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위력
* * *
"내일부터 기숙사에 들어오는 거야?"
종례가 끝나고 뒤를 돌아 백진희가 물어봤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이미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백진희와 얘기를 했기에 여기서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의심할 것이다.
적은 친구보다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듯이. 두렵지만 백진희를 내 곁에 둬야 상황의 통제가 조금은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팔찌 샀나 보네? 되게 예쁘다."
내 왼손의 팔찌를 바라보며 관찰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는 백진희의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잘못을 들킨것처럼 몸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기에. 필사적으로 평범함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
"으, 응. 하나 샀어."
"나 한번 봐도 돼?"
거절은 생각지도 않는지. 당연하단듯 내게 손을 내미는 백진희의 모습에. 내게는 고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응. 당연하지 진희야."
왼손에 낀 요정왕의 팔찌를 건네주자 신기한 것을 관찰하듯 보던 백진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길게 늘였다.
무언가를 눈치챈듯한 즐거워 보이는 백진희의 모습에 내 등에는 식은땀이 샘솟았다.
"자, 예쁜 팔찌네."
다행히도 백진희는 미소와 함께 내게 팔찌를 건네줬고 나는 황급히 팔찌를 다시 왼손목에 찼다.
"...오늘 성현이랑 카페 갈려는데 같이 갈래?"
"아니야. 할 일이 많거든. 내일 기숙사 들어오면 같이 있을 시간 많으니까. 그때 보자."
"응."
다행히 내 계획이 먹혀들었다. 성현이와 내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백진희의 행동을 떠올려 일부러 얘기를 꺼냈다.
카페에 간다는 말을 처음 들은 김성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나는 평소처럼 웃으며 김성현의 팔에 팔짱을 끼고 진희와 인사한 뒤에 차를 탔다.
"요즘에 카페 많이 가는 것 같은데. 그냥 우리 집으로 갈까?"
"어? 그냥 카페 가는 것도…."
"아니야. 집에 가자. 차기사님 집으로 가주세요."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김성현은 그런 내 눈치를 보며 어색한 표정만 지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조민성과 만남 이후 백진희에게 나를 데려다준 것을 보면 차기사님도 백진희에게 세뇌당했을 것이다.
차기사님 앞에서는 평소처럼 연기해야 했다.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김성현의 손을 붙잡았다.
"성현아. 내일부터 기숙사 들어가면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좋지?"
"어. 으, 응. 좋지."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차라리 내가 얀데레라고 여기게끔 더 연기하면은 성욕이 공포에 억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생각해볼 만한 방법인 것 같다.
방안으로 들어와 임유모가 준 간식을 먹으며 나는 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드레싱룸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당장 한서아를 구해줄 수는 없지만. 한서아의 동생이 차성 병원에 입원해있다면 뒤에서 몰래 도와줄 수는 있으니까.
휴대폰을 꺼내 김비서에게 전화를 걸자. 어느때와 다름없이 통화음이 3번이 울리기 전에 곧장 김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가씨.]
"한서아 동생. 차성에 입원해있다던데."
[저번에 알아보니 차성에서 치료 받고 있더라구요. 장기이식을 받아야해서 치료하면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최대한 도와줘. 1인실로 바꿔주고."
[넵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내 변덕에도 별 말없이 맡은 일을 하는 김비서의 유용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조금이나마 한서아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통화를 끊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티셔츠와 바지. 전의 기억대로라면 김성현을 만날 때 임유모에게 코디를 받아 무척이나 여성스럽게 꾸몄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드레싱룸을 나가자 불편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던 성현이가 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 갈아입었네…."
조금 불만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김성현에게 미간을 좁히자. 김성현은 뒷머리를 긁으며 시선을 피했다.
나는 침대 위에 있던 노트북의 전원을 켠 뒤. 침대프레임에 등을 기대고 노트북으로 다시 내 계획들을 점검했다.
김성현은 백진희의 의심을 피하고자 데려온 것뿐이지. 얘기를 나눌 마음도 없었기에 방안에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휴대폰 게임도 지겨워졌는지. 김성현은 한참을 말없이 무언가 생각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은근슬쩍 내게 다가오기에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뭐해."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로 차갑게 말했는데. 김성현은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니. 뭐…. 단 둘이 있으니까."
