 살펴봤다.
양팔에 남은 손자국, 목덜미와 가슴에 남은 이빨 자국과 온몸 곳곳에 남아 있는 키스 마크가 어젯밤의 격렬함을 나타내주었다.
질구 부분이 쓰라린 느낌이 들어 손으로 만져보니 조금 부은 듯 했다. 하긴 그 큰 게 그리 왔다 갔다 했으니, 안 아픈게 이상하지.
어젯밤을 떠올리니 또다시 얼굴이 뜨거워졌다. 분명, 나와 같이 첫날밤을 보낼 때는 서로 어색하고 허둥지둥거리며 서툴렀는데.
아직 부끄럽고 서툰 나와는 다르게 성현이는 따로 공부라도 했는지 너무나도 능숙하게 나를 다뤘다.
내가 몰랐던 나의 약점들까지 집요하게 찾아내어 내 몸에 쾌락을 각인시켰다. 하늘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과 뇌를 통째로 태워버리는 듯한 기분 좋은 소름.
너무나도 자극적인 쾌락이어서 조금은 두렵기까지 했다.
몸을 씻고 가운을 입고 나와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말리며 잠들어 있는 성현이를 보다. 무심코 테이블 위의 휴대폰에 시선이 갔다.
첫 데이트 날. 이상한 반응에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보았던 검색어들이 떠올라 혹시, 아직도 뒤로 하는 걸 원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겨 휴대폰을 확인하려 했지만.
전과 다르게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 원하고 있다면 미리 준비라도 할까 생각했는데. 직접 물어보기는 부끄러워서 그냥 휴대폰을 제자리에 두고 머리를 말렸다.
그러고 보니, 아레아에게 휴대폰을 사주기로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성현이도 차성에서 나온 최신형으로 바꿔줘야지.
어깨에 닿던 머리카락이 쇄골에 닿을 정도로 길러, 전처럼 머리카락을 잘라야 하나 생각하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뒤, 성현이의 체온으로 데워진 따뜻한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근육으로 조각된 것 같은 몸매에 몸을 밀착하자. 따뜻한 돌덩이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니 성현이의 체취가 한층 더 짙게 느껴졌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날까. 계속 맡고 싶은 중독성 있는 수컷의 냄새.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성현이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내렸다.
이불속 가득 자지 냄새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정액 냄새에 나도 모르게 입술에 침을 바르고, 물렁물렁해진 자지를 코끝으로 스치며 냄새를 맡았다.
중독성 있는 자지 특유의 냄새에 고개를 들어 성현이가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잠들어 있는 자지에 살짝 혀를 갖다 대 맛을 봤다. 혀끝에서 살짝 쓰면서 밍밍한 쿠퍼액의 맛이 느껴졌다.
갑자기든 장난스러운 생각에 성현이가 깰까 조심스럽게 입안에 발기하지 않은 자지를 넣어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말랑말랑한 감촉에 나도 모르게 조금 웃음이 흘러나왔다.
포피에 뒤덮인 말랑말랑한 자지를 혀로 조심스럽게 휘감으며 포피 사이로 혀를 집어넣자. 말랑말랑했던 자지가 점점 입안에서 딱딱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제 5번이나 싸놓고서 이리 단단하게 발기하다니, 조금 감탄하며 입에서 자지를 빼고 겉에 묻은 침을 혀로 닦아내었다.
성현이의 성욕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매일 같이 어젯밤 같은 섹스를 한다면…. 한 달 안에 섹스 중독에 걸리는 거 아닐까.
한숨을 쉬며 성현이가 잠에서 깰까. 조심히 이불 밖을 빠져나올 생각이었는데. 이불이 들춰지며 자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있던 모습으로 성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성현이의 시선에 무척이나 부끄러워져. 황급히 이불을 뺏어내려 했지만 성현이는 이제는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을 만큼 무척이나 세져서 오히려 이불에 끌려가 성현이 품에 안겼다.
