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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27화 (27/160)

〈 27화 〉 소년은 망상을 한다

* * *

김성현은 빙수 카페에 앉아 미리 딸기 빙수를 주문한 뒤. 곧 도착할 여자 친구와 여자 친구의 미소녀 친구를 기다렸다.

아린이에게 보빨을 하고 난 뒤부터. 상당히 사이가 가까워 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보이지 않던 벽 같은 게 허물어진 것처럼. 자신을 보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전 통화에서 먼저 보고 싶다는 말까지 해줄 줄 몰랐다.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나.`

어느 정도 테크닉에 자신은 있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 12살 무렵부터 1일 3딸로 매일 같이 단련한 게 빛을 발했다고 봐야 할까.

그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처럼.

1만 시간을 넘게 야겜과 야동을 본. 자신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신아린의 `암컷`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깨어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음흉한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카페 안으로 두 명의 미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말이라 사람이 가득 찬 카페 안의 남자들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 둘에게 향하는 걸 느꼈다.

여자친구가 앞에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바라보게 될 정도의 미모였으니까. 심지어 몇몇 여자들도 고개가 돌아갈 정도였으니.

"성현아~"

자신을 발견하고 해맑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아린이의 모습에 주변 남자들의 질투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 아린이의 어깨를 감싸며 뛰어난 `암컷`을 소유한 `수컷`으로써의 우월감을 만끽했다.

`부럽지 새끼들아?`

"오래 기다렸어?"

"아냐. 방금 주문했어. 앉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는 아린이에게 넓은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주며 옆자리의 의자를 꺼내 앉혀줬다. 백진희는 뭐 자기가 알아서 잘 앉았고.

"뭐 주문했어?"

"아린이가 좋아하는 딸기 빙수지~"

능글맞은 미소로 대답해주자 아린이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보기 짜증 나긴 하네."

"엉? 뭐라했냐."

"아냐. 아무것도."

뭔가 서늘하게 보이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틱틱 거리는 백진희의 모습이 조금 짜증이나 못 본 척 무시했다.

평소 아린이와 둘이 있을 때는 잘만 웃으면서. 자신과 있을 때는 저렇게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보이는 게. 솔직히 자신이 잘못한 게 많다해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오늘따라 백진희가 웃지도 않고 뭔가 자꾸 짜증 나게 구는 것이. 혹시 그 날인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아린이는 언제가 생리지? 남자친구로서 알아놔야 나중에 배란일을 노릴 텐데.

이따가 몰래 물어봐야겠다.

"빙수 먹고 영화 한 편 따악 보고. 밥 먹는 거 어때?"

"응! 난 좋아."

미리 휴대폰으로 검색해 데이트코스를 짜놨고 주말이라 미리 영화도 가운데 자리로 3장 예매하는 센스까지 발휘한 김성현이. 자신감 있게 데이트코스를 말하자.

뭐든 좋다는 듯이 웃는 아린이의 모습에 김성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히아신스를 주고 나서부터. 자신 앞에서 웃음이 많아지고 감정에 전보다 더 솔직하게 구는 신아린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역시 여자한테 꽃을 꼭 주라던 이유가 있구나.

인터넷에 계신 얼굴 모를 선생님들에게 고마웠다.

연인 관계에서는 상당히 좋은 발전이기에.

김성현은 신아린의 귀여운 볼을 꼬집고 싶다는 충동을 참으며 데이트코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돌연 백진희가 끼어들었다.

"아니. 빙수 먹고 옷 구경하자."

"...?"

무언가 견제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자신의 기분 탓일까. 자신이 짜온 데이트 코스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듯이 통보하듯 바꾸는 백진희의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왜 저러지? 진짜 생리인가?

그러다 옆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자신과 백진희의 눈치를 보는 신아린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설마…. 질투?`

자신을 향한 질투는 아닐 것이다. 그…. 딸딸이 사건 이후 가까이 다가가면 경멸 어린 시선을 종종 보내왔으니까.

`내가 아니면….`

고개를 돌려 아직도 눈치를 보는 신아린과 무표정한 백진희를 흘낏흘낏 바라봤다.

`설마, 아린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 아니지. 오히려 신아린과 백진희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가 망상에 불을 붙였다.

아린이와 진희가 둘이서 침대 위에서 손가락에 꼬깔 모양의 과자를 끼워 먹다가. 백진희가 아린이의 손에 끼워진 꼬깔모양의 과자를 먹으려다.

실수로 비어있는 손가락을 야릇하게 빨아버리는 거지.

