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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8화 (8/160)

〈 8화 〉 생존실습 ­3

* * *

만지면 닳기라도 할까.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가슴을 만지는 김성현의 모습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기 같아 모성애가 느껴졌다.

딱딱해진 유두를 자극하는 서툰 손길에서 느껴지는 조급함에.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나왔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목을 뒤로 빼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깨물어 죽이고 싶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유두를 꼬집다가도 손끝으로 튕겨내는 모습은 마치. 처음 보는 장난감을 신기해하며 가지고 노는 어린애 같았다.

"그, 빨아도 돼?"

혹시 거절할까 봐 눈치 보며 말하는 모습이 귀여워 장난으로 고개를 젓자. 눈에 띄게 시무룩한 모습을 한 채.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가슴을 주물럭대는 모습에 가학심이 일었지만.

눈앞에서 간절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흐응~ 가슴 빨고 싶어?"

"으, 응!!"

"성현이 아기구나~?"

"어?"

"아기니까 가슴이 먹고 싶은 거구나?"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성현의 모습에 만족감이 들었다.

아기한테 맘마를 주듯. 몸을 반쯤 일으켜 김성현의 머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린 다음 김성현의 입에 가슴을 물려주자 아기처럼 본능적으로 젖꼭지를 쪽쪽 빨기 시작했다.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더 격렬히 혀를 움직이기에 간드러진 신음을 내며 김성현의 바지안으로 손을 넣었다.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쿠퍼액을 쏟아내고 있는 팬티 안의 단단해진 자지를 밖으로 꺼내자. 노출된 자지 때문인지 김성현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저번에 입으로 해주는 건 기분 좋았어?"

"좋, 좋았어. 처음이었어 그런 경험…."

"그럼 다음 질문~ 신아린이랑은 사귀는 사이야?"

내 질문을 못들은 건지. 가슴에 집착하느라 대답을 못 하는 것인지. 양손으로 가슴을 주물럭대며 유두 빠는 데만 집중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조금 괘씸하단 마음이 들었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해?

검지와 엄지만으로 자지의 귀두 부분만 손끝으로 돌리며 조금 자극하자 가슴 밑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손을 멈추고 김성현을 빤히 바라보자 그제야 가슴에서 입을 떼며 김성현이 말했다.

"뭐, 뭐라고? 못 들었어."

"신아린이랑은 무슨 관계냐구~~"

내 질문에 열심히 만지던 손을 멈추고 김성현이 침묵했다. 신아린이 그리 중요한 사람인가? 나는 입으로 해주고 가슴도 빨게 해줬는데? 조금 화가 난다.

"사귀는 사이면은 이런 행동은 나쁜 거니까…. 아린이한테 미안하니까 그만두자."

일부러 조금 정색한 목소리로 몸을 일으키려 조금 몸을 움직이자. 김성현이 다급하게 나의 행동을 막으며 외쳤다.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래?~ 다행이네. 그럼 계속할게~ 그리고 대답을 잘해야 착한 어린이한테 상을 주지."

아무 사이도 아닐 리가 없다. 분명 신아린은 나에게 진심이 전해질 정도로 적대적인 반응을 명확하게 보이니.

교실에서 김성현과 조금 대화를 한다면.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 걱정하는 동물 같이. 경계 섞인 시선이 나에게 닿았으니까.

신아린에 대한 생각에 오히려 흥분되었다. 처녀막이 있어 성관계 여부가 명확한 여자와는 다르게. 남자는 동정인지 아닌지 보통은 나 같은 프로가 아니면 구분이 거의 불가능했다.

김성현 같은 거짓말쟁이는 분명히 신아린에게도 거짓말을 할 것이다. 자신이 동정이라고. 네가 처음이라고.

신아린은 김성현이 밝히지 않는 이상은 자신과 같이 성 경험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실은 나에게 동정을 받친 멍청한 남자일 뿐인데 말이야.

차성 하나만 믿고 건방지게 나대는 신아린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김성현의 동정을 내가 뺏었다는 사실을 신아린에게 말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만 해도 흥분되었다.

음흉한 속을 숨기고 다시 손을 움직여 부드럽게 귀두를 자극해주자. 얼마 못 가 요도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러내려 내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쌀 것 같아?"

가슴에 깔려 고개만 끄덕이는 김성현의 모습에 다시 손을 멈추자. 이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지. 애달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쌀 것 같아…."

"싸게 해줄까?"

"으, 응…. 싸게 해줘"

"주세요 해봐."

"...주세요."

"앞에 붙여야지~"

"싸게 해주세요."

"더 크게~"

"싸게 해주세요!!!"

