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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51화 (51/160)

〈 51화 〉 한서아

* *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들려오는 전화 소리에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성현이는 왜 화가 난 걸까.

내 어떤 결점을 보고 실망한 걸까.

단순히 이제 내가 싫어진 걸까. 아니면 이런 모습 자체가 싫증이 난 걸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내 자존감을 깎을 이유를 찾았다.

멀티방에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지 말았어야 할까.

성현이는 내 몸을 누구보다 좋아할 텐데.

원하는 게 내 마음보다 몸인 걸까.

내 몸이 지겨워지면 내 마음은 그대로 두고 떠날까?

나에 대한 불만이 있는 눈치로. 그 불만을 나에게 털어놓지 않는 그 모습이.

감은 두 눈에 선명하게 보여 마음이 아팠다.

공부를 해야 하는 데라는 현실적인 고민보다.

너와 연락을 해야 하는 데라는 안달 감이 더 커서. 책의 글자를 봐도 머리에 꽉 찬 그 짜증 난 표정이 떠올랐다.

진희에게 전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현이랑 사귀기 전에는 매일 같이 통화했는데.

필요할 때만 진희를 찾는 속물 같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라면서.

항상 먼저 연락한 건 진희였고.

배려해주는 것도 진희인데.

매일 같이 나를 안아주고 반겨주는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인지 몰랐다.

결국, 휴대폰 화면의 번호만 바라보다 겁이나 누르지 못했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자. 이기적인 생각이 마음속을 괴롭혔다.

성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오늘의 행동이 나중을 위해서는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 사랑받지 않으면 내일 있을 사랑이 뭐가 중요할까`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왼손에 낀 반지를 손가락에서 뺐다.

얼마나 끼고 있었다고 벌써 손가락에 반지를 낀 흔적을 남기는 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처럼 보여 한참을 그 자국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바라봤다.

기아스로 묶인 지금.

나는 성현이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게 되는 걸까.

마음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양들을 내쫓아.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나의 우울함에 자신을 가뒀다.

***

"성현아. 오늘…."

"아. 나 훈련할 거 있어서. 먼저 가볼게. 이따 시간 되면 연락할게."

오늘 하루.

나와 대화하면서 다른 곳으로 정신이 팔린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하루 동안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참고 있었다.

그런데 바쁘다며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모습에는 어째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까.

"아린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진희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간만에 카페나 갈까?"

"...응."

진희는 항상 좋은 타이밍에 나를 위로해주러 오는 것 같다.

간만에 진희와 카페에 가자. 우리는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데도 대화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그래서 성현이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진희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희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팔짱을 꼈다.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니야?"

진희의 말에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 들었다. 성현이가 나를 배신할 리가 없어.

"아닐 거야."

"확신해?"

내 말에 반박하듯 진희는 나를 보며 낮게 물었다.

"...믿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던 성현이를 나는 믿는 다.

"만약 다른 여자 생긴 게 맞았다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아린이는 기숙사 생활을 안 하니까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여자랑 붙어 다니다 보면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진희의 말에 생각하기 싫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어제 연락을 안 받은 것도. 오늘 내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것도.

정말 그것 때문일까.

"그러지 말고 기숙사 들어오는 게 어때? 돈도 많으니까 1인 기숙사 들어갈 수 있잖아. 기숙사 들어오면 성현이랑 데이트할 시간도 더 많아질 거고."

"...그럴게."

확실히 성현이와 데이트하고 헤어지는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진희 말대로 기숙사에 들어간다면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겠지.

마음을 결정했으니 당장 행동해야겠다.

진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네. 아가씨]

"김비서. 나 기숙사 들어갈 거야."

[기숙사요? 갑자기 기숙사는 왜….]

"하라면 해. 지금 사는 집은 놔둬. 유모님이랑 차기사님 지내라 하고."

[알겠습니다. 처리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끊자. 진희는 잘했다는 듯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성현이 진짜 좋아하는구나?"

"응. 당연하지."

"그럼 진짜 성현이가 바람 피고 있으면 어떻게 할거야??"

진희의 물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성현이를 믿지만, 만약 진희 말대로 다른 여자가 있는 거라면.

"..죽일 거야."

내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보이던 진희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아린이는 너무 착해. 그냥 죽이면은 너무 쉽잖아."

"..그런가?"

맞아. 나랑 성현이 사이를 떨어트리려는 나쁜 사람에게 죽음은 너무 관대한 것 같다.

