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화근
* * *
아레아와 작전회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환락가 중심에 있는 앙드레 백작의 성이다. 이 말이지?"
땅바닥에 대충 그려진 성을 가리키자 아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을 따라 움직이는 청 푸른색의 트윈테일에 시선이 갔다.
"응. 힘의 허리띠를 얻으려면. 일단은 성에 잠입해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환락가의 중심까지 갈 수는 있을까?"
강을 따라다녔는데도 호모 인큐버스들은 귀신같이 나의 위치를 찾아내고 달려들었다.
"아! 그거는 확실히 방법이 있어! 잠깐만! 조금 시간이 걸려!"
아레아는 황급히 청 푸른색의 머리를 휘날리며 나무 뒤로 달려갔다.
모닥불의 장작을 충분히 넣고 생존 가방에 있던 벌레 퇴치제를 모닥불 안에 넣었다.
매캐한 연기가 주변을 가득 채울 때쯤에야 조금 붉어진 얼굴로 아레아가 나타났다.
"자 이거 받아!"
조심스럽게 나뭇잎 위로 무언가 담아왔기에 무심코 받아들었다.
"뭔데 이거."
"이게 있어야 동정 냄새를 가려서 인큐버스들에게 인간인 것을 들키지 않을 거야."
아레아의 설명에 나뭇잎 위에 고여 있는 흰 액체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
"너 이거…. 아니지? 내가 이상한 생각 하는 거지?"
"맞아. 내 정액."
해맑게 말하는 아레아를 향해 곧장 손에 든 나뭇잎을 던져버리자. 아레아가 소리를 질러댔다.
"그걸 왜 버려!!! 어렵게 짜낸 건데!"
땅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우려는 아레아의 멱살을 잡고 모닥불 위로 들어 올렸다.
"추울까 봐 몸 좀 녹이라고 해주는 거야 이 따뜻한 마음 잘알지?"
"아냐! 이건 위해야! 위해라고!!!"
아레아의 외침에 점점 팔에서 힘이 빠지기에 모닥불 옆으로 던져버렸다.
"아니 시발. 누가 도와 달랐지 네 정액 달라고 했어?"
"그럼 어떻게 해! 좋은 방법은 그거뿐인데! 진짜야! 내가 왜 계약자를 위험하게 만들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니까!"
"그럼 왜 내게 부카게를 하려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봐. 설득되게끔."
그 말에 잠시 변명거리를 생각하던 아레아는 귀여운 척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으음~"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주인을 찾아낸 것도 동정 냄새 때문이거든. 멀리서 생생한 동정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오기에 냉큼 달려온 거지. 이런 음란한 냄새를 풍기면서 환락가 중심으로 간다? 주인 돌림빵! 배안 빵빵! 정액 빵빵!"
"대가리에 빵빵 구멍 나기 싫으면 닥쳐."
고민이 되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아레아의 설명대로 인큐버스만이 느낄 수 있는 동정의 냄새가 있나 보다.
"에이 씨발."
"어허! 이 아레아님을 못 믿는 거냐!"
"닥쳐라. 비골."
"아레아님이라 불러라!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으면 칭찬을 해줘야지!"
조금 건방지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은 가슴을 내미는 녀석을 한대 때리고 싶었지만. 계약 때문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 내놔 그럼."
"뭘?"
"...네 정액."
"아까 땅에 버려서 다시 싱싱한 걸로 뽑아야 하는데?"
조금 음흉한 눈빛으로 아레아가 다가왔다.
"방금 막 뽑아서 힘들어. 근데 주인이 도와주면 쉬울지도?"
주먹을 쥐자. 장난이었다는 듯 거리를 벌리고는 나무 뒤로 슬금슬금 느리게 걸어갔다.
