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능숙함
* * *
성현이는 한 달만의 데이트가 기뻤는지 평소보다 더 말이 많았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내 스테이크를 대신 썰어주기도 했고. 맛있어 보이는 건 내게 먼저 먹이는 등.
내가 마치 성은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청나게 챙겨주었다.
왜 이렇게 챙겨주냐는 내 물음에 성현이는 웃으면서.
'사랑하니까 뭐든 해주고 싶거든.'이라는 말로 또다시 내 눈물샘을 자극해서.
다시 화장을 고쳐야 했다. 조금 부은 눈 때문에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아닐까 걱정이 들었지만. 성현이는 그런 내가 귀엽다며 좋아했다.
카페에서 빙수를 먹기로 해서 조금 적게 식사하고 성현이를 따라 카페로 향했다.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지. 내 손을 꼭 붙잡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성현이의 모습이 조금은 웃겼다.
"왜?"
내가 갑자기 혼자 웃자. 이상했는지 성현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카페에 들어와 옆자리에 앉았는데도 아직도 놓지 않는 손을 들어 보였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별 뜻 없이 말했는데. 성현이는 조금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도망칠까."
"뭐?"
"나랑 이대로 도망칠까."
그 진지한 목소리에 당황해 빤히 바라보자. 성현이는 얼굴을 가까이해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다 버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서 너랑 나 둘이. 그냥 그렇게 살까?"
농담도 장난도 아니었다. 성현이는 진지하게 나에게 그렇게 묻고 있었다. 차성, 초월 아카데미, 마인 등. 이런 것들을 뒤로하고 그냥 도망치자고.
"왜…?"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내가 없는 한 달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걸까? 이럴 때마다 궁금했다. 나를 바라보는 이 남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유하고 싶었다.
"그냥, 난 너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한 성현이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도망치고 싶다. 성현이와 차성. 그 둘을 선택하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성현이는…이 세계를 구할 주인공이다. 도망친다 해도 운명이, 큰 흐름이라는 억지력이 성현이를 도망치지 못하게 막을 거다.
"도망치지 말자. 무엇이든 같이 맞서 싸우면 되잖아."
내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하던 성현이는 갑자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그래, 도망치지마 아린아. 나를 사랑하면서 헤어지자고 말하지마. 내게서 도망치지 말고 멀어지지 말고 나랑 같이 있자."
가슴이 먹먹하다. 속삭이듯 말한 목소리가 왜 그리 내 마음에 크게 울리는지.
묻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너도 느끼고 있는지.
더는 도망치지 않을 거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상처를 주는 일이라 해도.
이 곁을 떠나고 싶지 않으니까. 더는 내 마음을 속이지 않을 거다.
그렇게 다짐하며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입술을 깨물자.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며 성현이는 입꼬리를 늘렸다.
"그만 울어. 내일도 울어야지."
그 장난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성현이의 장점이 아닐까.
"어, 빙수 나왔나 보다. 기다려 가져올게."
조금 있다 머리만 한 큰 멜론이 담긴 빙수를 가져온 성현이의 모습이 웃겨 휴대폰을 들어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성현이와 멜론 빙수를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병문안을 왔다는 말에 미안해하자.
성현이는 휴대폰을 꺼내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너 병문안 끝나면 매일 같이 훈련했어. 하루도 안 빼고."
휴대폰 화면에 나온 성현이의 훈련장 이용 기록을 보고 조금 놀라워하자. 성현이는 지갑을 꺼내 들어 내게 무언가 내밀었다.
"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어."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에 뭘까 싶어 받아드니. 학생증이었다.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무심코 학생증을 뒤집자. 선명하게 A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
내 그런 반응을 기대했는지 성현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자격시험에서 만점 받았어. 그래서 다시 등급 측정해서 A등급 받았어."
믿기지 않았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진짜인가 신분증을 바라보다 멍청한 얼굴을 들어 성현이를 바라봤다.
성현이가 각성하면 변한다는 건 알았지만, 너무 많이 변했다. 각성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A등급이라니….
영또플에서도 이 정도로 성현이가 급성장하지는 않았다. 투신의 가호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게 되는 건 2학년이 지나고 나서부터인데….
벌써 투신의 가호를 활용하는 방법을 깨달은 걸까? 성현이가 강해진 건 무척이나 기뻤지만. 점점 내가 알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격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건 성현이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
"진짜 열심히 노력했구나."