조금씩 내 눈치를 보며 내게 다가오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공포를 성욕이 이긴 건가?
"나 바쁘니까. 건들 생각 말고 할 거 없으면…. 혼자 딸이라도 치든가."
일부러 차갑게 말하며 시선을 피하자. 김성현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칠격을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김성현이 침대 위에서 바지를 벗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 변태새낀가.
"...뭐하는 거야."
"혼자 딸이라도 치라며…."
미친놈인가 싶어 내 앞에서 자위하려는 김성현을 역겨운 시선으로 바라보자. 김성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의 [이해]. 신아린이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인 걸까.
바람 피면 여동생을 죽인다는 말에 처음에는 겁을 먹고 다가오지 않으려 했지만. 바람 안 피면은 평소처럼 자기 마음대로 나에게 성 욕구를 풀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얀데레라면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이상. 자신을 사랑해주는 상대의 요구를 무엇이든 들어주니까.
오늘 동안 내 눈치를 보던 김성현은 한 시간 동안 잔머리를 굴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임을 깨닫고 곧장 자지를 꺼내 든 것이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잖아?"
발기한 자지를 세우고 침대에서 무릎을 꿇으며 내 근처로 다가온 김성현의 모습에. 당장에라도 몽키 스패너를 찾아 머리를 터트려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단지 무척이나 혐오스럽고 역겹게 느껴졌을 뿐. 죽일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을 내쉬고 김성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철저히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했다.
탁탁탁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는 자위 소리를 ASMR삼아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렸다.
새로 메모장을 켜 어떻게 김성현을 고통스럽게 죽일까. 즐겁게 써가고 있는데.
김성현의 자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씻지도 않는 건가. 무심코 노트북 뒤에 있는 자지에 시선이 갔다.
포경하지 않아 귀두가 반만 까져 있는 자지를 열심히 흔드는 김성현의 모습이.
야동사이트에서 클릭을 잘못해 게이물을 튼 것처럼 혐오스러웠지만….
어째서인지 내 시선은 누가 못으로 내 목을 고정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김성현의 자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김성현을 미친놈. 게이자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몸은 흥분해 조금 들뜬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신이 자위하는 것을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흥분했는지. 더 빠르게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들뜬 숨을 내쉬자.
밑에서 무언가 흘러나온다는 느낌이 들어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씨발. 무슨 미친 생각을 한 거지.
세뇌가 풀렸는데. 왜 김성현의 자지에서 나는 꾸리꾸리한 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맡으려고 코를 킁킁거린 것인지.
나에 대한 혐오감이 들어 노트북을 닫고. 나를 바라보며 열심히 자지를 흔들어대는 김성현을 피해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 위에 앉아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확인하자. 젖어있는 게 보였다.
미친 걸까. 김성현에게 흥분을 느끼다니. 머리로는 분명히 김성현을 혐오하는데 육체는 기억이라도 하는지. 당장에라도 김성현의 동정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니.
분명 기아스때문이 확실하다. 그게 아니면 이건 설명이 안 되니까. 내가 미쳤다고 김성현과 섹스하는 걸 원할까.
"기아스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기아스를 생각하자.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한다고 내 입으로 맹세한 것이 떠올라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입학식으로 회귀한다면 기아스도 사라지는 걸까? 모르겠다. 기아스라는것 자체가 영또플에 언급이 되지 않은 설정이니까.
머리가 무척이나 복잡했다. 생각해야 할게 너무 많다.
휴지를 뜯어 팬티에 묻은 애액을 닦아내고 있을 때. 화장실 안으로 김성현이 자지를 흔들며 들어왔다.
"뭐야 왜 들어와."
"괜찮잖아. 딸 치는 건데 뭐."
음흉한 속셈을 숨기지도 않으려는지 팬티를 내린 내 모습을 음흉한 시선으로 보며 다가오는 김성현의 모습에 황급히 팬티와 바지를 올리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김성현이 내 팬티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나 곧 쌀 것 같으니까 그대로 있어 주면 안돼?"
