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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85화 (85/160)

〈 85화 〉 확인

* * *

잠에서 깨어나자 보이는 건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백발의 백진희의 얼굴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자. 긴 속눈썹과 눈 옆에 있는 점이 참으로 예쁘게 느껴졌다.

계속 울어서 그런 건지, 어린 몸이라서 그런 건지. 무척이나 피곤해져 김성현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왜 눈을 뜨니 백진희의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는 건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고개를 내려보니 아직도 핑크색 공주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슬쩍 이불을 치우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자. 곧장 백진희가 내 몸을 끌어 자신의 품으로 안아 들었다.

"우왓!"

잠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 몸을 끌어안기에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뱉자. 백진희는 웃으면서 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아린이. 깼어?"

"응. 나 왜 여기에 있어?"

"이 모습으로 방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

졸린 지 눈을 감은 채 대답하는 백진희의 모습에 팔을 치우려 하자. 오히려 더 세게 끌어안았다.

"숨 막혀…."

"미안."

끌어안은 팔을 느슨하게 한 뒤. 감은 눈을 떠 잠기운이 담긴 하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

백진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아린이. 더 안잘 거야?"

"응. 그리고 할 말이 있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백진희에게 말했다.

김성현과 대화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잘못된 선택과 실수에 관해 얘기해주던 김성현의 말에.

그동안 내가 모른 척 넘어가던 문제를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는 걸.

`갈증`.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갈증`이라는 이유로 죽였다.

김성현을 죽일 때 그토록 후회하고 자책하던 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른 척 지내고 있었다.

그건 김성현의 말대로 실수가 아닌 선택.

나는 내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외면하는 편한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회귀라는 도망칠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전력을 다해 앞으로 있을 일들과 마주해야 한다.

힘들고 아픈 일이겠지만. 이제는 온전히 신아린으로써. 신아린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니까.

"그동안 고마웠어 진희야."

"응…?"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백진희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손으로 백진희의 뺨을 쓰다듬었다.

"앞으로 스스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테니까. 이제 진희 너도 네 행복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백진희의 행복을 원했다.

나를 세뇌하고, 괴롭히고. 힘들게 한 진희지만.

김성현의 배신이 아니었다면 누구보다.

행복한 사랑을 했을 것이고. 세상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을 테니까.

내 말을 들은 진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슬픈 눈으로 나를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품 안으로 꼭 끌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린이는 참 착한 것 같아."

"...맞아. 그러니까 우리 행복하면 안 될까."

내 말에도 진희는 아무런 말 없이 내 등을 쓸어내리다 작게 속삭였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도 있는 거야."

그 말에 담긴 슬픔과 고통이 만들어낸 짙은 감정에. 나는 더 진희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진희를 꼭 끌어안고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중얼거리다.

꿈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미안해 아린아."

떠나는 내 뒤로 진희의 작은 속삭임이 들린 것 같다.

***

오늘은 김성현과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는 김성현에게 차성과 관련된 일 때문에 데이트하지 못할 것 같다고 사과하자.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끝나면 연락해달라. 말해주었다.

`갈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직접 아버지를 만나러 차성의 본사로 향했다.

오늘 아침에 미리 김비서에게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아놨다.

처음엔 일정 문제 때문에 오늘은 불가능하다더니. `갈증`과 관련된 일이라 무조건 봐야 한다고 하니 곧장 만날 수 있다는 답을 해왔다.

오늘도 바쁘신지. 회장실의 빈자리를 보며. 김비서가 내온 아이스티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 묵직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회장실의 문이 열렸다.

"왔구나."

"네 아버지."

여전히 큰 체격과 잘생긴 외모의 아버지는 저번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은 아버지는 피곤함을 숨기려는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 갈증 때문에 만나자 하다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다시 한번 묻고 싶어서요. `갈증`이 무엇인지."

내 말에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묘한 눈빛으로 나를 관찰했다.

"무슨 의미로 묻는 거냐."

"제가…. 사람을 죽였잖아요. 갈증 때문에…."

"...또 그 얘기를 하려는 거면 그만하자."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버지의 손을 붙잡았다.

"부탁드려요. 제발…."

내 말에 자기 손을 잡은 내 손을 한참을 내려보던 아버지는 다른 손으로 내 손등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갈증을 해소하지 않으면 넌 죽는다. 그것만 알면 돼."