"싫으면 말고~ 혼자 해결하고 오지~뭐~"
잡아달라는 듯 자꾸 눈치를 주기에 돌멩이를 근처에 던지니 아레아는 후다닥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백진희의 말대로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힘의 허리띠가 필요하다.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은 앙드레 백작. 물건의 소재지는 파악되었으니. 잠입만 하면 될 터.
문제는 자신의 힘으로 앙드레 백작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백진희가 싸준 생존 가방 안을 뒤져보자. 장갑 하나가 튀어나왔다.
손등에 붉은 룬문자가 박힌 이상한 장갑. 아린이가 가지고 있는 장갑이라고 했는데.
조금 멋있었다. 용도는 모르겠지만. 아린이가 가진 거면 좀 비싸지 않을까?
슬쩍 장갑을 껴보니 손에 딱 달라붙는 것이 착용감은 나쁘지 않았다.
주먹을 내질러보고 손바닥을 펴 앞으로 내밀어도 봤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도대체 용도가 뭘까? 전자레인지에서 막 데운 만두를 꺼내는 용도인가.
"주인 왜 똥폼잡고 있어? 얼른 이거나 발라. 효과 있으려면 미리 발라야 냄새가 지워질 거야."
자신의 정액이 담긴 나뭇잎을 소중하게 들고 오는 아레아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렸다.
***
아침이 되고 김성현과 아레아는 몽마의 환락가로 걸음을 옮겼다. 숲 하나를 지나는 동안 몇몇 인큐버스들을 지나쳤지만. 아레아의 정액 때문인지 인간인 걸 들키진 않았다.
환락가의 입구에서 경비병들이 무기를 찬 채 들어오는 입장객들을 감시하다. 김성현과 아레아가 지나가자 눈을 찌푸렸다.
"어우 저 새끼는 씻지도 않나. 냄새 좆 구리네."
"놔둬. 생긴 것도 이상한데. 굳이 씻을 필요가 있을까."
"크크크. 그러니까 생긴 것도 이상하면 냄새라도 안 나야지."
귓가에 들려오는 조롱에 정액을 몸에 발랐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던 김성현은 걸음을 멈췄다.
"저…. 씨발놈들이 진짜."
"아잇! 주인. 여기까지 와서 일을 망칠 거야? 그냥 무시해!"
다시 한 번 정액을 바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화가 났지만 아레아의 말을 따랐다.
경비병들의 말이 맞는지. 주변을 지나가는 남자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거리를 벌리는 게. 확실히 좆같은 냄새가 나긴 하나보다.
중심가에 도달하자. 아레아가 그렸던 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큰 벽이 성을 둘러싸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담벼락 수준의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자. 주인. 계획대로 내가 마령화를 해서 먼저 침투해 볼 테니까. 들키지 말고 잘 숨어있어."
"알았으니까 빨리 올라가."
귀찮다는 듯 손을 내밀며 재촉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아레아는 마령화를 한 뒤. 김성현의 손 위로 올라갔다.
"아 시발 감촉 좆같네 진짜."
"던지기나 해!"
주변을 살피고 돌을 던지듯 마령화한 아레아를 성을 향해 높이 던졌다.
*
마령화를 한 채 지붕 위에 안착한 아레아. 성이라면 그렇듯 가장 높은 곳에 앙드레 백작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지붕 위에 도달해. 가장 높이 있는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입에 성공한 아레아는 조심히 앙드레 백작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복도에서부터 엄청난 신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기에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도 섹스에 집중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몸을 굴려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기자. 위의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며 삐걱 삐걱 소리를 내었다.
"으흐흐 으아 응! 백…. 백작님!"
"흐아앙! 흐아아아아앙!!"
"안대에 에에 그만!!!"
슬쩍 침대 끝으로 가 침대 위의 상황을 확인한 아레아는 눈이 커졌다.
3명의 서큐버스와 3:1 섹스를 하는 앙드레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게 더 좋으냐!"
"왼, 왼손이 좋아요오오옷…."
"아, 아냐! 오른손이 좋아 앗…."
