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을의 첫 키스
* * *
"사귀면 진짜로 잘해줄게."
"진짜야. 소니아랑 말도 안 할게."
"난 진짜 네가 첫사랑이야 아린아."
꾹 다문 내 입술을 말로 열려 하는 듯. 김성현은 이제 나를 붙잡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필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매달려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여 달라는 억지를 부리는 김성현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렸다.
상대방이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김성현은 정말 모르는 걸까?
하지만 내 사고는 이미 마비된 지 오래. 나에게 들려오는 말은 파편적으로 흘러들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로 느껴졌다.
김성현의 입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며 내 머리 안의 충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김성현을 죽이고 다시 시작하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나를 괴롭혔다.
지금은 눈앞의 김성현은 죽일수록 밉지만. 김성현을 죽이는 것은 다시 하기는 싫은 경험이었다. 턱을 부숴버리는 그 끔찍한 느낌은 지금도 손끝에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감각이었으니까.
가끔 악몽같이 떠오르는 그 장면은. 행복한 내 하루를 우울하게 만드는 나만의 신경안정제였다.
일단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지만. 김성현은 내가 대답하기 전까지 나를 놔주지 않을 기세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성현은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사귀자는 걸까? 내가 어디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이리 나와의 연애에 필사적인 걸까.
단순히 섹스하고 싶은 걸까? 내가 남자였을 때는 어땠었는지 떠오르려 했지만, 머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조금씩 서로 알아가는 게"
"사귀면서 알아가면 되잖아."
"집안에서 알면은 어떻게 될"
"사귀는 거 숨기면 되잖아. 난 감수할 수 있어."
변명 같은 내 말을 짜르며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김성현의 모습에 점점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갔다.
내가 좋아하던 소설의 주인공. 한편으로는 동경했으며 그의 발자취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날들.
김성현이 소니아에게 동정을 뺏기고 능력을 각성하기로 돼 있던 날.
원래의 흐름대로 흘러가야 할 것을 막은 것이. 지금의 다른 김성현을 만든 걸까?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작가 다음으로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까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든. 각성한 김성현이 구해야 할 사람들이 죽든 말든. 나만을 생각하고 한 이기적인 행동.
이런 나의 선택에 이렇게 내가 모르는 사람으로 변한 김성현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다니. 내로남불이다.
내가 좋아하던. 내가 응원하던 사람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 눈앞에는 내가 알던 김성현이 아닌. 누군지 모를 다른 누군가가 있다.
나의 잘못일까? 죄책감이 몸을 잠식한다.
조각난 마음의 파편이 심장을 찔러오는 것 같다.
나에 대한 자괴감과 수치심에.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 행동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을 곱씹으며 나는 김성현을 바라봤다. 이성과 본능이 서로의 자기주장을 뒤섞여갔다. 머리가 혼란에 터질 것 같았다.
"그래, 사귀자…."
포기하듯 내뱉은 말이 혀끝을 떠나자.
김성현이 내 얼굴을 감싸며 예고 없이 입을 맞춰왔다.
마비된 사고는 저항할 생각도 없이 그저 받아들일 뿐.
벌어진 입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혀를 받아주었다. 아니, 그냥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밀었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겠지.
내 혀를 탐하며 눈을 감고 있는 김성현의 모습에.
궁금했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너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나는 이렇게 네 앞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데.
그렇게 을의 첫 키스는.
최악의 기분과 자신에 대한 끝없는 자괴감을 남기며.
상처가 되었다.
###
실습 덕분에 오후의 휴식을 얻었지만, 김성현은 딱히 할 게 없었다. 빈둥빈둥 침대 위에서 짐승처럼 빈둥거리며 [거지 영웅 키우기]를 했다.
자위하자니 룸메이트 3명도 할 게 없었는지 각자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대고 있었기에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마음이 심란했다.
아린이에게 큰 실망을 줬다. 운이 좋았다면 소니아와의 모습을 들키지 않았을 텐데. 재수도 없지.
신아린이 다시는 자신과 얘기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무시한 게 자신을 차단한 거 아닐까 싶다.
이럴 때 직접 만나서 사과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던데.
신아린은 재벌답게 기숙사에 사는 것도 아니었기에. 만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기숙사에 산다 해도 이성 간에 서로의 기숙사 출입이 금지되어있기에 똑같이 만날 수도 없었겠지만.
빈둥빈둥 휴대폰으로 의미 없이 신아린을 검색하며 인터넷을 하다. 백진희의 SNS에 태그 된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알람이 울렸다. 백진희의 외모를 눈요기 삼아 보러 들어갔다가.
그토록 찾던 신아린과 백진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에 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초월역 이라는 단어를 단서 삼아 맛집을 검색하니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급히 옷을 갈아입고 사감에게 외출증을 끊어 초월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벌써 가버렸으면 어떻게 하나 초조했다. 하필이면 버스도 막혀 더럽게 늦게 움직였다.
도착한 버스에서 황급히 뛰쳐나와 신아린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신아린과 백진희는 나간 이후였다.
