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영화관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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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격과의 만남은 잘 풀린 것 같다.
칠격은 소설의 후반부에나 등장하는 마인사냥집단. 나는 또다시 스토리의 흐름에 개입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칠격을 고용하는 비용은 차성의 재력이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는 후계자일 뿐. 차성의 재력을 사용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물론 불법 자경단을 고용하는 것에 허락이 떨어질 리도 없었으니.
나는 쓰라린 속을 달래며 돈이 아닌 파툴가의 마법 장갑을 고용비로 넘기기로 약속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전투 능력이 있었다면 파툴가의 마법 장갑을 이용해 직접 소니아를 처리했을 텐데. 파툴가의 마법 장갑을 사용도 못 해보고 이리 쉽게 줘야한다는게 매우 속이 쓰렸지만.
칠격은 변수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이었다.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장 소니아를 김성현에게 치우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또 벌어질지 몰랐다.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었다. 영화관에 가자는 약속을 했기에 진희와 데이트한다는 것이 기뻤지만. 눈치 없는 김성현이 자꾸 주말 데이트하자고 칭얼거려서. 오늘 진희와 선약으로 영화 보기로 했다니까.
"그럼 나도 끼워줘!!!" 라고 매달렸다. 어쩔 수 없이 진희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진희는 오히려 "성현이도 있으면 더 재밌겠다!"라며 착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나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다. 스키니진과 면티. 혹시 저녁에 추울까 봐 가디건을 챙겼다.
차기사의 차를 타고 조금 일찍 초월역에 도착했다. 김성현은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벽에 기댄 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꾸미려 했는지. 청바지에 티를 입고 왁스를 발라 이마를 깐 모습이 전형적인 첫 데이트에 설레하는 모쏠같아서 웃겼다.
휴대폰에 집중한 모습에 장난기가 들어 뒤로 돌아가 김성현을 놀라게 하려 했다.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가 김성현을 바라보자 시선을 느꼈는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본 김성현이 무척 당황해하는 게 보여 의문이 들었다.
"어, 어 왔어? 빨리 왔네?"
당황해하며 휴대폰의 화면을 모른 척 숨기려 드는 모습에 미간이 좁혀졌다.
"...뭐 봤어?"
"...오늘 볼 영화 줄거리 봤어."
"진짜?"
상당히 텀이 긴 대답에 의심하며 되물어보자 김성현은 시선을 돌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냉큼 김성현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으려 들자 김성현이 힘으로 저항했다.
"뭔데 숨기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결국 내 옆구리 꼬집기를 견디지 못하고 휴대폰을 빼앗긴 김성현이 안절부절못하는걸 무시하고 김성현의 휴대폰의 확인했다.
무슨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보고 있었는지. 추천이 엄청나게 박혀있는 글이었다. 글쓴이 닉네임부터가 상당히 천박했다.
[연애본좌가 말하는 영화관 데이트에서 여친 달구는 법] 오직 나만 절정
형으로 말할 것 같다면 C급 영웅으로 이름만 들어도 아는 A+급여자 영웅까지 원나잇으로 후리고 다닌 애무 마스터다.
좆크기는 평균인데 내 애무를 받은 여자들은 A+급이어도 내 머리 붙잡고 나주지를 않을 정도다.
못생긴 하루방쉑들을 위해 이 애무뭬스터께서 친히 꿀팁을 전수해주겠다.
대뜸 꼴렸다고 여자 보지에 꼬추들이대는 븅신들이 간간이 보이기에. 몇 개 적어준다.
일단 만나자마자 은근슬쩍 섹스어필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손을 만지거나 어깨를 쓰다듬는다거나. 처음은 가볍게 몸 푼다는 느낌으루다가. 뭔말인지알지?
그러다 이제 영화관에 들어가면은 팝콘은 콜라는 네가 들고 의자에 앉아도 꼭 네가 팝콘 들고 있어라. 이게 중요하다.
