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차성
* * *
김성현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정말 저 예쁜 입에서 나온 음란한 말일까?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게 더 현실적인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살짝 눈을 찡그리고는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 흑요석 같은 눈을 가진 소악마의 행동에.
몸이 굳은 채 침만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성현이 몸…. 궁금하단말이야."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귀에 바람을 넣듯. 속삭이는 아린이의 행동에 자지 끝으로 쿠퍼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툰 손으로 지퍼를 내리고는 팬티 밖으로 자지를 꺼낸 아린이는 방금까지 도발하려는듯 오만하게 굴었던 표정에서. 당황함이 조금 섞인 채 따뜻한 손으로 자지를 감싸 쥐었다.
"따뜻해…."
"아린이 손도 따뜻해."
그렇게 말해주자.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자지를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행동이 소름 돋을 정도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포경 안 했네?"
"안 해도 돼."
신기하다는 듯 아린이는 시선을 돌려. 귀두 부분을 집중적으로 쓰다듬으며 색기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러면 기분 좋아?"
"너, 너무 좋아."
다가가면 발톱을 휘두르며 경계하던 검은 고양이 같던 신아린이.
갑자기 대딸을. 그것도 코인 노래방에서 쳐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평소 자신의 스타일이 아닌. 강약 조절이 안 된 서툰 손길로 위아래로 흔들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세게 잡아줄래?"
자신의 요청에 알겠다는 듯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린의 모습에 쌀 것 같아 급히 애국가를 속으로 불렀다.
마침 켜놨던 노래가 끝이나. 방안은 쿠퍼액이 묻은 손으로 열심히 위아래로 흔드는 끈적끈적한 소리만 들려왔다.
너무 조용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대충 인기순위를 틀어 아무 노래나 틀어 놓고. 자지를 만지작대는 아린이를 바라봤다.
목덜미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 아름다운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린이의 모습에.
더는 참지 못하고 키스를 하다. 그대로 싸버렸다.
"으…. 읏…."
허리가 움찔움찔했다. 여태까지 했던 자신이 했던 사정 중에서 사정감 BEST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코인 노래방이라는 조금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이렇게 예상치 못한 대딸을 받는 건.
너무나도 자극이 컸다.
"좋았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직접 확인받고 싶었는지. 정액이 묻은 손으로 아직도 자신의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입꼬리를 올리는 소악마 같은 아린이에게.
아무 말 없이 키스를 해주자. 색기 있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지에서 손을 뗐다.
아린이는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손에 묻은 정액을 닦고는 자지에 묻은 정액도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고, 고마워 아린아."
물티슈로 자지를 닦아줬기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자지를 깨끗하게 만들어준 아린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씨익 웃더니 갑자기 자신의 무릎 밑으로 내려가기에.
뭐 하는 거지 싶어 고개를 내렸는데.
아린이는 발기가 풀려 깨끗해진 자지를 입 안에 넣고 혀를 굴려 귀두를 한 번 감싸고는 아이스크림을 빨듯 자지를 부드럽게 빨고는.
입에서 자지를 빼내며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시선을 가리는 자지를 피해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고는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청소 끝."
그 순수해 보이면서도 색기 있는 모습에 다시 발기했지만. 아린이는 오늘은 여기서 끝이라고 선을 그으며 막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대딸과 한 번뿐이지만 청소 펠라까지 해준 아린이였기에 여기서 더 요구하기도 뭐했고.
`오늘은` 여기서 끝이라는 말이 묘하게 색기 있어 다음을 기대하게 하였다.
뒷정리하고 마지막 곡을 부르는 아린이를 보면서. 김성현은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뭔가 오늘 하루가 자신에게 있어서 되게 이상하게 굴러간 것 같다.
백진희가 보낸 사진 때문에 거짓말인 줄 알고 둘이 보빔섹스를 하는 거 아닌가 진지하게 의심하며. 어디있냐고 추궁했는데 카페로 오라는 말에 빡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카페로 갔더니
보빔 섹스가 아니라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백진희와 아린이는 헤어졌을 때 그 모습 그대로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가는데 자신을 발견한 백진희가 갑자기 이상한 걸 묻더니.
