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정복
* * *
기한신이 원하는 것.
머리를 굴려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기한신이 이런 미친놈이라는 설정은 영또플에서는 나오지 않은 이야기.
그는 나를 스토킹한 게 아닌 감시라고 했다. 물로 나로서는 그게 그거였지만.
기한신은 내 주변의 혹시 모를 조력자가 자신을 방해할까 봐 걱정한듯한 말을 했다.
그는 무언가를 나를 통해 원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그럴 가치가 있는 건.
차성.
"차성인가요?"
"좋은 접근법이다."
기한신은 무언가를 찾는 듯 둘러보다. 벽에 걸려 있는 철사 옷걸이를 일자로 펴. 회초리처럼 만든 뒤.
무방비하게 노출된 내 가슴을 향해 체벌하듯 회초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정답은 아니군."
가슴을 내려친 옷걸이는 따끔한 통증 정도였기에 아픔을 참을 수 있었지만. 가슴에 긴 붉은 선을 남기며 내 몸에 그 흔적을 남겼다.
"차성의 재력을 노리는 건가요?"
"틀렸다."
비웃는듯한 미소와 함께.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모르겠어요."
"모른다고 수업을 포기하면 쓰나."
양쪽 가슴에 길게 빨갛게 올라오는 선이 3개가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 가슴에는 붉은 선이 추가되었고. 나는 더는 선의 숫자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고서야 정답을 알 수 있었다.
"...복수인가요?"
내 말이 정답이었던지. 기한신은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밝은 미소로 손에든 옷걸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아까 엉덩이를 내려칠 때처럼. 의자에 앉아 다시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치기에.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건가 싶어.
두려움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허벅지 위로 누우려 하자.
그는 뭐하냐는 듯한 한심한 눈빛을 보내고는. 나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앉혔다.
얻어맞은 엉덩이가 딱딱한 허벅지 위에서 계속 통증을 느꼈지만. 입술을 깨물고 내색하지 않았다.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하도 맞아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 가슴으로 기한신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리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수치스러웠기에. 부끄러움에 시선을 내리깔자.
그는 손으로 내 턱을 잡아 강제로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
"내가 왜 차성에 복수를 원할까?"
"무언가에 화가 났겠죠."
조금 화가 나 대충 대답하자 내 표정을 읽었는지. 기한신의 미간이 좁혀졌다.
"건방진 대답이군. 체벌이다."
붉어진 가슴 위로 손이 올라왔다. 단지 기한신이 가슴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손에 닿은 피부에 저릿저릿. 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엄지와 검지만으로 살을 꼬집듯. 왼쪽 가슴의 젖꼭지를 잡아 비틀었다.
옷걸이로 맞는 것보다.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컸기에. 나도 모르게 몸을 뒤척이며 피하자. 다른 한 손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듯. 엉덩이를 세게 내리쳤다.
짜악!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적응 돼가려 하면. 고통을 각인 시키려는 듯. 다시 엉덩이를 내려치는 기한신의 체벌 때문에.
고통에 조금 눈물이 차올라 억지로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내 앞에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
조각 같은 얼굴로 울먹거리는 아이를 달래듯. 다리를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는 행위에.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느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허벅지와 맞닿은 팬티가 쓸려. 허벅지에 성기를 비비는 듯한 행동이 되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한신은 다시 자신이 왜 복수를 원하는지에 대해 다시 물었고.
나는 정답을 몰랐기에 다시 젖꼭지가 비틀어졌다. 공평하게 체벌할 생각인지. 아까와는 반대편의 젖꼭지를 비틀었다.
그 원치 않은 배려에 양쪽 젖꼭지가 공평하게 얼얼하게 아파져 올 뿐이었다.
깨문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아팠지만. 억지로 고통을 참고 바라보자. 기한신은 가학적인 미소가 걸린 얼굴로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칼날이 숨겨져 있을 게 분명한데. 멍청하게 저 말에 속아 넘어갈 수는 없다.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젓자. 마음대로 하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내 가슴에 손을 올려 언제든지 젖꼭지를 비틀 준비를 했다.
