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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45화 (45/160)

〈 45화 〉 사고

* * *

성현이가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가?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 신호가 왔었는데.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왜…?"

"아니, 네가 보고 있어서 못 싸겠어."

"그래? 그러면…."

변기 끝으로 내 몸을 걸친 뒤 다리가 벌려져 내밀어 진 보지에 다시 성현이의 혀가 닿았다.

혀로 넓게 펴. 아래서 위로 혀를 쓸어올리는 행위를 몇 번 반복하자. 또다시 신호가 와서 급히 성현이의 이마를 밀었다.

"안돼. 오줌 쌀 것 같아."

"그냥 싸봐 그럼."

"안…. 돼."

이마를 밀치던 내 손을 막고 다시 입으로 애무를 해주자. 금방 또 신호가 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벗어나려 했다.

"잠, 잠깐…. 흐으응…. 잠깐만…. 진짜아아…. 쌀 것…. 가타…."

내 신음 섞인 목소리에 더 흥분한 것인지 성현이의 혀는 더욱더 빠르게 애무를 시작했다.

결국, 클리를 자극하는 성현이의 혀를 참지 못하고 절정과 함께 보지에서 조수가 뿜어져 나왔다.

평소에 느꼈던 절정과는 격이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엉덩이골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쾌락에 잠깐 정신을 잃은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서큐버스꺼보다 더 맛있네."

몽롱해진 정신으로 성현이의 혼잣말이 들렸다.

"뭐…?"

"아니, 아냐. 그것보다. 아린이 방금 오줌싸면서 간 거야?"

"...아니야."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자. 성현이가 내 클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음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 오줌은 아니지. 여자친구를 혀 하나로 시오후키하다니. 내가 애무 마스터인 거야. 아니면 아린이가 음란한 거야?"

대답하지 않고 다리를 좁히려 하자. 성현이가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안돼. 닦아줘야지."

옆에 걸린 휴지를 손에 둘둘 말아. 허벅지와 자신의 얼굴에 묻은 것을 닦고는 내 보지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한 번 더 해줄까?"

성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내일이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닌데….

"안돼. 이제 공부해야지. 내일이 마지막 시험이잖아."

"아 조금 전에 죽을 뻔 했는데. 시험이 중요해?"

성현이의 말에 조금 설득됐지만. 다리를 벌리고 있는 성현이의 손을 치우고 변기에 일어났다.

"...중요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거니까. 졸업하고 결혼 안 할 거야?"

내 말에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성현이가 일어서 날품에 끌어안았다.

"결혼해야지. 알았어."

아직도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내 배를 꾹꾹 찔러왔기에 손으로 살포시 쥐며 성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험 끝나면…. 멀티방 또 갈까?"

결국, 내 말에 흥분한 성현이 때문에. 성현이가 한 번 더 싸기 전까지 키스하며 손으로 대신 자위해줬다.

***

금요일 시험은 생각보다 잘 끝났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번번이 실습에서 빠져나왔지만. 첫 등급시험은 물건의 사용법과 개인 체력측정만 있었기에.

검을 들고 다른 사람과 대결할 필요가 없었다. 그 점은 정말 다행이었다.

검을 들 줄만 아는 나의 비참한 실력이 남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유급당할까 걱정했던 성현이는 오히려 개인 측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확정되었고 나는 D등급을 유지하는 것으로 시험이 끝났다.

의외인 점은 나보다 똑똑한 진희도 D등급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답안지를 밀려 쓴 걸까?

진희에게 시험 끝났으니 카페에 가자는 말을 했지만. 바쁘다며 데이트나 잘하라고 하고는 정말 바쁜지 인사만 하고 가버렸다.

당연히 진희도 같이 놀 줄 알았는데. 조금 아쉽지만 성현이와 차기사님의 차를 타고 초월역으로 갔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초월역 근처에 연인들이 가기 좋은 데이트장소를 검색해. 괜찮은 곳을 찾아냈다.

반지 공방이라고 커플들끼리 끼는 반지를 직접 만드는 곳이라는 설명에 성현이와 가면 좋을 것 같아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향했다.

멀티방을 가는 줄 알고 좋아하던 성현이는 내 설명에 조금 아쉬운 기색을 보였지만.

막상 반지 공방으로 들어가니 좋아하며 열심히 직원분의 설명에 따라 반지를 만들었다.

"반지 치수는 여자분은 6호. 남자분은 16호."

