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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57화 (57/160)

〈 57화 〉 본능

* * *

구역질이 끝나고. 입 주변에 묻은 것들을 닦아낸 다음.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한참을 거울 속의 나를 노려봤다.

김성현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건 기아스때문일까. 김성현과 사랑을 나누던 걸 기억하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일까.

전자임을 간곡히 빌며 화장실 밖을 나가려다 곧장 다시 문을 닫고 거친 숨을 쉬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김성현이 문을 열고 나온 기다렸는지 멍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통제할 수 없는 욕구가 밑바닥에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김성현과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구. 당장에라도 혀를 섞으며 침대 위를 뒹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문을 박차고 침대 위로 뛰어나갈 뻔한걸 시선을 피하는 걸로 억지로 참고.

다시 화장실 문을 닫고 바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동적인 성적 욕구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린아 왜 그래?"

나를 걱정하는 김성현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내 손을 몸으로 누르면서 크게 소리쳤다.

"..가."

"어? 뭐라고?"

"내 집에서 꺼지라고!!!"

문 앞까지 다가온 김성현이 당황했는지. 문을 노크했다. 내가 반응을 하지 않자 문고리가 돌아가는 것이 보여 황급히 주먹으로 문을 때렸다.

쾅­!

"보기 싫으니까 꺼지라고!!!"

지금 김성현을 보면 절대 안 돼. 여기서 김성현의 얼굴을 본다면 내 성적 욕구를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느껴졌다.

"..알았어. 내일 보자."

김성현이 방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긴장했던 몸의 힘이 풀려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이성을 되찾자.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 이렇게 김성현과 몸을 섞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든 적이 없었다. 기한신을 구출했을 때는 백진희의 세뇌가 잘못되어 우선순위가 바뀌어 처녀를 주고 싶다는 거였지.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김성현을 눕혀 당장 자지를 내 안에 집어 넣고 싶다는 충동이 든 적은 단 한 번이 없었다.

도대체 왜….

벼락을 맞은 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요정왕의 팔찌로 인해 세뇌에 풀린 지금 내가 김성현에게 미친 듯이 성욕을 느끼는 이유.

"아카데미 졸업하면 김성현한테 처녀 줄 거잖아?"

백진희가 걸어놓은 세뇌.

그게 나를 김성현에게 처녀를 주고 싶다는 내 육체의 충동을 막아주고 있던 것이다.

기한신에게 처녀를 주려했을때도, 김성현에게 처녀를 주려 할 때도. 생각해보면 백진희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타나 내 처녀를 지켜주고 있다.

기한신이 내 몸에 어떤 상처를 내든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김성현이 곧 올 테니 더 때리라며 다른 사람 앞에서 친한 친구인척하던 가면을 벗으며. 철저하게 내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백진희가.

어째서 내 처녀는 계속 지키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약속할게. 성현이가 공략하는 여자는 반드시 네가 처음이 되게 해줄게."

단순히 김성현과 같은 날 첫 경험을 경험시키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현이 나를 반드시 첫 번째로 공략해야 하는 이유. 그게 백진희가 나를 보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백진희의 기억을 토대로 가설을 생각해본다면.

백진희는 내 처녀와 김성현의 동정에 관해 무언가 계획을 세워놓고 거대한 판을 짜고 있다.

자신이 설계한 판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장기 말들을 지켜보며. 김성현이 각성할 시간을 원하는 때로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가. 뒷목이 뻐근한 게 더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문을 열고 화장실을 나와 침대 위에 누워 휴대폰을 확인하자. 나를 걱정한 듯한 김성현의 메시지가 와있었지만 무시했다.

당장 내일도 김성현과 같은 교실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을 텐데. 잘 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결국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먹고 나서야 가까스로 잠이 들 수 있었다.

***

"그러므로 던전에서는 같은 팀원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미로형 던전의 경우…."

수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3교시째 나는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흥분으로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괜찮아?"

내 이상을 눈치챘는지 김성현이 걱정하며 작게 속삭였다. 그게 기폭제가 되어 심장이 크게 날뛰며 당장 김성현과 몸을 섞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 저. 몸이 안 좋아서 보건실 좀 가겠습니다."

"그래. 혼자서 괜찮겠어?"

"네. 혼자 갈게요."

