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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33화 (33/160)

〈 33화 〉 지렁이

* * *

당장에라도 바지를 벗고 딱딱해진 자지를 애액으로 범벅된 신아린의 보지에 집어넣어 처녀를 취할 수 있지만.

거울 속에서 성욕을 숨기지 못하는 신아린이 자신에게 굴복당해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가학심이 충동을 억제했다.

"나와 섹스하길 원하나?"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애태우듯 거울 속의 신아린을 바라보며 묻자. 묻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신아린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충족감을 느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김성현이 들었으면 충격받았겠군."

그 말에 신아린의 음란한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김성현이라는 단어에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다리를 후들거리며 비틀대는 신아린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김성현을 배신하고 나와 섹스가 하고 싶은 건가?"

"아, 아니에…히…히으으읏…. 네에…배신할…게요…."

뒤에서 가슴을 움켜쥐었을 뿐인데. 곧장 쾌락에 넘어가 말을 바꿔버리는 신아린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거울이 아닌 직접 그 음란한 눈을 보고 싶었기에. 신아린의 앞으로 돌아와 바라보니.

몸을 기울여 나에게 달라붙어 뜨거운 숨을 연신 내쉬며 짐승처럼 헐떡거렸다.

신아린의 턱을 들자 키스라도 하려는지. 카펫에 침을 뚝뚝 흘리며 붉은 혀를 길게 내미는 모습이 워낙 간절해 보여.

얼굴을 조금 가까이하니. 신아린의 눈에 점점 열망이 깃드는 게 보였다.

"왜 혀를 내밀지?"

모르겠다는 듯 애태우자. 신아린이 어떻게서든 몸을 가까이하고 싶은지 억지로 상체를 내밀며 다가오려 했다. 손목에 찬 수갑에서 나는 쇠사슬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방안을 채웠다.

"키…키스해…주세…요…."

열이라도 나는 것처럼 피부가 전부 붉어진 채 키스해주길 애원하는 신아린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살짝 혀를 내밀고 다가가 주자.

기다렸다는 듯 내민 혀를 짐승처럼 휘감으며 신음을 내는 모습이 우스워. 손으로 유두를 비틀어줬다.

유두를 비틀어 위아래를 바꿔주자. 휘감았던 혀를 떼고 격한 반응을 보이던 신아린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리며 애원했다.

"더…더…해주세요."

"무얼 말이지?"

모른척 무심하게 묻자. 신아린의 눈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갈등의 빛이 사라지는게 보였다.

"전…전부다…."

손목에 찬 수갑이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쓸려 손목의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나는데도.

아무런 통증을 못 느끼는지. 또다시 상체를 기울여 나에게 음란한 목소리로 애원하기에.

반대편 유두도 비틀어 위아래를 바꿔주니 신아린은 또 절정했는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고개를 숙이며 카펫을 적셨다.

신아린의 손목에 걸린 수갑을 벗겨주자. 힘없이 내 품 안으로 쓰러진 신아린은 그 와중에도 키스가 하고 싶은지 고개를 들고는.

타액이 가득한 붉은 혀를 내밀며 음란한 얼굴을 가까이했다.

"발정 난 것 같구나."

차성의 후계자가 내 앞에서 이리 발정 난 암컷처럼 군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정복감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네…발정 났어요…."

순수히 자신이 발정 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신아린에게 칭찬하는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 좋은지 눈을 감고 온몸을 끌어안듯 밀착시켰다.

신아린의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가 옷 위로도 느껴졌다.

바지를 벗기려는지 함부로 손을 올리기에 그대로 엉덩이를 세게 내려치자. 신아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손을 써도 된다고 명했나?"

"아…. 아니요…."

"그런데 왜 손을 쓰지?"

"멍, 멍청해서요."

자신이 멍청하다고 말 할 줄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멍청하지."

고개를 내려 신아린의 얼굴을 감싸며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에 부드럽게 입술을 가져다 대자.

기다렸다는 듯 몽롱한 눈빛으로 혀를 휘감는 신아린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다. 혀를 떼자. 신아린은 갈망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비웃음을 지으며 내게 한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달라붙어 있는 신아린을 떼어놨다.

떨어지기 싫은지 꼭 달라붙어 있기에 엉덩이를 한대 내려치고 나서야. 신아린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원망하듯 내 몸에서 떨어졌다.

"원하는 게 있으면 부탁해 보거라."

내 말에 무어라 입을 열려던 신아린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교 용품이 가득한 책상 위로 올라가 내게 다리를 벌렸다.

"제…. 처녀를 가져주세요…."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보지를 직접 손으로 벌려 쉼 없이 꿈틀거리는 구멍을 내보이는 신아린의 음탕한 모습에 더는 욕구를 참을 수 없어 바지를 내리려는 데.

"좋아. 거기까지­."

이곳에서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들렸다. 개인 연구실은 허락받지 않은 사람이면 들어오는 것도 안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한 마법적 공간.

그렇기에 일부러 밖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신아린의 나체를 보여 수치심을 줘도.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사람이 이 방에 들어왔다는 건.

