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목표
* * *
지독한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아 현실을 외면하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거라 마음속 깊이 빌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아린이와 항상 떠들어대던 비골의 빈자리로 인해.
그 지독한 악몽이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하루였다는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골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린이는 곧장 차성병원으로 옮겨져 수술과 온갖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아린이의 잘렸던 팔다리는 수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단지, 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로 아린이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매일 같이 치료와 관련된 영웅들이 아린이를 깨우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아린이는 아직도 의식이 없었다.
"신아린 상태창."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창이 떠올랐다.
현재 공략도 87% / 공략도의 변화가 없습니다.
현재 상태: 건강 / 의식 잃음
심리 상태:불안/행복/사랑
현재 욕구: 죽음
일주일째 변함없는 상태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손을 저어 상태창을 없앴다.
아린이의 욕구에 있는 글자가 칼날이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있는 아린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아린이가 깨어나지 않을까 두렵다.
할 말이 많은데. 할 것이 많은데. 해줄 말이 많은데.
사과할 것도 많다. 내가 느낀 사랑을 해석해줄 시간도 필요한데.
다시는 내 이름을 부르는 일이 없을까 무섭다.
흑요석같이 밝게 빛나는 검은 눈에 내 모습이 담기지 못할까 두렵다.
이 사랑의 결말은 이대로 비극이 되는 걸까.
죄책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내가 연락을 바로 받았다면.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아린이를 발견했다면.
꼬리를 문 자책이 오늘도 나를 깎아내렸다.
깎아내리진 마음은 부스러기가 되어.
쌓이고 쌓여.
거대한 모래가 되었고.
후회와 절망이라는 발자국을 마음속에 남겨 놓았다.
아린이의 손을 잡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 작고 부드러운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해.
이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손을 뺨에 갖다 댔다. 부드러운 손등의 감촉에 고양이라도 된 것처럼 얼굴을 비볐다.
"아린아."
수 천 번은 넘게 부른. 이제는 버릇이 돼버려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
우습게도 그 버릇 같은 행동 하나에. 수많은 감정이 심장을 두드렸다.
"오늘은 어제랑 다르게 날씨가 맑아.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데이트하기 좋은 날씨라서 이 주변에 커플들이 많더라. 아, 예전에 우리 갔던 카페 리모델링 하던데 다음에 내가 빙수 사줄게. 거기 근처에 맛집이 있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을 얘기하고. 웃으며 추억을 떠올리며 내일을 약속했다.
오늘까지 푹 쉬고. 내일은 긴 잠에서 깨어날 테니까.
면회의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언제나처럼 아린이의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깨어나려면 왕자님의 키스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산소 호흡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아린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아린아. 내일은 재밌게 놀자."
한참을 아린이를 바라보다. 면회 종료를 알리는 간호사의 말에 오늘도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
폐가 찢어질 것 같지만 참아냈다. 팔뚝이 찢어질 것 같지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알람이 울리며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남자가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훈련은 여기서 끝입니다. 잘 따라오셨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와 훈련장이 종료되는 시간까지 훈련에 매진했다.
아린이가 없는 일상은 내게는 의미 없는 시간이었고.
내가 할 수있는 건.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이었다.
땀을 흘리며 밖으로 나오자. 종종 지나가면서 봤던 여자들이 다가왔다.
"성현아. 수고했어. 요즘에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훈련하느라 힘들지. 이거 트레이닝 파우더인데 남자한테 엄청 좋대. 너 주려고 내가 오빠한테서 뺏어왔어."
아린이가 쓰러지고 나서부터. 내게 대놓고 관심을 드러내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처음 보는 여자도 친구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고.
내게 보답을 바라지않고 무언가를 해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그런 행동은 귀찮기만 했고. 내가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기에. 항상 말없이 무시했다.
관심을 표현하는데 대꾸도 없이 못들은척 무시하면 기분 나쁠법한데. 그마저도 좋다는 식으로 들이대는 여자들도 많았다.
내 앞을 막는 여자들을 피해 돌아가려는데. 이름 모를 여자애가 내 앞으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내민 것을 바라보니. 파란색의 훈련 카드.
그래, 이런 걸 줘야 대화라도 한마디 하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우고 자연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변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눈앞의 여자도 조금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거, 훈련 카드 남은 건데 너 쓸래? 나는 괜찮은데."
"정말? 고마워. 잘 쓸게."
훈련 카드는 내 성장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거였고 매일 같이 훈련 카드를 소모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필요했다.
이런 필요한 도움을 주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아니, 일부러 카드를 건네받으면서 손가락을 스쳤다.
모른 척 밝은 미소를 만들어내며 고마워하자.
이름 모를 여자애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없이 도망쳤다.
외모지상주의가 가져오는 이득.
변한 외모가 가져온 특혜를 나는 무기로 사용했다.
받은 훈련 카드를 사용하러. 다시 훈련장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무어라 여자들의 아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일은 훈련 카드 가져와야겠다는 말에 조금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금은 눈치가 있는 여자다.