"아린이, 변태."
잠기운이 가득한 얼굴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이는 모습에 얼굴이 빨개지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청, 청소해준 거야. 안 씻고 잤잖아."
"그래? 역시 아린이는 착해. 그럼 가만히 있을 테니 부탁할게."
부끄러움에 그리 변명하자, 성현이는 웃으면서 발기한 자지를 흔들었다. 괜스레 나를 놀리는 그 모습이 얄미워, 나를 안고 있던 팔을 밀치고 자지를 아주 살짝 깨물자. 성현이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또 혼나고 싶은 거야?"
"...미안."
어젯밤의 실수가 떠올라 황급히 사과했다. 사랑하는 성현이와 섹스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자극적인 일이라. 아쉬운 마음에 유혹했다가 한 시간 뒤에 엉엉 울며 용서해달라고 빌었지만 성현이는 웃으면서 내 선택이라며 몇 번이고 나를 강제로 가버리게 했다. 결국에는 언제나처럼 쾌락에 의식을 잃어 기절해버렸다.
조금은 다른 커플들처럼 섹스를 하고 서로를 보며 얘기를 나누다 잠들고 싶은데. 막상 성현이와 섹스를 하면은 조금만 더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멍청하게도 성현이를 유혹하게 돼버린다. 내 유혹에 빠진 성현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나를 부 슬듯 엉덩이를 붙잡고 미친 듯이 받아대고….
"츄릅…츄읍…조금 억울해."
자지의 기둥을 빨며 그렇게 말하자. 성현이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몇 번이나 절정하는데 너는 한 번밖에 안 싸잖아. 내가 갈 때마다 너도 갔으면 좋겠어."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나는 뇌가 타버릴 정도의 쾌락을 느끼며 망가지는데, 성현이는 그때까지 한 번도 싸지 않았으니까. 혹시, 나만 기분이 좋은 건가 걱정이 들었다. 나도 성현이를 나처럼 쾌락에 미치게 만들어 보고 싶은 데.
내 말을 들은 성현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지를 빨고 있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넣기만 해도, 가버리잖아. 너랑 같이 가버리면 3초 만에 섹스끝일 걸?"
"츄릅…츕…파하, 그…나랑 하면…기분 좋아?"
"당연히 좋지. 왜?"
"...나만 너무 느끼는 것 같아서. 나만 맨날 울고 매달리잖아! 나도 네가 울고불고 용서해달라고 매달리게 하고 싶어."
침으로 범벅된 자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성현이를 보고 입술을 삐죽거리자 성현이는 웃긴 지 큭큭 거리며 몸을 일으켜 내 몸을 자기 배 위로 올렸다. 엉덩이에 닿은 자지에 묘한 기대감을 품고 성현이를 내려다보자. 성현이는 웃으면서 내 가운의 끈을 풀어 가슴을 쥔 뒤, 아이처럼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무언가 빨려 나가는듯한 야릇한 감각에 다리를 오므리며 열심히 젖꼭지를 빨고 있는 성현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자, 성현이는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다 내 허리를 눌렀다. 살짝 허리를 성현이에게 내밀며 엉덩이를 내밀자, 성현이는 허리를 움직여 질구의 위치에 귀두를 맞추려 들었다. 뒤로 손을 옮겨 자지를 붙잡고 제대로 된 위치를 잡아주자, 애액으로 젖은 질구에 살짝, 귀두가 걸쳐 들어왔다.
"흐읏…할 거야?"
귀두만 들어갔는데도 부어서 그런 건지 질구의 밑부분이 쓰라린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통증에 미간을 좁히며 성현이를 바라보자, 젖꼭지를 빨던 성현이는 입을 떼고 나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파?"
"응, 조금…어제 너무 격렬 했나 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현이는 자지를 빼낸 다음 나를 침대 위로 눕히고는 내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그 모습에 괜히 부끄러워져 황급히 손을 내려 보지를 가리자, 성현이는 억지로 내 손을 치워냈다.