아린이가 "얼른 졸업해서 성현이랑 하고 싶어"라는 고백을 엿듣게 되었다.
눈치 있게 빠져준 백진희 덕분에
그때부터 뭔가 술술 잘 풀리더니 갑작스러운 대딸까지 받다니.
백진희….
의외로 괜찮은 놈이 아니라. 상당히 괜찮은 놈일지도?
그…. 부모가 없어서 예의가 없는 거일 수도? 아 패드립인가?
백진희를 다시 호감 가는 사람으로 인식을 바꾸고 아름다운 여자친구의 노래를 감상했다.
'아무튼 고맙다….'
***
기한신이 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차성으로 갈 준비를 했다.
차성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가면. 아버지를 볼 수 있을까? 조금 긴장됐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하며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누구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신아린씨. 알펜시아입니다]
"아, 드디어 연락해주셨네요."
소니아에게서 성현이를 보호하기 위해 의뢰를 넣은 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연락이 오다니 좀 실망스러운 일 처리였다.
다행히 그동안 대화를 안 하려 드는 성현이에게 소니아가 억지로 접근하지는 않았기에 망정이지.
[크흠. 의뢰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그럼 이제 의뢰 시작인가요?"
[네. 오늘부터 남자친구분 안전은 저희가 보장하겠습니다]
알펜시아의 말에 마음이 놓였다. 만나지 못할 때는 메시지나 전화를 주고받긴 하는데. 소니아가 무슨 짓을 한다면 당장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불안했으니까.
"감사해요. 소니아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확실해지면 움직일 겁니다]
통화라서 그런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 같은 알펜시아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입술이 조금 튀어나왔다.
"알았어요. 어쩔 수 없지."
[다른 의뢰는 이미 완수해서 책상에 올려놨습니다]
"응? 책상?"
몸을 일으켜 방안의 책상을 보자. 그곳에는 내 방에는 없던 종이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저희가 열심히 조사한 결과입니다]
알펜시아의말에 종이봉투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에 대한 정보구나.
"고마워요."
통화를 끊고 종이봉투를 들다. 손을 멈췄다.
내 방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보안이 철저하고 인증받지 않은 사람이 건물에 강제로 출입할 시 A급 상비영웅들이 출동할 정도인 곳인데.
아무렇지 않게 보안을 뚫고 내 방에 종이봉투를 놔뒀다니.
역시 칠격은 칠격인가?
종이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봤다.
조금 어렸을 적의 내 사진과 함께 나를 조사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나는 칠격에서 조사한 나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피곤해져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정말로 자세하게 조사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보고서였다.
내가 싫어하는 것에.민트초코라고 보고서에서 유일하게 굵은글씨와 밑줄이 처져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찍먹인지 부먹인지까지 적혀 있었다. 나 찍먹이었구나?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신아린의 아버지. 신재호 회장.
몇십 년 전 `용사파티`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
내가 봤던 영■■에서는 언급조차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요즘 자꾸 머리가 몽롱해지고 무기력한 게 우울증인가 걱정이 들었다.
진희와 성현이가 있는데 우울할 일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어찌 되었든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는 건 유일하게 진희밖에 없었기에.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보고서를 읽는 건 꽤 재밌었다.
친어머니는 나를 낳자마자 돌아가셨기에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그쪽으로는 조사하지 않았는지 나에 대한 것만 있기에 조금 아쉬웠다.
어떤 사람이었을까? 신아린의 엄마.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현재 나는 6번째의 새엄마가 있는 상태.
교류는 전혀 없었고 따로 연락처를 알지도 않았기에 조금 표독스럽게 생긴 6번째 새엄마의 사진을 보고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 아버지는 정력가인 걸까? 그렇다고 배다른 이복형제가 있는 건 아니었기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애를 낳지 못해서 계속 재혼하시는 건가?
찬찬히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신아린의 살아온 삶을 떠올려봤다.
초월 초등학교 교류 있는 친구 없음 / 초월 영웅 중학교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 없음
어째서 친구를 사귀지 않은 것일까? 누군가와 사귀는 것을 두려워한 걸까. 아니면 사람들을 깔보고 자신과 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걸까?