영화 시작 전까지 잡소리 하다가 영화 시작하면….
글을 읽는 데 김성현이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가렸다.
"아니. 갑자기 이게 상단에 뜨길래 재밌어 보여서 그냥 읽은 거야. 별 뜻 없었어."
딱딱하게 굳어가는 내 얼굴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무어라 변명하는 김성현을 한번 노려보고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뒤로가기를 누르자 검색창이 뜨기에.
김성현이 뭘 검색했을까 궁금해 눌러보자. 검색기록이 주르륵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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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한 검색기록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뒤늦게 내 손에서 휴대폰을 뺏은 김성현이 변명하듯 말했다.
"아니 어제 얘기하다 보니 그냥 궁금해서 검색했어. 진짜야!"
"너는 진짜…."
이 정도로 나랑 어떻게든 하고 싶은 건가? 여자랑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기하는 청소년기의 남자임을 알지만은. 김성현은 능력 각성 전에도 남들과 비교하면 성욕이 조금 큰 것 같다.
"오늘 조용히 영화나 봐. 허튼짓 하려 하지 말고."
내 경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성현의 모습이 못미더웠지만. 곧 진희가 올 텐데 진희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그냥 넘어가 줬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도 저 때는 인터넷 망령처럼 야짤하나 찾으려고 온갖 인터넷사이트를 뒤지던 나이였다. 하물며 미모의 여자친구와 데이트한다?
당연히 음흉한 망상을 하는 게 정상이긴 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고. 하지만 김성현이 내 뒤…. 를 노린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기에 나중에 제대로 경고할 생각이다.
저 순진해 보이는 얼굴 밑에 숨어있는 음흉한 김성현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조금은 딱딱해진 분위기에서 진희를 기다렸다. 딱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진희는 꽃들이 그려진 남색의 원피스에 가디건을 입은 예쁜 모습이었다.
"아린아~!"
내 이름을 부르는 진희의 목소리에 김성현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다가와 거리낌 없이 날 끌어안는 진희의 행동에 조금 가슴이 뛰었다. 진희는 참 스킨쉽 좋아한단 말이야?
옆에서 부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김성현을 무시하고 진희와 팔짱을 끼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성현아. 아린이랑 데이트 해야 하는데 내가 방해하는 거 아니지?"
"어, 어. 내가 끼어든 거니까."
"다행이다. 괜히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어."
진짜로 걱정했는지 안도한 표정의 진희의 모습에 나는 김성현을 노려봤다.
"진짜 눈치 없는 애는 한 명 있긴 하지."
"..모."
내 말에 작은 목소리로 투덜대는 김성현을 무시하고 팝콘 세트를 구매했다. 3명이었지만 나는 평소에 영화관에서 팝콘을 잘 먹지 않았기에 작은 거 2개를 성현이와 진희에게 주려 했지만.
갑자기 김성현이 내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가 알아서 사겠다며 꿍꿍이를 숨긴 얼굴로. 나와 진희를 자리에 앉히고 혼자 팝콘을 사러 줄을 섰다.
그 나서는 모습에 조금 불안감이 들었지만. 진희가 말을 걸어와 의심을 멈췄다.
"아린아.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무, 무슨 소리야 진도라니."
진희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당황하자 짓궂은 얼굴을 하며 내 몸을 만졌다.
"설마, 벌써?"
"아니야!"
내가 강하게 부정하자. 크게 웃는 진희의 모습에 놀림당한걸 알았지만. 김성현과 첫 키스한 게 떠올라 부끄러웠기에 그냥 고개를 돌렸다.
"삐졌어~?"
"안 삐졌어."
"근데 왜 나를 안 봐~?"
진희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치자 진희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했다. 고개를 내밀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진희의 행동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진희는 내 반응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짓더니 내 목덜미를 손으로 감싸며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진희야. 성현이 바람피울까 걱정 안 돼?"
