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발전
* * *
나를 바라보는 장난기 섞인 시선에 내가 자위하고 있었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괜한 부끄러움에 서랍에서 팬티와 파자마 세트를 꺼내 뒷걸음질 치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문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부끄러움이 더 커졌다. 세수를 한 뒤 입 냄새가 날까 양치까지 한 다음.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문을 열자. 침대에 걸터앉은 성현이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기에 부끄러워하며 옆에 앉자.
성현이도 말없이 내 어깨를 감싸며 나를 바라봤다.
"몸은 어때?"
"괜찮아."
사실은 성현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부끄러운 짓을 들켜서 그런 걸까?
조금은 어색한 상황이라 뭐라 말을 꺼내기 힘들어 시선을 피하자. 성현이가 작게 속삭였다.
"키스할까?"
나를 보며 의중을 묻는 그 모습에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반발심이 툭 장난처럼 튀어나왔다.
"아니."
"정말? 양치까지 하고서는?"
재차 나를 보며 묻는 모습에 모른 척 흘겨보며 눈을 감자. 기다렸던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았다.
본능적으로 살짝 입을 벌려 혀를 내밀었는데. 꾹 다문 입술이 벌어질 기미가 없어 눈을 뜨니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나를 관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떼려 하자. 성현이는 어깨를 감싸던 손을 올려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는. 입을 벌려 내 윗입술을 핥았다.
윗입술을 핥는 혀를 길게 빼낸 혀로 휘감자. 우리는 사랑을 확인하듯 부드럽게 키스를 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하아, 이제 키스 잘하네 아린이."
"...몰라."
키스를 끝내자. 부끄러운 소리를 하기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방금 키스를 해서 그런지 아까보다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잘까?"
그 말에 당황해하며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입꼬리를 길게 늘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안잘 거야? 다른 생각한 건 아니지?"
"아니거든. 잘 거야."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이불을 들치자 축축하게 젖은 침대보가 눈에 들어와 머뭇거리자. 성현이가 원래 누웠던 자리에 눕더니 내 손을 잡아 끌어안았다.
"뭐해…."
"저쪽은 축축하니까. 붙어서 잘 수밖에 없잖아."
품 안으로 꼭 끌어안기자 성현이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심장이 더욱 세게 쿵쿵대어 방안 전체에 들리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들었다.
품속에서 성현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들뜬 한숨을 내쉬자. 은근슬쩍 엉덩이를 만지는 손길에 자는척하고 있는 성현이를 말없이 바라보자.
슬며시 눈을 뜨며 나를 내려다보다 갑작스레 입술을 마주했다. 예고도 없는 입맞춤에 당황해 몸을 움찔하자. 부드럽게 내 등을 쓸어내리며 입술을 벌리기에 본능처럼 혀를 휘감으며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평소처럼 성욕이 우선되어 거칠게 혀를 탐하던 게 아닌. 정말 사랑하는 애인들이나 할 법한 부드러운 키스에 식어가던 몸이 또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황급히 혀를 떼고 성현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계속 키스를 했다가는 또다시 차오르는 성욕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독의 효과가 아직 남은 걸까. 고민하고 있자 성현이의 손이 올라오더니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하흣…뭐, 뭐해."
"조금만…만질게. 응?"
잘 때는 브래지어를 차지 않기에 옷 위로 젖꼭지를 자극하는 성현이의 손길에 허리에서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신음을 참으며 젖꼭지를 자극하는 손을 붙잡고 올려다보자. 성현이가 작게 속삭였다.
"너는 자위해서 괜찮지만. 나는 자위 안 해서 조금…힘들어."
딱딱해진 성현이의 자지가 배에 닿았다. 자신의 옆에서 여자친구가 자위했다는 걸 알면 당연한 반응이겠지.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있는 걸 긍정으로 받아들인 건지. 가슴을 만지는 손길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또다시 밑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방금 갈아입었는데 또 갈아입어야 하나. 한숨을 쉬는데 가슴을 만지던 손이 내려가더니 파자마 위를 쓰다듬는 성현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흐흣…야! 그만해. 잔다 했잖아."
팔뚝을 때리며 말하자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내 몸을 더 밀착시키더니. 당연하단 듯이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잘 거야? 이렇게 젖었는데?"
"흐흣…. 만지니까 그러지…."
클리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손가락에 곧장 신음이 흘러나왔다. 성현이의 손길을 기다렸다는 듯. 달아오른 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린이도 못 참는 것 같은데. 저번에 한 거 할까?"
"저번에…?"
내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바지를 내려 자지를 꺼내더니 말없이 내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는 내 다리 사이에 자지를 끼워 넣었다.
"넣지만 않으면 되잖아."
"흐읏…그렇지만…이, 이것도 하면…안, 안돼…흐응…흣…."