링 같은 거에 손가락을 넣어 반지 치수를 재었다. 남자 16호면 큰 걸까. 통통한 아기 손 같은 성현이의 손을 슬쩍 바라봤다.

굳은살 하나 없는 반들반들한 아기 손 같았다.

"원하는 각인은 미리 말씀해주시면 안에다 새길 수 있게 저희가 틀을 잡아줄 거에요."

직원분의 말에 반지에 무엇을 새길까 고민하자. 성현이는 그냥 이니셜로 하자라는 무난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거 말고 좀 특별한 거 하지…."

이니셜만 하기에는 처음으로 맞추는 커플링인데 조금 아쉽지 않을까.

"성현이의 노예 1호 이런 거?"

"...진짜."

시도 때도 없이 장난치는 성현이의 옆구리를 꼬집자. 그제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직원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혹시 이것도 각인되나요?"

"네. 레이저로 틀 작업을 해서. 그 정도 그림은 각인 가능해요. 대신 각인 부분이 좀 넓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요."

"이거 어때 아린아?"

성현이가 보여준 것은 보라색 히아신스의 사진이었다.

처음으로 꽃을 받아본 게 성현이가 준 히아신스였기에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좋은 것 같아."

히아신스로 결정하고 우리는 직원분의 도움으로 커플링을 만들 수 있었다.

카드로 결제하고 커플링이 든 상자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는 성현이와 카페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반지 만드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조금 지치기도 했기에. 멀티방에 가자는 성현이의 유혹을 버텨내고 다리를 올릴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있는 카페에 갔다.

딸기 스무디를 마시던 성현이는 조금 불만을 표출하듯 입술이 튀어나와 있기에. 이유를 모른 척 물어봤다.

"왜? 삐졌어?"

"삐졌어. 풀어줘."

"안 풀어 줄 건데~"

일부러 얄밉게 말하며 커피를 마시자. 성현이가 옆으로 오려기에 필사적으로 막았다.

"왜 막아!"

"옆에 오지 마. 오늘은 터치 금지야."

"왜!"

오늘은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성현이에게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문제 없었나 보다.

"나 그날 시작했어."

생리 앱을 틀어 보여주자. 기억이라도 하려는지 한참을 휴대폰을 보던 성현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속삭였다.

"...그럼 멀티방 못 가?"

"안 만지면 갈 수 있지."

원래 멀티방이 그런 용도로 가는 곳이 아닐 텐데….

"에이, 그럼 안가."

삐졌다는 듯 칭얼대는 성현이의 모습에 나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가지마 그럼."

성현이의 태도에 조금 화가 났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행복한 나와는 다르게 성현이는 조금 다른 목적이 주인 것 같아서.

"장난이야~"

내가 화났다는 것을 눈치챈 성현이가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나는 기분이 상했다.

`내 기분을 풀어`라는 분위기를 풍기자. 성현이는 몇 시간 동안 쩔쩔매며 나를 달랬고 결국 성현이를 봐주고 남들의 눈치를 살피고 살짝 입을 맞췄다.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때 성현이가 물어왔다.

"아. 내일은 뭐 해? 시험 끝났는데 놀이공원 가자."

"내일? 나 내일은 약속 있어."

잊고 있었는데 떠올랐다. 조민성을 만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었다.

"누구? 진희랑?"

"아니. 조민성."

별 생각 없이 물어보던 성현이가 내 대답을 듣고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왜 조민성이랑 만나?"

"응? 저번에 도움받은 거 있어서 부탁 하나 들어주기로 했어."

내 대답에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성현이가 툴툴댔다.

"단둘이?"

"응. 그런데 플라틴 본사에서 만나는 거라. 엄밀히 말하면 단둘이는 아니지."

카페에서 만나는 줄 알았는데 조민성이 플라틴의 본사에서 보자고 약속을 잡아놨다.

단둘이 카페에 있는 것보다 플라틴에서 후계자끼리 공적으로 보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에 승낙한 건데.

성현이는 그저 조민성과 만난다는 사실이 싫은가보다.

"난 조민성 싫어."

"왜? 민성이랑 사이 안 좋아?"

"성 붙여서 말해. 그 정도 사이 아니잖아."

괜한 거에 질투하는 모습이 조금 귀엽게 보여 장난을 칠까 했지만. 이 문제로 제대로 질투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알았어. 조민성이랑은 별문제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도 따라가면 안 돼?"

애처럼 칭얼대기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나를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의심하는 걸까?

