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24화 (24/160)

〈 24화 〉 마무리

* * *

기한신은 멍하게 있는 나를 보며 다시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이제는 익숙하게 기한신의 허벅지 위로 다리를 벌리고 앉자.

남은 포션을 손가락에 발라 붉은 선. 아니 이제는 그냥 붉어진 가슴에 약처럼 발라주었다.

손길이 닿을 때마다 피부가 따끔따끔 아파져 왔기에.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이곳저곳 꼼꼼하게 원을 그리며 가슴에 포션을 발라주던 기한신은 이제 유륜 근처에 손가락을 돌리며 내 반응을 관찰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기한신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원치 않은 쾌락에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정신을 부여잡자.

내 노력을 무너트리려는 듯. 젖꼭지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포션때문인지 손길이 닿을수록 가슴에서 느껴지던 아픔이. 조금씩 사라져 갔기에. 아픔을 없애주는 그 손길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슴 쪽은 얼추 된 것 같군."

고개를 내려 가슴을 보니 아예 빨갛게 변했던 가슴이 몇몇 붉은 선만 남긴 채 다시 원래의 흰 피부로 돌아와 있었다.

"엉덩이도 해주지."

"아. 그건 괜찮…."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기한신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시선을 내리깔았다.

무심한 눈으로 내 겨드랑이를 손을 넣어 나를 들고는. 팬티를 벗으라고 명령했다.

기한신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었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이었기에.

몸이 공중에 들린 채 팬티를 내리자. 잠깐 시선을 내려 내 보지를 보는듯했다. 미소 지으며 내 몸을 반대로 돌리고는 다시 허벅지 위로 올렸다.

마치 의자 위에서 섹스라도 하려는 모습처럼 뒤치기 자세로 중심을 잡기 위해 기한신의 무릎을 잡고 고개를 떨궜다.

수치심에 기한신의 얼굴이 등 뒤에 있음에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허벅지에 닿는 것만으로 뼈가 부러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기에.

나도 모르게 포션을 묻히는 기한신의 손을 조금 기대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허벅지에 닿아 있는 엉덩이가 너무 아팠으니까.

포션을 양손 가득 묻힌 뒤 내 엉덩이를 움켜쥔 기한신의 행동 때문에 아파서 신음이 나왔다.

또 엉덩이를 맞을까 두려워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기한신은 엉덩이를 내려치진 않았다.

오히려 소중하다는 듯이 엉덩이를 쓰다듬는 손길에 고통이 점점 사라지면서. 기한신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손자국과 푸르게 멍들었던 엉덩이가 점점 원래의 색을 되찾아갔다.

"여기도 발라야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다리를 벌려. 나를 음란한 자세로 만들었다. 마치 변기 위에서 다리를 벌린 것처럼 허벅지에 닿아있던 엉덩이 부분이 다리 사이에 공중에 뜬 채 훤히 드러나게 했다.

다시 꼼꼼히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는 기한신의 손길에. 내 밑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느끼는 건가? 제발 아니길 빌며 고개를 내려 확인하자. 허벅지를 타고 투명한 액체가 카펫으로 한 두 방울 길게 늘어지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기한신도 눈치챘는지. 손을 가져가 흘러나오는 액체를 문지르며 웃으며 속삭였다.

"다른 곳도 만져줘야 하는 건가?"

"아, 아니에요."

내 대답에 기한신은 내 예상과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허벅지 위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그 정도면 겉으로 티는 안 나는군."

기한신의 말에 드디어 내 엉덩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손자국이 남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아직 조금 멍들어 보이는 곳이 보였지만.

조금 전 엉덩이가 터질 것 같던 통증이 가신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기한신의 명령에 다시 바닥에 놓인 속옷들과 교복을 챙겨입었다.

"그럼 내일 종례가 끝난 후 1시간 뒤에. 이 연구실에서 보지."

드디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행복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보라는 손짓에 바닥에 쏟아진 가방의 내용물들을 챙겨 들고. 기아스가 들어있는 보석함이 담긴 금고를 아쉬운 눈으로 한번 바라봤다.

나를 관찰하는 듯한 기한신의 눈빛에. 아쉬움을 삼키며 연구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빠져나와 곧장 근처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 앞 거울에 서자.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조금 눈물을 흘렸다.