김성현이 말에 한 손으로 자지를 감싼 다음 요도에서 흐른 쿠퍼액을 윤활유 삼아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조금씩 김성현이 허리를 뒤로 빼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찔꺽­찔꺽­

조금 더 빠르게 귀두를 자극하자 옅은 신음과 함께 김성현의 자지에서 힘차게 흰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물줄기를 발사하듯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미리 손바닥으로 막아 다른 곳으로 정액이 튀지 않게 막았다. 한참을 움찔움찔하며 정액을 토해내던 자지가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발기가 풀리려는 타이밍에.

정액으로 범벅된 손을 윤활유로 삼아. 다시 작아지는 자지를 붙잡고 손가락 끝으로 요도를 자극했다.

"흐으읏!! 잠깐! 잠깐만!!"

막 사정해서 민감한 자지에 강한 자극을 주자 김성현이 가슴 밑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지 몸부림을 쳤다.

허리를 굽혀 김성현의 얼굴을 가슴으로 지그시 누르고 귀두 끝 부분을 자극하자. 몸부림치던 김성현이 얼마 못 가 저항을 포기했다. 작아지려던 김성현의 자지는 처음처럼 단단해졌다.

손에 묻은 정액을 핥자 동정 특유의 비릿한 맛이 났다. 저번 맛보지 못했던 김성현의 정액 맛은 중독될 정도로 맛있는 맛이었다.

깨끗하게 손에 묻은 정액을 맛있게 빨아먹은 뒤. 김성현의 머리를 일으켜 세우자 벌게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크큭. 너 지금 되게 이상해 보인다."

내 말에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는 김성현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눕혔다.

"청소해줄게~"

일부러 혀를 길게 빼냈다. 동정에는 시각적인 모습도 큰 자극일 테니. 내 예상이 맞았는지. 혀가 닿지 않았는데도 자지가 크게 움찔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붉은 혀로 김성현의 자지에 묻은 정액을 핥자. 김성현이 자극을 참으려는 듯 자신의 주먹을 꾹 쥐는 것이 보였다.

귀두에서부터 기둥으로 내려오며 흘러내린 정액을 핥으며 밑으로 내려가 주름진 고환을 부드럽게 혀와 입술로 감싸자 머리 위에서 작게 신음이 들렸다.

김성현의 성감대인가 싶어 주름 사이 사이를 혀로 긁어내듯 훑자. 얼마 못 가 자지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혀에까지 닿았다.

고개를 들어 부끄러움과 성욕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성현을 빤히 바라보며 웃어주자.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조금 웃겼다.

"하고 싶은 거 있어?"

"어?"

"음, 파이즈리 해줄까?"

내 말에 고민할 시간도 없이. 격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기에 웃으며 내 양 가슴 사이로 자지를 끼워 넣었다. 따뜻한 자지가 가슴 사이에 끼워져 있자 심장박동이 가슴에서 둥­둥­ 거리며 울리는 느낌이었다.

쿠퍼액과 침으로 반들반들해진 자지였지만 이대로 파이즈리를 하기에는 부족했기에 입을 벌려 자지에 침을 흘러내렸다.

보지 않아도 내 모습에 김성현이 더욱 흥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젖은 자지를 양쪽 가슴 사이에 넣고 옆 가슴을 손으로 모아 자지를 감쌌다. 상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지를 훑자 김성현의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가슴골 사이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거리는 귀두에 장난으로 입을 맞추며 침을 흘리자. 김성현이 격한 신음을 내며 팔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좋아?"

"으, 응."

부끄러움에 자연스레 떨리는 목소리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보지에 이 자지를 박고 싶었다.

가슴에 파묻힌 자지를 놔주고 바지를 벗자. 금세 팔을 내리고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성현에게 젖은 팬티를 보여줬다.

"성현아…. 나도 젖었어."

슬쩍 팬티를 옆으로 젖혀 부끄러운 목소리를 내며 젖어있는 보지를 보여주자. 김성현의 성욕 어린 시선이 내 보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당장에라도 자지를 넣고 싶어 하는 게 얼굴에서 보였지만. 모른 척 다시 젖힌 팬티를 돌려놓자 안타까움이 담긴 한숨이 들려왔다.

"팬티 벗겨줄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일으켜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김성현이 조심스럽게 내 골반에 손을 올렸다.

팬티의 양쪽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리던 김성현이 팬티에 길게 실선처럼 늘어진 애액에 손가락을 대고는 슬쩍 나를 올려 다 봤다.

그 시선에 부끄럽다는 표정을 연기하자 기쁜 표정으로마저 팬티를 끝까지 내려 벗겼다.

