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이 사람
* * *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당연히 노력하게 된다.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때로는 아픔을 참아야 하기도 했다.
"으븝…읍…츄읍…으긋,우븝…."
턱이 빠질 것 같다. 목구멍 깊숙이 들어온 자지에 구역질을 참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면 성현이는 내 머리를 힘으로 눌러 더욱 목 안 깊숙이 자지를 쑤셔 넣었다.
닿은 코가 눌릴 정도로 꾸욱 내 머리를 누르는 행동에 목구멍을 가득 채운 자지에 저항해 목 안이 본능적으로 꿈틀거리며 조여오자. 기분 좋은 신음을 내며 붙잡은 머리칼을 쥐고 내 머리를 흔들었다.
거칠게 목구멍을 쑤시는 탓에 행여 이빨에 닿아 상처라도 날까 싶어. 억지로 벌린 턱을 타고 끈적한 침이 흘러내려 가슴을 적셨다.
더는 버티지 못한다고 뇌에서 신호를 보냈기에. 황급히 성현이의 허벅지를 손으로 두드리자. 성현이는 마지막으로 목 안 깊숙이 자지를 쑤신 다음 목 안을 긁어내면서 자지를 빼냈다.
"쿠흡,쿨럭…하윽…하…하악,하악…."
내 침으로 범벅이 된 자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눈물과 함께 헛기침하며 거칠게 숨을 내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현이는 내게 잠깐의 휴식이라도 주지 않으려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쓰러져 있는 나를 머리칼을 잡아당겨 상체를 억지로 일으킨 다음.
침으로 범벅이 된 턱을 눌러 입을 벌리게 하고 다시 입안으로 자지를 집어넣었다. 또다시 목구멍을 찌르는 자지에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채 목 안을 긁어대는 귀두에 약간의 통증을 느낄 때. 내 머리칼을 양손으로 붙잡은 성현이는 섹스를 하듯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아프다. 목구멍을 가득 채우는 자지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고통스럽기도 했다. 오늘 내내 울게 할 생각인지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성현이는 정복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허리를 움직였다.
데이트 때의 배려와 아껴주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에 더욱 목구멍 깊숙이 자지를 넣는 모습은 짐승 같았다.
뿌옇게 변해버린 시야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성현이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지만. 흥분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럴 생각이었는지. 허리를 굽혀 몸으로 내 머리를 감싸 도망치지 못하게 막고서는 자지를 목구멍 깊숙이 넣었다.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허벅지를 빠르게 두드렸는데도 성현이는 자지를 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뿌옇게 변한 시야가 점점 흐려지며 허벅지를 두드리던 손길에 힘이 빠질 때. 성현이는 도망치지 못하게 내 머리를 감싸던 팔이 풀고 목구멍을 가득 채웠던 자지를 빼냈다.
"흐헤윽…하윽…하아…하아,학…나쁜…쿨럭,쿠륵…헥,헤엑…나, 나쁜놈아…쿨럭,쿠릅…."
쪼그라든 폐에 가득 공기를 채우자. 힘이 쭉 하고 빠져버려 무릎을 꿇은 채 쓰러져. 침대 위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방금 기절하기 직전까지 몰렸었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침대 시트가 뺨에 달라붙어 찝찝함을 느낄 때. 내 골반을 붙잡는 손길에 놀라 고개를 들자. 예고도 없이 무언가 깊숙이 내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흐극…흐읏…잠, 잠까안…흐극!…."
축축한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내 질 안을 휘젓는 뜨겁고 굵은 자지가 주는 쾌락을 피하려 엉덩이를 내리려 했지만. 내 골반을 꽉 쥐어 잡고 있는 손길에 피하지 못하고 내 안을 느리게 파고들어 오는 자지의 느낌에 짐승 같이 신음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전에 기억하던 섹스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내 안쪽 깊숙이까지 느긋해 보일 정도로 느리게 들어온 자지는 안쪽에 있는 무언가를 들어 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지의 끝부분이 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과 열기가 주는 감각에 뇌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자지를 뿌리까지 집어넣은 뒤. 다시, 느긋한 속도로 질벽을 귀두로 긁어대며 빼내는 행동에 내 밑에서 쿵쿵거리는 듯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 울림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올리자 골반을 잡고 있던 손으로 내 허리를 꾹 누르는 탓에 엉덩이만 높이 올린 채 다시 허리를 침대에 내렸다.
"후윽…헤흑, 헤으윽…이거, 안대에…그, 으흑…하으윽!!!"