유급당할까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조금은 성현이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응. 노력했어. 너한테 좋은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 말에 괜히 민망해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도 좋은 남자친구인데…."
내 중얼거림을 들은 성현이도 민망했는지 코를 긁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곧장 얼굴을 가까이해 입술을 맞대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차가운 빙수를 먹었음에도 몸 안에 열기가 돌았다. 입술을 뗀 성현이에게 조금 아쉬운 눈길을 보내자.
성현이는 조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왜~?"
"뭐가."
"원하는 거 있는 거 아니야?"
놀리듯 말하는 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성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한 말 기억 안 나 성현아?"
"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성현이의 귓가에 나도 음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앞에서 항상 진심으로 행동할 거라고 했잖아. 원하는 게 있으면 표현한다고."
"그…랬지?"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짓는 성현이의 모습에 깍지 낀 손을 빼내 성현이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옮겼다.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몸을 움찔한 성현이가 당황스러워하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하고 싶어. 성현아."
멍청한 표정을 짓는 성현이의 모습에 이 맛에 놀린다고 생각하며 빙수안의 멜론을 입 안에 넣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성현이가 얼굴을 들이밀며 키스를 해왔다.
한 달만의 뜨거운 키스에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혀를 휘감으려할때. 성현이가 갑자기 입술을 떼어 눈을 뜨니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입을 오물거렸다.
"멜론 내꺼."
그 말에 내가 먹던 멜론을 키스하는 척 뺏어갔다는 걸 깨달았다.
"이 바보야! 더럽게 그걸…!"
"안 더러워. 그리고, 더한 것도 먹었는데 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리는 모습에 얼굴이 빨개져 빙수로 시선을 돌렸다.
내 모습을 보고 소리를 내 웃는 성현이의 모습에 애꿎은 멜론만 숟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아린아. 나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이상한 거 하려고?"
빙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어보자. 성현이가 어깨를 껴안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니야. 진짜로 진지하게 부탁할 게 있어서 그래."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자. 성현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디언즈 입단 시험 보게 도와줄 수 있어?"
성현이의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였다. 성현이가 가디언즈에 들어가고 싶어 하다니….
영또플에서 성현이는 칠격과 가디언즈 그 두 집단과 사이가 안 좋았다.
칠격은 마인이라면 무조건 멸해야 한다는 과격한 집단이었고.
가디언즈는 세상을 지킨다고 말하면서 위선적인 행동을 보이는 탓에 김성현과 대립했었다.
영또플의 김성현은 딱 그 두 집단의 성격을 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마인조차 이용하며 과격한 방법을 쓰더라도 세상을 구해냈다.
칠격은 마인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디언즈는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김성현과 다투기도 했고 몇 번이지만 협력하기도 했다.
"정말로 가디언즈에 들어가고 싶은 거야?"
A등급이라면 가디언즈 입단 시험의 자격은 맞지만. 영웅 협회 밑으로 들어가는 걸 성현이가 좋아할 리가 없을 텐데.
"응. 가디언즈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 같거든."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은 걸까? 확실히 가디언즈에 들어가면 성현이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디언즈의 `초월자`들 중에서는 이상한 능력을 갖춘 영웅이 많았으니까.
"다른 이유는 없어?"
"너 하나는 지킬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서."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자. 성현이는 어깨를 껴안은 손을 끌어당겨 나를 안은 채 말했다.
"조민성 같은 미친놈이 너를 건드릴 생각도 못할정도로 강해지고 싶어."
그 말에 성현이가 왜 성장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됐다. 영또플에서도 조민성은 김성현의 라이벌이자. 목표였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있었던 일때문에 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보다.
"알았어. 한 번 알아볼게. 대신에 힘들면 말해. 언제든지 내가 도와줄게."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할까 걱정이 들어 그렇게 말하자 성현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약속하는 거야?"
"응. 당연하지…사랑하니까."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하자. 성현이는 웃음을 짓더니 작게 속삭였다.
"밑에 커져서 힘든 것도 도와"
숟가락에 가득 담은 빙수를 성현이의 입에 넣었다.
역시, 이 음흉한 시골 똥강아지…아니, 음흉한 도시 늑대 앞에선 방심하면 안 됐다.
***
라고 생각한 게 30분 전이었는데….
조금 어색한 분위기로 모텔의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빙수를 먹고 얘기를 하다.
자꾸 귀엽다며 볼에 뽀뽀하기에 홧김에 키스했더니. 어느새 성현이에게 끌려다니다 정신을 차리니 모텔이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했기에. 신경 쓰지 못한 속옷이 떠올라 불편해졌다.