"의처증이야 그거."

"...아니 사귀는 사이에 의처증이 왜 나와."

입술이 조금 더 툭 튀어나오는 걸 보고 급히 입을 열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분명 한 시간 동안 말수가 줄어들고 툴툴대는 `서운한` 김성현으로 변할 것 같았다.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 후계자끼리 공적으로 만나는 거니까. 빨리 끝나면 연락할게.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

"알았어…. 연락 자주 해야 해."

성현이의 어린애 같은 집착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집착하는 게 진짜로 나를 사랑해서라는 게 느껴졌다.

"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클러치백을 들고 화장실로 와 화장을 점검했다. 성현이 앞에서는 항상 잘 보이고 싶었기에 교복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가글까지 한 다음. 밖으로 나갔는데.

성현이의 맞은편에 웬 여자가 한 명 앉아있었다.

당황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허둥지둥하는 성현이의 모습에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누구야?"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드복 같은 복장을 한 청 푸른색의 트윈테일의 머리를 한 소녀는 아카데미에서 전혀 본 기억이 없었다.

조금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성현이가 황급히 소녀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내 앞에서 다른 여자의 팔을 붙잡고 자기 옆에 두다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서로를 향해 무어라 무언의 눈빛을 보내는 그 둘을 보고 조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성현이는 다급한 목소리로 옆의 여자애를 소개했다.

"그…. 이쪽은 이름이 비골이야."

"아잇! 아레아라고!"

"그래. 아레아 비골"

"아레아 비고르야 줄여 말하지 마!"

뭔가 서로 죽이 잘 맞는 것이 묘하게 마음에 안 들었다. 심지어 친한 것처럼 서로의 팔을 한 대씩 때리는 것이.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머리에서 진희와 있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 성현이를 노리면 어떻게 할 거야?]

[막을 거야.]

[막아도 안 되면?]

[죽, 죽일 거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굴까. 성현이랑 어떤 관계일까. 내가 죽여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일까?

입술을 깨물고 아직도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테이블 밑으로 치마를 꾹 쥐었다.

칠격한테 연락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데. 성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우연히 나랑 계약한 정령 같은 거야…. 갑자기 찾아와서 나도 놀랐어."

"정…. 령?"

저 트윈테일을 한 소녀가 정령이라고? 성현이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정령이 아니라 이 몸은 마령어어억!"

괴상한 소리를 내며 소녀가 울먹거리는 눈으로 성현이를 노려봤다.

"주인 왜 꼬집어! 위해 금지! 위해 금지!!"

"...주인?"

여태까지 성현이 앞에서 이렇게 차갑게 말한 적이 있었나?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낮으면서도 차가웠다.

"주종관계야.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이 녀석 여자 아니야. 남자야. 여장이 취미인 호모라고."

남자라는 성현이의 말에 믿을 수 없어 아레아라는 소녀, 아니. 소년에게 고개를 돌리니 성현이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남자야. 이 몸은 그 유명한 인큐­아악! 허벅지 뜯어져!"

"이 자식은 좀 장난기 많은 정령이라 헛소리를 많이 해. 아! 정령화 하는 거 보여줄까?"

"그…. 럴래?"

너무 상황이 갑작스러워 당황스러웠다. 정말 남자가 맞는 걸까? 목소리도 여자인데. 가슴 부분이 평평하긴 했어도 작은 가슴일 수 있으니까.

정말 정령이 맞다면. 정령화를 할 수 있겠지.

성현이가 주변을 둘러보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슬쩍 몸을 일으켜 아레아를 가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담배 연기처럼 아레아의 몸에서 연기가 살짝 나더니. 몽글몽글한 검은 슬라임이 귀여운 눈을 하고 내 품에 안겨 들어왔다.

"귀, 귀엽다."

촉감도 슬라임 같아서 너무 좋았다. 가슴에 기대어 있는 아레아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기분 좋은지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기에 미소를 짓자.

성현이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발 안 떨어져? 어디 수컷 자식이 내 여자한테."

"...성현아 욕."

내 앞에서 최대한 욕을 안 하기로 했기에 성현이는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는지. 내 말을 듣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미안."

"헤에­ 이쪽이 갑이구나?"

가슴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슬라임을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애완동물이 있다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워.

"아가리­아니, 아가야 이리 온. 아빠 품으로 와."

험악한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성현이의 모습에. 내가 아레아라도 안 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죽일 뻔 했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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