아까 많이 울어서인지. 눈물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감정이 조금 해소되었기에. 엉망이 된 화장을 지우기 위해 가방에서 클렌징티슈로 화장을 지웠다.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하니 김성현과 헤어진 지 1시간이 넘었다. 1시간동안 기한신에게 처벌받고 치료를 받았다니.

화장을 다시 해야 할까 했지만. 관뒀다. 심장을 파먹는 벌레가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데. 김성현에게 잘 보이는 게 뭐가 중요할까.

세수하고 당장 자퇴를 해 `입학식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면대 옆 벽에 기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김성현과 백진희는 다시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진희와 스테이크를 먹은 것도.

진희와 김성현이랑 영화관에 간 것도.

평생 친구와 첫 남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오직 나만 기억하는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과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심장 안에 동화돼있다는 글뤼시를 떠오르니. 더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기한신에게 매일 살려달라고 빌 바에는…. 돌아가는 게 맞았다.

입학식 날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오늘 마지막으로 김성현과 데이트를 하고.

내일 자퇴 전 진희와 마지막 인사를 하자고 내 안의 아쉬움과 타협을 했다.

하루의 시간이 있으니. 작별인사 정도는 해야지.

기아스도 없어 카페에 갈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나는 내 첫 남자친구와 마지막 데이트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가기로 했다.

흐트러진 교복을 대충 단정하게 정리하고. 정문에 주차돼있는 검은색 리무진 차량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휴대폰을 보고 있던 김성현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미안, 기다렸지."

"아냐, 차기사님이랑 대화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그래? 다행이네…."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김성현에게 여태까지 해왔던 거짓말을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져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 아파?"

"아니, 괜…. 찮아."

순진한 시골 똥강아지 같은 눈으로 걱정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져 와. 말을 더듬었다.

시선을 피하고 차기사님에게 초월 역 근처 카페로 가달라고 말했다.

김성현은 금방 온다던 내가 늦은 것이 걱정됐는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무슨 일 있었어?"

"아냐, 아무것도."

마지막 데이트. 굳이 김성현이 내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 필요는 없었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겠지.

"그런데 왜 이리 늦었어?"

"선생님 일을 좀 도와줬어."

"무슨 일?"

"...그냥 도서 일."

"그걸 갑자기 너한테 시켰다고?"

"응."

김성현의 의심 섞인 목소리와 나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마지막 데이트는 좋게 끝내고 싶었는데.

"...왜?"

한숨을 쉬며 김성현을 바라보며 묻자.

김성현은 대뜸 내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차기사님이 볼까 당황해하며 속삭였지만, 김성현은 계속 허벅지를 만지작댔다.

그만두게 하려 했지만. 마지막이기도 했고 김성현에게 했던 잘못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그냥 놔뒀다.

마지막 데이트를 위해 사람이 적은 카페로 들어갔다.

김성현은 참아왔던 의심을 풀어놨다.

기한신과 내가 섹스한 거 아니냐며 나를 추궁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마지막 데이트마저도 `이렇게 서로를 상처 주며 끝나는구나.`라는 생각과 김성현의 추궁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

기한신때문에 정신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내 눈물에 당황한 김성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모르며 달래주려 내 손을 잡고는 사과했다.

"미안해. 말이 심했지…."

김성현의 그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내가 한 잘못들이 떠올라 더욱 미안해져 눈물이 흘러나왔다.

"미안해. 미안해. 울지마."

그렇게 말하며 나를 껴안아주는 김성현은 너무나 따뜻했기에.

불안했던 마음이 김성현의 품에서 조금씩 진정되었다.

김성현에게 내 모든 잘못을 털어놓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입학식으로 돌아갈 텐데.

내 마음에 쌓인 김성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려 하는 이기적인 행동에.

나에 대한 자괴감만 커졌다.

마지막 데이트에서 조차.

나는 김성현을 이용하려 드는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성현이 안고 있던 나를 내려보다 부드럽게 입술을 갖다 댔다.

피할 수 있었지만. 죄책감과 자괴감.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키스를 받아 주었다.

"이제 진정 좀 됐어?"

"...응."

"물 좀 떠올게. 잠시만."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위해 물을 가지러 가는 김성현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번에는 정말로 잘해줄게'라는 다짐을 속으로 했다.

"물 좀 마셔."

"고마워."

진심으로 김성현에게 고마웠다.

네가 나에 대한 진실을 알면…. 나에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두려움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린아. 다시 한 번 미안해.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지?"