바로 앞까지 다가온 김성현의 자지에 구역질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눈앞의 자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쿠퍼액이 진득하게 묻어 번들거리는 자지를 내 얼굴 앞에서 흔들며 흥분한 얼굴을 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점점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안에 느껴지는 충동을 이성이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반동일까. 울렁거림은 조금 더 심해져 숨이 가빠졌다.
김성현의 모습에 혐오를 느껴야 하는데 마치 레몬이라도 먹은 것처럼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아린아 입으로 해주면 안 돼?"
미친새끼. 역겨운 소리를….
몸을 크게 움찔하며 목을 다시 뒤로 뺐다.
김성현을 욕하며 혐오스러워하던 이성과는 다르게 몸은 김성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지에 얼굴을 가까이하려 목을 내밀었던 것이다.
"응? 나 입으로 해주면 금방 쌀 것 같은데…. 안그러면 30분 넘게 쳐야 할지도 몰라."
협박이라도 하듯 자지를 내 앞에서 흔드는 모습에 불알을 손으로 터트려버릴까 고민이 들었다. 무시하고 그냥 나가자. 그런 생각을 하고 변기에서 일어나려는데.
이미 내 손이 눈앞의 김성현의 자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씨발 뭐야.
"아린이 손 따듯해서 너무 좋아."
오나홀이라도 된 것처럼 내 손에 번들거리는 자지를 왕복운동 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급히 손을 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생각보다 기아스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조금만 더 눈앞의 자지를 만지고 싶다는 충동이 강렬하게 머릿속을 채웠다.
사막에서 조난당해 몇 일 동안 갈증이 난 사람처럼. 눈앞의 자지의 냄새와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당장에라도 입안에 물고 싶다는 충동을 입안의 혀를 씹는 것으로 참아냈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차라리 빨리 싸게 해 이 순간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움직여줬다.
손바닥이 금세 자지에서 나온 쿠퍼액때문에 끈적끈적하게 변해 기분이 좋았
아니, 기분이 역겹고 더러운걸 만지는듯했다. 절대 좋다고 생각한 적 없어.
"조금만 더 빠르게…."
김성현의 요구에 이를 갈며 손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주자 완전히 발기한 것인지. 반밖에 벗겨지지 않았던 김성현의 표피가 완전히 벗겨져 완연한 모습의 귀두가 눈에 들어왔다.
"으읏…. 으으읏…."
좆같은 신음을 내는 김성현때문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이 미친 짓을 그만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지를 당겨 나에게 가까이 오게한 뒤. 혀를 내밀어 귀두 밑부분을 휘감았다.
귀두가 약점인지 조금 쓴 쿠퍼액이 계속해서 자지에서 흘러나왔다. 입안에 이미 침이 넘칠 정도로 고여있었기에 자지를 그대로 입안에 넣자. 곧장 음란한 소리가 화장실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흐으…응…쯔읍, 쪽…쪽…쮸읍…"
"후우…후욱…후웃…하아, 씨발…쌀것 같아."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이 입안에서 움찔거리는 자지를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삼키듯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으며 머리를 흔들자.
이내 목 안으로 김성현의 정액이 쏟아져 들어왔다.
"쿨럭, 쿨럭…프흑,쿨럭…."
목구멍 안에 예고 없이 들어온 정액 때문에 사레가 들려 급히 자지를 입에서 빼고 옷 위로 정액을 토하듯 뱉어내며 헛기침을 했다.
"괜찮아?"
그 와중에 번들거리는 자지를 흔들거리며 걱정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쿨럭…끝났으면 나가 이제."
내 등을 쓰다듬는 손을 치우자. 김성현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세면대에서 자지를 닦고는 수건을 하나 꺼내 밖으로 나갔다.
김성현이 나가자 나는 곧장 변기에 얼굴을 박았다. 김성현이 보이지 않자 이제야 이성이 다시 돌아왔다.
역겨움에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토가 나오지 않아. 목 깊숙이 손가락을 쑤셔 넣자 그제야 허연 정액들과 함께 위액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참을 위안에 있는 것들을 게워내자. 목이 쉰 것처럼 목구멍이 아파졌다.
변기 물을 내리며 밖으로 나간 김성현에 대해 떠올리자.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김성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이렇게 정상적인 이성을 유지하는데….
김성현이 곁에 있을 때 기아스의 위력이….
너무 강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