"어…? 아니, 큰 걱정 없는데."
당장 소니아도 김성현에 관한 관심을 끊은 모습이었고. 김성현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는지 소니아와 따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칠격과도 계약했기에 큰 걱정은 없었는데…?
"그래도~ 오늘 보니까 성현이 잘생겼던데. 평소에 저렇게 꾸몄으면 여자들이 가만 안 놓아둘걸?"
강아지를 쓰다듬듯 내 목덜미를 부드러운 손으로 쓸어내리는 손길에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런가…."
"걱정되어 하는 말이야. 아린이 너는 착해서 성현이의 거짓말에 속아서 막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가 상처받을까 봐."
나를 걱정하는 진희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역시 진희는 유일한 내 편이야.
"걱정하지 마. 김성현 완전히 믿는 거 아니니까."
"그래도 알잖아. 남자들 여자랑 잤다 아다뚫었다. 자랑처럼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거. 성현이는 안 그러겠지만…. 지금 남자애들은 다 여자랑 한번 하고 싶어 하니까."
"그치…."
남자였기에 진희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왜냐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성현이가 막 하고 싶다고 들이대면 딱 잘라 거절해! 하지 마! 싫어! 명확하게."
"응. 당연하지."
진희의 모습이 마치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 같아서 조금 애처럼 진희의 품에서 칭얼거리고 싶은 이상한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저번에 말한 기아스 기억하지? 차라리 그걸로 결혼 약속 확실히 하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하지 마. 남자들이 얼마나 간악하게 여자를 속이는데! 아린이 너는 너무 착해서 속아 넘어갈까 봐 걱정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줘. 항상 들어줄게."
"알았어.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꼭 진희 너한테 상담받을게."
"그래, 착하다 아린이. 그래도 성현이 착하니까. 너무 의심하진 말고 연인처럼 잘해주긴 하고!"
"응, 당연하지, 사귀는 데."
웃으며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진희에게 밝은 미소로 웃어주었다. 진희는 참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구나. 진희에게 평생 의지하고 싶다.
진희의 당부를 기억하며. 기아스라는 것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다. 큰 팝콘 통과 양손에 가득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오는 조금 불안해 보이는 성현이의 모습에 진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성현이의 손을 덜어주었다.
"고마워 성현아."
"고마워~"
"아냐. 영화 값도 내줬는데. 팝콘 정도는 내가 사야지."
영화 시간이 되어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김성현과 진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나랑 김성현은 일단 연인관계였기에. 내가 가운데 앉고 내 양쪽으로 성현이와 진희가 앉았다.
나는 먹지도 않는데. 각자 개인 팝콘을 시키지. 굳이 큰 팝콘을 시킨 김성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앉은 내가 팝콘을 들었다.
양쪽에서 나에게 손을 뻗어 팝콘을 집기에 양손으로 팝콘 통을 든 채 영화를 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김성현이 팝콘을 집는 척 자꾸 다른 곳을 만졌다.
"..뭐해."
"아. 안보였어."
김성현에게 귓속말하자. 김성현은 실수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누구 때문에 먹지도 않는 팝콘 들고 있는데. 꿀밤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영화 보는 중이었고 진희도 옆에 있었기에 그냥 영화에 집중하자.
또다시 김성현이 슬금슬금 내 왼팔을 더듬으며 팝콘 통에 손을 올리기만 하고 팝콘을 가져가진 않았다.
"...하지 마."
"뭘~?"
일부러 실수인 척 자꾸 만지는 게 느껴졌기에 김성현에게 조용히 경고했지만 김성현은 모른척하며 영화를 봤다.
진희가 바로 옆에 있었기에 김성현의 행동이 들킬까 무척 신경 쓰였다. 슬쩍 곁눈질로 진희를 보자. 진희는 다행히도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김성현이 겁도 없이. 옷 위로 내 왼 가슴을 움켜쥐었다. 김성현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소리지를 뻔했기에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고 김성현을 말없이 노려보자.
