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변화
* * *
아레아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머리가 날아간 앙드레 백작의 몸이 발작하듯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흐아아앙!!! 진동 좋아아앗…."
"더 흔드러주세요오오옷…."
"진동꼬추 너무조아아아…."
서큐버스들의 꼴리는 신음과 함께 대가리가 날아간 앙드레 백작의 몸이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앙드레 백작이 일어나자 자지에 박혀있던 서큐버스가 절정했는지. 공중에서 조수를 뿜어냈다.
얼굴에 튀는 성수를 살짝 맛보니 조금 씁쓰르한 맛. 바닷물에 혀를 댄 기분이다.
멍청하게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 아레아한테 소리를 질렀다.
"이 씨발…! 아레아 개새끼야!!!"
"왜…? 내 잘못인 거야?"
자신의 잘못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 멍청한 표정을 짓는 아레아를 무시하고 싸울 준비를 했다.
양손에 서큐버스를 끼고 가운데에 자지에 박힌 서큐버스를 늠름하게 내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파워레인저에서 나오는 로봇이 합체한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기분이었다.
백작의 목 위로 조금 붙어 있는 살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명백한 보스전 2페이즈의 신호.
요즘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1페이즈 2페이즈…. 15페이즈 별별 개지랄을 다 떠는 게임사의 뇌절 페이즈는 익숙한 패턴이었다.
씨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앙드레 백작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양손과 자지에 맘마통이 튼실한 서큐버스들을 끼고 있는 조금 보기 혐오스러운 모습이지만.
녀석은 진짜 `마족`
초월 아카데미에서 최하위 등급 E급인 자신이. 마족과 싸운다고 하면 자살행위라며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그렇기에 앙드레 백작이 제일 약해질 때까지 문 뒤에서 서큐버스의 신음을 들으며 대기한 거고.
사정할 때를 노려 방심한 백작의 대가리를 터트릴 수 있었고. 물론 운이 좋아 반격하려는 것을 서큐버스가 보지로 막아 줬기도 했지만.
"씨발! 멍하니 있지 말고 내 뒤로 와!"
빠져나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직 대가리가 다시 만들어지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머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앙드레 백작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는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느껴졌다.
백작의 성이 있는 곳은 환락가의 중심지. 도망친다 해도 결국 붙잡힐 수밖에 없다.
본래 계획은 백작을 습격하여 허리띠를 회수하고 글로브를 빠져나가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아레아의 경솔한 말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될 예정이었는지.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침을 삼키며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니까.
당장에라도 벗어나라고 이성이 소리쳤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아레아를 등 뒤로 숨겼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이성을 잃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다 잡혀서 `주먹이라도 한번 내질러볼걸`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할 테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성공을 바라고.
성급히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 포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뤄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다가갈 수 없는 격차를 노력으로 메꾸려 하는 사람을 보며 멍청한 짓이라며 우스워하면서도.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두려워 외면하는 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처럼 포기할 수 없었다.
이곳에 온 이유.
이런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처음 몽마의 환락가라는 이유로 서큐버스와 뒹굴 안일한 생각을 했지만.
10일간 공포스러운 호모 인큐버스들에게 쫓기면서. 많은 반성과 자아 성찰을 했다.
매일 밤. 마계의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을 보며. 자신 안에 있던 열등감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에게는 과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신과 좁혀지지 않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 신아린.
차성이라는 엄청난 배경을 제외하고도. 사람 자체만으로도 격의 차이라는 게 존재했다.
신아린은 자신과 비교 했을 때. 항상 비교 불가. 월등한 존재였다.
그런 신아린을 숭배하듯 사랑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열등감이 들었다.
빛이 나는 신아린의 앞에서 자신은 항상 작아지는 듯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신아린이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을때. 설레임보다 의심이 먼저 들었다.
도대체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가진 것도 없고 잘생기지도 않았고 성격이 좋은 사람도 아닌데.
그렇다고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해내려고 한 것도 없었다. 꿈도 없었고. 영웅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한 채.
목적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려는 안일한 나를 어째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는 걸까?
타인인 네가 그토록 자기 일처럼 내 앞날을 걱정하는 이유가 뭘까.