심지어 자지를 박고 있는 가운데의 서큐버스를 빼고 양쪽의 서큐버스는 보지에 주먹을 집어넣어 피스팅을 하는 중이었다.
서큐버스의 보지에서 나온 애액이 침대 아래까지 흥건히 적실 정도였다.
나체의 몸으로 허리띠만 두른 채 열심히 여자들을 박고 있는 앙드레 백작의 모습에 조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큐버스들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밖에서 자신의 정액을 바른 채.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주인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방에서 빠져나왔다.
계단을 타고 앙드레 백작으로 가는 길을 알아낸 뒤. 경비병의 시선을 피해 밖으로 나와 주인이 숨어 있는 곳으로 열심히 몸을 굴렸다.
"야 인마 왤캐 늦어. 너 딴 거 했지."
"아잇! 진짜. 열심히 조사하고 왔는데!"
조금 삐진듯한 아레아의 모습에 김성현은 뒷머리를 긁었다.
다시 트윈테일 고스로리 소년으로 돌아온 아레아가 고개를 돌려 삐진 티를 냈다.
"뭐, 미안하다. 고생했어. 아무튼, 허리띠 찾았어?"
"아. 앙드레 백작 지금 섹스 중이던데? 서큐버스랑 3:1로 허리띠만 차고 열심히 섹스 중이야."
아레아의 말에 조금 부러웠다. 그도 그럴게. 자신은 아직 `동정`이니까. 한 명도 아니고 서큐버스 3명과 동시에 플레이?
더욱더 허리띠가 탐이 났다. 그것만 있다면 자신도 아린이와 백진희 두 명을….
`내 앞에서 다시 한 번이라도 그 더러운 물건 세웠다가는 잘라버릴지 몰라`
백진희가 건넸던 서늘한 경고가 떠올라 잠깐 몸을 움찔하자. 이상한 눈으로 보는 아레아의 시선을 피했다.
백진희는 진짜 그럴 것 같아서 조금 불안했으니까.
아레아면 있다면 백진희도 나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지 않을까?
괜스레 아레아가 유용해보였다.
"아무튼. 앙드레 백작한테 갈 수는 있어?"
"응. 경비 몇 명만 피하면 될 것 같아. 생각보다 경비 인원이 적던데?"
보통은 이런 패턴이면 보스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설정이던데. 조금 불안했지만 아레아의 뒤를 따라 담벼락을 넘어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너. 전투 능력은 좀 있냐?"
문득 드는 생각에 속삭이니 트윈테일의 머리가 얼굴을 스쳐 불쾌했다.
"당연히 없지. 있었으면 주인한테 그렇게 맞았겠어?"
이 자식도 은근히 말을 꼴받게 잘한단 말이야.
"그래. 안내나 잘해라."
생존 가방에서 룬문자가 적힌 장갑을 꺼내 들었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돈값을 해주길 빌며.
"여기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경비가 있어서 처리해야 해."
아레아의 속삭임대로 운동 좀 한 것 같은 느끼한 경비 하나가 계단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오케이 플랜 C로 간다."
환락가로 오면서 아레아와 작전을 성에 들어가서 미리 손발을 맞춰놨다. 마령화를 사용해 먼지 덩어리로 변한 아레아가 몸을 굴려 경비병의 시선을 피해 뒤로 돌아갔다.
내 신호를 받은 아레아가 청 푸른 트윈테일의 소년으로 다시 변해 경비병의 등을 툭툭 쳤다.
"저기요."
"응? 으어억!"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 트윈테일에 놀랐는지. 무심코 뒤돌던 경비병이 놀라 하던 순간. 김성현이 경비병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목을 졸랐다.
"크으으윽…."
"씨발! 힘 개세! 뭐 좀 해봐!"
갑작스러운 공격에 목을 팔에 감겼지만. 힘으로 목에 감긴 팔을 풀려 하기에 다급하게 아레아에게 외치자.