음모를 다 제거했기에 반들반들한 백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예술품을 바라보듯 황망한 눈으로 보지를 멍하니 바라보는 김성현의 머리를 손으로 헤집으며 물었다.

"어때? 실제로 보니까?"

"예, 예뻐."

"만져도 돼."

떨리는 손가락으로 젖어있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밀어내듯 균열 난 곳을 자극했다.

균열을 따라 조금씩 위로 올라가던 손이 요도를 지나 음핵에 닿자 일부러 몸을 한 차례 크게 떨자. 내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빠르게 손가락을 흔들어 음핵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소니아…. 너 진짜 예뻐. 보지도 핑크색이구…."

음핵이 자극되자. 연기할 필요도 없이 몸이 달아올라 신음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방금까지 부끄러워하던 동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암컷을 리드하고 싶은 수컷만이 내 앞에 있었다.

"누워서 다리 벌려볼래?"

김성현의 요구에 몸을 누워 다리를 벌리자 무언가를 찾는 듯 이곳저곳 보지를 자극하며 찌르던 손가락이 마침내 질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흐응…!"

크게 신음을 내자. 더욱 자신감을 얻은 김성현이 질 안을 넓히려는 듯한 손가락을 추가로 안에 밀어 넣었다.

"와…. 엄청 쪼여. 손가락 잘릴 것 같아."

야동에서 본 것처럼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질 안의 주름을 긁어내는 행동은 아프기만 했지만 어수룩한 행위가 동정의 특징이니까.

성감대 부분을 정확히 찾지 못해 별로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크게 신음을 내며 기분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반응에 자신감을 찾았는지. 빠르게 움직이다 손톱으로 질 안을 긁어 조금 아팠다.

"아, 아파~ 살살해 줘~"

"어, 어 미안…."

애원하듯 말하자 금세 풀죽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내 말에 조심스럽게 질 안으로 두 손가락을 넣었다 빼며 자극하기에. 인위적인 신음을 내며 음란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김성현도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바지와 팬티를 전부 내렸다.

"넣, 넣어도 돼?"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며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여주자. 김성현이 자신의 번들거리는 자지를 붙잡고 조금씩 다가왔다. 흥분한 눈으로 자지를 박으려고 다가오는 김성현의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

보지에 닿은 귀두의 감촉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드디어 저 동정의 자지가 안으로 들어온다니. 내 계획이 성공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건방지게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나대던 신아린에게서 김성현을 빼앗는다는 쾌락이 더욱 나를 흥분시켰다.

"아. 잠, 잠깐만."

손가락은 잘만 넣더니 자지를 넣는 구멍은 찾지 못하고 엉뚱한 다른 곳을 쑤시는 동정 특유의 어수룩한 행동에 웃으며 김성현의 자지를 잡아. 질 입구 앞까지 유도했다.

질 입구에 멈춘 귀두가 애액으로 젖어 언제든지 안으로 들어올 준비를 했다. 동정을 상실하는 모습을 기억에 남길 생각으로 김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넣…. 꺄악!"

"뭐, 뭐 으아아악!!"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누워있던 덩굴이 끊어지며 땅바닥으로 김성현과 함께 추락했다. 다행히 밑에도 덩굴이 있었기에 쿠션 역할을 해줘. 떨어지면서 큰 부상은 없었다.

"괜, 괜찮.."

땅에 떨어진 김성현이 빳빳하게 선 자지를 덜렁거리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다가오다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 잘 못되었는지. 급격히 사색이 된 얼굴로 위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의아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자. 하늘 위로 폭죽 같은 무언가 터져나가 짙은 붉은 연기를 내뿜었다. 그 아래로 길게 이어진 연기의 꼬리를 따라 시선을 조금 내리자.

그곳에는 차가운 표정의 신아린이 비상용 신호탄이든 폭죽과 다른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신아린의 옆에는 우리가 방금까지 누워있던 덩굴이 검으로 벤듯한 깔끔한 단면이 남아 있었다.

저 미친년.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김성현이 자기와 뒹구는 걸 보고 화를 참지 못한 거겠지.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던 신아린이. 그대로 나무 위에서 뛰어 내려와 나를 무시하고 김성현을 바라봤다.

"아, 아린아...그, 그게 말이야."

"...닥쳐."

그러고는 나를 보며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화가 단단히 났는지 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신아린의 눈과 마주치자.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멍청해 보이는 내 겉모습만 보고 나를 우습게 여긴 걸까?

겨우 초월 아카데미 1학년.