진희 말대로 내가 너무 착하게만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서 나쁜 짓도 해야 하는데.

"성현이에게 접근한 여자가 어떻게 되는지.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도록 지옥에 떨어트려야지."

"맞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성현같이 멋있고 착한 남자를 눈독 들이는 건 한 명만이 아닐 테니까. 아예 접근을 못하게 확실한 본보기를 만들어야 했다.

저 `포도`를 먹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 여우들에게 확실한 공포를 새겨야 했다.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린이가 내 옆자리로 와. 서늘한 손으로 내 뒷목을 쓰다듬어줬다.

"괜찮아. 처음 하는 연애니까 서툴 수 있는 거야. 아린이 너보다 성현이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없어. 나조차도 성현이랑은 안 어울려."

"진희는 예쁘고 착해서 누구랑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만 아니면 성현이랑 사귀었을 것 같…."

뒷목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이 갑작스럽게 내 뒷목을 강하게 짓눌러. 테이블에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얼굴을 박았다.

"절대 아니야."

얼굴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진희의 서늘한 목소리에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사과했다.

"미안해 진희야. 내가 말실수했어…."

내 말에 한참을 내 뒷목을 누르던 진희가 힘을 풀고 다시 내 머리를 일으켜 세웠다.

"아니야. 나도 잠깐 흥분했네. 피 닦아 아린아."

진희가 건네준 티슈를 받아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내 모습이 진희에게 멍청하게 보일까 봐 부끄러웠다.

"코마어 지니야."

코를 티슈로 막고 있어서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진희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항상 내가 고맙지."

그 말을 하며 나를 껴안기에 혹시 피가 묻을까 고개를 바짝 들었다.

진희의 따뜻한 체온에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

***

어제와 같이 훈련장 앞에서 땀 흘리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한서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확실하겠지?"

비골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웰치스를 마시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만 믿어."

어젯밤 내게 비밀 임무를 받은 비골은 한서아의 꿈으로 들어갔다.

내 모습으로 위장한 비골이 꿈속에서 한서아와 미친 듯이 섹스를 했으니.

무의식적으로 나에 대한 성적 호감도가 증가했을 거라는 비골의 설명에 오늘 내내 한서아를 따먹을 생각밖에 머리에 들지 않았다.

거의 매일 같이 훈련장에 나온다는 한서아기에. 우연을 가장해 오늘 접근할 생각이었다.

"성감대가 어디라고?"

다시 한 번 머릿속에 한서아의 약점을 기억하기 위해 물었다.

"귓불, 손, 골반, 보지. 아 똥꼬 핥는 것도 좋아하던데."

비골의 말에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봤다.

"꿈에서 얼마나 해댔으면 그것도 알아 냈냐?"

"흐흐. 좋은 음기였어."

어쩐지 오늘따라 이 녀석 피부가 매끈매끈한 게 예쁜 여자 같아서 더 좆같았다.

"아무튼, 얼른 나와라."

다리를 덜덜 떨며 한서아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여자들의 몸매를 훔쳐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복도가 텅 빌 때까지 한서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벌써 9시. 오늘은 훈련을 안 한 걸까? 한숨을 내쉬며 포기할까 생각할 때쯤.

드디어 훈련을 끝내고 막 샤워를 끝냈는지 젖은 머리로 다가오는 한서아가 보였다.

젖은 머리. 회색 무지티, 돌핀 팬츠. 꼴리는 모습이었다.

"왔다. 플랜 A"

마령화를 하면 원할 때에만 다른 사람에게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어제와 다르게 비골을 한서아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곧장 숨어 마령화로 변한 비골이 복도 한가운데로 굴러갔다. 복도를 걸으며 휴대폰을 보던 한서아가 바닥에 있는 검은 물체에 경계하다.

검은 슬라임 같은 귀여운 비골의 마령화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다가갔다.

"이게 뭐야?"

혹시 이상한 걸까 조금 경계하며 손으로 톡톡 비골을 건드리자. 비골은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한서아의 손가락에 몸을 비비며 경계심을 풀어줬다.

"...귀엽다."

경계심이 풀렸는지 품 안에 비골을 안은 한서아는 귀엽다는 듯이 비골을 쓰다듬으며 근처 의자에 앉았다.

역시 여자라면 작고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걸까. 첫 번째 계획은 성공이었다.