헛짓했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확인하니. 백진희가 올린 케이크 사진이 보였다.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처럼. 백진희가 놔둔 먹이를 따라 걸음을 옮긴 김성현은 신호등 건너편. 마침 가게 밖으로 나오는 둘을 보았다.
멀리서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두 미녀.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크게 못 느꼈지만 멀리서 보니 둘 다 비율이 정말로 좋았다.
하늘색 테니스 치마와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는 흑단발의 신아란과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백발의 백진희의 모습에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교복과는 전혀 다른 매력. 슬쩍 휴대폰을 꺼내 그 둘의 모습을 담았다. 나중에 딸감으로 써야지.
백진희와 미소를 보이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던 신아린은 진희와 헤어져 반대편의 길로 걸어갔다.
항상 차를 타고 등교하기에 이대로면 놓칠까 무단횡단을 해 급히 뛰어가 신아린의 앞을 막아섰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는지. 앞을 막아선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을 보며 옆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에.
다시 몸으로 막아서자 그제야 일부러 길을 막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들었다.
밝았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김성현은 그 모습에 마음이 쓰렸지만. 지금 아니면 평생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아린아…."
"할 말 없어."
차가운 목소리로 지나가려는 신아린을 막아섰다. 여기서 보내면 절대 안 돼.
"오해야 아린아. 진짜로."
"...뭐가?"
"나 아직도 너 좋아해."
소니아도 예쁘고 육덕지긴했지만. 연애나 결혼은 걸레 같은 여자보다는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를 선호하는 게 남자의 본능 아닌가. 심지어 밤거리의 조명을 받은 신아린의 모습을 보고 쌔 차게 뛰는 심장에. 김성현은 자신이 신아린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아린은 그런 김성현을 보고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운 미간이 좁혀지는걸 보아 화가 난 것 같아. 김성현은 조금 움찔했다.
"미친 새끼…."
"미안해. 근데 그거는 어쩔 수 없었어. 소니아가 나 도와준다고 하길레 따라갔는데…. 알잖아. 너도 소니아가 어떤 애인지."
솔직히 소니아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게 맞으니까. 조금은 억울했다.
"미쳤어?"
"어?"
"네가 네 입으로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해놓고 소니아 탓을 하는 거야?"
거기까지 들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기에 김성현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당연히 하려는 모습만 보고 홧김에 덩굴을 자른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걸까?
신아린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가득 담긴 혐오감을 읽은 김성현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실수였어.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 잠깐 미쳤었나 봐!"
자신의 행동에 난처해 하는 신아린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주변을 흘낏 보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내일 얘기하자."
김성현의 잔머리는 여기서 신아린을 놓치면 안 된다고 외쳤다. 신아린은 지금 당황했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상태. 이 약점을 놓치면 안 된다.
옆을 지나가는 다리를 붙잡자 신아린의 얼굴이 더욱 당황한 얼굴로 변하는 것을 보고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아린아…."
일부러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김성현은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남자주인공처럼 처절하게 말했다.
결국, 주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신아린이 입술을 깨물고는 김성현을 일으켰다.
"알았으니까 따라와. 쪽팔리니까."
"으, 응. 그럼 카페라도 갈까?"
일단 자신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신아린의 마음을 자신의 계획으로. 돌려세웠다는 것에 김성현은 묘한 느낌의 안도감을 느꼈다.
"아니, 근처 앉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신아린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보니 테니스 치마 밑 허벅지가 말랑말랑 부드러워 보였다.
놀이터 벤치에 마주 앉았다. 신아린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하려는 데. 신아린의 차가운 목소리가 닿았다.
"...너 정말 이기적으로 구는 건 알고 있어?."
자신과 엮이기 싫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신아린의 모습에 김성현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정말로 미안해…. 난 그냥 사과하고 싶었어…."
"사과받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용서해달라고 억지 부리는 거. 그런 게 이기적이라고 말한 거야."
신아린의 불쾌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서.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듣자. 김성현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사과했는데. 나만 이기적인 건가? 나만 잘못한 건가? 솔직히 할 말은 자신도 많았다.
"미안하다더니 표정이 왜 그래?"
불만스런 표정을 읽었는지 신아린의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미안하다는 사람의 표정이냐는 듯. 그것 보라는 듯한 눈길에. 김성현은 참아왔던 말을 꺼냈다.
"너도 이기적이잖아…."
"뭐?"
김성현의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얼빠진 표정이 된 신아린의 모습에 김성현은 여태까지 신아린에게 숨겨왔던 자신의 추악한 속마음을 내뱉었다.
"솔직히 아니야? 소니아랑 섹스할 수 있는 거 네가 2번이나 막았잖아. 소니아는 나랑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도 나 좋다고 섹스하려고 하는데. 너는 뭔데?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썸도 아니고. 나 좋다고 한 적 없잖아. 있어?"
그 부분이 억울했다. 자신만 진심으로 신아린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자신만 애타는 것 같아서. 그럴 거면 왜 소니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그리 막는 건지. 남 주기는 싫고 자기가 갖기는 싫은 건가?