감정적인 건 항상 나였던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여 답해주며 메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너에 대해 알고 싶은데. 너는 자꾸 경계하고 알려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거 때문에 조금 조급했었나 봐. 미안해."

김성현의 진심 어린 말이 비수가 되어 내 마음에 콕콕 박혀 고통스러웠다.

여기서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김성현에게 사과하는 건. 너무나도 양심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김성현의 사과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응."

"욕한 건 정말 미안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참으려 했는데 욱하고 튀어나오는 거야. 진심 아닌 거 알지?"

"..나빴어."

"맞아. 나빴지.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나빠진 거지. 내 안위만 생각해 네가 동정을 잃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너는 이렇게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다.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끌어안아 주는 김성현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

갑자기 내 정수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에 놀라 얼굴을 들었다.

"뭐, 뭐해!"

"아니 좋은 냄새 나서. 가만히 있어 봐."

김성현은 장난으로 내 마음을 풀어주려는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아린이는 정수리 냄새도 좋네~"

"하, 하지마."

김성현의 따뜻한 마음에 죄책감을 잊고 조금 웃음이 나올뻔했다. 혹시 안 좋은 냄새가 날까 걱정돼 손으로 정수리를 가리자.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보던 김성현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하, 아린이 냄새. 너무 좋아."

"간지러워…."

목에 닿는 김성현의 숨결이 간지럽게 느껴져. 김성현을 밀어낼까 손을 들려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놔두자.

김성현이 얼굴을 들어 순수한 눈으로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사랑해 아린아."

내 안에 김성현에 대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잠가놨던 안전장치가.

그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부서져 나갔다.

마음속 깊이. 나도 찾지 못하게 숨겨놓았는데.

내 마음의 가장 밑바닥까지 김성현의 진심이 닿아버렸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진실을 모르는 김성현에 대한 동정과 나에 대한 혐오가 뒤섞인 채.

나는 김성현에게 또다시 거짓을 말했다.

"...응. 나도."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럴 자격도 없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런 것 같았으니까.

그 뒤.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김성현의 노력에 맞춰 대화를 주고받다 김성현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아린아. 솔직하게 말할게. 나는 아직도 아린이 너를 못 믿겠어."

저 말이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나를 보고 욕을 하는 것보다. 나를 못 믿겠다는 저 의심이 더 마음 아팠다.

"그래서.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진짜로 의심 다 사라지고 너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부탁?"

김성현의 시골 똥강아지 같던 순수한 눈에 얼핏 보이는 음흉한 눈빛에 조금 경계심이 들었다.

"응. 진짜 한 번만 들어주면 나 진짜 너 믿고 네가 하라는 약속 꼭 지킬게."

"...무슨 부탁인데."

"이상한 거 아니야. 나 진짜 너한테 손 하나 안 댈게. 맹세해."

양손을 들고 자신은 결백하다는 표정을 짓는 김성현의 모습은 분명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여러 번 본듯한 모습이었지만.

저 모습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고민이 들었다.

"소니아랑 말 한마디 안 한다고 약속한 것도 지켰잖아."

소니아. 그 이름에 죄책감이 다시 내 마음을 후려쳤다.

마지막 부탁도 안 들어줄 거야? 그렇게 마지막까지 이기적으로 굴 거야?

내 머리 안에 들려오는 양심이라는 이름의 말에.

"...알았어."

뻔히 보이는 김성현의 속셈을 못이기는 척 넘어가 줬다.

그 뒤 카페를 빠져나온 나와 김성현은 옥상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문이 닫혀있어 옥상으로 가는 계단의 벽에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무슨 부탁이길래 이러는 걸까.

잠시 고민하던 김성현이 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린아."

나를 끌어안으며 벽으로 밀친 뒤 몸을 달라 붙인 채 말을 이어갔다.

무슨 부탁을 하려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주말에 놀이공원에 가자고 하려는 걸까?

내 예상을 뒤엎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녀막 좀 보여줄래?"

멍하니. 내게 들려온 단어를 해석하려 머리를 굴릴 때. 다시 한 번 김성현이 속삭였다.

"진짜 처녀인지 알고 싶어서 그래. 처녀막 좀 보여줄래?"

역시 김성현은 김성현이다.

이런 놈에게 진심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니.

정말 나는 멍청한 건가. 억울한 마음에 품에서 벗어나려 하자.