"...싫어요. 더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쾅­!

화가 난 듯 잡고 있던 손을 빼 책상을 내려친 아버지는 화난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 엄마처럼 죽고 싶은 거냐."

그 말에 왜인지 내 마음속에 있던 빗장이 풀려나갔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엄마일 텐데.

어째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까.

존재하지 않은 신아린의 기억이 슬퍼하는 걸까.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죽은 사람도 누군가한테는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그만!"

더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속삭이듯 말했다.

"곧 공장이 가동될 거다. 이제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공장.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갔던 곳.

그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애원하듯 말했다.

"네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왜들 그리 나를 위해 노력하는 걸까.

김성현도 백진희도 아버지도.

나는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닐 텐데.

사람을 죽이고, 사랑을 속이고, 남에게 의지만 하는 그런 쓰레기일 텐데.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내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유가 뭘까.

***

아버지를 만나면 무언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졌다. 기숙사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 위로 던졌는데.

무언가 물컹한 것이 등에서 느껴졌다.

"꾸엑!!! 터져, 터져!!"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자. 이불 속에서 아레아가 작은 몸을 뒹굴며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 아레아가 침대에 있는지 몰랐어."

"아니야 괜찮아!"

침대 끝에 걸터앉아 아레아에게 손을 내밀자. 둥근 몸을 튕겨 내 손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혼자 내 방에 온 적은 없었잖아."

내 말에 아레아는 무언가 망설이는 듯 몸을 출렁거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할 말 있으면 해도 돼."

"그…. 주인 말이야."

"성현이?"

내 말에 아레아는 몸을 출렁거렸다.

"주인이 이상해!"

"...이상하다고?"

아레아의 말에 불안감이 들었다. 혹시, 어제의 모습은 가면이었을까. 백진희를 배신했을 때처럼 내게는 가면을 쓴 채 뒤로는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

"주인이 딸을 안쳐…."

"응…뭐, 뭐?"

내가 들은 말이 맞는지 아레아를 바라보자. 아레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몸을 출렁거렸다.

"매일 룸메이트들 피해. 화장실에서 여주인 사진 보면서 딸쳤는데 바뀌고 나서는 한 번도 안쳤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이었기에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한 번도 자위를 안 했다는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아는 영또플의 김성현은 각성 후. 기름에 불이 붙은 것처럼 성욕이 활활 타올라 매일 같이 자신이 공략한 히로인들과 음란한 섹스를 했었는데….

"주인이 변한 이후 고자가 된 것 같아…."

"...뭐?"

"아예 성욕이 사라진 것 같다고! 노트북에 있던 야한 것들도 모조리 지워버렸어!!"

아레아의 말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나도 남자일 때 자위를 한 뒤 찾아오는 현자 타임에 몇 번 야동을 지웠다가 피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기에.

자위를 한 것도 아닌데 야한 것을 지웠다는 김성현의 행동이 무척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아레아의 말처럼 고자가 된 걸까.

그래서 계속 현자 타임이 유지되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요즘 나를 만지거나 키스를 한 적도 없다.

김성현은 분명히 능력을 각성했는데 왜 성욕이 사라진 거지?

설마, 그 뒤에 나랑 잠자리를 갖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직 자기 능력을 제대로 각성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몸이 변한 이후 관계를 갖은 적이 없었으니까.

김성현은 세계를 구할 주인공.

그 능력에 이상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마족.

그럼 이 세계를 구할 주인공은 누가 되는 거지…?

"아레아. 돌아가서 성현이한테 내 방으로 와달라고 말해줄래?"

김성현이 정말로 고자가 된 건지. 확인해야 했다.

***

오늘 훈련을 끝내고 온몸을 두드리는 근육통을 견뎌내며 방으로 돌아오자. 룸메이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돌아봤다.

"성현아! 우리 4:4 소개팅 할래?"

"여자애들이 꼭 너 불러오래!"

"가자. 성현아!"

룸메이트들의 기대어린 시선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 여자친구 있는 거 모르냐. 됐어."

"그냥 자리만 채워주면 돼!"

"싫어."

근육통 때문에 조금 짜증이나.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공선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룸메이트들의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침대로 향하자. 마령화를 하고 있던 아레아가 몸을 뒹굴며 내게 다가왔다.