다음 장을 넘기자. 나의 스펙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주 무기 검.
현재 영웅 등급 D 추정 영웅 등급 C
능력: 검이 검게 변함 / 이 능력으로 초월 아카데미의 시험에 입학했으나. 그 뒤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서 자세한 정보는 없음.
학업성적: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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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이 검을 검게 변화시키는 거라고? 겨우 그 정도로 초월 아카데미에 들어올 정도의 능력인가 싶었다.
아마도 시험관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봤거나 그냥 `오 검을 검게 변화시키다니`라며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내서 합격시킨 것일 수도 있다.
차성의 후계자니까.
막 팔에서 불이 나가거나 마법적인 재능이 있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보고서를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나는 기한신이 내준 숙제를 떠올리고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한신과 만나기로 한 건 저녁 7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황급히 차기사를 불러 차성으로 가자고 했다.
미리 김비서에게 차성의 본사로 갈 거라고 말해놨기에 갑자기 간다 해도 내쫓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차기사의 차가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높은 고층빌딩의 앞이었다. 밑에서 고개를 젖혀 한참을 올려다보니 ?成. 차성이라는 한자가 적혀있었다.
차기사가 미리 연락이라도 한 것인지. 김비서가 허둥지둥하며 문을 열어줬다.
"오랜만이야 김비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아가씨."
몇 주 만에 보는 김비서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항상 저 머리로 잘라달라고 하는 걸까?
"아버지 볼 수 있을까?"
"회장님이요? 잠시만요. 확인해봐야 해서."
겨드랑이에 껴놨던 태블릿을 들어 무언가 만져대는 김비서를 뒤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이곳저곳 신기해하며 구경하고 있자.
김비서가 다가와 말을 했다.
"10분 뒤에. 지금 회장님이 미팅 중이라 끝나고 5분 정도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5분이라…."
"먼저 가서 기다리시죠."
김비서의 안내를 따라 회장실로 향했다. 온갖 보안 문과 상비영웅들을 지나쳐 혼자 쓰는데 이 정도로 큰 방을 써야 하나 싶을 크기의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비서가 안내한 자리에 앉자. 마실 것과 과자를 내왔기에 몇 개 주워 먹었다.
아버지는 많이 바쁘신 모양이다. 자기 자리에도 없고. 주말에도 일이 많은 걸까.
통화도 하지 않는 서먹서먹한 사이라 만나기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 혹시 기씨 성가진사람 예전에 차성에 다녔어?"
기한신이 말한 자신의 아버지 이름에 대해 제대로 듣지 않았지만. `기`씨라는 조금 특이한 성을 가진 사람은 적을 테니까. 찾기 쉽지 않을까?
"음. 모르겠는데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좋아."
이래서 비서를 두는 걸까? 명령하면 듣는 것이 참으로 편했다.
"기씨성을 가진 사람 중에 지금 다니는 사람 2명을 제외하고는 기록이 없는데요?"
"그럼 지금 다니는 사람 봐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했지만. 둘 다 여자였다.
너무 과거 일이라 기록에 안 남아 있는 걸까?
"그 사람은 이곳에 다녔다고 하는데."
"데이터베이스화 안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직접 한번 찾으러 가볼까요?"
"그래 주겠어?"
"그럼요. 기씨 성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갈수록 마음에 든다. 나도 나중에 이런 비서 한 명 고용해야겠다.
"좋아. 알아봐 주고 연락해줘."
"넵. 회장님이랑 얘기 끝나시면 연락해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응. 고마워."
허리를 숙이고 나가는 김비서의 뒷모습을 보며. 탐나는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현이도 반만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뭐 성현이는 귀여운 매력이 있으니까.
할 것도 없었기에 회장실을 구경하며 둘러보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에 눈길이 갔다.
쭈글쭈글한 얼굴의 아기를 들고 있는 조금 괴상한 표정을 짓는 남자와 나와 똑 닮은 검은 눈을 가진 여자가 아기를 자랑이라도 하듯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사진.
액자 속의 텅 비어 보이는 여자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아마도 이 여자가.
내 엄마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