클리를 자극하며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자지를 원활하게 도와주기라도 하려는지. 애액이 쉼 없이 흘러나와 얼마 못 가 질컥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찔걱찔걱
"흐읏…흣…그, 그만…헤흣…."
"아린이는 물도 많네. 오줌싼 것 같아."
"오, 오줌 아니라구!"
자꾸 놀리는 탓에 화를 내며 또다시 팔뚝을 때리자 아픈 척을 하더니 능글 맞은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내 엉덩이를 잡고 나를 자기 위로 올려 태웠다.
"스스로 움직여봐. 가만히 있을게."
나를 바라보는 열망 어린 시선이 부끄러웠지만,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 보지에 맞닿은 자지의 형태를 느끼며 움직이자. 너무 큰 자극에 움직인 지 10번도 안 돼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멈춰?"
"잠깐 쉬려…하, 하지…흐읏…흥…멈춰으읏…."
내가 숨을 돌리려는 것을 알았는지. 내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강제로 내 몸을 움직이게 했다. 자지의 끝부분이 클리에 걸릴 때마다 크게 몸을 움찔하자.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고의로 자지 끝을 클리에 닿게 하여 꾹 눌러대었다. 결국, 다시 절정에 도달해 성현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신음을 내뱉었다.
"헤흐흣…이, 이제 그만…나 진짜 힘들어…."
너무 큰 쾌락을 연속으로 겪어서 그런 건지. 온몸이 무력감에 휩싸였다. 머리는 남아있는 쾌락의 잔향을 느끼고 있지만. 더는 절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애원하듯 바라보자. 성현이는 짓궂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아직 못 쌌는데?"
"손으로 해줄까…?"
몸을 가득 채우는 무기력감에 허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만 싸게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성현이의 몸에서 떨어져 옆으로 눕자. 축축한 침대보가 느껴져 찝찝했다.
어쩔 수 없이 무시하고 성현의 자지를 손으로 쥐자. 성현이가 애원하듯 말했다.
"입으로 해주면 안 돼?"
"...한 번만이야 그럼."
"응!"
마지못해 하며 몸을 일으키자. 성현이는 내가 빨기 쉽게 해주려는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성현이가 싫다고 때리고 정조대까지 채웠는데. 오늘은 성현이가 좋다고 무릎으로 자위를 하지 않나. 서로의 성기를 비벼 절정하질 않나.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도 이제 나를 모르겠다. 내 감정은 도대체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지금 확실한 건 코를 찌르는 성현이의 체취와 자지 냄새에 내 음란함을 숨길 수 없다는 것.
침대에서 벗어나 성현이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성현이의 자지와 눈높이를 맞췄다. 입술에 침을 바르며 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부드럽게 쥐어 기둥을 핥았다.
남자의 것을 핥는다는 역겨움보다. 조금은 익숙해져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까 하는 고민만 들었다.
포피 사이로 가득 찬 애액을 혀로 핥으며 포피를 벗겨내자. 자지 냄새가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최대한 이가 닿지 않게 조심하며 입안으로 자지를 집어넣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자. 도와주려는지 아니면 괴롭히려는 건지 성현이는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붙잡았다.
"쭈읍…쭙…쯔읍…."
"하아…시발…아린이는 키스만 잘하는 게 아니야. 자지도 잘 빨아."
"하으…파아, 시끄러…쭈읍…쭙,쭈읍…"
일부러 침을 가득 모아 자지에 침을 흘리며.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혀로 다시 입안으로 빨아들이며 음란한 소리를 내자. 기분 좋은지 성현이는 내 머리칼을 뜯어내려는 것처럼 강하게 쥐었다.
"으극…읍,으븝…."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부여잡고 허리를 내밀어 목구멍 깊숙이 들어온 자지에 준비하지 못해 조금 헛구역질이 올라와 위액이 넘어왔다.
입안을 채우는 뜨거운 위액과 애액과 침이 범벅된 액체를 윤활유 삼아 목구멍을 유린하는 자지의 움직임에 맞춰 구역질을 참으며 숨을 쉬기 위해 필사적으로 코로 숨을 들이쉬자. 갑자기 내 코를 손으로 붙잡고는 자지의 뿌리까지 입안 깊숙이 집어넣어 누가 목을 조이는 것처럼 강한 압박감이 들어 황급히 허벅지를 손으로 쳤지만.
기분이 좋은지 내 머리를 놓지 않았기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참아내자 얼마 후. 목구멍을 가득 채우던 자지가 빠져나왔다. 급히 쪼그라든 폐가 가득 찰 정도로 숨을 들이쉬자. 또다시 내 머리를 붙잡은 성현이가 자지를 다시 내 목구멍에 집어넣었다.
"으극…읍,으븝…."
"하아…씨발…목구멍 엄청 쪼여와…. 쌀 것 같아…."