내 어깨를 잡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혼전순결 지키려면 네가 진짜 순결인지 아닌지. 한 번 상대에게 확인시켜주는 게 확실하게 믿음 주는 방법이잖아."

"미친 소리 할래?"

"진짜로 아린아. 너 의심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너를 믿고 싶어서 부탁하는 거야."

"일단 이거 놔."

"부탁 들어준다고 하면은 놔줄게."

"너 진짜…."

내가 알던 김성현은 도대체 어디 가고. 이 순진한 눈망울을 한 성욕 덩어리 김성현이 있는 걸까.

다시 돌아간다면 김성현이 동정을 잃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이 세상을 위해. 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인가. 하는 깊은 고민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자.

김성현이 설득하듯 애원하며 말했다.

"내가 계속 너 의심했으면 좋겠어? 서로 의심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좋잖아. 내가 소니아랑 섹스하고 혼전순결인척하면은 너 믿을 거야?"

혼전순결인지 아닌지 당연히 알지. 사람이 달라질 텐데.

눈앞의 김성현이 내가 알던 김성현으로 변한다는 것을 떠올리니 조금 믿기지 않았다.

"진짜 안 만지고 보기만 할게. 처녀막 보여주면 너 하자는 대로 다 할게. 약속이든 맹세든 뭐든 들어줄게."

어차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인데. 아. 내일 학교에 가면 잠깐은 보겠구나.

약속이든 맹세든 입학식으로 돌아가면 소용없는 것이지만. 너무 간절히 부탁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못이기는 척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알았어. 방금 말한 거 약속한 거야."

"당연하지. 꼭 지킬게."

거짓말쟁이.

안 지킬 거면서.

성욕이 가득한 눈으로 그런 말을 하면 믿음이 안 가는걸 모르는 걸까.

끌어안은 나를 놓아주고 순수히 성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성현의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젖혀 보지를 보여주자. 김성현의 입꼬리가 씰룩 씰룩거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보 같은 모쏠자식.

멍청해 보이는 김성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얼른 내렸다.

다행히 보지를 보느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린아 팬티 때문에 잘 안 보여…. 그냥 아예 내려주면 안 돼?"

"그냥 확인만 하면 되잖아."

"팬티에 가려져서 확인이 안 돼."

진짜 음흉한 똥강아지 같으니.

너무 뻔히 보이는 속셈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고 팬티를 내렸다.

"됐…. 지?"

그래도 조금 부끄러웠기에 말을 더듬자.

김성현이 검지 하나를 세워 좌우로 흔들며 건방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지 아린아."

그 건방진 모습에 미간을 좁히자. 김성현은 음흉한 미소로 말을 이어갔다.

"아린아. 안 만진다고 했으니까. 직접 벌려서 보여줘야지."

"그, 그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부끄럽다. 김성현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기억이 남는 데….

"보지가 꽉 입을 다물고 있는데 어떻게 확인해? 아니면 내가 할까? 난 괜찮은데."

"...됐어."

얄밉게 말하는 김성현을 노려봤지만 결국, 그냥 포기했다. 어차피 이것도 마지막인데. 얼른 김성현의 부탁을 들어주자.

다리를 조금 더 벌려 김성현에게 보지안을 보여주자.

김성현은 음흉한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여. 손전등 켜서 봐도 돼?"

"알았으니까. 빨리해!"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그냥 집에 갈까 고민되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김성현의 모습에 화가 났다.

휴대폰의 손전등을 켠 김성현이 무릎을 꿇고는 내 보지에 휴대폰을 들이댔다.

"잘 안 보여 아린아. 살짝 무릎 좀 접어봐."

그 말에 무릎을 살짝 접어 잘 보이게 각도를 조절해주고 물었다.

"됐어?"

"구멍이 닫혀있어서 잘 안 보여. 조금만 더 벌려봐."

김성현의 요구에 그냥 꿀밤 한대 먹일까 깊은 고민을 했지만.

참고 손가락으로 보지가 아플 정도로 양옆으로 더 벌렸다.

내 행위에 수치심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가.

보지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혀의 감촉에 놀라 고개를 내렸다.

"뭐하는 거야!"

내 말에도 김성현은 이성을 잃었는지. 엉덩이를 붙잡고 혀를 움직이며 계속해서 핥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쾌락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움츠러들었다.

"하, 하지 말라고."