날 고통스럽게 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에 두려움에 심장이 떨렸다. 곧 다가올 고통에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왔다.
"차성에 다니고 싶었나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모습에 젖꼭지를 비틀기 전에 얼른 말을 이어갔다.
"그럼 차성이 부러워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간을 험악하게 좁히며 양손으로 양쪽 젖꼭지를 전보다 더 세게 비틀었다.
"으읏. 아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급히 입을 닫았지만. 기한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곧장 한쪽 엉덩이를 세게 내리쳤다.
짜악!!!
입을 열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엉덩이에서 퍼지는 통증을 참으려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것을. 자존심을 부리는 건가?"
한심하다는 목소리에 대꾸할 정신은 없었다. 금방이라도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러다 엉덩이가 진짜 터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파져 왔다. 고개를 돌려 내 엉덩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시선을 돌렸다간 다시 엉덩이를 내려칠 게 뻔했기에. 억지로 고개를 들어 기한신을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자존심은 접고. 선생님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떤가?"
얼얼한 엉덩이의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아파져 왔기에.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을….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어떤 대가를…."
짝
또다시 엉덩이를 맞은 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대로 몸을 앞으로 기울여 기한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부탁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울고 있는 나를 관찰하듯 바라보던 기한신이 내 턱을 들어 시선을 마주치며 속삭였다.
내가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 하자. 기한신은 틀렸다는 듯. 또다시 엉덩이를 때렸다.
짜악!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기한신을 붙잡고 매달리며 엉엉 울자.
기한신은 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웃으며 말했다.
"짐승도 눈치가 있는 데. 어찌 사람이 이리 눈치가 없을까."
기한신의 시선이 잠깐 내 입술에 머문 것을 알아챘다.
설마 부탁의 대가라는 게. 이거인 걸까.
눈물을 흘리며 정답을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몸으로 입술을 가까이하자.
기한신의 손이 엉덩이에서 올라가는 게 느껴져. 찾아올 고통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자. 기한신은 팔을 허공에 든 채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틀리지 않았기를 속으로 빌며. 기한신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자. 허공에 뜬 기한신이 팔을 내리는 것이 보여 공포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뜨자.
어둠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이 짙은 검은 눈이 장난기를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내려치는 게 아닌. 엉덩이를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입맞춤이 정답이었던 걸까. 맞지 않을까 두려웠던 감정이 사라지자. 아프지 말라며 달래듯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조금 민감하게 느껴졌다.
희롱하듯 엉덩이를 손가락 끝으로 무언가 그림을 그리듯 움직이던 기한신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부모님이 차성때문에 죽었으니까. 그게…. 이유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톡톡 치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아사(?死)하셨다. 차성이 연구자료를 갖가지 이유를 대며 뺏어가고 아버지는 매일 같이 차성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셨지."
기억을 더듬듯. 조금 먼 곳을 보며 입을 열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자신의 억울함을 소리치던 아버지는 결국 단식투쟁을 하다 돌아가셨지.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매일 같이 말리러 다니다 아버지가 죽자. 목을 매 자살하셨다."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기한신은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 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아카데미를 졸업증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으니까. 졸업증을 들고 좋은 길드에 스카우트 받았다고. 이제 효도해야겠다. 그딴 생각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지만. 나를 반겨준 건 목을 맨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울부짖으면서. 전등에 목이 매달린 시체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시체를 안아 들고 한참을 울기만 했다. 119에 전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으러 어머니를 잠시 놔둬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어머니를 들고 소리를 질러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무척이나 고민했지."
화가 난 것인지. 점점 목소리가 낮아지며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위협적인 목소리로 변했다.
"한참 고민한 끝에 나는 도와달라고 소리치기로 했지. 이미 그때 어머니는 목이 부러져 죽었지만. 그런 것도 모르던 어린 나는 한참을 울부짖었고 결국 소란을 듣고 찾아온 경찰이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줄 때까지 팔이 빠져라. 시체를 들고 있었지."