그 순간 눈이 마주친 아린이와 진희가. 뜨거운 시선으로 서로의 욕구를 확인하고….

"진, 진희야…."

"아, 아린아 나…."

"응. 나도…!"

서로를 욕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조금씩 몸을 밀착하다 뜨거운 키스로 타액을 교환에 열중하며 손은 서로의 속옷을 벗기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체가 되어 서로를 탐닉하다 서로의 흥건하게 젖은 보지를 비비는….

충분히 말이 된다.

이런 미소녀들이야말로 `백합`에 잘 어울리는 소재 아닌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상황이 떠오를 정도.

여태까지 봐왔던 레즈물이 떠오른 김성현이 조금 머리가 어지러워져 잠시 멍하니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오늘 딸감은 정해졌다.

신아린이 멍한 모습의 김성현을 보고 조심스럽게 손을 포개며 물었다.

"성현아. 진희 말대로 할까…? 나도 옷 구경 하고 싶어."

"어. 뭐 그럼 그렇게 해…."

그 말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백진희가 자신을 비웃는듯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본 김성현의 의심이 한층 짙어졌다.

`씨발 맞나 본데?`

만약 백진희가 레즈면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잖아?

자신의 눈앞의 미소녀 둘이 보빔섹스를 하고 있을 때. 그 끈적끈적한 애액이 뚝뚝 떨어지는 보지 사이로 자신의 주니어가 들어간다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좋아.

오히려 레즈면은 쓰리썸의 확률이 더 올라가는 거잖아. 보지가 두 개인데.

백진희의 보지맛은 어떤 맛일까. 그런 호기심이 들어 턱을 쓰다듬다. 문득 궁금해졌다.

양쪽에 백진희와 신아린. 두 보지를 두고 블라인드테스트를 한다면.

자신은 여자친구의 보지를 알아낼 수 있을까?

답은 모르겠고. 일단 해보고는 싶다.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김성현이 소리쳤다.

"그래! 나도 옷 구경 하고 싶었어!"

갑자기 텐션이 올라간 김성현을 보고 신아린은 그저 의견이 통일돼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백진희는 `왜 저래`하는 표정으로 어이없어하기만 했다.

*

빙수를 먹고 조금 잡담을 나누다. 옷들을 보기 위해 초월역 지하상가로 향했다. 사람들이 득실득실한 게 바라만 봐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백진희는 자기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지. 알아서 고르고 합류한다고 했기에. 조금 떨어진 채로 각자 옷들을 보기 시작했다.

김성현은 인터넷에서 본. [여자친구와 옷 사러 갈 때 할 수 있는 좋은 데이트 팁]이라는 글에 적혀 있는 것을 기억하고 아린이에게 다가가 설명했다.

"10만 원 안으로 서로 옷을 사주는 거야."

백화점도 아니고 지하상가는 대부분 비싸도 3, 4만원이었기에 상, 하의만 구매하면 충분히 10만 원 안에 살 수 있었고.

대부분 여자 손님이 많은 지하상가 특성상 싸고 야한 옷들이 많았기에 10만 원이면 충분했다.

그 말에 아린이가 재밌을 것 같았는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상대방이 입어주길 원하는 옷을 고르는 거야?"

"그치.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어주길 원하는지 모르니까. 이번 기회에 서로가 좋아하는 코디를 알아볼 겸 하는 거지."

"좋아. 재밌을 것 같아. 성현이는 좀…. 꾸며야하니까."

"...?"

자신이 말을 잘 못 들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묻듯 바라보자. 시선을 회피하는 아린이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돌려 가게에 걸린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꾸민 건데 시발.`

그래도 데이트라고 엄마가 사준 초록색 체크셔츠에 아래는 직접 구입한 청스키니진을 스타일이라고 롤업해서 입었건만….

생각해보니 오늘 왁스로 이마를 안 까긴 했다. 그것만 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슬쩍 고개를 돌려 아린이의 옷을 보니. 딱 봐도 자신과는 다르게 비싸 보이는 브랜드의 옷 같았다. 겉옷만 봐도 20만 원은 그냥 넘어갈 것 같은….

"아무튼! 서로 골라주는 거 입는 거야. 알았지?"

"응! 최대한 어울리는 걸로 골라줄게."

밝게 대답한 신아린이 김성현에게 입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들을 열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성현도 신아린에게 입힐 옷들을 구경하다. 속옷을 판매하는 가게를 보고 문뜩 신아린의 가슴은 몇 컵일까 궁금해졌다.