"소니아는 나 좋다고 내 것 빨아주기도 했는데. 내가 너랑 키스를 했어 손을 잡았어? 아무 사이도 아닌데 아카데미 졸업하고 사귀자는 약속을 뭘 믿고 기다려? 너는 이기적으로 너 좋은 대로 행동하면서 나는 왜 하면 안 되는데?"
"씨발! 솔직히 나만 이기적인 거 아니잖아!"
어장에 처넣었으면. 먹이를 주든가. 손이라도 잡아주든가. 키스라도 해주든가. 뭐라도 해줘야 어장 속 물고기도 좋다고 팔딱거리기라도 하지.
뻔히 옆 어장에 먹음직한 먹이를 넣는 것이 보이는데 이 어장에 갇혀 있을 이유가 왜 있을까.
그래놓고 이기적이라니. 씨발 너무한 거 아니야.
"할…. 말…. 다했어?"
충격을 받았는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말을 더듬대는 신아린의 유약한 모습에. 김성현은 후회가 생겼지만. 옷 위로 드러난 어깨의 피부가 빨갛게 변한 것을 보고 신아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감정이 역류해서인지. 숨을 쉬는 소리조차 부들부들 떠는 것이 느껴질 정도.
당장에라도 신아린을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몸을 일으켜 떠나려는 신아린을 붙잡았다. 손 밑으로 느껴지는 신아린의 부드러운 피부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놔 줘."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물기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을 뻔 했지만. 김성현은 신아린을 몰아붙이기로 했다.
"아니, 미안하다고…. 솔직히 너도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다음에 얘기하자."
당장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너무 눈에 보였기에. 김성현은 오히려 신아린을 도망가지 못하게 압박했다.
"아니, 그냥 지금 말해줘. 너 나 좋아해?"
"...뭐?"
"나 좋아하냐고. 여기서 확실히 해. 나 안 좋아하면은 소니아랑 섹스하는 거 방해할 이유 없잖아. 안 그래? 사귈지 말지. 여기서 정해. 나 좋아해?"
지금의 눈앞의 신아린의 모습에서.
과거의 신아린이 겹쳐 보인다.
나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과하던 그 죄책감 가득한 불안정하던 모습.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보이던 입학식 날의 첫 만남 때와 같이.
신아린은 멘탈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드러난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까?
신아린의 흑요석 같던 투명한 눈동자는 조금씩 생기를 잃어갔다. 내뱉는 숨이 거칠어지고.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
그런 신아린의 모습에 김성현은 진심으로 말했다.
"사귀면 진짜로 잘해줄게."
누구보다 잘해줄 자신이 있었고.
"진짜야. 소니아랑 말도 안 할게."
자신의 부모님 같이. 한 사람만 볼 자신이 있었고.
"난 진짜 네가 첫사랑이야 아린아."
지금 뛰는 심장이 이것이 사랑임을 알려주고 있었으니.
자신의 진심을 담아 말한 말에도. 신아린은 그저 대답 없이 혼란스러운 표정과 절망 섞인 시선으로 김성현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런 신아린의 불안한 모습에 지금 잡은 팔목을 놓아주면.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그런 두려움에. 김성현은 신아린이 벗어나지 못하게 벤치의 구석으로 몰았다.
그 행동이 압박되었는지. 신아린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졌다.
"...조금씩 서로 알아가는 게"
"사귀면서 알아가면 되잖아."
이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어 내뱉는 듯한 감정 없는 말을 자르고 대답하자. 신아린의 어깨가 처지는 것이 보였다.
"집안에서 알면은 어떻게 될"
"사귀는 거 숨기면 되잖아. 난 감수할 수 있어."
평소였다면. 신아린의 말에 넘어가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왜인지 모르지만 알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신아린에게 도망갈 구멍을 내주지 않는다면.
신아린은 절대 도망가지 못한다고.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김성현은 신아린에게 자신의 느끼는 감정을 설명했다.
"진짜로. 잘해줄게. 아린아. 약속할 수 있어. 믿어줘."
그 말에. 대답하듯. 굳게 닫혀있던 신아린의 입술이 열렸다. 마음을 결심했는지. 김성현을 물기 섞인 눈으로 응시하며 나지막하게.
"그래, 사귀자…."
애원하듯 매달린 끝에. 신아린의 입에서 나온 사귀자는 말에. 김성현이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주했다.
신아린의 뜨거워진 양 볼을 감싸고. 소니아에게 배운 대로. 눈을 감은 채 신아린의 혀를 휘감았다.
전해지는 타액. 혀에서 전해지는 황홀한 감각과 진심이 전해졌다는 생각에.
김성현은 영화에서 보듯. 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키스를 멈추고 신아린을 바라보자. 밤의 조명을 받은 신아린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그대로 안아 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푹신한 느낌. 뜨겁게 달아오른 신아린의 체온이 느껴졌다.
"내가 진짜 잘해줄게. 아린아."
스스로 다짐하듯. 김성현은 말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