감정이 담긴 격앙된 목소리를 들으며. 기한신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는 한숨을 쉬고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얼마나. 차성을 저주했는지. 얼마나 무너트리고 싶었는지. 너는 모를 거다."
증오라는 감정이 절절히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한 기한신은 쓴웃음과 함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보험을 들어놓겠다."
그리 말하며 책상의 서랍에서 무언가 담겨있는 작은 병을 꺼내 든 기한신은 나에게 다가와 병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병 안에 있는 것은 병 바닥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엄지손가락의 손톱 정도 되는 크기의 괴상한 모습의 벌레였다.
개미와 지네를 합치면 이런 모습일까? 처음 보는 벌레였다.
"글뤼시라는 고대 벌레다."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병의 뚜껑을 열어 내 심장 부근에 병의 입구를 가져다 댔다.
차가운 병의 감촉과 흉측한 벌레가 병 속에서 튀어나올까 봐 소름이 돋아 몸을 움찔하자. 병을 들지 않은 팔로 뒤에서 내 목을 감아 저항하지 못하게 막았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기한신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병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던 벌레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 안을 헤집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벌레는 단단한 유리병을 뚫으려는 듯 튀어나온 턱으로 유리병을 띡띡소리가 나게 두드리더니 포기하고 돌아다니다.
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내 살 앞에 도달해. 잠시 더듬거리더니 날카로운 턱으로 부드러운 살을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병 안에 피가 차오르는 모습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치자. 피가 찬 유리병이 카펫 위로 떨어져 굴러갔다.
기한신이 가슴을 파고들어 가는 벌레가 만들어낸 고통에 발작하자. 내 목에 감았던 팔에 힘을 줘 목을 졸라 내 발작을 강제로 멈췄다.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어라 기한신이 말하자. 내 안을 파고들던 벌레가 움직임을 멈춘 것이 느껴졌다.
가슴을 파고드는 고통이 멈추자 나도 저항을 멈췄다. 기한신은 책상 서랍에서 포션을 꺼내 피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에 들이부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으면 가슴에서 흘렸을 피에 범벅이 되었을 텐데. 팬티 한 장만 입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피가 가슴의 모양을 따라 그대로 바닥으로 흘러 떨어져 카펫을 적셨기에 팬티에도 피는 묻지 않았다.
급속도로 내 몸에 난 구멍이. 포션으로 인해 새로 살이 돋아 공간을 채워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자.
기한신은 어디선가 젖은 수건을 가져와 내 가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이게 내 보험이다."
"무슨 짓을 한 거에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기한신은 길고 흰 검지를 세워 구멍이 났었던 곳을 찔렀다.
"넌 이제 글뤼시의 숙주다. 매일 나에게 도움받지 않으면 네 몸 안의 글뤼시가 잠에서 깨어나 네 심장을 갉아먹을 것이다."
내 몸 안에 시한폭탄 벌레가 들어있다는 사실에 입술을 깨물자 기한신이 경고하듯 말을 이어 붙였다.
"혹시라도 꺼내려 들으려는 멍청한 짓을 할까 봐 경고하는데. 고대 마법이 아니면 절대 글뤼시를 꺼낼 수 없다. 그리고 그 고대 마법이 적힌 마법은 나만 알고 있다. 마법서는 불태워버렸거든. 어차피 이 녀석은 던전에 남아있던 마지막 글뤼시. 오직 나만이 이 글뤼시를 조종할 수 있다. 다른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꺼내려 해도 헛수고일 거다. 이 녀석은 숙주의 심장과 동화되어 자신이 성장할 때까지 힘을 기르거든. 벌레를 꺼낸다고 심장을 꺼내 자살하고 싶은 게 아니면…."
기한신은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감싸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매일 나에게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기한신의 검은 눈동자에는.
정복감이 깃든 익숙한 눈빛이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