비골을 주물럭거리며 연신 좋아하던 한서아는 갑자기 자신의 옷 속으로 들어가려는 비골의 행동에 놀라 의자에서 일어나 황급히 제지하려 했지만.

재빠른 비골이 옷 속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으로 손을 피했다. 가슴 부분을 공략하던 비골이 손이 다가올 때 뒤로 돌아가 엉덩이 골 사이로 쑥하고 들어갔다.

"간. 간지러워 하지마~!! 앗! 거긴 안…. 흐잇."

오케이. 설계대로 반응이 좋다. 밑에서 성감대를 공략 중인 비골덕에 어찌할 줄을 모르며 누가 볼까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황급히 벽 뒤로 숨었다.

아직 등장하는 건 약하다. 최소 1분은 달궈놔야 반숙이라도 되는 법.

"흐으잇…. 거, 거기 들어가면 안…. 흐이잇."

묘한 신음이 섞인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린다. 슬쩍 고개를 빼내 확인하니 서 있는 채 다리를 오므리고 달아오른 얼굴을 한 한서아가 어찌할 줄 모르며 돌핀 팬츠를 손으로 꾹 잡는 모습이 보였다.

남이 보면 화장실이 급한데 참고 있는건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내 머리의 음란마귀가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무것도 모른 척. 물병에서 손에 물을 뿌려 머리를 살짝 적신 뒤. 복도에 나타나 한서아에게 발소리를 내며 걷자.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한서아는 눈이 커져 그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피했다.

멀리서 봐도 얼굴이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는 한서아에게 웃음을 참고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로 키가 작았다. 멀리 있을 때는 그래도 머리가 작아 비율이 좋아 보였기에 괜찮아 보였는데.

이 정도면 140? 141?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조카를 보는 기분. 뭐 어쨌든 동갑이니까 상관없다.

한서아를 못 본 척 슬쩍 지나가 주자. 안도의 한숨이 들려오기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것도 의도한 건데.

몸을 돌려 경직돼있는 한서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몸을 크게 떨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히잇­! 흐읏…."

"괜찮아? 어디 아파 보이길래."

어깨를 잡은 손을 슬쩍 팔을 쓰다듬으며 내리자. 한서아가 달아오른 얼굴로 시선을 마주하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작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괴롭히고 싶다는 가학심이 들어 무릎을 살짝 낮춰 얼굴을 내려 시선을 마주치려 했다.

"얼굴이 빨간데 괜찮아?"

"괜, 괜찮...흐으읏..괜찮아요!"

신음을 흘리며 덜덜 떠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남자가 할 행동은 뭐일까?

더 괴롭혀주는 거지.

"열 나는 것 같은데?"

슬쩍 열을 재는 척 목에 손을 가져다 대며 귓불을 스치자 내가 간지럼이라도 태운 것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며 어깨를 좁혔다.

존나 괴롭히고 싶어.

"괜, 괜찮다니까요. 손대지…. 헤흐응…."

못 들은 척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있는 손을 감싸 쥐듯 덥석 잡았다.

이 녀석 손이 성감대라 했지?

내가 자신의 손을 감싸 쥐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기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건소로 데려가 줄게."

억지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는 한서아를 끌고 가자. 돌핀 팬츠 안에 들어간 비골이 열심히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 한서아의 보지에 자신의 몸을 비비적대었다.

"잠, 잠까아안…. 못 걷겠…. 흐아아앙…. 흐에엥."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들뜬 신음을 내는 이 요망한 로리의 모습에 당장에라도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조금 더 괴롭혀 안달 나게 하고는 생각이 더 컸다.

"왜 그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픈 거야?"

울먹거리며 고개를 양옆으로 젓는 모습이 가학심을 더욱 부추겼다. 검은 돌핀 팬츠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갈 것 같은 얼굴을 하는 한서아의 모습은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음란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 들었다.

"뭐, 뭐하으응…. 흐에엣."

일부러 성감대인 골반을 꾸욱 누르며 들어 올리자. 절정이라도 한 것처럼 거친 숨만 쉬며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며 골반을 덜덜 떠는 모습에 주위를 둘러봤다.

보는 사람도 없고 뜨거울정도로 달아오른 체온이 말해준다. 당장 따먹으라고.

미리 사람의 출입이 없는 훈련 창고를 준비 해놨기에 한서아를 안아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나도 이제 아다 탈출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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