나를 바라보는 김성현을 무시하고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아픈 척 느리게 교실 밖을 나갔지만. 복도로 나가자 급히 화장실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대변기의 문을 잠그고 변기 위에 앉아 팬티를 내리자 축축하게 젖은 팬티에 기다란 실선이 따라붙었다.

어제는 분명 김성현을 봤을 때 짜증 나고 역겹다는 감정만 들었는데.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일때문에 김성현을 의식해서일까. 옆에 김성현이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위라도 하듯이 몸이 점점 흥분되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흐읏…흐헤읏…."

살짝 클리에 손을 가져다 댔을 뿐인데. 이미 달아오른 신체는 곧장 절정에 도달해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변기 안의 물 위로. 애액이 떨어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동안 간지러웠던 곳을 긁듯. 클리를 자극하는 손은 몸의 자극을 참지 못하고 허리와 함께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흐윽…헤흐읏…."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작은 신음을 끊임없이 흘리며 열심히 클리를 자극한 결과. 3번의 절정에 도달하고 나서야 달아오른 몸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중간에 발정이나 화장실에 자위하다니.

김성현 옆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 무서운 건. 김성현에게 공략당하면 곁에 없어도 항상 이렇게 발정 난 상태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애액이 묻은 보지와 엉덩이를 닦아내고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휴지로 닦아냈다.

그래도 축축한 팬티라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면대로 가 손을 씻고 거울을 보자. 성적흥분으로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보였다.

정말로 보건실에 가서 오늘 하루 동안 대책을 강구하기전까지는 김성현과 만나지 말아야겠다.

*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보건실의 침대에 누워 마지막 실습시간이 될 때까지 편히 있었다. 열이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프다고 하자. 보건 선생님이 바로 편의를 봐줬다.

이게 차성의 힘인 걸까. 내 신경에 거슬리지 않으려는지. 암막 커튼까지 쳐주시고는 거의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계셨다.

휴대폰을 만지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보건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얼른 휴대폰을 배게 옆에 두고 자는 척 눈을 감았다.

"안녕하세요."

이 듣기 싫은 목소리는…. 김성현?

제발 내 착각이기만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응. 안녕. 무슨 일이니?"

"실습하다 무릎 까져서요. 소독약 좀 바르려고요."

"그래 앉아봐."

무언가 들었다 놨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성현이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다.

"쓰으읍…. 어휴 따가워."

"남자애가 엄살은…. 자. 됐다. 끝."

김성현의 엄살에 웃는 보건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린이 아직도 아파요?"

"응? 지금 쉬고 있을걸? 같은 반이니?"

"네. 걱정되어서 그런데 한 번 봐도 돼요?"

"아! 너 김성현이지? 차성 후계자랑 맨날 붙어 다닌다는 남자애."

이게 무슨 비밀연애야. 선생님들까지 우리 사이를 다 알고 있는데.

"잠깐 봐도 되죠?"

"그럴래? 그럼 선생님 의약품 창고 갔다 올 테니까 잠깐 있어 줄래? 누구 오면 곧 올 거라고 말 좀 해줘."

미친 걸까. 김성현과 나를 단둘이 이곳에 두고 간다니. 이성끼리 한 곳에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건 선생이 그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걸까.

"네. 다리도 다쳤는데 좀 쉬죠. 뭐."

누군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김성현이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움이 들어 긴장감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김성현의 발소리가 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가까워졌다.

드르륵­

암막 커튼을 치는 소리와 함께 조금 밝은 빛이 감은 눈에서 느껴졌다. 다시 암막 커튼을 치고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아린아 자?"

김성현을 의식하면 안 돼. 절대로.

내가 반응이 없자 김성현은 무얼 하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더욱 불안했다.

귀 옆에 무언가 매트릭스를 쓸고 가는 소리에 놀라 조금 몸을 움찔했지만, 김성현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무언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김성현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배게 옆에 놓아두었던 내 휴대폰을 가져가 멋대로 안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런 짓을 할까 미리 김성현이 알고 있는 내 휴대폰의 패턴을 바꿔놨기에. 내 휴대폰을 확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너보다 몇 수는 앞에 있다고. 멍청한 놈.

속으로 김성현의 행동을 비웃을 때 내 손을 붙잡는 손길에 놀라 숨을 쉬는 것을 멈췄다.

이내 엄지손가락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놀라 눈을 뜰뻔했다.

"...됐다."