김성현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밀어내봐도 이성을 잃은 김성현의 힘은 못 당해냈다.

오히려 내 반응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더 속도를 내며 집중적으로 클리토리스를 공격하는 김성현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릴뻔했다. 숨을 쉴 때마다 내 안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하으응…. 안…. 만진다며…."

"혀는! 혀는 괜찮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계속했다가는 정말로 오르가즘에 도달할 것 같아서 눈에 보이는 대로 김성현의 옆머리를 잡아 위로 치켜들자. 그제야 김성현이 보지에서 입을 뗐다.

"아, 아파! 아파! 그만! 뜯어진다고!"

"하, 하지말라 했지."

들뜬 목소리를 참으며 김성현에게 말하자. 김성현은 진짜 아프다는 듯 옆머리를 만지며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는 진짜…. 확인만 한다고 해놓고…."

"아니, 보지에서 뭐가 물 같은 게 흐르길래 나도 모르게 흐를까 봐. 입을 가져다 댄 거야. 약간 본능 같은 거지. 땅에 뭐가 떨어지면 무심코 줍는 것처럼."

"...시끄러워."

하여튼 잔머리는. 도대체 이 김성현이 어떻게 그 멋있는 김성현이 되는 걸까? 진짜 이해가 안 되네.

다른 사람에게 김성현이 그렇게 변한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김성현 부모님까지.

침과 내 애액으로 범벅이 된 허벅지를 대충 닦고 아직도 흥건히 젖은 보지는 어쩔 수 없어서 그냥 팬티를 올렸다. 예상대로 상당히 찝찝했지만. 어차피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니까 상관없었다.

다시 옷을 입고 김성현을 바라보는데 바닥에 놓인 김성현의 휴대폰에 시선이 갔다.

또 뭘 검색했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아직도 후장섹스를 포기하지 않은 건가 싶은 마음에 휴대폰을 들어 검색창을 확인했지만.

한 번 데이고 나서인지 검색기록이 싹 다 지워져 있었다.

잔머리 대왕이라니까.

그러다 바탕화면에 보이는 사진첩에 시선이가 무심코 눌렀더니.

내 사진과 진희가 있는 사진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거 뭐야?"

설마 나 하나로 만족 못 하고 진희까지 노리는 건가?

사진은 누가 봐도 당사자 몰래 찍은 구도였다.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자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김성현을 보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몰래 찍은 거야?"

"너무 예쁘니까 찍은 거지."

변명하듯 말하는 김성현에게 진짜로 꿀밤 한대 먹일까 주먹을 쥐며 물었다.

"...이거. 진희 사진은 왜 찍은 건데?"

"아. 그건 우연히 찍힌 거야. 있는지도 몰랐어."

곧장 아무렇지 않게 변명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왜 그렇게 살지 도대체.

나와 진희가 나온 사진을 지운다고 하자. 눈이 돌아가 휴대폰을 뺏으려는 김성현을 막고서는 다가오지 말라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아니 그걸 왜 지우려 해?"

"상대 동의도 없이 몰래 사진 찍는 건 범죄야 성현아."

"그치만, 너랑 제대로 사진 찍은 적도 없잖아."

그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음이 아팠다. 다른 연인들처럼 조금만 더 잘해줄걸. 후회가 들었다.

"그건…. 미안해. 내가 너한테 좀 소홀했나 봐."

"그래. 나도 이제 아린이 순결 의심 안 하니까.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면 되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모르는 김성현을 바라보며.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럼 제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기념사진이라도 찍자."

"뭐?"

또다시 이상한 자세를 취해달라고 할까 봐 경계하자. 김성현이 조금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같이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었잖아. 같이 사진 한 장 찍자. 비밀 연애라 해도 사진은 같이 찍을 수 있잖아."

그 말이 내 마음을 강하게 후려친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를 위해 많은걸 손해 봐준 너에게.

마지막이라는 말도 안 해주는 이기적인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말문이 막혀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입을 열면 또다시 울 것 같아서.

진희와 내가 찍힌 사진을 지우고 휴대폰을 돌려주자.

성현이가 내 어깨를 붙잡고 몸을 밀착한 채 밝은 미소로 카메라를 바라보기에.

당장에라도 미안한 마음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숨기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 화면 속.

내 어깨를 붙잡고 환한 미소를 짓는 김성현의 모습에 결국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성현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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