미칠 것 같은 쾌락에 성현이에게 애원하자. 내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움직여 단숨에 자지를 뿌리까지 깊게 집어넣었다. 그 행위가 가져다준 쾌락에 발가락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 시트를 한곳으로 모으려는지 나도 모르게 손으로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넣기만 했는데 간 거야?"
"흐윽…아, 아니…헤윽…흐윽…."
"안갔어? 그럼 제대로 가게 해줄게."
"아…갔어,헤으윽!…후윽…흐읏…갔,갔어…하윽…."
내 거짓말에 화난 듯 골반을 붙잡은 손을 움직여 나를 부실 듯 엉덩이와 치골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철썩거리는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쾌락이 밀려 들어왔다. 몇 번이나 가버렸는데 또다시 밀고 들어오는 쾌락은 내 절정의 한계를 시험하는듯했다.
허벅지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허리가 멋대로 꿈틀대며 위로 치솟았다. 내 엉덩이에 성현이의 치골이 닿을 때 클리를 자극하는 고환때문에 이 자세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발버둥 치며 도망치고 싶은데 깊숙이 들어온 자지가 내 자궁을 꾸욱 누를 때마다 온몸의 신경이 쾌락을 받아들였다. 자지가 들어올 때마다 머릿속에는 생각이 사라지고 쾌락만이 남았다.
"안, 안대…나…헤으윽…하윽…나…화장실…아으응!!!"
조금씩 빨라지는 속도에 몸을 움찔움찔하며 내 안으로 꾹꾹 눌러 담기는 쾌락에 이성을 잃고 신음을 내며 조수를 내뿜었다. 쾌락에 빠져 죽을 것 같다. 차라리 목구멍에 자지를 집어넣고 질식사 하는 게 더 나을 정도로.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인 쾌락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발가락을 모으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잠시 허리를 멈추고 절정의 쾌락에 무너지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성현이는 무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시작이야."
그 목소리에 절망감을 느낄 새도 없이. 또다시 내 안을 파고드는 자지에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붙은 성욕이 더 많은 쾌감을 얻기 위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움켜쥔 손길에 뱃속에서 쿵쿵거리는 울림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쾌락에 잠식된 이성이 결국, 손을 놓고 말았고 나는 그 뒤의 일은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고개를 뒤로 돌려 힘들게 혀를 섞으며 자궁을 꾹 눌러대는 행위에 미친 듯이 애액을 뿜어댄 것과. 무언가 성현이에게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애원한 것. 유두를 비틀고 깨무는 행위에 스스로 클리를 만지며 자위하는 모습을 보인 것.
짐승처럼 키스하며 내 다리를 자기 어깨 위에 올리고 내 몸을 내려찍는 성현이의 모습에 정신을 잃기 직전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성현에게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다. 절정에 빠져 의식을 잃은 게 내 기억의 전부였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새벽에 눈을 뜨자. 나를 꼭 안은 채 잠들어있는 성현이의 얼굴이 보여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린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를 안고 있는 팔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몸을 움직여 몸을 밀착하자. 성현이의 따뜻한 체온이 이불속을 달궈놓아 기분이 좋았다. 잠들어있는 성현이의 입술에 몇 번이나 입술을 맞대었다. 깊이 잠이 들었는지 입을 맞출 때마다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사랑해 성현아."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을 하고 있다. 온몸이 섹스의 후유증으로 피곤하고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내 안을 가득 채우는 행복감은 육체의 고통을 아주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가졌다.
"사랑해."
몇 번이고 속삭이며 입술을 맞대었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잠든 성현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결국, 나는 성현이에게 공략당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음에도 행복하고 심장이 뛸 수가 있을까.
이제는 두려웠다. 이 감각을 잊을까. 이 행복이 사라질까.
또다시 입술을 맞대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현이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눈썹을 움찔하는 반응에 참지 못하고 웃으며 성현이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 들어가자. 내 행동을 느낀 건지 성현이도 몸을 뒤척이더니 나를 더욱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사랑해."
"...나도."
갑자기 들려온 대답에 놀라 고개를 들어 성현이를 바라봤다. 여전히 눈을 감고 깊게 잠들어있는 모습.
잠결에 내 말에 대답했나보다.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성현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몇 번이고 속삭였다.
"사랑해, 사랑해…."
물론, 성현이가 잠에 깨지 않게 아주 작게.