티를 내듯 일부러. 평소보다 더 밝게 웃었더니.
훈련 카드를 줘야. 내 관심을 끌 수 있다는걸 눈치챘나보다.
훈련장으로 들어가자.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여자 직원이 밝은 미소로 말을 걸어왔다.
"또 훈련하게? 훈련장 이용 시간 지났는데."
"네. 훈련 카드 남은 게 있어서…안될까요?"
"내가 미리 특수 방 빼놨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영웅 지망생의 열정을 누가 막겠어. 이 누나가 도와줘야지."
슬쩍, 손을 들어서 내 팔뚝을 쓸어내리는 손길을 모른척하며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었다.
날 만지는 손길이 역겹고 짜증이 나지만. 이것 또한 거래의 일부분.
"항상 고마워요. 누나."
살짝, 얼굴을 가까이해 속삭이듯 말하자.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뻔한 걸 참아냈다.
멍청한 년.
행동 하나하나가 예상이 가서 더욱 흥미가 떨어졌다.
오늘 사용한 훈련 카드만 지금까지 포함하면 5장.
D등급의 재학생에게 한 달에 지급하는 훈련 카드의 수는 10장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매일 같이 훈련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방금 여자애처럼 나에게 훈련 카드를 몰래 양도해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마움을 표현해주고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주면. 다음날에도 내게 훈련 카드를 양도해주었으니까.
매일 같이 내 미소를 보려. 하루에 한 장씩 건네주는 여자의 숫자도 고정으로 3명이나 되었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이용하는 짓이지만.
아린이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느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훈련 카드를 이용해 내 미소를 받아내는 것처럼.
나도 내 외모를 이용한 환심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받아내는 거래일 뿐이니까.
양심의 가책보다는 조급함만이 내 마음에 남았다.
차성에서 아린이의 복수를 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웃기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성의 후계자가 죽을 뻔했는데도. 아버지라는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심지어 조민성은 영웅 협회의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조민성이 성은이를 납치했다. 그걸 빌미로 아린이를 죽이려 했다.
증거가 있었고 증인이 있었다.
영웅 협회에 조민성을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연락은 없었다.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어졌다.
플라틴의 회장이라는 자리가 그토록 대단한 자리인 걸까.
우연히 면회를 온 신아린의 아버지에게 왜 조민성에게 복수하지 않냐. 따져 물으니.
`아린이가 살아 있으면 됐다.`라는 말과 함께 내게 `다른 짓을 하지 말라며` 경고하고는. 아린이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별말 없이 가버렸다.
그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날 밤. 내 궁금증이 풀렸다.
차성과 플라틴이 업무 협약을 맺었다는 뉴스.
신아린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죽이려 한 사람과 손을 잡았다.
그게 돈 때문인지. 권력 때문인지는 모르나.
아린이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 조급했다. 아린이를 지키는 상비 영웅이 배치돼있는걸 알지만. 언제 또 조민성이 아린이의 목숨을 노릴지 몰랐으니까.
지금의 나는 아린이를 지킬 힘이 부족했다.
비골도 지키지 못했다. 아린이도 지키지 못했다. 가족도 지키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자들을 홀리는 미소를 지으며 이득을 타내는 잔재주밖에 없었다.
그 잔재주가 조민성을 죽이는데 한 걸음 내딛게 해주었으니.
이용할 뿐이었다.
생각에 빠져나와 아직도 내 시선을 피하는 여직원의 귓가에 살짝 숨을 내쉬며 바라보자. 몸을 크게 움찔했다.
"으, 응. 얼른 가봐."
부끄러워하는 여직원에게 밝은 미소를 만들며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 서늘한 표정으로 훈련을 위해 특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다음 날.
아린이를 보러 병실로 향하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들이 팔을 뻗어 내 앞을 막았다.
의문스러운 시선을 던지자. 경비원은 몸으로 문을 막아서며 말했다.
"가족 제외. 면회 금지입니다."
"남자친구인데요."
"가족 아니면 면회 금지입니다."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건 또 뭘까.
"어제도 면회 왔습니다."
"안 됩니다."
단호한 말을 내뱉는 경비원을 노려보자. 경비원도 지지 않고 눈을 치켜뜨기에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 성현씨!"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경비병과의 눈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저번에 보았던 김비서라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아, 그 면회 오신 거에요?"
"면회 금지라는 게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조금 짜증을 내며 물었다.
"그 회장님이 이제 면회 금지라고 하셔서…."
"왜요. 아린이 이렇게 만든 놈이랑 협약했으니까. 눈에 띄지 말라고?"
비꼬듯 묻자. 김비서는 당황해하며 손을 저었다.
"그, 그건 저도 잘…. 그리고 원래 중환자실은 원래 가족만 면회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회장님이 이제 아가씨 찾아오지 말라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의 열기가 치솟아 올라왔다. 당장에라도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분노를 다스리며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하게 해주세요."
"아. 그, 그건…."