왜 이런 나를 위해 기한 신에게 협박을 받으면서도 참고 있는 걸까.
왜 자신이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한 걸까.
노력하지 않은 건 나인데. 아파하는 건 왜 너일까.
신아린을 마음을 의심하고. 내 마음속 쌓여있던 열등감이 일방적으로 신아린에게 표출됐다.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서. 억지를 부려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했고.
신아린이 떠나갈까 봐 두려워. 협박용으로 삼기 위해 못된 짓도 몰래 했다.
유급을 걱정하며 공부를 도와준다는 신아린에게 짜증을 내며 데이트나 하자고 칭얼댔다.
그런데도 신아린은….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고 욕하며. 지키지 않을 약속만 하는 쓰레기 같은 나조차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내게 다가와.
내 그런 열등감마저 녹이듯.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예쁜 미소를 지어준다.
그 모습을 지켜주고 싶다.
떨리는 주먹을 앞으로 내밀어 2페이즈를 준비했다.
백작의 목 위로 마기들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결심해. 아린이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래야만 할 수 있는 방법이야."
"아린이를 위해 뭐든지 할게."
이곳으로 오기 전 백진희와 했던 대화에서.
진심으로 대답했다.
나는 달라지고 싶었다.
S급의 영웅이 될 수는 없지만. 신아린의 옆에 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조차도 신아린의 옆에 있다는 것에 내 자신이 부끄러울때가 있는데.
그럴 나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웃어주는 신아린에게.
한 번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선택한 남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런 결심을 하고. 슬금슬금 차오르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싸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장갑에 각인된 손등의 붉은 룬문자가 혼자 빛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폭발할 것처럼 점점 붉은 빛을 뿜어내던 장갑은 방안을 가득 붉은 빛으로 채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랄 시간도 없이 등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에 앞으로 쓰러졌다.
"엉? 뭐야! 마령화가 풀렸어!"
"야 시발 뭐해. 무거워! 내려와!"
등 뒤에 있으라 했더니 무서웠는지 몰래 마령화로 내 망토 안으로 들어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을 체중으로 깔아뭉개고 있는 아레아를 황급히 치워냈다.
당장에라도 백작이 공격할 수 있었으니까. 급히 몸을 일으켜 백작과 싸울 준비를 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발작하던 백작의 신체는 그대로 굳어버린 듯 멈춰버린 채 마기조차 뿜어내지 않고 있었다.
아래턱이 재생되고 있던 모습 그대로 멈춰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뭐, 뭐지?"
"이번엔 진짜 해치"
황급히 아레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뭐라 화난 얼굴로 읍읍거리는 아레아를 줴패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계약 때문인지 주먹으로 입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입을 손으로 막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너 그 말 한 번만 더하면 죽인다."
진심이 전해졌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아레아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백작을 흘낏 보며 속삭였다.
"죽은 거야?"
"몰라 가서 확인해봐."
"아잇! 이걸 왜 날 시켜!"
"아까 한 말에 대한 벌이다. 얼론가 이 자식아!"
억지로 등을 떠밀자. 조심스럽게 다가간 아레아가 백작의 가슴을 톡톡 쳤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자신감이 생겼는지 아레아가 조금 세게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아레아의 주먹에 몸이 뒤로 기울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서큐버스들의 보지에 박혔던 손과 자지도 함께 빠져나왔다.
자신의 보지에서 빠져나가는 손이 아쉬웠는지. 서큐버스들이 신음을 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연신 신음을 내는 서큐버스들을 뒤로하고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올라가 백작에게 다가갔다.
"그, 그 장갑 때문인가 봐. 마령화도 안돼."
아레아의 말에 시선을 내려 장갑을 바라봤다. 아린이꺼라고 한 백진희의 말이 떠올랐다. 역시 비싼 게 최고인 건가.
"허리띠부터 챙겨 얼른. 깨어날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하지 못했기에 일단 중요한 것부터 챙기기로 했다.
벨트형식이었기에 아레아가 몇 번 만지자. 툭 하고 백작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게 메긴기요르드."
아레아가 건네준 허리띠를 받아 떨리는 마음으로 착용하자. 몸 안에 갑자기 솟아오르는 힘이 느껴졌다.