"주인! 여주인이 방으로 좀 와달라고 전해달래!"

"어?"

아린이가 보낸 메시지를 못 봤나?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아린이가 보낸 메시지는 없었다.

조금 가자미눈을 뜨고 룸메이트들의 시선을 피해 아레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너 또 이상한 짓 한 건 아니지?"

"아잇! 지나가다 만났는데 전해달라 한 거야!"

"그래?"

황급히 거울 앞으로 달려가 머리를 정리한 뒤. 아린이의 방으로 향했다.

아린이의 방 앞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다시 외모를 점검한 뒤. 문을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아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방금 씻은 듯 목욕 가운을 두르고 있는 아린이의 모습에 숨 쉬는 법을 까먹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잡티 하나 없는 대리석 같은 하얀 피부. 젖어 있는 머리. 촉촉한 흑요석의 눈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에 침을 삼키자.

아린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침대에 걸터앉아 나에게 다가오라며 손짓을 했다.

가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아린이의 가슴골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갈까.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한 뒤. 침대에 걸터앉았다.

"훈련하고 오는 길이야?"

"응. 아레아가 너한테 가보라고 해서 왔어."

내 말에 아린이는 무언가 생각하는듯하다. 몸을 뒤로해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무심코 아린이를 바라보다 몸을 누운 탓에 벌어진 가운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핑크빛 유륜에 다시 황급히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린이에게서 나는 향기와 언뜻 보이는 매혹적인 모습에 당장에라도 아린이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린이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다던 약속.

그 약속때문에 함부로 만지거나 키스를 할 수도 없었다.

아린이가 몇 번이나 약속을 어긴 나에게 실망한 모습을 봐왔기에. 변한 이후 처음으로 한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평소와 다르게 조금 흐트러진 듯한 모습에서 보이는 아린이의 음란한 모습에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성현아. 나한테 할 말 없어?"

맥락 없는 말에 조금 당황해 머리를 긁자. 아린이는 몸을 일으켜 내게 몸을 밀착했다.

"할 말 없냐구."

샴푸의 향과 내 팔에 닿은 아린이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아린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황급히 허벅지를 꼬집어 정신을 차렸다.

"오늘 차성 갔다 온 일은 잘됐어?"

"...아니."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린이의 모습에 괜한 말을 꺼냈다 싶어 후회가 들었다.

"...나한테 적응은 좀 했어?"

그 말에 밀착했던 몸을 떼고서는 아린이는 내 얼굴을 관찰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더 딴사람 같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아린이의 마음에 들게 열심히 노력한 것 같은데….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아린이를 바라보자.

입술을 깨물고는 무언가 내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불현듯 어제 아연이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

사랑하면 표현하라고.

"괜찮아 아린아. 오래 걸려도 좋으니까 기다릴수 있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바뀐 나에 대해 적응하면­"

내 입을 막으려는 듯. 아린이의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눈을 감은 채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는 아린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느꼈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촉. 빠르게 뛰는 심장이 얼마큼 이 행복을 참아왔는지 대신해서 표현해줬다.

멀어져가는 입술에 자연스레 눈을 뜨자.

아린이의 얼굴 앞으로 전에 보았던 불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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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략도 75% / 공략도가 상승 중입니다.

현재 상태: 건강

심리 상태:두려움/그리움/불안

▶공략도가 50%가 넘어 추가로 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공략도가 50%가 넘어 언제든지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동어 ­신아린 상태창

현재 욕구: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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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모르나 아린이의 공략도가 무척이나 올라가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17%였는데. 지금은 75%.

아린이와 키스를 한 적도, 섹스를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공략도가 오른 걸까.

역시, 영화처럼 대신 책을 빼주는 것에 감동을 받은 걸까? 의아해하며 상태창을 읽다.

그 밑에 떠 있는 욕구라는 것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현재 욕구: 키스

아린이가 지금 나랑 키스하고 싶은 걸까?

머리를 만지는 척 슬쩍 손을 들어 상태창을 없애자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린이의 모습이 보였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 표정을 관찰하는 아린이의 모습에 당장에라도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원하지 않으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약속에 아린이의 마음을 확인해야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린이에게 물었다.

"키스할까?"

그 물음에 아린이는 기다렸다는 듯. 말없이 입술을 맞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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