곤란한 표정을 짓는 김비서의 손을 붙잡고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했다.
"부탁드릴게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뀌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내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내게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게 굴었고. 남자든 여자든 내게 좋은 호감을 드러냈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그런 걸까.
뭐가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내 부탁에 오히려 당연하단 듯이 나서주는 사람들 덕에 이제는 남에게 부탁하는 게 쉬워졌다.
"잠깐이면 돼요. 형."
형이라는 말에 눈앞 남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형…? 뭐, 그럼 잠깐만…?"
다행히 형이라는 말이 통했다.
"고마워요. 형."
"아이, 뭘. 그보다 잠깐이야. 걸리면 나 잘려."
"네. 인사만 할게요."
그렇게 대답하자. 남자가 손짓했다. 문을 몸으로 막고 있던 경비병이 옆으로 움직이자.
나는 병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변함없는 아린이의 모습.
침대에 누워있는 아린이에게 다가갔다.
손을 잡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허리를 굽혀 또다시 아린이의 따뜻한 손등을 뺨에 비비며 작게 속삭였다.
"약속할 게 아린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포기 안 할 거야."
내 말을 듣지 못할 테지만.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사랑해 아린아."
뺨을 비비던 손등에 입술을 맞춘 뒤.
내가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경비병들의 시선에 병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나가려다 힘이 빠져 근처 의자에 앉았다.
더는 아린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 한쪽이 바위에 짓눌린 듯 아파져 왔다.
내일도 병원에는 올 거다. 가까이 가지는 못하겠지만 멀리서라도 아린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린이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 못 했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상태창을 불러냈다.
"신아린 상태창."
공략 대상
[이름 : 신아린]
종족: 혼혈 마인
나이: 17
근력 5.2
지구력 4.0 ▼0.1
순발력 5.0
체력 3.0 ▼0.1
마력 1.7
타고난 능력
행운 3
매력 9.3
지능 7.3
◇잠겨있음 / 공략도 90% 이상일시 열람 가능.
◇김성현과 기아스로 묶여 있음.
◆권능
◆잠겨있음 / 공략도 98% 이상일시 열람 가능.
현재 공략도 90% / 공략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상태: 건강 / 의식 잃음
심리 상태:불안/행복/사랑
섹스 경험: 5번.
음란도: 60%
상세 기록
상세 성감대
현재 욕구: 죽음
▶공략도가 90%가 넘어 잠겨 있던 슬롯이 해금되었습니다.
◇재능 이해력 무언가를 [이해]합니다.
▶공략도가 90%가 넘어 공략 대상의 재능을 복사합니다.
아린이가 의식을 잃고 87%로 멈춰 있던 공략도가 왜인지 상승해 90%가 됐다.
공략도가 90%가 되자. 잠겨있던 슬롯이 해금되며 이해력이라는 것이 복사되었다는 말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궁금증이 들자.
머리에서 이다음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김성현 상태창"
[이름 : 김성현]
종족: 인간
나이: 17
근력 9.21 ▲ +0.11
지구력 8.3
순발력 8.6
체력 9.0 ▲ +0.2
마력 4.7
타고난 능력
행운 8
매력 10
지능 9.1
◇잠겨있음 / 성장률 50% 이상일시 열람 가능.
◇신아린과 기아스로 묶여 있음.
◆권능
공략 플래그의 달인
공략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상태창을 얻음.
공략당한 여자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음.
공략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잠겨있음 / 성장률 90% 이상일시 열람 가능.
현재 효과
매력의 점수가 10점이 되어 무조건 좋은 첫인상을 얻음.
행동에 매력의 효과가 더해져 강한 긍정을 끌어냄.
▶공략 대상 신아린의 재능 이해력 복사 중.
재능 이해력
무언가를 [이해]합니다.
현재 성장률 30% / 성장률이 상승 중입니다.
현재 공략 진행 중인 여자 2명
신아린 / 공략도 90%
한서아 / 공략도 XX%
처음으로 본 내 상태창. 아린이의 재능 덕분인 걸까 아니면 원래 가능했던 것이었을까.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내가 다음에 무얼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했다.
현재 내가 해야 할 건. 현재 30%인 성장률을 상승시켜 잠겨있는 성장률 50%의 슬롯을 해제하는 것.
성장률을 상승시키려면 내 권능인 공략 플래그의 달인 능력을 이용하는 거겠지.
권능을 이용해 여자를 공략하여 재능을 복사. 그 재능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상태창의 마지막에 있는 이름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서아 / 공략도 XX%
한서아.
내 섣부른 행동에 속아. 강간당할 뻔했으며.
아린이와 백진희에게 폭행과 고문까지 당한 불쌍한 피해자.
미안한 감정과 죄책감이 아직도 마음속 한곳에 빚처럼 남아있지만.
한서아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그 감정은 부스러기가 되어 사라졌다.
내 성장을 위해선 한서아를 공략해야 한다.
그 사실만이 내 머릿속에 남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