불가능할 터인데.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니. 벽 한편이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벽이 무너지면서 파편이 튀어 나오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말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무너진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어둠만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가운데. 백발의 미녀가 서늘한 백안의 시선으로. 나를 우습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진…. 진희야."

신아린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린아. 내가 깨울 때까지 잠들어 있어."

아직도 흥분한채 자신의 보지를 벌리고 있던 신아린은 갑자기 나타난 백진희에게 고개를 돌리다. 백진희의 말에 그대로 책상 위에서 기절하듯 쓰러졌다.

백진희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의문이 들었다.

내 의심이 틀리지 않는다면 저건 언령(??). 한때 내가 찾아다니던 마법이었다.

하지만 이미 옛적에 그 흔적조차 사라진 고대의 마법일 텐데.

"넌 검사가 아니었나."

"맞아. 근데 내가 가진 시간이 좀 많았거든."

웃으며 말하는 백진희의 앞으로 벽이 나타나 백진희를 가두었다.

대화를 나누는 척 마나를 흘려 연구실에 내장된 공간 마법을 활성화하여. 방의 구조를 바꿔 백진희를 벽 안으로 가두었다.

적을 앞에 두고 방심하긴. 언령을 배웠어도 아직 아카데미 1학년생인가.

그 뒤. 손에 모인 마나를 응축해 야구공을 던지듯 백진희가 갇혀 있는 벽을 향해 내던졌다.

어떤 방법으로 이곳에 들어왔는지는 모르나. 이곳에 들어온 이상 밖에서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를 터.

백진희를 죽여야 했다.

마치 야구공처럼 구가 되어 날아간 마법은 이내 백진희가 갇혀 있는 벽자체를 자신의 작은 몸 안으로 빨아들였다.

제 크기보다 커다란 [공간] 자체를 받아들인 구를 향해 손을 뻗어 쥐었다.

내 손길을 따라 터져나간 구는 자신이 삼켰던 것들을 모조리 파괴하며 내뱉어냈다.

바닥을 뒹구는 작은 파편들 속에 백진희로 추정되는 것이 있을까 고개를 내리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마법의 발현되는 구조식에 황급히 몸을 앞으로 날렸다.

눈치챈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는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얼음이 터져나갔다.

급히 몸을 일으켜 반격하려는 순간. 이미 나는 서늘한 손에 목덜미를 붙잡혀. 움직임을 제약당하고 있었다.

내가 피할 것까지 계산한 건가?

굴욕감이 들었다.

"매일 걷던 길에 지렁이가 한 마리가 나타나. 길 한복판에서 꿈틀거리고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 줄 알아?"

그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고개를 들자.

나를 비웃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서늘한 백안을 볼 수 있었다.

"미안. 지렁아. 분위기 좋았을텐데. 아직 김성현이 준비가 안 되었거든."

"너…. 정체가 도대체 뭐냐."

이 정도의 움직임. 현역 A급 영웅들에게도 볼 수 없는 속도였다. 거기에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영창 특유의 마법 구조도 조금 전 자신을 노린 마법에서는 느껴지지 않았으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쉿. 그래도 아린이 처녀는 성현이가 갖게 해줘야지."

무어라 입을 열고 싶은데. 언령 때문인지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카데미 1학년생이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마인인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인이 아니고서는 이 정도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내 관자놀이에 백진희의 길고 흰 손가락이 파고 들어왔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사실 그대로.

"어차피 죽을 거니까. 조금 심하게 대하는 게 서로 편하지?"

나를 내려보는 우유같이 맑게 빛나는 백안의 뒤로. 포식자의 눈빛이 깃들어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녀석은 `거미`다.

자신이 짜놓은 판에서 먹이가 걸릴때까지 그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자신의 설계해놓은 줄에 걸린 멍청한 먹잇감을.

어떤 식으로 조리해야 할지 즐거워하는 포식자의 눈빛에서 알 수 있다.

관자놀이를 파고든 손에서 무언가 서늘한 것들이 흘러나오며 뇌를 헤집기 시작한다.

그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지할 수가 없으니.

몽롱해져 멀어져가는 정신 속으로 백진희의 속삭임이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너의 죽음은 상당히 예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

"아린아."

깊은 잠에서 깨듯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물에 젖은 솜이라도 된 것 마냥 축 늘어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익숙한 곳이었다. 기한실의 개인 연구소의 평소의 모습. 아까와는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아린아."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진희가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 진희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려가 진희를 끌어안았다. 정신을 잃기 전에 진희를 본 것 같았는데. 착각이 아니었구나.

진희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

"아린아 몸은 어때?"

진희의 걱정하는 말에 고개를 내려 몸을 확인하니 나체인 것이 보여 부끄러움에 손으로 몸을 가렸다.

"몸, 몸은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바닥에 놓인 속옷과 옷들을 챙겨 입자. 나를 바라보던 진희가 기한신이 자주 앉던 책상의 의자에 앉아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아린이는 성현이 사랑하는 거 아니야?"

"응? 당연히 사랑하지."

"그런데 왜. 처녀를 기한신에게 줄려 했어? 어제는 분명 성현이한테 첫 경험을 준다고 했잖아?"