****
성현이와는 잠에서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헤어졌다. 성현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몇 시간 동안 성현이에게 몰래 뽀뽀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서 그런지.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여서 집으로 돌아와 푹 잠을 자고 임유모가 차려준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래도 계속 관리를 했었는지 방 안은 깔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가만히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나와 다르게 대부분 직접 허리를 흔들거나 몸을 쓴 건 성현이여서 많이 피곤했을 것 같은데. 성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훈련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아직 몸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 침대에 누워 고른 숨을 내쉬며 시간을 보낼 때. 휴대폰 진동 소리에 감은 눈을 떠 화면을 확인하니 진희였다.
"여보세요."
[아린아. 기숙사 돌아왔어?]
"응. 방금 막 와서 쉬고 있어."
[방으로 가도 돼?]
"당연하지. 묻지 말고 와."
잠깐 잠들어서 그런지 조금 몽롱한 정신으로 통화를 끝내고 다시 눈을 감고 있자. 누군가 내 볼을 찔러대어 무거운 눈을 떴다.
비현실적인 외모. 백발과 투명한 백안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진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언제 왔어?"
몸을 일으키며 묻자. 진희는 웃으면서 내 볼을 쭈욱 늘렸다.
"통화한 지 30분 지났거든?"
그 말에 잠기운이 가시지 못해 볼이 늘어진 채 하품을 하자. 진희는 귀여운 걸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나보다 키도 크고 가슴도 큰 진희에게 안기자 푹신푹신한 부드러운 감촉에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진희에게서 나는 이 향기는 뭘까. 냄새만으로 이렇게 사람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다니. 조금 궁금해졌다.
"진희야. 혹시 향수써?"
"향수? 아니, 나 냄새나? 담배 때문인가."
진희의 말에 잠기운에 감겨있던 눈이 뜨였다.
"너 담배 피워?"
"응. 예전 버릇 때문에 못 끊겠더라."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진희가 흡연자였다니. 비흡연자여서 담배 냄새라면 귀신같이 알아채는 내가 여태까지 몰랐다는 게 신기했다.
"근데 담배 냄새가 아닌데. 좋은 향기란 말이야."
진희의 큰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알 수 없는 이 향기의 정체를 알아내려 코를 킁킁거리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성현이가 들어왔다.
"아린아. 나 훈련 끝났…."
성현이의 목소리에 가슴에 파묻었던 얼굴을 떼고 고개를 돌리자. 막 씻고 온건지 젖은 머리의 성현이가 보였다.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진희를 바라보는 모습에 왜 저러나 싶었는데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친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여자친구.
또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할지 뻔히 보였다.
장난기가 돌아 미소를 지으며 진희를 끌어안고 다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진희가 제일 좋아."
"나도 아린이가 좋아."
내 장난을 눈치챘는지 진희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성현이를 예상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에 묘한 불안감이 들어 슬쩍 진희에게서 몸을 떼었다.
"근데 둘 다 왜 왔어?"
사실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을 하며 물어보자. 진희가 성현이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내 손을 잡았다.
"사실 마인에 대해서 조금 조사를 했거든. 성현이가 걱정하기도 했고 나도 아린이를 도와주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마인화를 오래 유지하면서 갈증을 없애는 방법을 레이나를 통해 찾아냈어."
"뭐? 진짜야?"
갈증을 없앨 수 있다니. 그럼 이제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까? 진희의 말에 조금 흥분하여 되묻자. 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현아 레이나는?"
"아, 같이 훈련하느라 지금은 휴식 중이야."
그 말에 나는 성현이가 레이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의문스러운 눈으로 진희를 바라봤다. 진희가 레이나를 성현이에게 소개해줬나?
확실히 원작에서도 성현이의 부족한 마법적인 부분을 메꿔주는 게 레이나의 역할이긴 했지만….
성현이랑 레이나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속 어딘가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레이나도 마지막까지 정실 자리를 놓고 백진희와 싸웠던 히로인이었으니까.
"응. 성현이가 나한테 성장하고 싶다고 말해서…. 그 김에 레이나를 넘겨줬어."
"그렇구나…."
괜히 속 좁아 보일까 내색하지 않았지만. 괜스레 레이나를 성현이와 엮은 건 아닌가 싶어 조금 입술을 내민 채 진희를 바라보자.
진희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덕에 성현이도 성장하고 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잖아."
"...그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때. 진희의 시선을 받은 성현이가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것이 담긴 나무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퇴원 선물이야 아린아. 늦어서 미안해."
성현이가 건넨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 나무 상자를 열어보자.
그곳에는 보석처럼 검게 빛나는 마석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뒷목을 바늘로 긁는 듯한 소름 돋는 느낌을 받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