김성현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영화 보는 척 시선은 앞으로 고정한 채. 자기 오른팔 겨드랑이 사이로 넣은 왼팔을 뻗어 옷 위로 내 가슴을 주물럭댔다.
"..하지 말라고."
"조금만…."
내가 말로만 경고해서 그런가. 아니면 진희가 있어서 내가 가만히 있어서 그런가. 김성현은 내 반응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계속 손을 움직였다.
가슴을 자극하는 그 손길에 행여 진희가 눈치챌까 봐 마네킹처럼 팝콘을 든 채 그대로 굳었다.
진희가 바로 옆에 있는데. 들키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미친놈.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 해도 단둘도 아니고 옆에 친구가 있는데 이러고 싶을까?
평상시의 김성현이라면 음흉한 생각만 하고 실천은 안 했을 텐데. 분명 아까보던 인터넷 글에서 본 방법을 따라 하는 것 같다. 이건 그냥 성추행 아닌가?
김성현은 옷 위로 만지는 것에 성에 안 찼는지. 내 티셔츠의 왼팔 구멍으로 자신의 손을 짚어 넣어 속옷 패드의 감촉이 싫었는지. 손을 올려 윗가슴을 쓰다듬었다.
김성현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계속된 자극에 입을 열면 신음을 흘릴 것 같아. 입술을 깨물고 김성현이 만족할 때까지 놔둘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럴 생각으로 일부러 각자 팝콘을 사자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큰 팝콘 하나를 사. 내가 들게 한 것 같았다.
지금의 조합상 내가 가운데 앉는 건 당연한 거였으니까. 다른데 앉는다고 했으면 김성현이 분명 나를 가운데 앉혔을 것이다.
윗가슴을 몰래 쓰다듬던 김성현은 만족하지 못했는지. 의자 사이에 있던 팔걸이를 올리고 몸을 더 밀착했다.
팝콘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김성현의 행위를 뒤늦게 막아봤지만. 진희의 눈치를 보고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나와는 다르게. 걸리든 말든 일단 만지겠다는 생각인지. 거리낌이 없는 김성현 때문에 오히려 내가 그 모습을 진희에게 보이지 않게 슬쩍 팝콘으로 가려야 했다.
윗가슴을 쓰다듬던 손길이 쓰다듬듯 내려가더니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돌려가며 자극 했다.
더는 신음을 참을 수 없어 김성현 쪽으로 몸을 기대고 조용히 귓속말했다.
"진짜 그만해…."
"괜찮아…. 아무도 몰라. 좀만 더…."
"나중에 만지게 해줄 테니까 그만하라고…."
"진짜?"
"진짜로 약속할 테니까. 그만해. 진희가 알면 어쩌려고?"
"알았어. 약속한 거지?"
즐거운 목소리로 약속 확인까지 받으려는 김성현의 모습에 짜증이나 뭐라 하려 했지만. 진희가 갑자기 팔을 툭툭 치기에 급히 고개를 돌려 진희를 바라봤다.
"팝콘 드느라 팔 아프지? 괜찮아?"
"응, 괜찮아. 더 먹을래?"
"아니야. 난 됐어. 너도 안 먹을 거면 그냥 성현이 줘. 무겁잖아."
영화를 보다가도 내 생각을 해주다니. 역시 진희는 착한 것 같다. 진희의 말대로 음흉한 생각만 가득 찬 누구와는 다르게.
내 옷에 넣었던 손을 빼고 영화에 집중하는척하는 김성현에게 팝콘 통을 떠넘기듯 넘겨주고 김성현이 올려놨던 팔걸이를 다시 내렸다.
"넘어오면 약속 없어."
내 경고가 먹혔는지. 영화가 끝날 동안 김성현은 팔걸이에 손조차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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