빠깍
아레아는 경비병의 불알을 걷어찼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일단 나는 모르겠다.
"휴. 제대로 들어갔다."
"어, 어…. 굳 쟙."
이럴 필요까지는 있었나 싶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그냥 아레아를 칭찬해줬다.
혼절해 거품을 물고 있는 경비병을 계단 밑에 숨겨두고 앙드레 백작이 있다는 곳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음탕한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면 깜짝 놀랄걸? 그 큰 게 들어가더라고."
아레아의 말에 조금 상상이 갔다. 크다라. 이 정도의 성을 가진 마족이라면 야겜에서나 보던 팔뚝만 한 크기일까?
조금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거는 종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며 애써 자위했다.
아레아의 안내를 받아 문앞까지 문제없이 도착했다.
아마도 거친 신음이 복도를 크게 울려댔기에 이 앞에까지 경비병을 두거나 하진 않았나 보다.
아니면 자기 자신의 힘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던가.
"사정하는 타이밍에 들어가서 대가리를 내려친다. 그게 계획이야. 오케이?"
"나만 믿어 주인. 신호 줄 테니까."
마령화를 하고 문을 살짝 열고 아레아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살짝 열렸을 뿐인데. 방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육체의 냄새에 어지러웠다.
거기에 음란한 서큐버스들의 신음이 딱딱하게 자지를 발기시켰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기에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갈, 갈 것 같아요…!"
"다 같이…. 다 같이가자아아…."
"가 앗……!"
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서큐버스들의 신음에 장갑의 룬문자를 만지작거리며 신호를 기다렸다.
아. 어떤 신호를 보낼지에 대한 얘기를 안 했구나.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봐도 아레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신호를 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의 소리가 커질수록 초조해져 갔다.
"정, 정신 나갈 것 같아…!!!"
"넓혀져, 넓혀져, 넓혀져."
"흐아아아아아앙…."
"으라챠! 싼다 앗!!!"
"주인!!!"
아레아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 문을 박차고 안을 확인하자.
나체로 허리띠만 두른 한 느끼하게 생긴 장발의 남자가 뒤치기 자세로 3명의 서큐버스를 따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씨발놈아!!!"
여태까지 망상으로만 꿈꿔왔던 것을 하고 있는 앙드레 백작에게 분노를 담아. 주먹에 마나를 모은 뒤 침대 위로 뛰쳐나갔다.
"뭐, 뭐야!"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에 당황했는지. 허둥지둥 서큐버스의 보지에서 손을 빼려던 앙드레 백작이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보지 쪼이지 마 미친년들아!"
"흐아아아앙, 좋아 더 쑤셔줘 어어."
"꽈악 꽈악 안을 꽉 채웠어 어어."
이성을 잃은 서큐버스들의 보지가 손을 잡고 놔주지를 않아 무방비해진 앙드레 백작의 얼굴로 김성현의 주먹이 정타로 들어갔다.
"죽어 이 씨발놈아!!!"
김성현의 외침과 함께 마나가 실린 주먹을 맞은 앙드레 백작은 보지에 양 주먹과 자지를 박은 채 머리가 터져나갔다.
뇌수와 핏덩어리들이 방안을 더럽혔음에도 이성을 잃은 서큐버스들은 중얼거리며 아직도 자신의 보지에 박혀 있는 앙드레 백작의 주먹을 놓지 않으려는지 보지에 힘을 주고 있었다.
"후 씨발."
완벽한 계획이었다. 남자는 사정할 때가 가장 약해지는 법. 심지어 이 새끼 보지 피스팅까지하는 미친놈일 줄이야.
서큐버스가 본능적으로 빠져나가려는 주먹을 보지로 조이지 않았다면 앙드레 백작은 반격했겠지만.
운이 좋았다.
트윈테일 고스로리 복장으로 돌아온 아레아 그 말을 내뱉기 전까지.
"해, 해치웠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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