씨발…. 지문인식을 생각 못했다. 지금이라도 일어나는 게 맞을까. 김성현과 시선을 마주친다면 섹스하려 들지 모르는데….

한참을 어찌할 줄 모르고 감은 눈으로 눈알만굴리고 있는데. 김성현이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지 크게 내쉰 콧바람이 얼굴에 닿아 불쾌했다.

"조민성…."

조민성과 통화한 것을 본 걸까. 칠격과는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고 곧장 기록을 지우기에 걸릴 위험은 없었지만.

조민성과 나눈 메시지는 그대로 메신저에 남아있었다.

불안함에 팔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몸이 경직되어 불편했지만. 김성현이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린아.자…?"

다시 배게 옆에 내 휴대폰을 놔두는 소리와 김성현의 얼굴을 내게 가까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는 척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고 있는 걸까? 눈을 감고 있어 김성현이 뭘 하고 있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감촉이 입술에서 느껴졌다. 부드러운 입술의 느낌. 눈을 감고 있어도 기억은 이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김성현이 자는 나에게 부드럽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그것을 의식하자 또다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입을 벌려 혀를 휘감으라는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자. 김성현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떨어졌다.

안도의 한숨이라도 내쉬고 싶은데. 자는척한 것을 들킬까 두려워 그러지도 못했다.

다시 한번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았다.

제발. 그만해.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김성현과 키스하고 싶다. 사랑을 확인받는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선생님 왔어~"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급히 김성현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떨어졌다. 좋은 타이밍에 나타난 선생님덕에 안도감이 들었다.

"저는 아린이랑 같이 있어요. 누구 온 사람은 없고요."

멀리서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성현이 내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안 드시는 걸까.

"그래? 남자친구 아닐까 봐. 걱정하는 거야~? 자고 있을 테니 깨우지는 말고. 피곤한 것 같더라."

"네. 그냥 보고만 있어요."

보고만 있다고? 지금 내 뺨을 쓰다듬는 이 손은 누구의 손일까. 일어나 따지고 싶었다.

"아린이 아픈 건 아니죠?"

태연하게 물어보면서 뺨을 쓰다듬던 손이 내려가더니 교복 위로 가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옷 위로 느껴지는 손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에 흥분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열은 없지만. 많이 피곤해하고 어지러워해서 약 먹고 누웠어."

"흣..."

옷 위로 정확하게 내 유두를 꼬집어 못참고. 내 입에서 아주 작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달아오른 숨이 뜨겁게 변해 코에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가슴을 만지던 김성현이 얼굴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 게 느껴졌다.

김성현은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아린아. 너 안 자고 있지?"

그 낮고 위협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이 떨려왔다. 김성현은 내가 잠을 자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언제부터 눈치챈 걸까.

자는 척 하는 것을 들켰다 해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김성현을 본다면 분명 발정 날 테니까.

"...그래."

눈을 감은 채 작게 말하자. 김성현이 가슴에서 손을 떼고 작게 속삭였다.

"나 안 볼 거야?"

그 말에 대답하지 않자. 김성현이 손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눈 안 뜨면 계속 만질 거야."

"...하지 마."

"사실은 원하는 거 아니야? 당하는 거 좋아하는 마조잖아 아린이는."

미친 소리를 처­

"흐읏…! 미, 미쳤어…? 하, 하지 마."

치마 밑으로 들어온 손이 팬티 위를 쓰다듬어. 황급히 김성현에게 작게 속삭였다. 다행히 보건 선생님은 신음을 듣지 못했는지 아무 말 없었다. 들었는데 모른 척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 볼 때까지 계속할 거야."

화난 듯한 김성현의 목소리와 팬티 위를 쓰다듬는 손길에 결국,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김성현 쪽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자. 김성현이 조금 세게 클리 부분을 꾸욱 누르는 탓에. 더 이상 신음을 참을 수 없어 다급히 고개를 돌려 김성현을 바라봤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김성현은 평소와 같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시골 똥강아지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잘 잤어 공주님?"

머릿속을 울리는 것처럼 미친듯이 크게 뛰는 심장과 흥분으로 달아오른 육체의 신호가 내 이성적인 판단을 구석으로 몰아.

최악의 생각을 마치 정답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김성현을 사랑한다고.

더 이상 마음을 속이지말라고.

본능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나를 내려다보는 김성현의 시선에 나는 마음을 정했다.

본능에 굴복한 발정난 짐승이 되기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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