그 말에 채찍이라도 맞은 것처럼 심장이 떨려왔다. 잊고 있었던 사실에 몸이 반사적으로 떨려왔다.

"기, 기한신은?"

"오늘은 체벌 끝났어 괜찮아."

진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이다…."

"내 말에 대답 안 했어. 왜 기한신에게 처녀를 주려 했던 거야? 네가 사랑하는 건 성현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서늘한 목소리로 추궁하는 진희의 모습에.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몰라. 그냥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어…."

"성현이와 나한테 한 약속을 어긴거야? 우리보다 너를 중요하게 생각했구나?"

"거, 거짓말한 거 아니야!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끝까지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얼굴을 가까이해. 시선을 마주하는 진희의 배려섞인 모습에.

황급히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내 감정을 내뱉었다.

"성현이한테 기한신에 대해 거짓말해야 하니까. 그게 죄책감이 들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심장이 막 떨려서…. 기한신을 성현이처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막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성현이한테 미안하면 미안할수록 더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성현이를 배신하는 걸로…. 행복함을 느끼고 있나 봐."

내 말을 듣고는 진희는 배를 부여잡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웃던 진희가 웃으면서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아직도 죄책감을 사랑으로 바꾸고 있었구나? 먼저한 말을 우선시 하는건가?"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진희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성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가?

진희는 미소 지으며 내 뒷목에 서늘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린아. 잘 들어. 다시 처음부터 하자. 너는 성현이만 사랑해. 네가 느끼는 감정들은 모두 다 성현이를 위한 거야."

"으, 응 맞아."

진희의 서늘한 손길이 기분이 좋아 머리가 몽롱해졌다.

"너는 김성현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 김성현만이 너를 지옥 같은 너의 삶에서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렇지?"

"응…. 항상 고마워 성현이한테."

"잘 들어. 김성현도 오직 너만 사랑해. 너희는 완벽한 커플이야. 누군가에게 성현이를 빼앗긴다면 너는 심장이 멈춰 죽을지도 몰라 맞지?"

진희의 말에 누군가와 키스하는 성현이를 떠올리자. 슬퍼져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진희 말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사이에 정말 일어날까?

"응. 차라리 성현이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

내 대답에 흡족한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희가 속삭였다.

"너는 이제 기한신의 체벌에 고통과 두려움만 느낄 거야. 그것들을 참고 마음에 담아놓으면 성현이가 구해줄 때 그 감정들이 행복과 사랑으로 바뀌는 걸 느끼게 될 거야."

"응. 그럴 것 같아…."

얼른 성현이가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항상 믿고 있어 성현아.

"다른 사람이 성현이를 노리면 어떻게 할 거야?"

"막을 거야."

"막아도 안 되면?"

"죽, 죽일 거야."

내 솔직한 대답에 진희는 만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아린아. 그게 서로를 위한 사랑인 거야. 너희 둘 사이는 그 누구도 방해 못 해. 나를 제외하고는. 알지? 평생 친구가 항상 먼저라는 거."

"응. 알지! 진희 너는 언제든 내 마음속 1순위야."

"착한 아린이에게 선물 하나 줘야겠네?"

"선물?"

진희가 나에게 선물을 준다니. 조금 기대가 되었다. 날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기대하는 나를 보고 미소 지은 진희는 내 가슴에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어라 얘기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을 무언가 뚫고 나오는듯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쓰러지기 전 진희를 붙잡으려다. 진희가 내 손을 피해 한걸음 뒤로 물러서 그대로 중심을 잃고 카펫 위를 발작하듯 뒹굴었다.

"아아아악!!"

한참 동안 내 안을 갉아먹는 듯한 통증에 글뤼시가 깨어나 내 심장을 갉아먹는 건가 두려움이 들었지만.

내 가슴을 뚫고 단추 사이로 빠져나와 내 피에 범벅이 된 벌레가 진희의 신발 밑에 깔린 게 보였다.

"아린아. 글뤼시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게 말하며 진희는 자신 발밑에 있던 벌레를 밟아 죽이고는. 내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 나에게 던졌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불타는듯한 통증에 급히 받은 포션을 단추를 벗고 구멍 난 몸에 들이부으자. 통증이 점점 완화되기 시작했다.

"고, 고마워 진희야."

"고맙긴."

피와 포션으로 옷이 온통 젖었기에 상당히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아. 글뤼시가 없으면 이제 기한신에게 체벌 안 받아도…."

체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조금 기뻐져 말하자.

짜악­

볼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에 몸이 굳은 채. 내 뺨을 때린 진희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진, 진희야?"

서늘했던 표정의 진희는 처음보는 엄청 화난 얼굴로 나에게 화가나 소리쳤다.

"아린아! 내가 말했잖아. 성현이가 너를 구할 거라고. 내 말이 맞지?"

"으, 응. 맞아. 미안해 내가 멍청한 소리를 했어."

"그래, 내 계획에 변수는 너 하나로 충분해. "

진희가 서늘한 손으로 얼얼한 뺨을 쓰다듬어주며 달래주듯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움직여. 멋대로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응. 알았어."

걱정하는 진희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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