마인화를 하지 않아도 손짓 한 번이면 목을 비트는 일쯤이야 가벼울 정도였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상대방이 참아주는 것도 모르고 짖어대는 개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도 한두 번이다. 순수한 호의를 권리라고 생각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벌을 받는 게 이 세계의 법칙이다.

나를 보고 저런 혐오가 담긴 시선을 보내는 신아린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살심이 솓았다. 들끓는 감정을 통제해야 했다.

아직 아카데미안에는 싱싱한 동정들이 자신을 먹어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신아린을 죽인다면 일이 커진다.

입안의 혀를 강하게 깨물자 고통에 이성이 조금씩 돌아왔다.

여기서는 내가 물러서야….

"마지막 경고야. 김성현한테 접근하지 마. 죽고 싶지 않으­"

순간.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육체는 공간을 찢을 듯 파공음을 내며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지껄이던 입을 멈추기 위해. 강한 힘으로 부드러운 목을 쥐어짜듯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호흡을 통제당한 신아린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손으로 내 팔의 피부를 손톱으로 긁으며 발버둥을 쳤지만.

다시 한 번 목을 강하게 움켜쥐자. 증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눈의 초점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소니아! 그만해!"

"닥쳐!"

내 자존심을 짓밟았다. 건방진 년.

자신의 주제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누구한테 까불어.

당장에라도 목을 졸라 죽여버릴 수 있는데.

영웅도 아닌 아카데미생이 나한테?

내가 누구인지 알면 오줌을 지릴지도 모를 텐데.

이 쓰레기가­!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당장에라도 목을 비틀어 신아린을 죽이라고 외치는 격양된 본능의 목소리와 이대로 죽이면 손해라는 이성적인 목소리가 충돌한다.

하지만. 나는 마인이다.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규율을 무시하고. 악마의 피를 마셔 본인의 의지로 악의 종복이 된.

마인(?人).

침을 턱까지 흘리며 의식을 잃고 있는 신아린을 보며 눈앞의 살인 쾌락에 손의 힘을 풀지 않을 때.

어디선가 주변의 공기를 얼어붙으며 얼음의 송곳니가 내 심장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찔러 들어왔다.

급히 신아린의 몸을 방패 삼자. 바로 앞까지 다가오던. 마치 창과 같은 모습으로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던 얼음이 그 저돌적인 기세를 일순간에 멈췄다.

땅과 주변을 얼리며 다가온 얼음의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백발의 여자가 있었다.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같이 주변의 공간을 하얗게 얼려가는 여자. 내딛는 발걸음에 바닥의 덩굴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소리를 낸다.

"백진희!!"

"...곧 교관들이 신호탄을 보고 이곳으로 올 거야. 그 모습으로 만날 건 아니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서늘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백진희의 말에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겨우 자기 주제도 모르는 년때문에 질 좋은 동정들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신아린을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 급히 김성현과 함께 땅에 떨어진 운동복을 입었다.

무척이나 당황했는지. 허둥지둥거리며 운동복을 입는 김성현에게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려 했지만.

김성현은 내 손길을 피하고는 고개를 돌려 쓰러진 신아린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김성현."

신아린의 곁으로 다가간 백진희가 김성현을 부르자.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옆으로 달려가는 김성현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지만.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신호탄은 네가 쏜 거로 해."

"뭐? 아, 아니. 그래도 되긴 하는 데…."

"아린이 목에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교관이 본다면 분명 싸웠다고 생각할 거야. 일이 커지길 원하는 건 아니잖아?"

"으, 으응. 그렇지…."

"아린이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갈 테니 알아서 잘 둘러대. 네가 가지고 있는 신호탄은 주고. 이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 어때?"

"알았어. 그렇게 할게…."

합의가 끝난 건지. 백진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선을 나와 김성현에게 한 번씩 던지고는 의식을 잃은 신아린을 양팔로 들어 자신이 왔던 길로 돌아갔다.

"성현아…. 괜찮아?"

"어. 괜찮아…. 너는 안 다쳤어?"

"응! 다행히 덩굴이 쿠션 역할을 해줘서~"

다시 김성현에게 몸을 가까이하자. 김성현이 스스로 의식하진 않았지만, 슬쩍 거리를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김성현의 얼굴을 바라보자. 시선을 느낀 것인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 밑으로 조금 긴장이 깃든 것이 보였다.

신아린을 죽이려 했던 내 모습에 이 초식동물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나 보다.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이럴 때는 시간을 두고 접근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

나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은 시간이 해결해줄 터.

그때 다시 접근하면 된다. 사람은 본디 망각으로 인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거사를 방해한 신아린의 얼굴이 떠오르자 또다시 화가 치밀었지만.

저 멀리 다가오는 교관들의 모습에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참자.

신아린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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