"뭐, 뭐하게."
"상처 났나 확인해줄게. 벌려봐."
"아니, 상처 안 났어! 보지마!"
부끄러움에 소리쳤지만, 아랑곳 안 하며 음순을 벌려 내 손으로 집게 만든 뒤, 질구를 유심하게 관찰하다 혀를 갖다 댔다.
"흐읏…확인이라며…."
"응, 아픈지 확인해 보는 거야. 여기가 아픈 거 맞지?"
성현이의 혀끝이 닿는 곳이 쓰라린 곳이어서 부끄러움에 고개만 끄덕이자, 성현이는 고개를 들어 웃으면서 말했다.
"조금 부었네. 조금만 쉬면 괜찮을 거야."
이 상황이 너무나도 민망해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내 보지 상태를 점검하는 성현이를 보며 두근거리고 있다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터질 것 같다.
다리 밑에서 올라온 성현이는 나를 껴안아 주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프면 언제든지 말해. 네가 제일 중요하니까."
소중하다는 듯 말해주는 성현이의 모습에 괜히 미안해졌다. 섹스하고 싶었을 텐데, 나 때문에 못 하게 됐으니….
고개를 내리니, 아직도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숨을 내쉬며 성현이를 바라봤다.
"그럼, 입으로라도 해줄까?"
"해주고 싶어?"
"응, 섹스 못 해줘서 미안해…."
성현이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입술을 맞추고는 작게 속삭였다.
"미안해할 거 없어. 어제 나랑 열심히 사랑해서 그런 건데. 괜찮으니까 그냥 이렇게 안고 있자, 그러고 싶어."
심장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당연히 입으로 해주길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성현이의 따뜻한 눈빛에서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고 있음을 느꼈다.
밀착한 몸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나도 따듯했고, 성현이의 말도 따뜻했기에 말없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행복감을 만끽했다.
***
서로를 끌어안고 늦잠까지 자버려, 성현이가 씻고 나오자 3시가 넘어버렸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늦은 점심을 먹어도 상관은 없었다.
성현이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자, 성현이는 보상으로 따듯한 키스를 해주었다. 키스를 받을 때마다 사랑을 확인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건 나만 그런 걸까 궁금했다.
"키스하면 기분 좋아?"
"당연하지. 너랑 하는 건 다 좋아. 키스는 그중에서도 제일."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다시 입술을 맞대는 성현이의 뺨을 사랑을 담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 성현아, 아레아 휴대폰 사주기로 했는데. 같이 갈까?"
"...응?"
"저번에 약속했었거든, 아레아도 휴대폰 필요할 것 같아서…. 왜 그래?"
성현이의 표정이 안 좋게 보여 조금 불안해져 눈치를 살피자. 성현이는 고개를 저으며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그 너한테 말 안 한 게 있는데. 아레아 살던 곳으로 돌아갔어."
"뭐…? 정말이야?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항상 즐겁다는 듯이 웃어대며 장난치던 아레아의 모습이 떠올라 아쉬운 표정을 짓자. 성현이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어. 나한테 너랑 잘 지내라고 말했으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고."
"안 서운해. 그냥 아레아한테 선물이라도 더 주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운 거지."
내 말에 성현이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 내 양 볼을 길게 늘이며 조금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아린이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머가 뭉제야."
볼이 늘어져 발음이 뭉개지자, 성현이는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그대로 다시 입술을 맞췄다.
"내가 미워할 수가 없잖아."
"미어하면 앙대지, 나쁘노마"
조금 진지해 보이는 그 모습에 불안함이 느껴져, 장난을 치듯 성현이의 갈색 눈을 바라보며 대답하자.
성현이는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나쁜 놈은 맞는데, 미워하지는 않을게."
왜인지 모르게 웃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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