"아린아."

"응. 성현아. 이 옷은 어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열심히 옷들을 보던 신아린을 부르자 회색의 후드티를 가져와 보여주기에 김성현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물어봤다.

"어, 어. 괜찮네. 근데 너 가슴 몇 컵이야?"

"그, 그걸 왜 물어봐."

"아니, 옷 사는데 필요할 것 같아서. 혹시 모르니까 알아두게."

그 질문에 부끄러운지 주위를 살피더니 작게 속삭였다.

"...D컵."

"진짜?"

"으, 응."

저번에 봤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크기는 있어도 B에서 C 정도 아닐까 생각했는데. D컵이라니 의외다.

뭐. 신아린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진 신아린의 가슴을 보며 문득 큰 가슴으로 부드럽게 파이즈리를 해주던 소니아가 떠올랐다.

그럼 소니아는 몇 컵인 걸까.

G컵은 무조건 넘지 않을까.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정신을 차린 김성현은 헛기침하고. 신아린한테 어울리는 옷이나 찾아봤다.

여자 고객이 많은 지하상가답게 지나가는 여자들이 입던 것과 비슷 디자인이 많았기에. 그중에서 최대한 야한 게 뭘까 둘러보다.

미시룩이라 불리는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옷 위로 드러나는 원피스가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혼자 들어가기 뭐해 아직도 후드티를 두고 고민하는 신아린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옷 하나 골라보자."

"여, 여기? 디자인 좀…."

노출이 꽤 있는 옷들이었기에 신아린이 부담스러운지. 말을 흐렸다.

그중에서도 유독 길이가 짧고 가슴골이 파여있는 회색의 원피스를 집자. 신아린이 원피스를 집은 손을 잡고 말렸다.

"그거는 아닌 것 같아 성현아…."

부끄러운 듯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피하는 신아린의 모습에. 김성현은 눈앞의 귀여운 여자친구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가학심이 들었다.

"맞는 것 같은데? 잘 어울릴 것 같아."

"...그치만."

"사이즈 맞나 확인해봐. 괜찮을 것 같은데?"

마지못해 옷의 사이즈를 확인한 아린이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이걸로 산다?"

다시 생각해보라는 듯. 신아린은 빨개진 얼굴로 몸을 밀착해. 살짝 고개를 저으며 김성현의 배에 손을 올렸다.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귀여운 모습에 당장에라도 어디로 끌고 가서 덮치고 싶었다.

옷을 구매 한 뒤. 아린이에게 당장 입혀보고 싶었지만. 지하상가에는 탈의실이 없었기에.

쇼핑백에 담아 들고 다녔다.

신아린은 김성현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옷들을 고르겠다고. 한참을 옷들을 보고 돌아다녔기에.

시간이 꽤 흘러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어느새 합류한 백진희는 기분이 풀린 것인지. 신아린과 팔짱을 끼며 재잘거리며 돌아다녔다

결국, 돌고 돌아 신아린은 뭔지 모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회색의 후드티 하나와 베이지색 슬랙스 하나를 구매했다.

서로가 사준 것을 건넨 뒤. 지금 갈아입자고 하려 했지만. 백진희가 배고프다고 얼른 밥 먹으러 가자고 칭얼댔기에.

다음에 입고 데이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백진희가 이미 아린이랑 어디로 갈지 얘기가 끝났다고 했기에.

미리 데이트코스로 알아놨던 식당은 다음 데이트에 써먹기로 했다.

조금 오래된. 30년 전통의 맛집같이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불백집에 온 김성현은 조금 속으로 당황했다.

`여자도 불백을 좋아하는구나.`

뭔가 크림 파스타 같은 걸 먹을 이미지의 백진희와 신아린이었기에. 당연히 좀 비싸고 꾸며진 곳으로 갈 줄 알았는데.

평범한 자신과는 다르게. 둘은 겉보기에도 상당히 비싼 곳에만 갈 것 같은 고급진 분위기가 있었다.

무언가 여자에 대한 환상이 조금 옅어진 느낌이지만. 오히려 백진희와 신아린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백진희가 조금은 괜찮아 보일정도. 얼굴 몸매는 완벽하지만. 성격은 좀 지랄맞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편견이 깨지자 예뻐서 그런지 `이 녀석 좀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추천한 불백집이 엄청난 맛집이라는 사실도 조금 호감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이 집 불백 잘하네.`

다음에 혼밥 할 때 여기로 와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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