앞으로 성현이를 만날 때마다 항상 속옷을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성현이가 갑자기 뒤에서 날 껴안았다.
성현이에게서 느껴지는 체온와 체취. 그리고 옆 방인지 위 층인지 곳곳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에 몸에 힘이 더 들어갔다.
성현이는 능숙하게 나를 침대 위로 끌어당긴 뒤. 얼굴을 가까이해 입술을 맞대었다.
"사랑해 아린아."
그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나를 떨리게 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지 가벼운 키스를 시작으로 성현이는 나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혀를 휘감는 쾌락과 자극적인 손길에 눈을 감은 채 행복을 느끼자. 언제 벗긴 건지 능숙한 손길로 내 옷과 속옷을 벗긴 성현이는 상냥한 손길로 나를 자극했다.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에 혀를 내밀고 있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흐…흐읏…."
신음을 흘리며 내 허벅지를 찌르는 쿠퍼액을 흘리고 있는 딱딱한 자지를 조심스럽게 쥐자. 성현이도 다른 손으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간지럽히듯 젖꼭지를 만지는 손길에 몸을 움찔대자. 성현이는 키스를 멈추고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옮겼다.
클리를 자극하는 손길에 쓰다듬고 있던 자지를 꽉 쥐자. 성현이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린이, 엄청 젖었네."
"너도 젖었거든."
손바닥이 축축해질 정도로 쿠퍼액을 흘러대는게 누군데. 서로가 더 젖었다며 눈싸움을 하던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성기를 자극했다.
"헤읏…흑…."
"응…으읏…."
서로의 밑에서 나는 찔걱거리는 음란한 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음란한 일인지.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나를 바라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성현이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자지 하나만 자극하는 나와 다르게 비겁하게 양손을 이용해 가슴과 클리를 자극하는 성현이는 내 표정을 살피며 계속 기분이 어떤지 물어왔다.
"이렇게 하면 좋아?"
"으응…."
성현이 앞에서 솔직해지기로 약속했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라 아주 작은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성현이의 자극적인 손길을 받아들였다.
"후읏,후읏…하으읏!!"
몇 번의 질문 끝에 내가 가장 느끼는 곳을 찾은 성현이는 집중적으로 그곳을 공략했고 얼마 못 가 절정에 달해 허리를 꿈틀대며 신음을 흘렸다.
잠시 절정의 기분에 몽롱함을 느낄 때. 성현이는 내 밑으로 내려가 클리에 혀를 갖다 댔다.
"야! 잠, 잠까아안…흐읏…안, 안돼 방금…갔…헤흐흣…."
한 달 만에 해서 그런 걸까. 성현이의 애무는 미치도록 자극적이었고, 가버린 상태에서 또다시 클리를 집요하게 자극하는 혀 놀림에 침대 시트를 꾹 쥐며 참아내려 했지만. 얼마 못 가 말도 안 되는 쾌락이 클리에서부터 머리까지 단숨에 뚫고 들어와 내 의지를 꺾었다.
온몸이 후들거리며 견뎌낼 수 없을 정도의 쾌락에 신음조차 내뱉지 못하고 가까스로 숨만 내뱉자. 성현이가 상체를 일으키고는 웃으면서 내 허벅지를 만졌다.
피부를 만지는 손길에도 달아오른 몸이 반응하듯 허리가 떨려왔다. 분명 클리를 자극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 움찔움찔하며 클리가 꿈틀대며, 계속해서 자극적인 쾌락이 느껴졌다.
"하아, 하악…흐윽…."
왜인지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숨어있던 욕망이 꿈틀대며 몸 안 곳곳을 자극했다. 후각을 자극하는 음란한 냄새. 내 거친 숨소리. 나를 바라보는 성현이의 탐욕스러운 시선에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성현이에게 기어가듯 다가갔다.
성현이는 침대의 끝에 베개를 세워 등받이처럼 등을 기대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절이라도 하듯 성현이의 앞에 양손을 모은 채 무릎을 꿇고 허리를 내밀자. 성현이는 내 머리칼을 붙잡고 자신의 자지 앞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머리칼을 붙잡는 손길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성현이의 얼굴에서 숨길 수 없는 정복감이 깃든 모습에 묘한 쾌락을 느낄 때.
성현이가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듯 내게 속삭였다.
"빨아."
그 명령에 나는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