숨을 쉬고 싶다는 필사적인 욕구가 목구멍을 조여 자지를 자극하자. 조금 허리를 흔들더니 이내 목구멍 안으로 곧장 정액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곧장 위 속으로 집어넣을 생각인지 머리를 꾹 눌러 최대한 깊숙이 자지를 집어넣었기에 누가 목구멍에 모래라도 부은 것처럼 상당히 아팠다.
사정이 끝나자. 내 입에서 자지가 빠져나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정액이 섞인 위액을 카펫 위로 거칠게 토해냈다.
숨을 쉬고 싶은데 목구멍 가득 차올라오는 위액에 숨을 쉴 수가 없어 눈물까지 흘리고 있자. 걱정됐는지 성현이가 내 어깨를 감쌌다.
"괜찮아? 진정하고 심호흡해봐."
"흐흑…. 너, 너때문이자나…."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원망하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성현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날 끌어안았다.
"미안해 너무 기분 좋아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흐윽…. 흑…."
말할 때마다 목구멍 안에서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고통과 서운함에 눈물을 흘리자. 정말로 미안해하며 연신 나를 달래줬다.
한참을 울자. 성현이가 물을 떠 와 내게 건네줬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자. 성현이는 내가 토해낸 것들을 닦아내고 뒷정리를 했다.
축 늘어진 자지를 덜렁거리며 청소하는 모습이 뭔가 우스워서 미소를 짓자. 청소하던 성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장난을 치려고 하기에 미간을 좁혀 노려보자.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다시 잠들기에는 침대보가 축축했고 잠기운도 달아나버렸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문뜩, 기한신에게 당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차피 오늘은 약 기운 때문에 내 음란함을 감출 수 없다. 이렇게 된 거 아예 김성현의 성욕을 풀어줘. 진희 말대로 나에 대해 남아있는 악감정을 아예 지워버리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성현아."
"응. 피곤하면 소파에서라도 잘래?"
카펫 위를 닦아내던 성현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아니, 씻겨줄까?"
"어, 어?"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성현이의 모습에 나는 이래서 성현이가 나를 놀리는구나 싶었다.
반응이 너무 좋잖아.
"내가 씻겨줄까? 가슴으로…?"
파자마의 단추를 풀어 가슴을 내밀자.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내 귓가에 크게 들려왔다.
***
"그래서, 이렇게 피곤해 보인 거구나?"
나를 바라보며 진희는 묘한 미소를 짓더니. 내 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장난기 섞인 시선을 보냈다.
몸을 움츠리며 그 시선을 피하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악효과 때문이니까…."
"성현이랑 하고 싶어?"
"...응?"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만. 괜스레 다시 물어보게 된다. 진희라면 당연히 위험하다고 말릴 줄 알았는데….
"말했잖아. 나는 아린이 네가 행복하도록 도와줄 거라고. 연인으로서 상대방에게 성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네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해. 성현이랑 잘지. 아니면 좀 더 생각해보며 지켜볼지. 온전히 네 선택에 맡길 게 아린아."
내가 선택 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걸까.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건 조금 반칙이 아닐까 싶었다.
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김성현과 섹스를 하면 능력을 각성할 텐데. 지금도 이렇게 성욕이 큰 내가 과연 참아 낼 수 있을까.
" 성현이가 너를 단순히 공략 대상으로 생각할까 봐 그래?"
"응…. 솔직히 그게 가장 무서워."
"그래서 내가 보험을 들어놨잖아."
"응? 보험?"
"기아스 말이야. 성현이랑 너는 서로에게 인연으로 묶여 있어. 성현이가 너를 떠날 일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진희의 말에 무심코 시선을 내려 요정왕의 팔찌를 찬 내 왼손을 바라봤다. 새끼손가락에 아주 얇게 남아있는 붉은 선.
이게 있으면 정말 괜찮을까.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의 김성현도 괜찮지만. 내가 좋아하던 건 각성한 김성현이었으니까.
"너무 급히 정하진 말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으, 응…. 알았어."
진희의 말이 맞다. 김성현이 나에게 진희처럼 신뢰를 보여준다면…. 그때 가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의 성현이는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진희와 웃으며 다른 주제로 대화하다. 문뜩, 비어있는 조민성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조민성 주변에 여자들이 모여있기에 그 빈자리가 더욱 커 보였다.
"아. 오늘 있을 테러는 어떻게 해…? 조민성이 막으러 갔을 텐데."
"걱정하지 마.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이따가 점심 먹고 조퇴할 거야."
"...직접 만나게?"
"아무래도. 너에게 조민성이 접근하는 걸 방지하기도 해야 하니까."
"응, 알았어. 정말로 고마워 진희야."
조금 마음의 짐이 덜어진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했다. 진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껴안았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자 아린아."
"응. 그러자."
진희는 성현이에게 배신당해 못다 한 해피엔딩을 원하고 있겠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세계를 구하고 싶은 마음인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진희에게서 느껴지는 중독성 있는 향기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