누구라도 지금 눈이 마주치면. 맞짱 떠 이길 것 같은 자신감이 붙을 정도로 힘이 남아돌았다.
목표를 달성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백진희의 설계가 맞아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장갑 덕분에 메긴기요르드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나비 브로치를 눌러 돌아가기만 하면….
"하으응…. 더 넓혀줘어엇…."
"우와! 주먹이 두 개나 들어가!"
옆에서 들려오는 서큐버스의 간드러진 신음에 고개를 돌리니 백작의 주먹이 들어가 넒어진 서큐버스의 보지안으로 자신의 작은 주먹을 두 개나 집어넣고 있는 아레아가 보였다.
"...뭐하냐?"
"엉? 우리가 이긴 거 아냐? 주인도 허리띠 얻었으니. 나도 보상은 챙겨야지!"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앞뒤로 쑤시던 아레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와. 서큐버스 보지는 처음이야! 탄력 엄청나네!"
"미친 짓 그만 하…."
문득 자신의 옆에 침대 위에 누워 다리를 쫙 벌린 채 백작의 손이 빠져나가 벌어진 보지를 보이며 요염한 눈빛을 보내는 서큐버스가 보였다.
조금 전 아린이를 위한 그런 결심을 했는데.
역시 서큐버스인가.
이 나의 결심을 흔들리게 하다니.
마른 입술에 나도 모르게 침을 발랐다.
쓰러져 있는 백작을 슬쩍 보고 무릎을 꿇어 벌려진 서큐버스의 보지 안으로 조심스레 한 손가락을 넣어봤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축축하면서도 미끌미끌한 질벽의 감촉.
`이게 보지구나.`
백작의 손이 들어가 질 안의 내부가 보인 것도 잠시. 손가락을 놔주지 않으려는지 질 안이 꽉 조여오며 보지 구멍이 줄어들었다.
"흐으으응…. 부족해…. 더 넣어줘…."
손가락 3개를 추가로 넣어 안을 긁어내듯 움직이자. 만족한 듯 혀를 내밀며 신음을 흘리는 서큐버스의 모습에 황급히 다른 손으로 바지를 내렸다.
살짝만. 아주 살짝만 넣으면…. 세이프 아닐까? 처음은 물론 아린이와 같이 서로의 순결을 주고 싶지만. 5초, 아니 10초만 살짝 넣는 거는 카운트하지 않지 않을까?
이미 출격준비가 완료한 주니어를 황급히 팬티 안에서 꺼내 들었다.
"흐아아앗!!! 서큐버스 보지 엄청나!"
"아하아앙 미소년 빈약 자지 너무좋앙~"
주먹으로 피스팅하던 아레아는 벌써 서큐버스와 섹스 중이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레즈 둘이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보다 이 자식 주인보다 빠르다니. 황급히 주니어를 눈앞의 핑크 구멍에 맞추려는 찰나.
눈 앞의 시야가 변했다.
당장에라도 넣어달라는 듯 애액을 질질 흘리던 핑크빛 보지는 사라지고. 여자의 검은 구두가 눈에 들어 왔다.
"내가 그 더러운 물건 세우면 자른다고 했을 텐데."
서늘한 목소리에 슬쩍 망토로 몸을 가리고 고개를 들자.
백진희가 역겨운 것을 보는듯한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백, 백진희 씨발년아!"
호모 인큐버스들에게 쫓긴 것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소리치자 백진희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갔다.
"도와줬더니 욕을 하네?"
백진희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딱딱하게 섰던 자지가 황급히 거북이처럼 불알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크흠.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아레아를 찾아봤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레아는 그곳에 남겨진 걸까?
눈치를 보며 바지를 다시 입고 장갑과 망토를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생존 가방 위에 올려놨다.
"메긴기요르드. 그것만 있으면 등급시험에서 통과할 거야. 유물을 사용하는 것은 시험에 허용돼있으니까."
"이제 아린이가 기한신한테 협박 당할 일 없는 거지?"
"글쎄. 그건 네가 아린이랑 얘기해봐야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올리는 백진희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둘이 싸운 걸까? 무심한 백진희의 태도에 평소 아린이가 교실에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끌어안던 백진희가 맞나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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